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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4) 특별좌담 · 학생 맞춤형 과학교육,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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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테크 통해 ‘모두를 위한 맞춤형 교육’ 실현

기술과 교육의 균형 잡힌 시각으로 흥미롭고 효과적인 과학수업 모색


올해부터 시행된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 맞춤형 학습’을 강조했다. 교육부는 지난 2023년에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 실현을 위해 에듀테크를 활용한 수업을 학교 현장에서 여러 방식으로 적용해 왔다. 공교육에서 ‘그림의 떡’처럼 여겨졌던 학생 맞춤형 교육을 에듀테크(Edutech)로 실현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에듀테크를 활용한다고 해서 학습자 맞춤형 교육이 곧바로 실현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교사의 교육 설계 역량, 학생의 자기 주도성, 평가 방식, 디지털 접근성, 교육 정책 등 다양한 요인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과학교육』에서는 ‘학생 맞춤형 과학교육,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학습자 맞춤형 교육 실현을 가로막는 현실적인 어려움은 무엇인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실천적 방안은 무엇인지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



일   시┃2025년 5월 27일 오후 3시

장   소┃서울특별시교육청융합과학교육원 회의실

사   회┃이인순 편집위원장(도봉중학교 교감)

참석자┃주정흔 박사(서울교육정책연구소), 한정윤 교수(서울시립대학교), 최승규 장학사(서울특별시교육청), 조승호 교사(가원중학교), 조은파 교사(서울송화초등학교)


에듀테크 활용 수업,
학생 맞춤형 교육 가능성 확인


사회자 첫 번째 질문은 에듀테크의 활용이 학생 맞춤형 교육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에듀테크의 장점을 활용해 ‘모두를 위한 맞춤형 수업’을 이끌어 가는 것이 가능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현재 교육 현장에서 에듀테크 활용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 가능성과 함께 한계도 짚어보고 싶습니다.


조은파 제가 자주 활용한 에듀테크 중 하나가 ‘띵커벨’이라는 게임 형식의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이 매력적인 이유는 문제 풀이 시간을 주고, 한 번 다 푼 뒤에도 틀린 문제를 반복해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부진한 학생 역시 틀린 문제를 반복해 풀면서 자연스럽게 학습 내용을 익힐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을 아이들이 지겨워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이런 몰입형 수업은 에듀테크가 아니면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한 단원 12차시 중 에듀테크는 1차시 정도만 활용했습니다. 에듀테크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오히려 아이들의 집중도가 떨어지더라고요. 과도한 사용은 교육 목표보다 도구 사용에 집중하는 ‘주객전도’ 현상이 발생할 위험이 있습니다. 앞으로 생성형 AI 같은 새로운 도구가 등장하겠지만, 교사의 판단 아래 최소한으로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승호 에듀테크는 잘 활용하면 확실히 학습에 효과적인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는 페들렛, 캔바 같은 도구를 활용해 학생들의 개별 답변을 받으면서 수업이 진행됩니다. 익명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다 보니, 평소 발표를 꺼리던 학생들도 에듀테크를 활용하면 좀 더 효과적으로 수업에 참여합니다. 또한, 에듀테크를 통해 학생들이 올린 자료가 공개되니까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하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최승규 예전에는 에듀테크가 주로 학생들의 흥미를 유도하는 데 활용됐다면, 이제는 학생 개개인에 맞춘 맞춤형 접근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학습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누적·관리할 수 있다면, 교사는 이를 바탕으로 학생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보다 체계적인 지원을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책적인 측면에서 보면, 학생의 민감한 개인 정보가 장기적으로 누적·공유되기에는 관련된 법적·제도적 제약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 정보를 다음 학년이나 교사와 자유롭게 연계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런 문제를 교육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뒷받침이 마련된다면, 학생 맞춤형 지원이 더 효과적으로 실현될 것입니다.


주정흔 에듀테크는 기술로서 교육의 지평을 넓히는 데 분명한 역할을 해왔고, 실제 현장에서도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학습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아하!’ 하고 무언가를 깨닫는 발견의 순간입니다. 도구 자체의 즐거움에만 집중하게 되면, 정작 그 중요한 ‘깨달음’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은 ‘모두를 위한 맞춤형 수업’이라는 표현입니다. 이 용어는 최근 들어 정책 담론 속에서 빠르게 자리 잡았지만, 그 의미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개념 정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동일한 교육과정을 함께 배우는 환경에서, ‘모두를 위한 맞춤형 수업’이 과연 어떻게 가능하며 어떤 방식으로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관계 속에서 아이들의 흥미와 역량이 어떻게 길러지는지를 살피고, 그 기반 위에서 맞춤형 수업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 나가는 일입니다.


한정윤 코로나 이후 디지털 교육이 급부상하고,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개인화 학습에 대한 기대도 커졌습니다. 과학기술이 일대일 과외처럼 학생 개개인에 맞춘 교육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는 큰 기대가 생긴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한 만큼 기대도 커져, 때로는 상상이 과해지는 모습도 보입니다.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는 경계해야 합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기술 의존성입니다.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고, 계산이나 길 찾기조차 기기에 의존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듯, 기술이 인간 고유의 능력을 대체하는 방식은 교육에서도 조심해야 할 지점입니다. 데이터도 마찬가지입니다. 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지만, 자칫 감시 도구가 되면 문제가 됩니다. 실제로 온라인 학습에서 얼굴 인식 기술로 출석이나 집중도나 감정 상태를 파악하는 시스템이 등장하고 있는데, 학습자가 감시당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입니다. 기대와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되, 교육의 본질을 잃지 않도록 적정한 경계와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인순│편집위원장
맞춤형 교육에서 학생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비켜주는
태도도 필요하다는 이인순 편집위원장

주정흔│서울교육정책연구소 박사

에듀테크와 AI도 인간 사이의 관계를 확장하고, 교실 속

학습 공동체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방향으로 발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주정흔 서울교 육정책연구소 박사

 

한정윤│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에듀테크를 활용한 맞춤형 교육에서 기술 작동 방식보다 교육적 목표와의 연결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 한정윤 서울시립대 학교 교수


과학수업에서 AI 기술 활용,
교육학적 고민이 선행돼야


사회자 다른 과목에 비해 과학수업에서는 특히 실험, 관찰, 자료 분석 등 탐구 중심의 활동이 핵심이지요. 이러한 수업 구조 속에서 학습자의 수준과 흥미에 맞춘 과학수업 실현을 위해 AI 기술을 어떻게 연계하면 좋을까요?


주정흔 앞서 에듀테크 활용 사례를 말할 때 페들렛, 타봇, 팅커벨 등 다양한 도구와 기술들이 함께 언급됐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교과서(AIDT)까지 논의되며 그 범위가 더욱 확장되고 있습니다. 사실 단순히 범주가 넓어진 것이 아니라, 성격이 전혀 다른 기술들이 ‘에듀테크’라는 이름 아래 함께 묶여 논의되는 상황입니다. 샘 올트먼이 생성형 AI를 발표하며 “기존 AI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듯, 이제는 각 기술의 성격을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예컨대, 데이터 기반 AI의 경우에는 어떤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했는지, 그것이 실제로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합니다. 생성형 AI 역시 교육 현장에서 아직 합의되지 않은 영역입니다. 특히 코스웨어(courseware)용 AI는 교사와 학습자 모두를 수동적인 존재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과학교육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더욱 절실합니다. 실험, 관찰, 자료 분석 등에서 AI가 모든 과정을 대신하게 된다면, 학습자의 ‘직접 탐구’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정윤 교과별 특성을 반영해 AI의 장점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는 핵심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매우 다양한 기술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수업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접목하는 것이 효과적일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로 주목할 점은 ‘새로운 상호작용’입니다.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에이전트로 기능하면서, 교사-학생-매체 간 상호작용 구조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기존에는 교사-학생 간 단방향 상호작용을 했다면, 이제는 AI가 정보 제공, 질문 생성, 아이디어 제안 등으로 상호작용을 더욱 촉진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VR·AR 기술입니다. 과학은 다양한 현상에 대한 ‘체험’이 중요한데, 이 기술은 직접 관찰하기 어려운 상황을 가상 환경에서 실감나게 구현해줍니다. AI는 여기서 음성 인식, 인터페이스 향상, 에이전트 상호작용 등을 통해 학습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마지막으로, 데이터 기반 분석 역량도 중요합니다. 과학에서 데이터 해석은 필수지만 어려운 과정입니다. AI가 이를 시각화하거나 해석 방향을 제시하면, 학습자의 이해 수준에 맞춰 탐구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술들은 맞춤형 과학수업 실현에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조은파 저는 실험이 가능한 환경에서는 에듀테크의 비중을 최소화하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맞춤형 과학교육’이라는 측면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은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개념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확인하고 싶지만 모든 아이에게 일일이 질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AI 챗봇이 개별 학생의 응답을 분석해 수준별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면 교사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교사가 직접 자료와 프롬프트를 설계해 반응의 범위를 제한한 교육용 챗봇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학생이 ‘계절이 왜 바뀌나요?’라고 질문했을 때, 챗봇이 바로 정답을 주기보다는 ‘지구의 움직임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니?’ 같은 유도형 질문을 던져 논증 단계를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학생은 자기 주도적으로 사고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러한 챗봇이 교실 안에서는 꺼내기 어려운 창의적인 질문이나 과학적 호기심을 표현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구를 관통하는 터널을 뚫으면 물체는 어디로 떨어질까?’, ‘중력은 우주 끝에서도 작용할까?’ 같은 질문들은 교실에서 쉽게 다루기 어렵지만, 챗봇과의 대화를 통해 아이들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탐구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조승호 최근에 저는 GPTs로 맞춤형 챗봇을 직접 설계해 교육 현장에 적용한 실험을 진행했고, 그 연구 결과를 정리 중입니다. 챗봇을 설계할 때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과학 역량을 효과적으로 키울 수 있을까’에 초점을 두고, 국내외 연구와 교육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프롬프트를 정밀하게 구성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챗봇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 일반 범용 GPTs를 사용했을 때, 그리고 맞춤형 프롬프트를 적용한 GPTs를 사용했을 때를 비교해 보니, 맞춤형 GPTs를 썼을 때 질문 수준과 연계성, 과학 탐구 결과물이 확실히 향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AI를 활용한 교수 설계에 교사의 전문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최승규 올해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지능형 과학실 ON’을 고도화하면서 AI 챗봇도 도입한다고 들었습니다. 실험 관찰, 자료 분석, 그래프 정리 등 단계마다 AI가 도움을 주는 구조라고 알고 있는데요. 이때 AI가 단순히 정답을 주는 것이 과연 학생 탐구에 도움이 될까 하는 고민이 생깁니다. 오히려 학생이 더 고민하고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교사가 AI를 어떻게 수업에 활용하느냐가 핵심이기 때문에 교사의 수업 설계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연수나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점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계정이나 기기 관리 등 사소하지만
직접 영향 주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사회자 장학사님께서 정책 지원의 필요성을 말씀하셨는데, 자연스럽게 다음 논의 주제로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학생 맞춤형 과학수업을 운영하는 데 교사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일까요?


조승호 요즘 과학 교과에서는 AI 관련 연수나 교원 학습 공동체 활동이 확실히 많아졌고, 현장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적용하려고 하면 행정적인 제약에 자주 부딪힙니다. 예를 들어, AI 툴을 활용하려면 대부분 해외 결제가 필요한데, 행정실에서 월 단위 결제를 번거로워하거나 아예 받아주지 않기도 해요. 설령 받아준다 해도 담당 교사가 직접 명세서를 관리해야 하니 부담이 큽니다. 이처럼 행정적인 절차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연구나 수업 적용도 어려워집니다. 반면, 서울시교육청처럼 AI 선도교사에게 자율적으로 예산을 지원해 주는 사례는 긍정적입니다. 일정 금액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하니 행정 부담 없이 실험적인 시도도 가능해지죠. 이런 방식의 행정적 지원이 선행돼야 교사들이 현장에서 자유롭게 연구하고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은파 초등에서 맞춤형 과학수업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교사들의 여력 부족입니다. 국어·수학 중심의 지원이 대부분이고, 과학은 중학교에서 다시 배우니 초등에선 덜 중요하다는 인식도 여전하죠. 이런 여건에서 교사들이 과학까지 맞춤형 수업을 하려면 시간과 행정적 여유가 필요합니다. 생성형 AI는 교사의 업무를 줄이고 수업 준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 기대가 큽니다. 다만 현재의 에듀테크 연수는 툴 소개 위주라 실제 수업에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수업 설계와 평가를 함께 지원하는 실질적 연수가 필요합니다. 특히 초등에서는 여전히 과정 중심 평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프로젝트 학습이 평가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AI가 평가 기준이나 문서 작성을 도와준다면 교사는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하나, 초등에서는 과학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사회·정서적 위기 학생에 대한 지원입니다. 협력 강사들도 실제로는 수업 지원보다는 위기 학생 관리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실 안에서 맞춤형 과학수업이 가능해지려면, 이런 정서적 지원 체계도 함께 강화되어야 합니다.


한정윤 한국교육개발원에 있을 때 선생님들과 학생들, 장학사를 모시고 현장의 어려움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많이 나온 문제는 계정 관리였어요. AI 기반 시스템은 학생별 개별 계정이 필요한데, 계정을 잊거나 오류가 나면 결국 선생님이 다 해결해야 하더라고요. 또 하나는 기기 문제입니다. 수업에 기기가 필수인데, 보관과 관리가 어렵고 고장이 나면 여분이 없어 수업이 중단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이처럼 사소해 보이지만 수업에 직접 영향을 주는 문제에 관해 정책과 연구가 현실적으로 접근했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계정 찾기 과정을 단순화하거나 디지털 원패스를 활용해 학생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교육은 기본적으로 고비용 구조라 기술 개발에도 시간과 예산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완성된 것을 일방적으로 내려보내기보다, 작게 시작해 현장 요구에 따라 점차 확장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은파 제가 ‘영어·수학 디지털교과서’ 연수를 받을 때 개발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실제 현장 활용은 매우 제한적이더라고요. 그래도 ‘맞춤형 학습 진단’ 기능은 정말 쓸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학은 실험 중심 수업이 많아,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할 때는 수학이나 영어처럼 모든 콘텐츠를 만들기보다 기본적인 학습 진단 도구만 있어도 충분히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미 디벗 같은 교육용 태블릿이 제공되고 있으니, 그 위에 필요한 기능을 조금씩 덧붙여 가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고 개발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정흔 방금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게 일종의 ‘키트’ 개념인 것 같습니다. 여러 도구가 담겨 있고, 교사가 그중 필요한 것을 골라 수업에 맞게 조합할 수 있는 방식이지요. 모든 게 완벽하게 짜여 있어 따라만 가는 시스템보다는, 교사와 학생이 개입할 여지가 있는 구조가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너무 매끈하게 완성된 도구가 오히려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저는 오히려 교사와 학생이 수정할 수 있는 ‘엉성한 도구’가 더 좋은 교육 도구라고 봅니다. 그게 진짜 인간과 기술의 상호작용이니까요. 최근 읽은 『학습의 이해』 서문에서도 학습은 본래 수고로운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그래프를 그릴 때 좌표를 어디에 찍을지 스스로 고민하는 과정이 바로 개념의 이해를 이끌어내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논의 주제가 ‘현장의 어려움’이지만, 이런 교육적 질문도 함께 고민해야 할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해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주정흔 현장에서 보면 인공지능을 가장 빠르게 활용하는 주체는 오히려 학생들입니다. 특히 고등학생의 경우 챗GPT를 통해 손쉽게 과제를 해결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학생들이 정말 아는가?’입니다. 단순히 챗GPT를 활용해 결과를 낸 것이 아니라, 자기 고민을 담아 문제를 해결했는지를 살피는 건 교사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에듀테크 관련 교사 연수가 신기술 소개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그 도구들을 수업에 어떻게 적용하고 평가와 연결할지, 수업 모델을 개발해 학교 현장에 안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승규│서울특별시교육청 장학사
에듀테크가 오히려 교육격차를 벌릴 수 있다며, 저성취
학생을 위한 AI 지원 방안과 포용적인 대책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최승규 장학사

조승호│가원중학교 교사

교사, 에듀테크 전문가, 학부모, 정책 담당자 등 다양한

주체가 함께 참여하는 교육 거버넌스가 구성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조승호 가원중학교 교사


 

조은파│서울송화초등학교 교사

학습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한 저학력 학습자들에게 생성형 AI가 개별 교사처럼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하는 조은파 서울송화초등학교 교사


아이들의 흥미·적성·능력 등
다양성을 반영하는 교육 구조 고민해야


사회자 결국은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배운다는 것인가’라는 교육의 본질을 논의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학생 맞춤형 과학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교육 현장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한정윤 에듀테크를 활용한 맞춤형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보다 교육 이론과 실제 수업에 어떻게 연결되는가입니다. 단순히 정답만 알려주는 범용 챗봇보다, 사고를 확장하고 단계적 이해를 돕는 맞춤형 챗봇이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이유는 교육 원리를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즉, 기술 작동 방식보다 교육적 목표와의 연결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저는 맞춤형 교육을 조밀한 틀에 가두기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학생에게 맞는 길을 찾는 ‘넓은 지평’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승호 예전에는 전화번호를 외워야 했던 것처럼, 학습에도 그런 수고스러움이 있습니다. 이제 디지털 기술과 AI가 이런 부담을 덜어주는 시대가 된 만큼, AI는 그에 상응하는 교육적 역할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역할을 부여하고 조율하는 주체는 결국 교사입니다. 그러나 ‘줄어든 수고스러움을 어떤 교육적 의미로 다시 채워 넣을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교사만이 아니라 기술을 설계하는 전문가, 학부모, 정책 담당자 등 다양한 주체가 함께 참여하는 교육 거버넌스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주정흔 제가 인상 깊게 읽은 『내일의 학교』라는 책에서는 맞춤형 교육이 사실상 ‘사이즈만 다른 교복을 입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교육과정은 동일한데 속도만 조절되는 즉, 흥미·적성·능력 등 아이들의 다양성이 진짜로 반영되지 않는 구조라는 거죠. 학습 방식도 훨씬 다양하게 제안합니다. 하나의 교실 안에서 학생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학습하고, 교사도 두세 명이 협력해 수업을 운영합니다. 이처럼 수업의 공간과 구조, 역할 자체가 유연해지고 상상이 풍부해져야 비로소 진정한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결국, 기술은 그 상상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우리가 어떤 교육을 상상하느냐에 따라 도구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학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맞춤형 학습에서 우선되어야 할 것은 수업과 교육과정에 대한 상상력이 풍부해질 때 비로소 의미 있는 맞춤형 교육도 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조은파 초등 과학 교과에는 아이들 각자가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설계해 결과를 확인해보도록 제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수업에서는 물리적 시간과 환경, 안전 문제 등의 제약으로 하나의 가설과 실험을 따라가며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생성형 AI나 디지털 기술이 그런 상상을 실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핵심은 교사의 활용 역량입니다. 맞춤형 교육이 효과를 내려면 교사의 교수 설계 능력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합니다. 여기에 AI 기술 발전만큼 윤리 교육도 함께 강화해야 합니다. 결국, 맞춤형 과학교육의 실현은 기술, 교사, 윤리 교육이라는 세 축이 균형 있게 작동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승규 수학·과학교육에서 ‘수포자’는 초등학교 때, ‘과포자’는 중학교 때 많이 발생한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PISA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과학 저성취 학생이 늘었는데, 이들의 특징으로 가정의 관심 부족, 교사와의 관계 약화, 궁금증과 창의성으로 나타났어요. 이런 상황에서 AI를 활용해 더 좋은 성과를 내는 학생과 저성취 학생 간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겠다는 우려가 큽니다. 특히, 가정에서 유료 교육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 간의 교육 격차가 심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저성취 학생을 위한 따뜻한 AI 지원 방안도 함께 고민되어야 하고, 정책 차원에서도 포용적인 AI 활용과 맞춤형 과학교육 대책이 요구되는 지점입니다.


사회자 지금까지 ‘학생 맞춤형 과학교육,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토론 주제와 관련해 마무리 발언 부탁드립니다.


한정윤 보통 맞춤형 교육을 ‘무언가를 맞춰서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하는데, 저는 그것이 진정한 맞춤형 교육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필요한 건 학생에게 선택과 여유, 주도권을 주는 것이고, 교사는 그 가능성을 믿고 지지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과학교육도 마찬가지예요. 지금도 실험실, 도서관, 디지털 환경이 잘 갖춰졌고, 이를 잘 활용하면 학생 중심의 탐구가 가능해집니다. 결국, 도구보다 중요한 건 수업과 배움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 그리고 그 상상을 실현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흔 제가 맞춤형 교육에서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맞춤형’이 너무 강조되면 학습이 고립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교육은 인간을 위한 것이고, 인간은 관계 속에서 인간다워진다고 생각합니다. 나 혼자만의 학습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과 상호작용 속에서 학습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맞춤형 교육이 강조되더라도, 관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에듀테크와 AI도 인간 사이의 관계를 확장하고, 교실 속 학습 공동체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최승규 장학사로 전직한 뒤 약 4년 동안 과학 외의 업무를 하다가 최근 다시 과학교육 현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사이 현장은 많이 달라졌더군요. 특히 AI와 에듀테크의 영향으로 과학 교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동시에 정책 담당자로서 현장의 열정이 이어지도록 정책적인 뒷받침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은파 이상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학습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한 저학력 학습자들에게 생성형 AI가 개별 교사처럼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물론 이를 위해선 교사가 치밀하게 준비하고, 학생에게 어떻게 활용할지 안내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겠지만요. AI가 중심이 되면 안 되겠지만, 도구로서의 역할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승호 교사 개인이 한 교실에서만 AI를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다양한 정책적 지원, 교사 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 모델 개발, 이해관계자 간 끊임없는 대화 등 변화가 곳곳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 오늘 토론을 통해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이러한 변화가 현장에 잘 전이되려면 연구자들이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고, 제시된 방향에 맞춰 교육 당국은 지원에 힘써야 한다고 봅니다. 현장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교육적 상상력을 발휘해 공감대를 점차 넓혀 가길 기대합니다.


사회자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학생 맞춤형 수업이 ‘그림의 떡’처럼 저만치 멀리 있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곧 그 바람이 실현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30년 후 세상은 완전히 달라지겠구나. 그래서 맞춤형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때로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비켜주는 태도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오늘 대화를 통해 과학교육뿐 아니라 학습과 수업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뜻깊은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서 다양한 의견을 나눠주신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