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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1) 학생 맞춤형 과학교육의 실제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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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인이 즐거운 학생 맞춤형 과학교육
끊임없이 융합하고 변화하는 미래, 학생 진로와 삶의 질 높이는 전환점


다가오는 미래를 지금 이 순간 정확히 그려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우리가 맞이할 미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변화하며, 불확실성과 디지털 기술의 일상화가 더욱 깊이 자리잡을 것이다. 또한 학문과 기술의 융합은 새로운 영역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미래 세대인 학생들이 불확실한 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삶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자들은 새로운 책임을 맡고 있다.


급격히 변화하는 흐름 속,
과학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이런 사회의 흐름에서 우리 과학교육은 어떠해야 할까? 오늘날 우리 사회는 창의적 문제 해결력과 융합적 사고를 갖춘 인재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과학교육의 방향성과 무게를 재조명하게 하고 있는데, 과학교육은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기를 요구받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의 과학교육이 획일적인 교육 내용과 교수 방법으로 인해 학생들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과학에 흥미를 잃거나 소외되는 학생들을 양산해 왔다는 비판을 벗어나기는 사실상 어렵다. 그런 맥락에서 경험의 폭과 깊이도 다르고, 공부하는 방법도 다름에도 불구하고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획일적인 단순 지식의 전달에서 벗어나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학습 양식을 반영한 맞춤형 과학교육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특히 2026년 3월에는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이 시행될 예정인 지금의 시점에서 ‘맞춤형’의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 법안은 맞춤형 지원의 필요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으며, 학습, 건강, 복지, 진로 및 상담 등 학생 전반에 대한 통합적이고 개별화된 지원 체계를 통해 모든 학생의 교육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학생 맞춤형 과학교육의 필요성과 실현을 위한 조건,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전국에 있는 6,183개의 초등학교, 3,272개의 중학교, 2,380개의 고등학교(2024년 통계)의 모든 교실 구성원들의 면면을 보면 틀림없이 학업 수준, 학습 스타일, 흥미, 배경지식, 진로 희망 등에서 다양한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학습에 국한해서만 들여다보더라도 특히 과학 교과는 수학, 기술, 공학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학생마다 이해도와 흥미에 큰 차이가 발생하기 쉽고 현실도 그러하다.


대체로 적지 않은 학생들이 과학교과 그 자체를 추상적이고 어려운 과목들의 연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정말 과학교과 내용이 어려워서만 학생들이 이렇게 느끼는 것일까? 교육과정이 개편될 때마다 학습량의 적정화 등을 외치며 ‘학습 내용 덜어내기’가 진행되어 왔는데 여전히 과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일찍 과학 학습을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것을 보고 과학 내용 자체의 어려움으로 인해 과학을 포기한다는 섣부른 진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 많은 경우가 학습자 개개인의 관심사와 학습 스타일이 공부하는 과학 내용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한다.


학습자의 다양화는 더욱 확대되고 있으며, 과학에 대한 흥미와 몰입도 저하가 진행되는 현실을 생각해 보면, 모든 학생이 동일한 내용을, 동일한 방식으로 학습하는 전통적인 교수법으로는 이러한 다양성을 수용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맞춤형 교육은 학생의 내재적 동기를 자극하여 과학에 대한 몰입과 자기주도 학습을 유도할 수 있다. 맞춤형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맞춤형 교육은 미래 사회에 대비하여 우리 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역량과도 밀접히 연계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흔히들,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협업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요즘 시대에 반드시 들어가는 역량인 디지털 리터러시 등을 미래사회에 필요한 핵심적이면서 기본적인 역량으로 꼽고 있다. 맞춤형 과학교육은 학생 개개인이 이러한 역량을 최대한 개발할 수 있도록 유연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다양한 문제 해결 경험을 통해 미래사회에 필요한 과학 인재로 성장하게 한다.


개개인의 역량 개발하는
‘학생 맞춤형 과학교육’ 실현하기 위한 조건


과학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실험 활동을 좋아하는 학생과 이론적 사고를 선호하는 학생 간의 차이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물론 실험과 이론이 스펙트럼의 양 극단이 아니기 때문에 이의 조화로움도 필요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실험을 즐기는 학생에게는 탐구 실험 중심의 접근을, 이론을 좋아하는 학생들에게는 개념 중심의 접근을 발판으로 학습이 이루어진다면 과학은 학생들에게 더 좋은 울림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학생 맞춤형 과학교육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학습자의 흥미, 수준, 선호하는 학습 방법 등을 반영하여 수업을 설계하여야 한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바로 ‘사전 진단’이다. 병원에서 진단 후 처방이 이루어지듯, 교육도 학습자의 상태를 먼저 파악한 뒤 그에 맞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학습자 중심의 맞춤형 과학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학교사의 전문성이 중요하다. 과학 내용 지식뿐만 아니라 교육공학, 학습심리, 학생 상담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해와 역량이 요구되고, 다양한 교수-학습 전략을 적용하고, 학생을 개별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된다. 여기에 더해 최근 부각되고 있는 에듀테크(Edutech)의 활용은 교사의 역할을 한층 더 확장시키고 있다. 우리 사회의 많은 구성원들은 인공지능(AI), 학습 분석(Learning Analytics), 온라인 학습 플랫폼 등을 활용하여 학생의 학습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에 기반한 개인화된 학습 경로를 제시하는 방식이 학교 현장에 점차 자리잡히길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학생들이 광합성에 대해 학습할 때, 학생들은 자신만의 질문을 만들고, AI와의 대화를 통해 내용을 정리하도록 하는 수업은 각기 다른 수준과 깊이의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AI는 교수학습의 보조 도구이지, 교육의 본질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학습자 맞춤형 교육을 위해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획일적인 교과 내용과 평가 방식은 학생 맞춤형 교육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일 것이다. 예를 들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제시된 과학교과목은 모두 28개이다. 이 많은 과목은 학생들의 진로, 흥미, 수준에 따라 다양한 과목과 모듈로 구성되어 교육과정이 설계되어야 한다. 평가 방식도 프로젝트 기반 평가, 포트폴리오, 동료 평가 등으로 다양화되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학교 교육의 존재적 타당성은 현실적으로 학생들의 진로와 연계되었을 때 그 가치를 발휘할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과학을 학문으로만 인식하지 않고, 실생활이나 진로와 연결된 의미 있는 분야로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진로 연계 교육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의학, 환경, 공학 등 다양한 분야와 연계한 과학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이 자신의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과학이 다양한 진로와 연결되어 있음을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연계는 자연스럽게 과학과 수학, 예술, 기술, 공학 등이 연계된 융합 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융합적 접근은 학생의 사고력을 넓히고, 흥미를 자극하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예술적 표현이나 창작 활동과 결합된 과학수업은 과학에 대한 거리감을 줄이고, 다양한 접근 방식으로 과학 개념을 이해하게 한다.


과학교육, 보다 인간 중심적인
발전을 위하여


학생 맞춤형 과학교육은 단순한 교육 트렌드를 넘어, 미래를 준비하는 핵심 교육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학생맞춤통합지원법’ 때문에 대비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학생의 다양성과 잠재력을 존중하고, 이를 교육의 중심에 두는 접근은 과학교육을 보다 인간 중심적으로 재정립하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교사, 학교, 교육 정책 전반의 혁신과 협력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맞춤형 과학교육은 학생들이 과학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우며, 창의적이고 책임 있는 미래 과학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과학교육은 이제 모든 학생의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진정한 의미의 ‘맞춤형’ 교육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신영준 교수는 서울 윤중중학교, 구로고등학교, 동작고등학교, 관악고등학교, 한성과학고등학교 과학교사 등을 거쳐, 현재 경인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생물과학협회장, 한국생물교육학회장, 교육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2022개정 과학과 교육과정 개발 책임자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교육』, 『풀꽃의 비밀』, 『나무꽃의 비밀』 등의 저서와, 100여편 이상의 과학교육 관련 논문을 저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