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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 마을과 함께하는 생태전환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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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의 STEAM 교육


마을과 학교 손 잡고 만들어 낸

모두가 웃음 짓는 행복한 실천

 

기후위기와 환경재난의 시대다. 지난 5월 8일 영국 가디언지의 보도에 따르면, 기후학자들 다수가 지구 온난화로 폭염, 산불, 홍수 등 환경재난이 더 자주, 더 심하게 발생해 기근, 분쟁, 대규모 이주로 이어지는 디스토피아적 미래가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현재 지구 평균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1℃ 상승한 상태이며, IPCC는 1.5℃ 상승 시점이 이르면 2030년대 초반에 도래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6차 종합보고서(2023.3)에 따르면, '1.5℃'는 기후 재앙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파리기후협정이 정한 마지노선이다. 현재 온난화 속도가 이례적으로 빠르며, 주된 원인이 인간의 활동에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분석이다. 불타는 지구 열차를 멈추기 위한 전 세계적 노력의 흐름 안에서 교육계에는 생태전환교육이 등장하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생태전환교육을 ‘기후위기 비상시대,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개인의 생각과 행동 양식뿐만 아니라 조직문화 및 시스템까지 총체적인 전환을 추구하는 교육’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과학교육의 측면에서 볼 때, 생태전환교육은 기후위기에 대한 과학적 지식과 원리를 바탕으로 생태철학을 민주시민교육의 방법론(연대와 소통을 통한 의사결정 과정)으로 풀어가는 융합교육이다. 이 접점에서 생태전환교육은 기후위기 시대 STEAM 교육이자, 마을과 함께하는 과학교육으로서의 위상을 차지한다.


마음풀 교실, 마을과 함께 풀어나가다!


본고에서는 필자가 교육공동체와 함께 운영한 생태전환교육 사례를 중심으로 ‘마을과 함께하는 생태전환교육’을 나누고자 한다. 시작은 아직 ‘생태전환교육’이라는 용어가 생기기 이전,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9년 3월부터였다. 필자는 동대문구에 위치한 작은 중학교에 부임하게 되었고, 우리 학교에는 ‘마음풀’ 교실이라는 전국 최초의 실내 생태체험교실이 설치되었다. 서울시청의 지원을 받아 유휴 교실 두 개를 하나로 터서 만든 마음풀 교실은, 학생과 교사의 의견을 모아 공간을 구성하였다. 실내정원, 거울 치유 공간, 학습공간, 체험공간, 전시공간으로 구성되어 있고, 야외텃밭으로 이어져 확장성을 주었다. 마음풀 교실은 녹지가 거의 없는 동대문구에 사는 학생들에게는 생태체험의 학습 장소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학교 운영의 입장에서는 하나의 과제가 되었다. 교육적 활용은 교원인 우리에게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는 이 공간을 정서 함양의 장소이자 정규 교과 운영의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미국 사회학자 Ray Oldenberg가 제시한 ‘제3의 공간’ 개념을 적용하여 학교 안의 가정, 학교 안의 카페 같은 느낌을 주는 편안하고 즐거운 공간으로 만들었다. 학생들이 직접 키운 허브로 차를 만들고, 거울에 낙서하고 물로 지우는 장난과 ‘정원멍’을 통해 휴식과 치유의 시간을 가졌다. 또한, 미국 과학교사 Stephen Ritz의 사례를 응용하여 자유학기 수업도 하고, 국어 시간에는 풀을 보며 시를 짓고, 미술 시간에는 식물 세밀화를 그렸다. 수학 시간에는 피보나치 수열 같은 자연과 수학의 관계를 배웠다. 문제는 새로운 장소와 새로 생긴 업무를 누가 어떻게 운영할지였다.


교사들의 바쁜 일상에 또 하나의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우리는 이 문제를 가정·마을과 함께 풀어나가기로 했다. 먼저 활용할 수 있는 마을 자원을 살펴보던 중 우리 학교와 담장을 맞대고 있는 서울시립대가 눈에 띄었다. 시립대는 농업학교로 개교한 만큼 식물 전문성이 높다. 특히 조경학과가 우리 마음풀 교실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시립대에서 양성 교육을 받은 서울시민정원사회도 자원봉사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에 서울시립대, 서울시민정원사회, 서울시청, 우리학교 학생, 학부모, 교사, 교직원으로 이루어진 운영협의체 ‘마음풀 서포터즈’를 구성하였다. ‘마음풀 서포터즈’는 지속 가능한 마음풀 교실 관리에 관해 머리를 맞대었다. 우리는 관리에도 학생의 주체적 참여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기존 학생 원예동아리를 ‘마음풀지기’로 전환하되, 가정 형편이 어려운 복지대상자 중 희망학생을 우선 선발하였다. 특별교육의 혜택을 주기 위해서다. 또한 또래상담자가 되어줄 학생들도 함께 선발하였다. 동아리는 담당 교사가 배치되지만, 프로그램 준비와 운영은 시립대 조경학과 학생들이 맡기로 했다. 교사는 학생 이해에 대한 전문성을 살리고, 대학생들은 전공 전문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대학생들은 마음풀을 넘어서 배봉산 숲 탐방 등 마을 생태계에까지 학생들의 시야를 넓혀주었고, 관련 전공 안내로 학생들의 진로지도까지 함께 해주었다. 학부모 역시 ‘꽃과 나’ 학부모 동아리를 통해 마음풀 교실 운영과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학부모 평생교육으로 식물 활용 체험교육도 받고 마음풀 식물 관리도 하며 학생 프로그램에 손이 필요할 때 함께 참여하기도 한다. 학부모 평생교육 프로그램은 ‘마음풀 서포터즈’에서 가장 식물 전문성이 높은 시민 정원사회에서 진행한다. 시민 정원사회는 정기적으로 식물 생태를 살피며 식물 관리 조언도 담당한다. 연결된 텃밭도 넓어서 서울시 교육청의 퇴직 교사로 구성된 ‘인생 이모작’ 팀의 자원봉사를 받기로 했다. 이런 지원이 있어도 수업 시간으로 교실이 많이 활용되다 보니 전일 관리를 하는 상주 인력이 필요했다. 해결 방법을 고민하다가 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활용하게 되었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교육청 보조금이 나오기에 학교 재정 부담을 덜면서 장애인에게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소득 보장을 지원하는 공익으로서도 의미가 있다.


이렇게 학생이 주체가 되면서 학부모, 시립대, 서울시민정원사회, 퇴직 교사 인생이모작 사업, 장애인 일자리 사업 등을 통해 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교실 관리 모두에서 마을과 함께했다. 학교 밖에서 숲과 정원을 접하기 힘든 우리 학교 학생들이 교실 내 작은 숲과 정원을 통해여 자연을 직접 체험 하고 자연 속에서 지적 배움과 함께 정서적 배움이 일어나도록 마을이 함께한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마음풀 교실 운영 사례를 학교 공간 혁신 사례로 KBS, YTN, 경향신문 등 다수의 언론 매체가 보도하였다. 이에 전북 교장단, 충북 교육행정직 등 전국에서 우리 마음풀 교실을 찾아왔다.


학교-마을 함께 가는 교육 공동체로 발돋움


마음풀 교실을 시작으로 우리는 본격적인 ‘마을과 함께하는 생태전환교육’을 실시하였다. 과학뿐 아니라 모든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에서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생태전환교육을 도입하였다. 이듬해에는 학년별 교과 융합 수업과 생태전환교육을 주제로 연극과 축제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마을은 학교와 함께 가는 교육공동체이자 학습의 장이 되었다. 생태민주주의 주창자인 Morrison이 제시한 ‘연합, 협동, 연대’의 원칙에 따라 마을 단체들과 협동하여 연대한 프로그램들은 학교 교육과정에서 매년 지속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는 시립대뿐만 아니라 마을 복지센터, 진로체험지원센터와도 업무협약을 맺었다.


복지센터에서는 복지 원예사를 소개받아 교육복지 대상 학생을 중심으로 식물을 활용한 집단상담과 생태감수성 향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진로체험지원센터를 통해서는 환경, 생태와 관련된 새로운 직업들을 탐색하는 시간을 운영했다. 서울시와는 업무협약을 하지는 않았지만, 서울시 에너지수호 천사단에 가입하여 파견 강사를 통해 학교 온실가스를 조사하고 감축 방안을 모색했다. 업무협약을 하지 않아도 지역사회 자원센터나 마을 강사들과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교내·외에서 운영할 수 있다. 사계절 자연 빙고, 바다로 간 플라스틱, 증강현실로 떠나는 강물 탐험, 착한 수돗물 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학년별 전환기 수업에 활용하였다. 교육청 「지역연계 생태전환교육 자원목록」 등과 공문을 활용하면 자원과 예산까지 확보하여 쉽게 운영할 수 있다. 새활용센터, 하수도 과학관 등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물론이고 실내에서 농사를 짓는 스마트 팜, 친환경 상품을 파는 동네 에코상점, 배봉산이나 중랑천 같은 마을 생태계가 모두 학습의 장이 되었다.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은 생태전환교육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 지자체 역시 교육을 통해 지역을 살릴 수 있다. 우리 학교가 위치한 동대문구는 노령화 지역이다. 학교 교육이 활성화되면 교육을 위해 다른 구로 떠나는 젊은 층을 붙잡을 수 있다. 어른이 되어서도 살고 싶은 동대문구라는 인식을 청소년기부터 심어줄 수 있는 것도 마을 교육의 힘이다. 학교 또한 마을 주민에게 유용한 장소가 될 수 있다. 녹지가 부족한 곳에서 학교가 도시공원의 역할을 한다면 학생들은 물론이고 마을 주민에게도 도움이 된다. 이런 이유로 학교 숲 조성사업을 시나 구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우리는 마음풀 교실 외에도 구청 지원으로 에코스쿨 장미정원도 만들어 야외학습 장소로 활용하였다. 이 외에도 성대골 에너지 자립마을처럼 지자체는 물론이고 마을 자생단체와 학교가 연합하여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교육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심지영 교육연구관은 교육학 박사이자 현장 전문가이며 생태전환 교육과 교육과정, 진로진학 강사이다. 교사, 장학사, 교육연구사, 중·고등학교 교감, 교장을 두루 역임했다. 체인지 메이커 교육을 통해 학생이 학교의 주체로 우뚝 서는 학교, 교사 임파워먼트를 통해 교사의 교육 전문성이 보장되는 학교, 그리고 마을과 함께 미래를 그리는 학교를 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