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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의교육 과학수업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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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의 시대,
새로운 과학교육을 꿈꾸다


현재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인류의 위기’와 맞물려 급변하고 있다. 기후 위기, 자연재해, 코로나19로 대표되는 세계적인 위기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복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기술패권을 더욱 앞당겼다고 보고 있으며, 향후 인류의 안전과 번영을 담보하는 것은 지정학적 충돌이 아닌 과학과 기술이라고 말한다. 이에 발맞춰 과학교육에 대한 중요성 역시 더욱 커지고 있다. 지금껏 학교에서의 과학교육은 검증된 과학적 사실이나 원리, 과학의 방법론 등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최근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미래 사회 대응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과학기술이 현재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봤을 때 개인의 과학적 소양은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지금, 과학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제대로 된 생활을 영위하기 어렵다. 과학적 소양은 단순히 과학지식을 아는 것에서 나아가 과학적·논리적 사고방식 및 과정에 대한 이해와 과학에 대한 태도를 포함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교 과학교육은 만족할만한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에서 발표한 「수학·과학 성취도 국제비교 연구 2019」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중등 학생의 과학 성취도는 월등히 높은 데 비해, 과학에 대한 ‘자신감’ ‘흥미’ ‘가치 인식’은 국제평균 이하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입시 위주의 과학교육으로 인한 괴리와 수능에 맞춘 과학교육 결과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부딪히는 기초 지식 부족 현상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더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탐구를 지향하는 과학의 특성상 탐구가 삶과 연관되어야만 학생들의 몰입도가 높아지고, 흥미를 이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학생의 흥미를 이끄는 과학 수업은 어떤 모습일까? 교과서 속 지식 전달이 아닌 실생활과 연계해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와 실천이 확장되는 과학 수업을 진행하는 사례를 살펴봤다.


학생이 학생을 가르치는 학생주도형 참여교육


관악중학교 1학년 과학탐구실험 수업 시간, 한 학생이 교실 앞으로 나와 직접 만든 종이 카메라를 들고 같은 학급 아이들에게 카메라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3분간의 발표시간이 끝나자 아이들이 박수를 치고, 이내 다른 모둠에서 발표자가 나와 석고방향제 제조법에 대해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날 수업에서 다룬 주제는 입자의 물질의 상태를 관찰할 수 있는 ‘물라스틱, 석고방향제, 눈사람양초’와 빛의 굴절‧반사 원리를 확인할 수 있는 ‘카메라옵스큐라, 만화경, 무한거울’이었다. 이 수업이 특별한 이유는 학생들이 직접 조사해서 익힌 과학적 사실이나 원리를 다른 학생들에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여기서 교사의 역할은 학생들이 조사한 내용을 원활하게 발표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학생들이 발표한 내용에 보충 설명을 하는 정도만 한다.
관악중학교에서 과학 수업을 담당하는 이선희 연구부장이 이런 수업을 기획하게 된 것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연한 기회에 지역아동센터에서 과학교육 재능기부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수업 집중도가 너무 떨어졌어요. 사실 수업이 문제가 아니라, 주체성과 자존감을 심어주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실험 주제 중 하고 싶은 걸 골라서 후배에게 가르쳐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아이들이 귀찮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재밌겠다면서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죠. 결과는 생각 이상이었어요.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후배들을 가르치면서 보람을 느끼더라구요. 지역아동센터라는 공동체 안에서 좋은 선배로서 역할을 부여해주고 싶었는데, 적중한 거죠.”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 수업에도 적용했다. 원래는 과학부스를 통해 학교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형식으로 운영했는데, 최근 2년간은 코로나로 인해 같은 학급 내에서 친구가 친구를 가르치는 활동으로 바뀌었다. 이선희 교사는 과학 수업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실험과 탐구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이들이 직접 실험하고 수업을 이끌어보는 경험이 중요해요. 사실 교과 내용을 익히는 것은 교사가 직접 가르치는 게 더 효과적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아이들이 직접 관찰이나 모둠 활동을 하면 질문이 달라져요. 한번은 생물 수업을 진행했는데, 한 녀석이 수업 끝나고 와서는 ‘선생님 새로운 종이 분화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려요?’라고 물어보더라고요. 교사인 저도 미처 생각하지 부분이었는데, 그 친구는 그 부분까지 사고가 확장된 거죠.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굉장히 즐겁고 뿌듯합니다.”

디지털 친화적 과학수업 환경 구축도 중요


작년에 관악중학교에 부임한 이선희 교사는 올해 초 ‘창의융합형 및 지능형 과학실 구축 사업'을 신청해 크롬북 시스템을 구축하고, 과학실 기자재 정리 및 동선을 정비해 효율적이고 안전한 실험공간을 구축했다. 무엇보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디지털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것은 앞으로 사회를 살아가는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이미 디지털 기기가 교육 도구로 정착했는데, 오프라인 수업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디지털 방식을 버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특히 요즘 세대는 디지털 기기에 굉장히 익숙해요. 실제로 종이로 된 책으로 읽을 땐 내용이 잘 이해가 안 되는데, 태블릿으로 보면 확 이해가 된다는 아이들도 많거든요. 학교와 교사가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즉, 미래 교육체제 핵심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 등 사회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학생 개인의 맞춤형 성장'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스스로 프로젝트를 기획·설계·해결하는 과학 수업은 자기 주도성을 기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개인의 성격이 완성되는 청소년기에 주도적·능동적인 학습 경험이 없으면 앞으로 만들어갈 미래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문제가 끊임없이 부딪힙니다. 그럴 때마다 편견 없이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려는 노력, 그리고 문제를 밝혀내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바로 과학교육입니다. 더 나아가 나를 둘러싼 지역사회, 국가, 환경, 경제는 급속도로 변하며 불확실성은 매우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미래 사회에서 학생들이 변화를 주도하도록 이끄는 것이 과학교육의 역할일 것입니다.“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진행한 자연생태학습


초등학생인 은경이는 길에 핀 노란 꽃을 보고 유심히 살펴보더니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네이처링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실행시켜 방금 찍은 사진을 게재하더니 ”모인꽃 싸개 잎이 위를 향하는 걸 봐서 토종 민들레 같다. 왜 국가생물종목록에 등록되지 않은 걸까?“라고 적었다. 며칠 전 학교 선생님께서 설명해 준 토종 민들레와 서양민들레에 대해 설명을 들었던 은경이가 꽃 모양을 보고 토종 민들레 같다고 판단한 것이다.


은경이가 수행한 이 활동은 서울교육대학교 부설초등학교 박형민 교사가 3년 전 담당했던 과학동아리 수업의 일환이다. 지난 2019년 코로나19가 터지기 전까지 시민 과학용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만나는 자연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학교를 기준으로 전후좌우 2km 정도의 범위를 정해 주고 그 안에 있는 생물 종을 관찰하고, 얼마나 다양한 생물들이 있는지 살펴봤다.


”과학동아리를 진행하는 가장 큰 목적은 학생들이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우리 주변의 자연환경을 경험하기를 바랬습니다. 학생들이 지정된 동아리 활동 시간 외에도 생물 관찰이 가능한 환경에서는 아이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계속해서 생물을 관찰한 것들을 게시했습니다. 당시 24명의 학생이 활동하면서 7개월간 총 12차시를 진행하면서 관찰 기록을 1,391개를 남겼어요. 사실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지 않으면 이 정도의 관찰기록을 남기기 어려워요. 다행히 아이들이 자신의 주변에 이렇게 다양한 생물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무척 흥미로워했습니다.“


특히 동아리활동에 사용한 네이처링 애플리케이션은 자연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검색하는 도구이자 자연활동 경험을 나누는 오픈네트워크다. 앞서 은경이란 친구가 ‘토종 민들레라는 이름이 국가 생물종 목록에 등록되지 않는 것에 의아함을 표시했는데, 네이처링에서 홛동하는 일반 시민이 ’토종 민들레라는 국명이 없다‘는 사실과 ’흰민들레 흰털민들레 등이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민들레‘라고 댓글로 설명한 뒤 ”사진 속 노란꽃은 민들레가 아니라 노랑선씀바귀“라고 정확한 꽃 명칭을 알려줬다. 이름을 정정해서 알려줬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은 후 한 달이 안 됐을 무렵, 은경이는 똑같은 꽃을 올리고 정확하게 노랑선씀바귀라고 설명을 달았다. 즉, 아이들의 학습이 반드시 학급 내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해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과학적 지식을 체득하게 된 것이다.


”동아리 활동이 끝난 뒤에도 아이들이 찍은 생태 사진들이 올라오더라고요. 아이들에게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상당수가 흥미가 생겨서 계속 사진을 찍는다고 대답했습니다. 이번 동아리 활동은 내가 목적한 바대로 아이들이 참 열심히 잘 참여해줬구나 싶어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경험하고 체험하는 과학교육


박현민 교사는 초등학교 과학교육의 핵심은 과학적 태도나 습관을 아이의 몸에 배게 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을 처음 접하는 초등학생들은 과학적 지식을 배우는 것보다 과학적 상황을 체험하고, 경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년간 팬데믹으로 인해 실험 없는 과학교육에 익숙해졌고, 머리로만 하는 과학 수업이 진행되면서 학생들의 과학적 태도와 소양을 크게 하락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누적된 학생들의 탐구 기능 결손을 회복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노력이 굉장히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현민 교사는 그 첫 번째 활동으로 코로나로 인해 진행하지 못했던 과학동아리 활동을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서울교육대학교가 제 모교에요. 그래서 제가 근무하는 이곳에 메미가 엄청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야외 생물학습으로 ’매미 프로젝트‘를 할까 합니다. 매미가 어떻게 땅에서 나오고, 탈피각은 어떤 형태로 남아 있을까. 우리 학교에 있는 매미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이런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생물을 분류하고, 직접 만져보고, 비교하면서 재미있는 분류 활동도 할 수 있고 그다음에 직접 채집해서 수컷과 암컷을 비교해 보고 떨린 판이 있는지 없는지도 확인하면서 메미의 주기를 관찰하고 알아보는 프로젝트를 아이들이랑 하려고 합니다.“
박현민 교사는 이렇게 진행한 과학동아리 활동으로 아이들이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과학이 즐거운 경험으로 남길 원한다. 그리고 이런 과학 수업들이 쌓여 후에 진로를 정할 때 과학자로서의 길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렇다면 미래 사회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과학교육은 무엇일까? 박현민 교사는 늘 배운 지식을 어떻게 확장해서 사고하고 활용할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답변한다.


”지금은 대전환의 시대라고 합니다. 코로나로 촉발된 디지털 변혁과 급속한 과학기술의 변화는 미래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한치도 예상할 수 없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래 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은 적응적 사고가 중요합니다. 즉, 배운 바를 다른 곳에 빨리 적용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수업에서 배운 과학지식을 어떻게 활용할지 늘 생각해야 합니다. 그다음 여럿이 모여 생각을 나누는 것이 협동하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학생들이 그런 활동을 많이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