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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시대의 과학교사 양성과 과학교사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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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화된 방식도 정답도 없다!

스스로 새로운 것 즐기고  함께 나누며 유연하게 성장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가속기를 달고 세상은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학교육은 그 혁명의 한가운데 서 있다. 미래를 이끌어갈 창의적 융합인재를 키워내는 일이 시급하다. 하지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4차 산업혁명은 이전 시대처럼 단순명료하지 않다. 교사가 가르쳐준 지식을 외워 명문 대학에 들어가고 대기업에 입사하던 과거의 성공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정해진 매뉴얼도 정답도 없다. 그렇다면 과학교사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지금 이 순간, 치열한 고민과 다양한 실험이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IT용어사전을 보면 “4차 산업혁명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차세대 산업혁명”으로 정의하고 있다. 신기술을 새롭게 융합해 세상에 없던 혁신을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인데, 앞으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위기와 기회, 불안과 희망이 공존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나름의 방식으로 즐겁게 혁신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을 만났다. 미래지향적 커리큘럼으로 교사들을 가르치는 서울교대 박일우 교수와 “내가 먼저 즐기고, 즐긴 것을 아이들과 함께하자”는 모토로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초·중등항공과학교육연구회 소속 교사들이 그 주인공이다.


미래지향적 교사 양성을 위해 융합 전공 운영하는 서울교대


서울교대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어 미래지향적 커리큘럼을 활 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특히 교육전문대학원 석사과정에 융합교육학을 개설해 초등통일교육, 환경·지속가능발전교육, 국제사회문화교육, 초등발명교육, 초등영재교육, 다문화, 교육연극, 박물관·미술관 교육, TESOL교육 등 새로운 융합 전공을 만들어 다양한 학문적 실험을 하고 있다. 그중 과학 교육 분야는 4차 산업혁명시대 교사양성을 위한 프런티어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과학의 발전 때문에 이루어진 겁니다. 컴퓨터 중에서도 정보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서 들어온 거죠. 앞으 로 인간이 루틴하게 했던 일은 기계로 대체 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은 좀 더 창의적인 일에서 미래 비전을 찾아야 해요. 완벽하게 프로그램을 짜서 할 수 있는 일은 인간이 기계를 이길 수 없어요. 기계를 바꾸고 새로운 것을 할 때, 보다 복잡한 것을 만들 때 인간이 필요하죠. 과학뿐 아니라 전체 분야가 이런 변화에 대처해야 합니다.” 

서울교대 박일우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급격한 변화에 대해 언급했다. 그가 수업 중에 최신과학을 많이 활용하고, 노벨상 수상자들의 업적과 교육과정을 연계하 는 이유도 이런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실제로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들은 노벨상과 깊은 관련이 있어요. LED는 2014년 노벨물리학상, 광통신은 2009년 노벨물리 학상, 리튬이온배터리는 올해 노벨화학상을 받았어요. 어떤 우여곡절을 통해 당대 최고의 발명품이 나왔는지, 발명 이후 우리 사 회는 어떻게 변화했는지, 이렇게 끝과 처음을 연결하면 창의적 연구가 됩니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생각할 수 있는 모티브가 되는 거죠.”
Blue LED 관련 수업을 예로 들어보자. ‘파란빛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을까’를 주제로 초등 6학년 실과의 LED 소개, 6학년 1학기 과학 렌즈의 이용 단원, 6학년 2학기 전기의 작용 단원과 연계해 설명한다. 그런 다음 전등의 역사와 특허, LED 특허, Blue LED의 구조와 원리, 빛의 합성과 분해, LED와 우리 주변의 광원, 1993년 Blue LED의 발명과 2014년 노벨물리학상, 1993년 이후에 없어진 것과 바뀐 것들, 1993년 이후에 새로 나타난 것들, 휴대전화/패드 화면 관찰하기, Blue LED가 바꾸어 놓은 농업, LED를 활용한 새로운 제품 구상하기, 3색 LED를 이용한 탐구 활동 등을 이어간다. 교과과정과 노벨상, 산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혁신적인 커리큘럼이다.


다양한 관점 배우는게 중요, 여유 있어야 창의성 꽃 피워


박 교수는 초등학교에서 과학 관련 과목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가르치고 소통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우선 학습 주체의 변화가 중요한 키워드다. 교사 주도적인 전통적 수업 방식에서 학생 주도적 교육체계로 바뀌고 있다. 교사는 이제 무엇을 가르칠까보다 어떻게 도와줄까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한다. 조력자의 역할이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다양한 관점과 방법이 필요해요. 그래야 새로운 것들이 나오고 새로운 발전을 할 수 있죠. 한 곳에만 몰려 있으면 새로운 기회가 왔을 때 나라 전체가 전혀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이 와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무엇보다 여러 사람에게 다양한 관점을 배우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그런 의미에서 한 명의 일타강사가 수십 만 명을 가르치는 주입식 인터넷강의는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오프라인에서 직접 대화하며 실시간 교감하는 아날로그 방식이 디지털 시대의 인재 양성에 더욱 효과적인 셈이다. 박 교수는 예전에 비해 창의적으로 수업 준비를 하는 교사가 줄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유인즉, 노력에 대한 보상이 없고 학생 관리에 많은 에너지를 쏟느라 교사들이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창의성은 여유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교사는 세계 최고 수준이에요. 그것은 바로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는 역량이 풍부하다는 의미죠. 예산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강조하는 교육 환경에서는 미래를 준비하기 어려워요. 교사들이 충분히 쉬고 놀아야 해요. 낭비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방식이니까요.”
교사가 학생을 위한 조력자 역할로 변화해야 하는 것처럼, 국가와 교육기관 역시 교사를 위한 조력자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사회에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다.




신나게 즐기고 아낌없이 나누는 항공과학교육연구회


11월 2일 토요일 오전 9시, 서울상도초등학교 4층 메이커교실은 프리스타일로 변신했다. 한쪽에선 신나게 드론 비행을 즐겼고, 드라이버로 LED등을 수리하거나 노트북으로 코딩을 하는 등 저마다 ‘잘놀고’ 있었다.
“초창기 고무동력기 글라이더 붐이 한창 일어났을 때, 비행기를 좋아하는 교사들이 즐거움을 공유하기 위해 만들었어요. 그냥 부담없이 즐기는 모임이죠. ‘내가 먼저 즐기고, 즐긴 것을 아이들과 함께하자’가 우리 연구회의 모토예요.”
서울상도초등학교 김상용 교사의 이야기다. 그는 서울초·중등항공과학교육연구회(이하 연구회)에서 17년간 몸담고 6년간 총무를 한 베테랑이다. 그의 말처럼, 연구회는 ‘자율성’과 ‘즐거움’이라는 양 날개를 달고 20년 넘게 비행을 해왔으며, 130여 개의 교과교육 연구팀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연구회는 1999년 항공 역학 및 항공기 제작 기법의 보급을 통한 항공과학교육 저변 확대를 위해 설립되었다. 초기에는 항공과 학대회를 준비하는 교사들의 자발적인 모임에서 시작해 드론 비행, 드론 영상촬영, 코딩드론, 로봇드론, 사물인터넷, 메이커교육, SW교육으로 관심 분야를 넓혀왔다. 현재 항공과학 관련 직무연수, 각종 대회 운영 및 항공과학 테마캠프, 서울과학축전 부스 운영, 서울메이커괴짜축제 부스 운영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회원들을 중심으로 각 학교에서 과학 관련 동아리 활동에 깊이 있게 참여하고 있다. 또 카페 항공과학연구실(https://cafe.naver.com/aerosciencelab)에서 최신 트렌드를 공유하고 지식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눈다. 현재 카페 회원 수는 1,900명에 근접했다. 중학교 자유학기제 교재, 메이커교육 교재 등 많은 책들도 썼다. 1999년부터 매년 3회씩 진행하고 있는 직무연수는 2010년부터 전국 단위로 확대해 지금까지 총 47회 실시했다. 바쁜 현직교사들이 이렇게 많은 활동을 해왔다니, 참으로 놀라웠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온전한 즐거움과 자율성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에서 유레카를 외쳤다.


작은 경험과 만족이 과학의 시작 교사가 잘 놀면 아이들도 따라와


오늘은 특별히 드론 군집비행 코딩을 배우기 위해 초등, 중등, 고등 교사가 한자리에 모였다. 멀리 전북 익산에서 경남 양산에서 올라온 이도 있었다. 교사들은 함께 즐기며 배운 지식을 아이들에게 다시 돌려주고, 그로 인해 아이들은 미래 인재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교실에서 강의할 때는 딴짓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3D펜이나 드론을 이용해서 코딩할 때는 2시간 내내 숨소리조차 안 들려요. 화장실도 안가요. 허접한데도 자기들끼리 박수치고 대단하다고 좋아해요. 우리는 대단한 결과물을 바라지만, 실제로 아이들은 이런 작은 만족을 통해 발전하거든요. 요새는 탐구토론대회, 자연관찰대회가 많은데 적어도 초등학생은 직접 만지고 날려야 행복해요. 그게 과학의 시작이거든요.”(서울 상도초 김상용 교사)
“경험이 모여 학습이 되고, 학습이 모여 지식이 되고 인생이 되잖아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다각도로 넓게 바라봤으면 좋겠고, 항상 중요한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활동한 덕분에 우리 학교 40여 개 자율동아리 중에서 항공과학교 육반만 유일하게 엄격한 심사를 통과했답니다.”(서울대청중 김영준 교사) “중학교에 있다가 고등학교로 옮겼는데, 드론이 좋아서 저를 따라온 학생들이 몇몇 있었어요. 그중에는 관련 분야를 살려 진로를 잘 선택한 아이도 있고, 중학교 때는 비행기에 푹 빠져 중간 정도 성적이었지만 고등학교에 간 후 집중력을 발휘해 성적도 올리고 각종 드론대회에서 입상하면서 명문대에 합격한 케이스도 있어요. 스스로 좋아서 하다 보니 교사가 알려준 것을 뛰어넘어 자기 나름대로 확장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죠.”(서울충현고 박일호 교사)
여러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연구회를 지속가능하게 이끌어온 즐거움과 자율성이 교육현장에서도 똑같이 구현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교사가 잘놀면 아이들은 신이 나서 저절로 따라온다. 억지로 끌고 갈 필요는 없다. 재미있는 경험은 자석처럼 아이들을 끌어 당겨 자연스럽게 행복한 미래로 이끌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카르페 디엠 (carpe di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