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과학과 과학교사의 아름다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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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교육은 미래 가능성에 대한 투자
지식 전달자 VS 호기심 부여자
미래, 미래과학, 미래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변화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어 미래는 더 불확실할 것이 틀림없다. 그러므로 내가 미래나 미래과학을 예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미래 과학교육의 방향과 과학교사의 역할에 대해서는 명확한 생각을 갖고 있다. 현재도 그러하지만 미래의 과학교육도 창의성에 기반해야 하며, 과학교사는 ‘지식 전달자’보다 ‘호기심 부여자’이어야 한다.
과학 기술은 중요하다
오늘날 전 세계는 가짜 뉴스로 홍역을 앓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구분하거나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세우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확증 편향에 의한 현상이라고 한다. 확증 편향이란 선입관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수용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것으로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을 말한다. 이럴 때일수록 사실에 근거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한데, 전 세계적으로 100만 부 이상이 팔린 『팩트풀니스』(FACTFUL NESS, 이창신 역)는 세상을 바르게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이 책에서는 세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13가지의 질문과 전 세계 사람들의 정답 분포를 제시하고 있다. 13가지의 질문 중 하나는 “오늘날 전 세계 1세 아동중 질병 예방접종을 받은 비율은 몇 퍼센트일까? ① 20% ② 50% ③ 80%”이다. 정답은 ③이다. 그러나 정답을 맞춘 비율은 20% 이하일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은 정답을 ①이라고 답한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인 한스 로슬링에 의해 설립된 ‘갭마 인더재단(GAPMINDER FOUNDATION)’의 홈페이지에는 있는 자료를 보면 세상의 변화를 좀 더 극적으로 볼 수 있다.
<도표1>에서 세로축은 기대수명(health), 가로축은 수입(wealth)이고, 물방울과 물방울의 크기는 나라와 나라의 인구 수를 나타낸다. 두 자료에서 볼 수 있듯이 나라별 차이는 있지만 과거 200년간 세상은 더 건강해지고 더 부유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변화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과학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과학기술이 산업화를 통해 물질적 풍요는 가져왔지만, 반대로 환경오염, 자원고갈, 부의 불평 등 심화 등으로 인해 인류가 더 불행해졌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그러나 과학기술은 부정적 영향보다 긍정적 영향이 컸다는 것이 사실이다. 과학기술은 과거에도 중요했고, 현재에도 중요하며, 미래에는 더 중요할 것이다. 세상을 사실에 근거하여 바라보자.
과학교육은 호기심이 중요하다
지난 10월 초 과학전시관에서 융합체험 마당과 관련하여 홍보기자단의 인터뷰 요청이 있었다. 초등학교 학생으로 구성된 기자단은 세종과학고와 과학교육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하였다. 인터뷰 질문 중에 “교장선생님은 과학을 좋아했는지요, 좋아했다면 동기가 무엇이었는지요?”라는 질문이 있었다. 아마 당연히 과학고 교장이니 과학을 좋아했을 것이라는 가정이 포함된 질문이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생각난 것은 “숯불에 바람을 불어 넣으면 불꽃이 더 잘 타오르는데 촛불에 바람을 불면 왜 꺼지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아주 어릴적 어떤 책에서 보았었는데, 답이 적힌 페이지가 없어 혼자서 답을 궁금해 하다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스스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기뻤다. 만일 답이 적힌 페이지가 있었다거나 인터넷을 통해 답을 검색할 수 있었다면 그러한 기쁨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열여섯 살 때 자신이 빛의 속도로 움직일 때 거울을 보면 자신의 얼굴이 거울에 비칠 것인지를 고민했고, 상대성 이론을 통해 그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다. 아인슈타인에게는 위 질문이 상대성 이론을 이끌어내는 동기가 되었고 답을 얻었을 때 무척 기뻤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질문에 비해 내가 가졌던 질문은 너무나 쉽고 단순한 것이어서 비교하는 것이 우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나의 질문은 내게 깨닫는 기쁨을 가져다 주었고, 과학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갖도록 해 주었다. 깨닫는 기쁨의 대소나 질문의 수준을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
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다 보면 과학적 지식을 잘 전달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아마 학생들은 그러한 선생님을 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호기심이다. 호기심은 지식을 생산하는 동기가 되고, 깨닫는 기쁨을 줄 수 있다. 물론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식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식은 호기심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을 살리는 것에 한하여 의미가 있다. 스스로 질문해 보자. 나는 학생들에게 지식을 주는가, 아니면 호기심을 주는가?
공부는 중요하다. 미래에는 더욱더
나는 종종 미래가 과연 결정되어 있는지를 궁금해 한다. 1814년에 발행된 프랑스의 수학자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1749~1827)의 에세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우주에 있는 모든 원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알고 있는 존재가 있다면, 이것은 뉴턴의 운동법칙을 이용해 과거, 현재의 모든 현상을 설명해 주고 미래까지 예언할 수 있다.” 뉴톤 역학에 토대를 둔 결정론에 따른 것으로 불확정성의 원리를 기반으로 하는 현대의양 자역학적 세계관에서는 부정되는 개념이다.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보면 미래는 결정되어 있지 않다. 결정되지 않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경향성을 보였고, 그 경향성에 기대어 미래를 어느 정도 추론하는 것은 가능하다. 미국 근로자의 임금변화 그래프를 보자.
<도표2>의 그래프는 1963년부터 미국 임금근로자의 임금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이 그래프를 보면 저학력자보다 고학력자의 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자들은 기술의 발전이 고숙련자(고학력자)의 수요를 증가시킨데 비해 고숙련자의 공급은 부족하여 임금이 상승한다는 ‘숙련편향적 기술진보(Skill Biased Technological Change ; SBTC)’라는 이론으로 이러한 현상을 설명한다. 이러한 추세가 미래에도 적용된다면 고소득자가 되려면 일단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나는 학생들에게 “여러분이 고임금을 받고 싶다면 공부를 많이 하라. 그리고 사회에 기여하라.”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는 공부의 의미를 가능성에서 찾는다. 우리가 태어났을 때 가능성은 무한대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가능성은 점차 줄어들고 마침내 죽을 때 가능성은 0으로 수렴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줄어드는 가능성을 유지하거나 확대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나는 공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또 말한다. “여러분의 가능성을 확대하고 싶다면 공부 해라. ”공부는 과거에도 필요했고 현재에도 필요하며 미래에는 더 필요하다. 교육은 가능성에 대한 투자이고, 교사는 학생의 가능성을 실현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존재이어야 한다. 그리고 교사 또한 스스로 가능성을 키워가야 한다. 공부를 통해.
홍경희 선생님은 한성과학고의 물리교사, 서울시교육청 영재교육 담당 장학사, 신목고등학교 교감 등을 거쳐 현재 세종과학고 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아울러 숭실대학교 융합영재전공 겸임 교수와 중앙영재교육진흥위원회 위원으로 과학교육, 영재교육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