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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4) 특별좌담 · K-STEM의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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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좌담 · K-STEM의 길을 묻다


‘길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것’
학습 취약 학생 포용, 인프라 보완과 함께 교육 공동체의 공감대 형성 필요


우리나라 STEM 교육은 그동안 주로 영재 교육이나 특별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되며, 모든 학생을 포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K-STEM은 이러한 한계를 넘어, 정책적 지원을 통해 학교 현장의 교육 활동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분리되어 운영되던 수학교육과 과학교육 체계를 넘어 융합 중심 교육을 실현하려는 시도이다. 서울시교육청은 K-STEM을 “AI와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는 시대에 맞춰, 서울시에서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STEM 교육 정책”이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새로운 정책이 학교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실행 방안, 학교와 교사의 준비, 그리고 교육 공동체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이에 오늘 좌담회에서는 ‘K-STEM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K-STEM 교육의 필요성과 효과, 현장 적용 사례, 실천 과제와 향후 발전 방향을 함께 논의하고자 한다.


 일   시┃2025년 11월 4일 오후 3시

 장   소┃서울특별시교육청융합과학교육원 회의실

 사   회┃이인순 편집위원장(도봉중학교 교감)

 참석자┃손연아(단국대학교 과학교육과 교수) 노창균(서울특별시교육청 장학사)

조수경(한국과학창의재단 선임연구원) 안성민(동부수학과학융합교육센터 파견교사) 김수연(서울면일초등학교 교사)


수학, 과학, 국어, 진로 교육을 아우르는
한국형 STEM 교육 모델, K-STEM


사회자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정책 차원에서 K-STEM, 즉 한국형 STEM 교육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실 STEM이라는 개념은 이미 2000년대 국내에 소개돼, STEM/STEAM 교육이 정책과 학교 현장 속에 어느 정도 뿌리를 내려왔는데요.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왜 K-STEM을 새롭게 논의해야 하는지, 또 여러분이 생각하는 K-STEM은 무엇인지 먼저 들어보고 싶습니다.


노창균  원래 STEM은 이공계 학생들을 위한 종합적인 교육 체계를 의미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STEAM에서 A(Arts)가 빠진 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종종 들립니다. 해외에서는 STEAM 교육과 함께 융합적 사고와 창의성을 강조하는데요, 서울시교육청도 ‘2022 개정 교육과정’과 함께 ‘학교 STEAM 교육 내실화’라는 국정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중에 K-STEM은 수학, 과학, 그리고 국어를 융합하고, 이공계 진로 교육을 함께 아우르는 체제입니다. 이를 통해 한국형 STEM 교육의 모델을 만들려는 거죠.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K-STEM은 수학·과학 교과 교육뿐만 아니라 진로 교육(특히 이공계 중심), 그리고 융합 교육까지 모두 포괄하는 상위 개념입니다. 결국, 이 정책의 목표는 AI 시대에 필요한 창의적 문제 해결력과 융합적 사고를 기를 수 있는 학생을 양성하는 데 있습니다.


김수연  초등학교는 교과서 자체가 융합형이에요. 과학 교과의 도입이나 마무리 차시에 다양한 융합 활동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20여 년 동안 초등학교 현장에는 STEAM 교육이 비교적 깊게 자리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이름이 K-STEM으로 바뀐 것을 보며, ‘A(Arts)’가 빠진 이유가 예술적 요소의 비중을 조금 줄이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초등 융합 교육을 보면, 산출물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예술 활동에 비중이 커지고, 그 과정에서 과학의 본질이 다소 약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K-STEM은 이러한 점을 보완해, 과학의 본질에 좀 더 충실한 과학 중심의 융합 교육을 지향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안성민  중학교의 STEAM 수업은 주로 동료 교사 간 협력 수업,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나 방과후 프로그램 형태로 진행됩니다. 문제는 STEAM 교육을 정규 수업으로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가장 큰 제약은 교과 간 분리 구조입니다. 어느 교과가 평가를 맡아야 하는지, 누가 주도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으니, 협력 수업을 하더라도 서로 눈치를 보는 거죠. 이런 부분을 조정해, 한 교과가 주도하기보다 두 개 이상의 교과가 함께 기획하고 운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수경  우리나라는 5년마다 과학·수학·정보·융합교육 진흥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합니다. 올해는 5차 과학교육 종합계획이 실행되는 첫 해인데, 제가 살펴보니 온·오프라인 연계를 통해 시공간 제약 없는 탐구 환경을 조성하는 것과, AI·디지털 도구 기반의 융합 학습 환경을 확장하는 것으로 정리되는 것 같습니다. 또,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AI 기반의 맞춤형 학습 지원으로 학생 개개인의 성장을 돕는 것입니다. 과학·수학 탐구역량은 미래 사회의 핵심 역량이기에 더욱 정교한 학습 지원이 필요합니다. 수학처럼 정답이 있고 위계가 명확한 지식도 중요하고, 과학 탐구처럼 실패 경험이 의미 있고 정답이 하나로 정해지지 않은 학습 역시 중요합니다. 이런 다양한 학습이 인공지능을 통해 보다 정교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저희 과학창의재단에서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K-STEM은 한국 교육의 고유한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둔 정책이어야 합니다. 높은 성취에도 낮은 흥미와 자신감을 보이는 현실을 개선하고, 학생들이 과학과 수학을 즐기며 배우는 경험을 확산시켜야 합니다.


손연아  저는 사범대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의 대전환’을 이야기할 때, 학습자와 교수자의 개념이 달라져야 한다고 늘 강조합니다. 예전에는 ‘많이 아는 교수자’가 ‘모르는 학습자’에게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했지만, 이제는 학습자 스스로 도전적으로 지식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교수자와 학습자는 함께 지식을 생산하는 동료로서의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결국, K-STEM은 두 가지 방향을 제시합니다. 하나는 AI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에 대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복잡한 사회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학생을 기르기 위한 것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러한 비전을 담아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인순│편집위원장
이인순│편집위원장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과학이 공학·수학·기술과 연대는 전략적인 선택이며,
어쩌면 K-STEM이 그 해답에 가장 근접한 시도일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는 이인순 편집위원장

손연아│단국대학교 과학교육과

교수 복잡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K-STEM 교육을 위해, 대학·교육청·지자체가 참여하는

지역사회 기반의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손연아 교수

 

노창균│서울특별시교육청 장학사

K-STEM은 AI 시대에 필요한 창의적 문제 해결력과 융합적 사고를 기를 수 있는 학생을 양성하는 데 목표가 있다고 밝힌 노창균 장학사


STEM·STEAM 교육 도입 10여 년,
지속 가능한 융합교육의 길을 모색할 때


사회자  우리는 이미 2010년대부터 융합적 사고와 문제 해결력을 강조하면서 STEM·STEAM 교육을 꾸준히 강조해왔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STEM·STEAM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안성민  K-STEM이 지향하는 방향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학교 현장은 아직 교과가 분리되어 있고, 협업이 교사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뜻이 맞는 교사들끼리 자율적으로 연구 과제나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정도예요. 그러다 보니 주기적으로 꾸준히 운영하기가 어려워요. 그럼에도 저는 가능성을 봅니다. 교사들이 이미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교수 방법 역시 시대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를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실행 방법의 명확화, 그리고 교사의 자율성과 능동성이 함께 작동해야 합니다. 이런 체계가 마련된다면, 현장은 훨씬 안정적으로 변화의 방향을 추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수연  초등학교의 경우 과학 교과를 5~6학년은 전담 교사가 맡고, 3~4학년은 담임교사가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두 방식에는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전담 교사는 전문성을 살려 깊이 있는 탐구 수업을 운영할 수 있지만, 다른 교과와의 연계는 다소 어렵습니다. 반면 담임교사가 모든 교과를 맡는 3~4학년은 융합 수업이 용이하지만, 과학 교과의 전문성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습니다. 최근 교원 정원 감축으로 5~6학년도 담임교사가 과학수업을 맡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학년으로 갈수록 실험 도구가 복잡해지고 실험실 사용이 필수적인데, 담임교사 입장에서는 실험실 수업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학생들이 실험실에서 직접 탐구할 기회가 줄어드는 상황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이 초등 현장에서 STEAM 교육을 운영하며 가장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노창균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져 온 STEAM 교육은 산출물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주로 과학이나 예술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수학이나 기술·공학 분야가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면이 있었죠. 이번 K-STEM은 겉으로는 ‘A(Arts)’가 빠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존의 STEAM을 아우르면서도 방향을 조금 다르게 잡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학문 간의 단순한 병렬적 결합, 즉 결과물 중심의 수평적 융합이었다면, 이제는 교과 내의 내용을 중심으로 한 수직적 구조가 함께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내건 슬로건 ‘기초부터 심화까지, 학년부터 역량까지’도 그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실 K-STEM이라고 해서 STEAM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닙니다. 내년에도 STEAM 교육은 국정 과제의 하나로 계속 추진됩니다. 서울시에서는 올해보다 더 많은 학교에서 STEAM 클럽을 확대 운영할 예정입니다. 이런 점에서 저희는 STEAM 교육을 소홀히 하지 않고, 정책적으로 내실 있게 이어갈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조수경  저희 기관이 추진하는 사업 중 하나인 지능형 과학실은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해 학생들이 탐구 중심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가변형 과학실입니다. 이 공간에서는 학생들이 콘텐츠 기반으로 개별 학습을 하거나, 협력적으로 실험·탐구를 수행하고, 창작과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지능형 과학실 온라인 플랫폼(지능형 과학실 ON)에서는 학생이 다양한 센서를 활용하여 데이터를 수집하면 플랫폼에 데이터가 연동되어 시각화, 분석할 수 있고, 보고서 작성 시 학생의 그래프, 표 등의 과학탐구 산출물을 쉽게 반영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공데이터를 제공하는 포털들과 연동하여, 지능형 과학실 ON에서 교육과정 연계된 공공데이터를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수집된 탐구 데이터와 보고서는 교사가 실시간 피드백을 주는 근거가 되고, 플랫폼에 학생의 탐구 이력이 누적되기 때문에 초등부터 고등까지의 과학탐구 결과물은 진로탐색을 위한 좋은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현장을 방문해 보니, 학생들이 태블릿을 능숙하게 다루며 가상 시뮬레이션 실험 → 실물 실험 → 보고서 제출 → 교사 피드백 순으로 학습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수업 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디지털 활용 능력과 탐구 역량이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손연아  저희 사범대학의 과 이름이 ‘과학교육과’입니다. 생물교육과나 물리교육과처럼 세분화된 이름이 아니에요. 이름 자체에서 통합과학 중심이라는 걸 강조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희 과에서는 학생들이 교사 자격증을 두 개 취득하도록 유도합니다. 하나는 생물이나 물리 교사 자격증이고, 또 하나는 통합과학 교사 자격증이에요. 현재 STEAM 교육이나 통합과학교육이 커리큘럼 안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들어와 있습니다. 요즘에 저희가 강조하는 것은 AI·디지털 활용 기반의 과학교육, 또 하나는 지역사회와 연계한 문제 해결 중심 교육이에요. 관련 교과목으로는 통합과학교육의 실제, 지속가능발전과 과학교육, 과학탐구의 실제 같은 것들이 있고요. 아마 다른 사범대학도 비슷하겠지만, 저희는 특히 통합적이고 융합적인 접근을 굉장히 강조하면서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STEAM 교육이 예비교사 양성 과정에서 이미 10년 넘게 자리 잡은 만큼, 학생들도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조수경│한국과학창의재단 선임연구원
K-STEM이 AI 기반 맞춤형 학습 지원과 글로벌 협력 확대를
통해 학생의 탐구력과 자아효능감을 키워야 한다고 제안
하는 조수경 연구원

안성민│동부수학과학융합교육센터 파견교사

K-STEM은 STEAM의 한계를 넘어 교과 간 수직적 융합 구조를 도입하여 학년별 역량 중심의 연계 교육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안성민 교사

 

김수연│서울면일초등학교 교사

K-STEM이 초등학교 현장에서 과학의 본질에 충실한 과학 중심 융합교육으로 발전하길 바라며, 인프라 격차 해소와 교사 체험형 연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김수연 교사


학습 취약 학생을 포용하는
K-STEM 정책 필요


사회자  현재 서울시교육청에서는 K-STEM Bank나 수학·과학·융합교육센터와 같은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현장에서 어떤 효과를 내고 있는지 현장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노창균  일단 저희가 진행하는 일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올해 수학·과학융합교육센터를 4개 개설했습니다. 서울시교육지원청 11개 중 현재 4개가 운영 중이고, 내년에 4개를 추가로 개소할 예정입니다. 이 센터를 중심으로 체험·탐구 중심 수업 캠프, 학부모 특강, 교원 연수 등을 함께 진행하면서, 각 학교의 여건에 맞는 K-STEM 모델을 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K-STEM Bank를 준비 중이에요. 서울 전역의 학교들이 수학, 과학, 소프트웨어 관련 교구나 장비를 상호 대여·공유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려는 겁니다. 학교마다 보유한 자원이 다르다 보니, 이런 K-STEM Bank를 통해 학교 간 자원 격차를 줄이고 공유 기반의 생태계를 만들고자 합니다.

또 하나는 STEAM 클럽 운영입니다. 올해 서울에서 약 33개 클럽이 운영 중인데,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실생활 문제를 탐구하고 교과와 연계해 해결하는 융합 활동 중심 동아리예요. 내년에는 이 클럽을 200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런 동아리형 활동이야말로 학생 주도형 K-STEM 교육의 핵심 문화이자 중요한 기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김수연  초등학교에서는 수학·과학·융합교육센터 운영이 가장 체감이 큽니다. 초등교사 한 명이 모든 과목에 대한 전문가이기는 어렵잖아요. 그러다 보니 수학이나 과학에 특별한 관심이 있거나 더 심화된 학습을 원하는 학생들의 요구를 교실 내에서 모두 충족하기는 쉽지 않아요. 그런 부분을 이런 교육센터가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사업이 ‘융합과학 봄봄봄 축제’인데요. 봄에 과학의 날과 연계해서 진행하는 행사로, 학부모님들도 좋아하시고 아이들도 정말 즐거워합니다. 학교에서는 안내만 하면 되기 때문에 업무 부담이 적고, 학생들은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습니다. 학교 입장에서는 ‘찾아가는 수업’ 같은 프로그램을 선호합니다. 선생님들이 직접 학교로 와서 수업을 진행해 주시니까 학교에서는 업무 부담이 적어요. 학생도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다만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이 한 번의 수업으로 끝나지 않고, 교사들끼리 학교 내에서 자료와 프로그램을 공유해 확산시킬 수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안성민  올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응을 직접 들을 기회가 많았는데요. 확실히 학년별, 학교별로 반응이 매우 달랐습니다. 예를 들어 여름 캠프 때는 초등 저학년은 한 프로그램에 500명 가까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지만, 고등학생은 미달이 날 정도로 참여율이 낮았습니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입시 부담 때문에 참여가 어려운 상황이 아쉬웠습니다. 또 저학년 학생들은 참여 의지가 높지만, 사용할 수 있는 교구가 부족하고 이를 지도할 수 있는 교사 인력도 많지 않습니다. 선생님들이 주로 선호하는 학년이 5~6학년, 중1 정도이다 보니, 저학년을 위한 프로그램과 환경 조성이 더 필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홍보 부족과 정보 접근성의 격차였습니다. 정보력이 있는 학부모들이 먼저 찾아오다 보니, 정작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 즉 교육에서 조금 멀어진 아이들이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방향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잘하는 학생들은 다양한 기회를 통해 더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다가가고 그들을 포용하는 정책 방향이야말로 국가 교육력의 원동력을 높이는 핵심이라고 봅니다.


조수경  저도 학력 미달 학생들을 연구하면서, 초등 고학년이나 중학교 저학년 시기에 더 깊이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예전에 재단에서 기초학력 향상과 소외계층 학생의 과학 탐구를 돕는 ‘사제동행 프로젝트’를 운영했는데, 성과 공유 자리에서 따뜻한 사례들이 정말 많았거든요. 이런 지원이 장학사님이 말씀하신 수학·과학·융합교육센터 사업과 잘 연결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 재단도 전국 단위 교사 협의체를 운영하면서 수업 자료를 개발·공유하고 있고, 학교 현장에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강조하는 과학탐구 수업이 안착할 수 있도록 선도학교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스타브릿지 센터’ 사업은 교사들이 실제 대학의 연구실에 참여해 최신 연구를 직접 경험하고, 그 성과를 수업 자료로 개발해 학교 현장에 확산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과학키움캠프’는 학생들이 대학이나 연구소를 방문해 실제 연구 환경을 체험하고, 과학자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입니다. 단순 견학이 아니라 학생들이 실험과 탐구 활동에 직접 참여하면서 과학의 흥미와 진로 의식을 키우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지역에서는 ‘탐구 맛집’처럼 우수한 수업을 찾아가 배우는 연수도 운영 중인데요. 이런 다양한 시도가 현장에서 실제 변화로 이어지는 점이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손연아  제가 단국대학교 부설 통합과학교육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데요. 수학과 과학이 가진 위계적인 개념 구조를 교육적으로 어떻게 학생들에게 의미 있게 전달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사실 과학자들이 만들어 놓은 지식의 구조를 그대로 전달한다고 해서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지는 않잖아요. 실제적이고 경험적인 지식구조가 중요합니다. 그 실천 방안으로, 용인 지역에서 ‘사범대학–교육청–지자체–기업(SK)이 함께하는 교육 네트워크를 구축해 ‘서비스 러닝(Service Learning)’ 기반 수업 모델을 운영했습니다. 예비교사들이 중학교로 가서 학생들과 지역의 문제를 함께 탐구하는 방식입니다. 중학생들이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지역 어르신의 건강 문제나 교통 신호 개선 같은 실제 문제를 다루며 과학적 지식과 탐구 방법을 접목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자(경찰관, 의사, 어르신 등)를 직접 인터뷰하고,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학기 말에는 학생이 주도적으로 발표했고, 지역에서도 반응이 매우 좋았습니다. 이 사례는 이후 ‘용인 마을교육 프로젝트’로 발전해 3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수학과 과학교육은 단순히 어려운 개념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신의 삶과 지역의 문제 속에서 스스로 지식을 구성하도록 돕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학업에 취약하거나 문과적 성향이 강한 학생들도 포용할 수 있는 교육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K-STEM의 안착을 위한
학교–대학–교육청 간 협력 거버넌스 구축


사회자  K-STEM이 실제 교육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원이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서울 전체 학교 현장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앞으로 어떤 과제가 해결되어야 할까요? 각자의 시각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점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손연아  네, 저는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먼저, K-STEM의 이론적 기반이 정립돼야 합니다. 새로운 교육 방향을 제시하려면 탄탄한 이론이 필요합니다. 그 위에서 교수·학습 프로그램도 설계하고, 교사 연수도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겠죠. 두 번째는, 지역사회 기반의 교육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해요. 특정 기관이나 센터 중심으로만 운영되기보다, 지역의 지자체·기업·교육청이 함께 참여하는 클러스터형 협력 구조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수학과 과학을 배우는 게 즐겁다”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대학생 ‘환경교육단’을 운영하며 지역 학교와 협력해 환경·과학·융합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기후 행동과 사회적 책임 활동에 참여하면서, 학습이 실제 삶과 연결된다는 것을 직접 체험하고 있죠. 이런 경험은 지역사회와 교육이 함께 성장하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교육은 사회적 책임과 학습의 의미를 함께 경험하도록 설계돼야 합니다. 특정 기관이 주도하는 일방향적 사업보다는, 여러 주체가 협력해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조수경  저는 조금 더 실천적인 관점에서 말씀드리고 싶어요. K-STEM이 서울시 전체 학교 현장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먼저 디지털 인프라와 공유 체계 구축이 중요합니다.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교구나 장비를 ‘대량 구매–대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협력 구조로 바꾸는 게 필요합니다. 교사와 기관이 자발적으로 자원을 공유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방향이 더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는 AI 기반 학습 플랫폼의 고도화입니다. 교사는 학생의 탐구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해 과정 중심의 피드백을 제공하고, 학생은 AI를 통해 개별화된 학습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자기주도적 탐구력과 자아효능감을 키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협력 확대입니다. 서울시는 이미 ‘지능형 과학실 ON’을 통해 해외 한국학교 학생들과 공동 탐구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인프라를 바탕으로 교사·학생·기관이 함께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해 K-STEM의 방향성을 더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K-STEM은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이론과 실천이 선순환하는 구조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창균  저희는 보통 5년 단위의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데, 서울시교육청이 2026년부터 2030년까지의 수학·과학·융합교육 중장기 계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K-STEM 관련 내용도 보다 구체화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원이 수업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는 환경 조성입니다. 이를 위해 교원 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회나 사례 확산, 학습공동체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사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책적 지원과 전문가 집단의 연계, 그리고 학교–대학–교육청 간의 협력 거버넌스가 함께 구축되어야 합니다. 저희도 이러한 연계와 지원 체계를 강화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김수연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학교 간 인프라 격차입니다. 어떤 학교는 전자현미경까지 있지만, 어떤 학교는 기본적인 광학 현미경조차 모둠 수대로 갖추지 못한 경우도 많아요. 이런 차이는 단순한 예산 문제가 아니라 교구 관리의 전문성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과학부장이 과학 전공자가 아닌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교구 표준안이 조금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되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광학 현미경은 최소 몇 배율 이상이라든지, 교과서 실험 기준에 맞춘 세부 안내가 필요합니다. 또한 ‘지능형 과학실’이나 ‘K-STEM 뱅크’ 같은 정책은 현장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교구나 데이터를 학교 간에 공유할 수 있다면 선생님들이 훨씬 수월하게 탐구 수업을 운영하실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교사의 과학수업 경험 확대가 중요합니다. 선생님이 직접 체험해 본 수업일수록 학생들에게도 재미있게 전달되거든요. 그래서 접근성이 높은 찾아가는 연수나 체험형 연수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안성민  현장에서는 일반 수업과 STEAM 수업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대부분 일반 수업을 택합니다. STEAM 수업은 익숙하지도 않은 데다, 귀찮고 어려운 과제들을 먼저 해결해야 하거든요. 그럼에도 STEAM 교육이 유지되고 있는 건 의지가 강한 선생님들이 연수에 참여하고,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세 가지 과제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첫째, 교구의 안정적 확보입니다. 실험과 탐구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기자재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둘째, 현장 교사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파할 수 있는 연수 체계입니다. 직접 해본 선생님들의 수업 사례를 공유해야 합니다. 셋째, 홍보의 강화입니다. 현장에는 이미 좋은 사업들이 많은데, 잘 알려지지 않아 참여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문만으로는 부족하니, 더 다양한 방식으로 교사들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습니다. 중요한 건 “STEAM 수업이 어렵지만 해볼 만하다.”는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런 기반을 선도적으로 마련한다면, 다른 교육청으로도 좋은 모델이 확산될 거로 생각합니다.


K-STEM이 서울교육의 미래를 여는
핵심 정책으로 자리잡기를


사회자  지금까지 ‘K-STEM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토론 주제와 관련해 짧게 마무리 발언을 부탁드립니다.


안성민  저는 “길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지금 K-STEM의 길이 아직 명확히 열리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함께 잘 만들어간다면 그 길을 따라 다른 분들도 자연스럽게 걸어오실 거라 믿습니다.


김수연  결국, 핵심은 교실 안에서 교사의 주도성이 얼마나 발휘되느냐라고 생각합니다. 교사들이 과학수업을 즐겁고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현장을 지원하는 분들의 관심과 지원이 계속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노창균  저도 교사로 있다가 정책을 만드는 입장이다 보니, 현장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K-STEM처럼 처음 길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지만, 그 노력이 학생 한두 명에게라도 도움이 된다면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잘 듣고, 정책이 효과적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교육청에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조수경  오늘 정말 시의적절한 주제로 다양한 관점을 나눌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서울시의 지능형 과학실 구축과 같은 사례는 전국 확산의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저희 한국과학창의재단도 서울시교육청의 이런 노력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하겠습니다.


손연아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융합할 것인가”를 넘어, “무엇을 위해 융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K-STEM이 서울교육의 미래를 여는 핵심 정책으로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 사범대학에서 예비교사를 양성하는 사람으로서 융합형 과학 교사 양성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사회자  지금까지 ‘K-STEM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현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늘 묻지만, 교육은 현재의 필요를 넘어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을 위한 요구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처럼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는, 교사들이 ‘무엇이 필요한가’를 고민할 여유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죠. 이런 시기에 과학이 공학·수학·기술과 연대하는 것은 매우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봅니다. 각 영역이 협력할 때 훨씬 큰 시너지가 생기니까요. 앞서 교사 주도성 이야기가 나왔는데, 교사가 주도성을 가지고 ‘완벽하게 구조화된 비구조화 학습 환경’을 설계해야 학생들이 스스로 필요한 것을 선택하고, 주도적으로 탐구하며, 미래에 필요한 역량을 구성하고 해결해 가는 학습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렵지만, 어쩌면 K-STEM이 그 해답에 가장 근접한 시도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이 자리가 그 가능성을 함께 확인하고, 앞으로의 길을 함께 모색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늦은 시간까지 밀도 있는 토론을 나눠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난 11월 4일 서울특별시교육청융합과학교육원 회의실에서 ‘K-STEM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특별 좌담이 열렸다. 참석자들은 K-STEM 교육의 필요성과 현장 적용 방안, 그리고 미래 과학교육의 방향성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