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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3) K-STEM 교육 우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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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TEM 교육 우수 사례

미래 향한 지속가능 K-STEM 교육 모색

교과 간 경계 낮추고 탐구적 학습 경험, 스스로 삶 설계하고 더 나은 사회 지향


AI와 디지털 기술이 일상 깊숙이 스며든 지금, 학생들은 더이상 하나의 교과 속에서만 배움을 완성하기 어렵다. 여러 개념을 연결하며 탐구하는 능력이 중요해지면서, 학교 현장에서도 융합교육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커져 왔다.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K-STEM 교육(수학·과학융합교육)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 수학과 과학을 중심으로 교과 간 경계를 낮추고 탐구적 학습 경험을 강화하려는 새로운 교육 체제다.


STEM 또는 STEAM 교육은 20여 년 전 우리 교육에 소개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자리 잡아왔다. 그러나 해외에서 제시한 STEM 중심의 접근만으로는 우리 교육과정의 구조나 교실의 실제 상황을 충분히 담아내기 어려웠다. 자연스럽게 ‘한국의 교육 맥락을 반영한 융합교육 모델’에 대한 요청이 꾸준히 이어졌고, 이러한 요구 속에서 제안된 것이 한국형 융합교육 K-STEM이다. 

이는 기존 STEM을 단순히 확장한 개념이 아니라, 우리 교육과정의 흐름과 학생의 학습 경험을 고려해 재구성된 융합 체제다. 수학과 과학을 중심축으로 하되 탐구 과정에서 필요한 다양한 교과 경험을 함께 엮어내며, 학생의 탐구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배움의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둔다. 중요한 것은 교과의 결합 그 자체가 아니라, 각 교과의 사고방식이 학생의 문제 해결 과정 속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하도록 돕는 일이다.


여기에서 소개할 초·중등의 수업 사례는 이러한 K-STEM의 방향성을 실제 수업에서 구현하는 의미 있는 실천들이다.


VR·AI로 구현하는 실감형 STEM 수업 현장

서울길원초 최섭 교사·용답초 김상우 교사


서울길원초등학교 과학실, VR 헤드셋을 착용한 학생들은 연못 속을 헤엄치며 부레옥잠 뿌리를 살펴보거나, 소화기관 속에서 적혈구가 되어 혈관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바닷속 생태계를 탐험한다. 그 순간 교과서는 ‘읽는 것’에서 ‘체험하는 것’으로 전환된다.


이러한 수업을 함께 기획한 사람은 서울길원초등학교 최섭 교사와 서울용답초등학교 김상우 교사다. XR교육을 연구한 최 교사와 융합교육에 관심이 많은 2년 차 신임인 김 교사가 만난 곳은 ‘XR메타버스교사협회’였다. 자연스럽게 그들은 5학년 ‘생물과 환경’ 단원을 실감형 STEAM 수업으로 재구성했다.


“STEM 수업을 짤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건 학습 주제와 무엇을 ‘중심’에 둘지 정하는 일입니다. 저는 해양 생태계를 바탕으로 미세플라스틱과 해양오염, 생물 농축까지 함께 다루고 싶었어요. 최섭 선생님과 논의하면서 ‘기술 중심의 융합적 접근’을 하자고 생각했어요.”


수업은 총 8차시로 구성됐다. 1차시에서는 바다 생태계의 기본 요소를 익히고, 2차시에서는 먹이사슬과 먹이그물 등 생물 간 상호작용을 탐구한다. 3차시에는 SUNO AI를 활용해 생태계를 주제로 한 노래를 제작하고, 4~5차시에는 VR 멀티브러시와 Luma AI로 바다 생태계를 3차원으로 시각화한다. 6차시에는 그래비티 스케치로 먹이사슬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7차시에는 크롬북으로 생태계 평형 개념을 정리한다. 마지막 8차시에는 Cospaces 시뮬레이션을 통해 생태계 평형 유지의 메커니즘을 체험적으로 이해한다.


김 교사는 이렇게 다양한 기자재를 활용하는 “과학과 음악, 미술이 자연스럽게 융합된다”고 말한다. 학생들은 AI로 만든 미세플라스틱 노래를 들으며 뿌듯해했고, 환경 문제를 다시 생각했다. 무엇보다 가상현실 속에서 직접 경험을 통해서 체험하는 효과를 불러오기 때문에 몰입도가 크다. 실제로 수업 이후에 수업에 대한 흥미는 물론 개념 이해가 크게 올랐다.


“아이들이 직접 그린 플랑크톤이 실제 크기로 나타나니까 ‘과학이 제일 싫다’던 친구들도 그날만큼은 끝까지 하고 싶어 했습니다.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태도 검사에서도 ‘심각하다’ 응답이 61%에서 89%로 올랐어요.”


학생이 콘텐츠 제작자가 되는 수업


VR은 다른 단원에서도 강력한 학습 경험을 제공한다. 최섭 교사는 이미 4년째 매 단원마다 최소 1~2차시를 VR·AR로 진행한다. 그가 직접 Unity로 개발한 ‘Body Exploration’ 앱을 쓰면 6학년 아이들은 음식물 입장이 되어 소화 과정을 온몸으로 겪는다. 4학년 ‘식물의 생활’ 단원에서는 부레옥잠 내부를 100배로 확대해 들어가고, 선인장 속 수분 저장 조직을 직접 만져 본다. 이러한 방식은 학생에게 단순한 설명보다 훨씬 압축된 학습 경험을 제공하고, 수업 의도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구현하도록 돕는다.


두 교사가 강조하는 VR·AI 기반 STEM의 핵심은 ‘학생이 만드는 수업’이다. 특히 DelightX 플랫폼은 교사뿐 아니라 학생도 쉽게 3D 공간을 구성할 수 있어, 학습자 스스로 콘텐츠 제작자가 되도록 돕는다.


최 교사는 “아이들이 직접 만들면 주인의식이 생긴다”며, 동아리에서 점심시간마다 모여 가상 공간을 구현하던 학생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실제로 ‘생물과 환경’ 수업을 받았던 학생들이 DelightX를 활용해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고래 배 속을 탐험하는 영상’을 제작했고, 그 작품으로 서울시 경진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실감형 기술이 새로운 기회를 열어 주는 건 분명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어요.” 두 교사는 공통적으로 기술 의존이나 정보 왜곡, 장시간 사용에 따른 피로감 등을 예로 들었다. “그래서 콘텐츠의 정확성을 계속 검증해야 하고, 아이들이 기술에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현장에서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여전히 크다. 김 교사가 소속된 용답초에는 VR 헤드셋이 한 대도 없어, 최섭 교사에게 기기를 빌려야 했다. 김 교사는 고가의 장비를 다량 빌릴 수 있는 환경이 되기 때문에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익숙하지 않은 기기를 다뤄야하는 부담, 장비 관리에 부담 등 현실적인 제약이 적지 않다.


현재 최섭 교사는 ‘XR 가상융합 학교 자율 교육과정’을 연구팀과 함께 개발 중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학교 자율 시간을 활용해 정규 교과로 편성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김상우 교사는 “기술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더 많은 교사가 쉽게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학과 기술 교과 간 벽을 허문 팀티칭 수업

서울과학고 심영훈 교사·번동중 백예슬 교사

앞서 VR·AI 기반 STEAM 수업이 실감형 경험을 중심으로 ‘탐험하며 배우는 방식’이었다면, 서울과학고 심영훈 교사와 번동중 백예슬 교사의 수학–기술을 연계한 STEM 수업은 문제 정의와 모델링에 기반한 ‘배운 것을 삶과 연계하여 적용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심영훈 교사가 번동중학교에 재직하던 시절, 교원학습공동체 일원으로서 교과 간 장벽을 넘는 수업 가능성을 함께 모색했다. 기후·환경 문제를 STEM 관점으로 다루기 위해 심영훈 교사와 백예슬 교사는 수학과 기술을 연계한 프로젝트 수업을 공동 설계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강조하는 생태전환교육을 교과의 경계 안에만 머물지 않게 확장하고자 한 것이다.


두 교과 성취기준을 함께 분석하며 연계 가능성을 탐색했다. 기술 시간에는 K-SDGs 중 환경 관련 목표를 학습하고, 학생들이 관심 있는 주제를 선택해 문제를 정의했다. 이어지는 수학 시간에는 Desmos 그래프 도구를 활용해 해당 주제를 좌표평면 위에 순서쌍을 이용하여 환경심볼로 시각화하도록 했다.


“수학을 계산 과목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다른 교과와의 연계 가능성을 생각해보는 경험을 주고 싶어요.” 심영훈 교사는 학생들에게 ‘표현의 언어로서의 수학’을 경험시키는 것이 핵심이었다고 설명했다. 백예슬 교사는 “기술교과의 ‘지속가능한 발전’ 단원의 주제로 문제를 정의하고, 수학교과의 좌표평면 개념과 연계해서 색다른 수업을 시도해본 게 의미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해양오염, 빙하 감소, 에너지 문제 등 자신이 선택한 환경 의제를 순서쌍을 이용하여 환경심볼로 구현하며, 기술–수학의 통합적 사고 과정을 자연스럽게 따라갔다. Padlet을 활용해 작품을 공유하고 피드백하는 과정에서는 협업 역량도 드러났다. 두 교사는 “수학을 어려워하던 학생들도 오히려 더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며 수업 분위기를 떠올렸다.


지속가능한 K-STEM을 위한 과제와 방향


이 수업은 두 교사가 팀티칭 형태로 구성해 짧은 차시 안에서도 STEM 접근이 가능하도록 구성했다. 하지만 교육과정의 흐름이 서로 달라 진도를 맞추기 어렵고, 공강 시간이 맞지 않아 일부 학급에만 적용해야 했던 현실적 제약도 컸다.


특히 “여러 교과가 같은 맥락을 다루더라도 교육과정상의 진도 순서가 달라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데 고민이 많았다.”면서 “교과의 성취기준과 단원을 모두 포스트잇으로 정리하며, 연계 가능한 주제를 하나씩 좁혀나가면서 수업의 방향성을 정했다.”고 회상했다.


교과 간 융합수업이 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두 교사는, 교과 간 협력 경험 자체가 새로운 STEM 모델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한다. 교사들이 전문성을 공유하고, 서로의 수업 구조를 이해하며 설계해 나가는 과정이 바로 융합교육의 기반이라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의 K-STEM 정책에 대해 두 교사는 수학과학융합교육센터 프로그램과 교구 대여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면 학교 현장에서 새로운 시도를 촉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접근성, 교구 수령 방식, 프로그램 규모 등은 현장의 여건을 더 세심하게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특히 “K-STEM 프로그램이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아 활용이 제한된다”며 기술·공학 영역 확대와 교사 대상 안내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사의 나눔과 성장을 통해 학생들이 함께 성장하고 변화하는 공교육의 발전을 꿈꾸는 심영훈 교사와 백예슬 교사. 그들은 미래 기술을 교육 현장에 접목하여, 학생들이 배움의 즐거움 속에서 스스로의 삶을 설계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