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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3) 기획탐방•과학과 우리의 일상 - 가치를 꿈꾸는 과학교사 모임 / 지웅배 천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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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만의 과학이 아닌
누구나 배우고 참여하는 과학 교양으로서의 가치 더욱 중요


과학과 사회는 떼려야 뗄 수 없다. 과학의 발전이 사회 변화를 만들기도 하고, 새로운 사회 흐름이 과학의 발견을 이끌기도 한다. 이렇게 과학과 기술의 편리를 누리며 살고 있고,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앞으로 어떻게 삶이 바뀔지 궁금해하면서도, 정작 우리는 과학적 소양을 쌓는 데에 소홀한 경향이 있다. 인공지능으로 대비되는 앞으로의 기술 혁명 시대에는 과학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알려면, 그 무엇보다 과학적 소양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교양으로서의 과학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이유다.


2019년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미래 세대 과학교육 표준(KSES, Korean Science Education Standards for the Next Generation)」을 통해, 과학교육의 목표를 “과학적 문해력을 갖추고 더불어 살아가는 창의적인 사람”라고 발표했다.


여기서 말하는 과학적 문해력이란 말 그대로 풀이하자면 “과학에 대한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알파벳을 모르고 영어 문장을 읽을 수 없고, 단어의 의미를 모르고 문장의 뜻을 해석할 수 없는 것처럼, 언론에 등장하는 과학 기사를 읽고 이를 곡해하지 않고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과학 지식과 과학적 사고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과학적 문해력의 전부는 아니다. 과학적 문해력의 본질은 “기본적인 과학 지식과 과학적 사고력을 지니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합리적 문제해결력”을 의미한다. 교과서를 통해 배운 과학 지식과 원리, 과학적 사고력을 시험지 문제 풀이를 넘어 현실로 확장하여, 개인의 고민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이를 적용하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력과 실천 능력을 포괄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현실적인 문제해결력’이며, 이는 비단 살아가면서 부딪칠 다양한 선택의 기로나 해결해야 하는 난관 앞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다. 과학은 닫힌 실험실에서만 연구하는 과학자들만의 것이 아니다.


답을 넘어선 과학교육을 위하여- 가치를 꿈꾸는 과학교사 모임


과학자들만의 과학이 아닌 미래 세대를 포함한 모든 사람을 위한 과학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중등 과학교사들이 모여서 만든 ‘가치를 꿈꾸는 과학교사 모임’이다. 1997년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STS교육위원회’ 소속 과학교사 모임으로 출발해 2005년 시민과학센터에서 독립하면서 ‘가치를 꿈꾸는 과학교사 모임 (이하 가꿈)’으로 이름을 바꿨다.


“가꿈은 과학 교육이 단순히 기술 혁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제와 연결돼야 한다는 고민에서 시작됐어요. 특히 2005년 황우석 사태가 떠오르는데요. 그때 언론 대부분이 기술 혁신의 긍정적인 면만 강조했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그 뒤에 숨겨진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가꿈 활동을 통해 학생들에게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려고 교수학습 자료를 직접 만들어 보급했습니다. 그것이 교육자로서 꼭 해야 할 책임이라고 느꼈습니다.”


설립 초기부터 가꿈과 함께해 온 관악중학교 정행남 교감은 과학 교육이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삶과 연결된 다양한 과학적 사건을 기반으로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만들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믿는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과학은 그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를 반영하고 시민적 합의를 얻어야 하는데, 미래 시민으로서 아이들에게 과학을 바라보는 눈을 키워 주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과학과 사회를 연결하는 교육 모델 제시
토론 중심의 과학 수업 강조


‘가꿈’의 선생님들은 과학의 역할을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이자, 변화를 만드는 열쇠’라고 정의한다. 그 실천적 방법의 하나가 바로 과학을 주제로 한 토론 수업이다. 2014년부터 방학마다 지역을 돌며 청소년 강좌 ‘유쾌한 과학 논쟁’을 열었고, 2019년부터는 ‘학교로 찾아가는 유쾌한 과학 논쟁’을 열었다. 2020년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상황에서도 온라인으로 토의와 토론을 이어갔다.


“가꿈이 대중과 직접 만나는 공식 활동은 유쾌한 과학 토론입니다. 학교마다 분위기가 다르지만, 대체로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요. 매년 신청학교가 늘고 있어요. 평소 과학에 관심이 없던 학생들도 토론하는 과정에서 좀 더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고민하는 태도를 갖추는 것을 많이 봅니다. ”


보통 토론 주제는 생태적 삶, 배아 줄기세포, 나노 기술, 유전자 조작 식품, 지구 온난화와 같이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문제들이다. 학생들은 ‘과학은 딱딱하고 차가운 학문’이라는 편견을 벗고 불꽃 튀는 토론 속에 빠져든다. 합리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답을 찾아간다. 토론 수업에 익숙한 학생들은 후일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했을 때 자신 목소리를 올바르게 낼 힘을 갖게 된다. ‘가꿈’ 선생님들이 토론 수업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토론 수업 외에도 가꿈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분야는 저술 분야다. 더 많은 아이와 직접 소통하기 위해 2009년 첫 책 『과학, 일시정지』를 시작으로 『과학 리플레이』 『정답을 넘어서는 토론학교 과학』 『지구가 사나운 날에는』 등 4권의 책을 펴냈다. 『과학, 일시정지』는 11개의 소주제를 선정해 우화·콩트·기사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문제를 제기한 뒤 과학적 설명과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집필했다. 『정답을 넘어서는 토론학교 과학』은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과학 이슈들을 찬반 토론 형식으로 재구성해 양쪽의 입장을 깊이 생각할 기회를 마련했다.
정행남 교감은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학생들에게 과학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는 시야를 넓혀주고, 이것을 활용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학생들이 사회 속 과학 이슈들을 낯설지 않게 바라보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가꿈의 선생님들은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문학으로 대중과 소통하다 - 과학 커뮤니케이터 지웅배 박사

과학 대중화에 있어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연구 현장과 사회를 이어주는 가교 구실을 한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란 과학적 개념이나 여러 이론을 비과학자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번역해 전달하고 과학의 사회적, 경제적 영향력을 널리 알리는 사람이다.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통 과학 대중화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꼽는 것은 ‘과학은 어렵다’는 사람들의 인식이다. 그렇기에 대중의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모든 과학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어렵고 낯선 과학 지식을 쉬운 언어로 전달하기 위해선 해당 내용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역시 필수다.


그런 의미에서 천문학자이자 과학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는 지웅배 박사는 유튜브 채널 <우주먼지의 현자타임>을 통해 천문학계 최신 이슈들과 관련 지식을 전문적으로 전달하고, 직접 해외 논문 저자를 인터뷰하거나 본인이 직접 연구한 것을 올리는 등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하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유튜브라는 매체의 특성상 자칫 흥미 유발을 위해 자극적으로 내용을 왜곡하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대해 경계한다. 2년 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이유도 정확한 자료와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과학 채널에서조차 미스터리, 음모론과 같은 선정적인 콘텐츠를 다루거나, 구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제목으로 의미 없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보고 이를 자정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천문학 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러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즐거움 전달


현재 연세대 은하진화연구센터에서 은하천문학을 연구하는 지웅배 박사는 요즘 크게 두 가지 연구 주제에 몰두해서 논문 작업을 하고 있다. 하나는 거대한 스케일의 우주 구조의 분포가 그 안에 있는 은하들의 진화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입증하는 관측적 증거와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확보했고, 다른 하나는 ‘현대 우주론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허블 텐션을 어떻게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을지’에 대해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테스트하는 연구다.


지난 9월 12일 개최된 세종 포럼에서 ‘하나의 우주, 두 개의 팽창-허블 텐션의 난’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처럼 지웅배 박사는 자신의 연구를 토대로 유튜브, 방송 활동, 과학 강연, 집필 등 과학 대중화를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날마다 우주 한 조각’, ‘오늘은 달 탐사’, ‘썸타는 천문대’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365장의 우주 사진을 곁들인 천문학 교양서 <날마다 우주 한 조각>을 발간했다. KBS 과학 다큐 ‘우주, 지구 그리고 나’, YTN 사이언스 '별별이야기’ 등에도 출연했다.


그가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천문학이 재밌기 때문이다. 무언가 재밌는 영화를 보거나 좋은 음악을 들을 때 다른 사람과 함께 즐기기 바라는 것처럼, 자신이 느끼는 재미를 다른 사람들도 같이 느낄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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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명탐정 코난>이나 <셜록> 같은 탐정물을 보면서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히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해서가 아닙니다. 사건 현장에 흩어져있던 단서 조각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가. 바로 거기에서 가장 큰 쾌감과 즐거움을 느낍니다. 과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웅배 박사는 탐정소설을 읽으며 추리하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처럼, 일반 대중도 과학이 다소 어려운 내용이더라도 친근하게,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처럼 난해하기로 유명한 내용을 통해 우주가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지를 느끼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추리하는 즐거움,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즐거움을 알려주는 것이 본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지웅배 박사는 앞으로도 ‘우주를 사랑하는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계속 우주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언젠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흰 눈이 소복이 쌓이듯 우주에 대한 애정이 자라지 않을까?’ 바라면서 ‘우주를 사랑하는 연구자로서, 천문학 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러’로 살아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