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 과학수업, 우리 학생들의 일상적 삶과 연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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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의외로 우리 가까이에…
과학교육의 목표는 흥미유발과 창의적 문제해결력 신장
“선생님 과학을 왜 배워야 해요?” 어느 날 정중히 물어오는 학생의 말에 선뜻 스스로 만족스러운 대답이 나오질 않았다. 그래도 나는 평소처럼 탐구력, 창의력, 관찰력 등의 전문용어를 대답으로 학생에게 늘어놓았고, 학생은 마지못해 이해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갔다. 이번엔 내가 먼저, “과학 시간에 배운 내용은 내 삶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져보았다. “과학이 삶을 편리하게 해주기는 하지만 내 개인적인 삶과는 관련이 별로 없다.”, “과학을 몰라도 사는 데 지장은 없고 핸드폰 같은 것을 사용만 할 수 있으면 된다.”, “내 진로가 그 쪽이 아니라서 내 삶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 등의 대답이 특히 눈에 띄었다.
형이상학적 원리,
중등 과학 커리큘럼에 도입된다면?
학생들이 과학을 일상과 연결하는 효과
과학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 감소와 과학이 자신들의 일상생활과 관련이 없다는 인식은 한국을 넘어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과학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를 높이는 것은 과학교육의 중요한 목표로 점점 더 인식되고 있다.
학생들은 과학을 주로 자동차, 우주, 로켓과 같은 기술적 응용 분야에만 국한하여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자신들의 개인적인 삶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이러한 과학에 대한 좁은 관점이 비과학 분야로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과학에 무관심한 이유 중 하나이다.
과학 개념과 학생들의 개인적이고 일상적 삶을 보다 더 본질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 질문에 관한 해결의 실마리를 토마스 쿤의 과학 패러다임의 구성요소에서 찾을 수 있었다. 쿤은 그의 저서 ‘과학 혁명의 구조’(Kuhn, 1970)에서 패러다임이 과학 연구에 일관된 전통을 제공하는 모델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배적인 패러다임에 영향을 받는 정상과학은 ‘자연이 가지고 있거나 가지고 있지 않은 실체와 그 실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과학자들에게 알려준다.’(Kuhn, 1970)
쿤은 과학자가 되고자 하는 개인은 지배적인 패러다임의 범위 내에서 정해진 방법론과 방향에 따라 훈련을 받고 실습을 하게 되므로, 과학교육도 이러한 패러다임의 틀 안에서 운영되어야 학생들이 과학 공통체에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도록 준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Kuhn, 1970).
패러다임의 구성요소 중 형이상학적 원리는 과학 개념 체계의 기본 틀을 구성하고, 이 체계가 의미하는 자연 또는 세계에 대한 관점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패러다임의 다른 구성요소들과는 달리 현재 과학교육 과정에서 형이상학적 원리를 다루는 내용은 소외되고 있다.
근본적인 관점 제공하는 형이상학적 원리
과학 학습에 접목하다
형이상학적 원리가 중등 과학 커리큘럼에 도입되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형이상학은 과학의 보편적 개념에 깊이 내재된 자연과 세계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과학과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Cobern(2000)은 과학 지식은 근본적으로 특정 세계관이나 형이상학적 약속을 반영하는 다양한 전제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신념과 과학 지식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강조하였다. 따라서 그는 과학 지식뿐만 아니라 그 근본적인 본질과 의미, 즉 형이상학적 원리까지 포괄하는 과학교육 접근법을 주장했다.
Kung(1989a)은 패러다임을 거시적, 중기적, 미시적 차원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Kindi(2013)도 쿤이 ‘패러다임’이라는 용어를 좁은 의미와 넓은 의미로 모두 사용했다고 언급했다. 패러다임은 형이상학적 원리와 핵심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패러다임의 규모를 구분하는 것은 이러한 개념과 형이상학적 원리도 대, 중, 소규모로 구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연구 목적
학생들이 과학개념과 학생 개인의 일상적 경험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을 돕기 위해, 학교에서 가르치는 하나의 작은 규모의 과학개념과 이 개념에 내포된 작은 규모의 형이상학적 원리를 학생들이 경험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개발하고 적용해 보고 적용 가능성을 알아보자 하였다.
이때, 학생들이 좀 더 쉽게 형이상학적 원리를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작은 규모의 형이상학적 원리 중에서도 학생들의 일상적 삶과 관련이 있는 것을 활용하였고, 이것을 ‘과학적 개념이 내포된 삶의 의미(MLS : Meaning of Life implied by Scientific concept)라고 칭하였다. MLS는 학생들의 성격, 관심사, 관계, 학교 생활 및 기타 일상 활동의 관점에서 표현된 형이상학적 원리이다.
■ 활동
이 연구는 광역시의 한 중학교 두 개 학급을 대상으로 1년간 진행하였다. 한 학급은 남학생 27명으로 구성되었고, 다른 학급은 30명의 여학생으로 구성되었다. 활동은 정규 수업 시간 종료 전 20분 동안 진행되었으며, 활동 후, 3~4명의 학생을 통해 활동에 대한 반응을 알아보았다. 이러한 활동에 대한 동료 교사들의 의견을 알아보기 위해 모든 학생 활동이 종료 된 후, 활동 과정과 결과물에 대한 동료 교사 인터뷰를 하였다.
■ 활동지
활동 시트는 두 가지 유형(활동지A, 활동지B)으로 구성되었다. 활동지 A를 과 같이 3단계로 구성하여 학생들이 MLS에 익숙해지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고, 4개의 주제로 4차시 동안 진행하였다. 활동지 B는 총 3단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3단계에서는 과학 내용을 선택한 후, 글과 그림을 포함해 자유로운 형식(시, 일기, 만화 등)으로 MLS를 표현하도록 구성하였다.
■ 데이터 수집 및 분석
활동지(활동지 A와 B)에 대한 학생들의 응답과 학생 및 교사의 인터뷰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였다. 57명의 학생들은 각각 4개의 개별 수업에서 활동지 A를 완료했다. 그 결과 총 228개의 활동지 A가 수집되었다.
활동지 A는 세 개의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학생들이 교사가 제공하는 MLS 예시와 관련된 자신의 일상 경험을 얼마나 잘 표현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분석하였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첫째 단계의 과학 개념을 MLS와 연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알아보았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학생들이 진도 범위 내에서 과학 내용(개념/현상)을 선정하고 그와 관련된 MLS를 제시해 보도록 하였다. 이때, 과학 내용과 학생들의 일상 생활 사이의 공통 속성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MLS 표현의 적절성을 판단하였다. 이 분석에 대한 평가 기준은 에 요약되어 있다.
■ 활동지 분석 결과
를 통해 알 수 있듯이 4차시 동안 4번 모두 MLS를 적절하게 제시한 학생수는 3.5%에 불과했다. 그러나 70.2% 학생은 네 번 중 적어도 한 번은 절절한 MLS를 제시했다. 이러한 추세는 반복적인 노출과 연습을 통해 학생들이 효과적으로 MLS를 찾는 능력을 향상 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과 는 활동지 A, B의 3단계에서 학생이 제시한 MLS 예시이다.
이 활동의 효과는 실험적 연구 방법을 토해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철학적인 측면을 갖고있는 이러한 활동이 중학생들에게 어려울 수도 있다는 초기 우려와는 달리 인터뷰 한 30명 중 56.7%가 활동에 흥미를 느끼고, 93% 학생들이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이 중 50% 학생들은 개념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답했고, 37%는 개인적인 성찰이 촉진되었다고 답했다.
이 활동에 대한 동료 교사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풀어내는 것이 재밌음’
‘학생들에게 가열곡선으로 삶의 의미를 항상 찾아줬음. 가능하다면 더 해보고 싶음.’
‘글쓰기 교육이 걱정되지만, 가이드가 제시되면 해보고 싶음.’
‘개념을 배우고 들여다보면서 생각하는 힘이 길러짐’
‘과학 지식이 부족한 아이들도 사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임’
와 같이 이 활동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형이상학적 원리 이용 과학수업,
학생의 흥미 향상 효과 거둬
과학 학습 과정에 형이상학적 원리를 직접적으로 도입한 활동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이 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 형이상학적 원리를 과학학습에 통합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주위의 우려스러운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실제 적용 결과, 학생들은 MLS를 잘 받아들였고, 자신의 일상적인 삶과 연결하여 적절하게 MLS를 제시하였다. 특히, 학생들의 MLS 내용이 매우 의미있고 사려 깊다는 동료교사들의 평이 있었다.
학생들이 제시한 MLS 내용에는 인간관계, 가족, 우정 등의 주제가 포함되어 있어 학생들의 MLS에 대한 사고가 직접적인 경험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과학을 공학이나 기술 응용 및 사회 및 환경 문제와 연결하려는 이전의 노력과는 다른 접근이고, 학생들이 과학을 일상적인 상황과 연결하는 효과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김민경 선생님은 전남대학교에서 과학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배움의 공동체 전국 운영위원으로 있다. 현재 광주 신가중학교에서 과학교사로 재직 중이며, 배움의 공동체 철학을 기반으로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깊이 사고하고 성장하는 수업을 동료 교사들과 함께 지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