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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4) 특별좌담 · 같이 만들어가는 과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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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인정하고, 학습의 기회 공정하게 배려
과학 수업의 본질 회복이

포용적 과학교육의 첫걸음

 
포용적 교육은 1994년 유네스코 살라망카 선언 이후 교육 정책의 필수적 고려 요소로 논의되어왔다. 당시 ‘포용적’ 교육의 대상은 장애를 지닌 학생이었으며, 특수교육 대상 학생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모든 학습자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교육에서 포용은 모든 학습자가 가치가 있고 존중을 받는다고 느끼며, 뚜렷한 소속감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교육이 학습자의 다양성을 모든 형태의 개인적 재능을 찾아내고 그것이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도전과 과제’로 인식한다면, 교육은 포용적 사회를 위한 중요한 진입 지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포용적 과학교육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서울과학교육에서는 ‘같이 만들어가는 과학교육’이라는 주제로 ‘누구나, 모두를 위한’ 포용적 과학교육과 관련해 다양한 방법과 실천 사례, 과학교사 역량 개발, 새로운 수업 방향 등을 모색하고자 한다.


일   시 2024년 6월 7일 금요일 오후 5시
장   소 서울특별시교육청융합과학교육원 회의실
사   회 이인순 편집위원장(도봉중학교 교감)
참석자 신명경(경인교육대학교 교수),
조지선(서울시교육청 장학사)
정행남(관악중학교 교감)
신다인(창덕여자고등학교 교사)
김경민(서문여자중학교 교사)
나희정(동작관악교육지원청 과학교육센터 교사)


과학 교육의 ‘포용성’ 문제
이제 논의가 시작된 단계


사회자 과학교육의 포용성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 개념에 대한 정의가 중요할 것입니다. 여기 모이신 여러분들은 과학교육에서의 포용성, 또는 포용적 과학교육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먼저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경민 포용적 교육이라는 개념 자체가소수를 대상으로 했던 교육에서 점차 모든 학습자로 확대됐듯이 과학교육의 효용성 역시 의미가 변화했습니다. 과거에는 소수의 영재나 젠더로서 여학생, 장애아 등 소외된 소수의 집단에 초점을 맞춰포용성을 논의했다면, 지금은 인공지능같은 첨단 기술 발전, 기후 변화, 인구 감소, 다문화 등 여러 사회문화 현상이 복잡하게 변하면서 개별 학습자 한 명 한 명의특수성을 파악하고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조지선 저는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했는데요. 과학교육이 다루는 범주가 자연의본질을 다루는 기초과학에서부터 첨단과학까지 넓잖아요. 그런데 기술이 발전하면서 학문 간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디까지를 과학교육범주로 볼 것인가도 포용적인 면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교육 대상 측면에서 학교 밖 청소년, 다문화 아이들, 장애아, 영재아 등 환경적 문화적 경제적 지적 수준에 따라 굉장히 다양합니다. 이런 다양성을 어떻게 존중하고,함께 만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바로 과학교육의 포용성을 논의해야 하는 지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신명경 지금 교육의 포용성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바로 학교라는 곳에서 교육하기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학교는 정규 과정에 맞춰 보편 교육을 추구합니다. 그렇기에다양한 스펙트럼의 보편이 아닌 학생들이생겨나고, 이는 학교 교육의 가장 큰 문제가 됩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학교 교육계획 연구의 핵심이었습니다.과학교육에서 포용(inclusion)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한 건 굉장히 최근입니다.2019년부터 개념이 등장하다가 코로나 이후 굉장히 증폭하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그동안은 ‘어떤 상황의 학생이든 그 학생이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면 문제될 게 있는가’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기껏해야 정규분포 양 끝단에 있는 성적 우수학생이나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대상으로 특별관리하는 정도였죠. 그런데 코로나를 겪으면서 여러 분야에서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갭(gap)을 인지한 거죠. 그러면서 교육에서격차로 인식되는 범위가 넓어졌어요. 한편과학교육에서 ‘포용성’ 문제가 대두된 것은과학이 이 시대의 쌍두마차 역할을 하면서그 중요성이 커졌고, 과학에서 소수로 대표되는, 예를 들면 여성과학기술협회 같은 곳에서 ‘포용성’과 ‘다양성’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다양성 확보가 문제해결면에서 유리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과학교육의 ‘포용성’ 문제는 이제 시작단계라고 보입니다.


정행남 제가 과학교사 경력이 25년 정도 되는데 처음에는 제 지도를 잘 따라오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과학 수업에 흥미 없는 아이들을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교과서 속 지식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느꼈던 문제를 고민하고, 이를 과학적 지식과 연결했을 때 아이들이 ‘과학’을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거든요. 그러면서 과학적 사고를 통해 가치판단을 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수업에서 소외되는 학생 없이 민주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과학역량을 길러주기 위한 노력이 포용적 과학교육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나희정 포용이라는 단어는 ‘소속감’을 전제합니다. 소속감은 어떤 공동체 안에서 존재감을 확인하고 안정감을 느낄 때 생깁니다. 즉, 제가 생각하는 포용적 과학교육이란 학습자에게 공동체 안에서 기여할 기회를 제공하고, 학습자 스스로 과학에 역량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초등학교는 아이들이 처음으로 만나는 사회잖아요. 이 시기의 포용적 교육은 ‘다름’을 바라보는 시각을 균형 있게 잡아주는 중요한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신다인 ‘과학교육에서 포용성’이란 문구를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과학적 탐구와 학습 활동에서 모든 학생이 참여하고 또 각자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적으로 접근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모두가 학습에 참여하고 잠재력을 발휘하기 위한 과학교육만의 특성은 무엇일까요? 저는 ‘탐구’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궁금해하고, 탐구를 통해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것. 그리고 그룹 활동을 통해 협력하고, 토론 프로젝트로 다르게 이해한 것을 소통하는 과정 자체가 어쩌면 포용적 과학교육의 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인순│편집위원장(도봉중학교 교감)
포용적 과학교육이 과학문화를 발전시키는 하나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하는 이인순 편집위원장

신명경│경인교육대학교 교수

신명경 경인교육대학교 교수는 포용적 과학교육을

실행하기 위한 선행과제로 교사의 복지 즉, 교 사의 주도권

및 자율권이 회복되고, 국가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신명경 교수

 

조지선│서울특별시교육청 장학사

다수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가졌을 때 주눅들지 않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도 포용적 교육의 한 방향이라고 말하는 조지선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입시 위주의 경쟁적 문화가 포용적 태도를 저해하는 사회


사회자 정치적, 자원적, 문화적 맥락에서 포용 과제가 국가나 집단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의 특징은 높은 취학률, 낮은 학업 중단률, 높은 학업 성취율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는 포용적 교육의 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재아나 장애아 같은 특수교육 대상자, 빈곤층 학생, 다문화 학생, 탈북민, 소멸 위험 지역의 학습자들이 늘고 있고,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적성에 상관없이 입시 교육에만 집중된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 과학교육에서의 포용성 과제는 무엇이 있을까요?


신명경 보편성이 아닌 교육을 주도한 건 비형식 교육입니다. 요즘은 학교 교육만으로 평생을 먹고 사는 시대는 지났어요. 평생학습 사회로 전환된 거죠. 그런데 평생 교육의 장에서는 학습자의 다양성은 학교와 비교하지 못할 정도죠. 오늘 토론 주제가 ‘같이 만들어가는 과학 교육’이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에 학교라는 단어가 안 들어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지금 암묵적으로 ‘학교 내 교육’을 가정하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조금 전에 ‘모두를 위한 과학’을 이야기했는데, 그 ‘모두’에 대한 영역은 비형식 또는 무형식 교육을 연구하는 쪽에 그 영역이 커지고 있고, 지원도 더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STEM 교육에 많은 교육 자원이 지원되는데 그 자원이 전부 보편 교육에 들어간다는 거예요. 정작 소외된 학생이나 개별화된 지원이 필요한 친구들이 보편 교육을 받는 친구들보다 기회가 훨씬 적다는 거죠. 그런 면에서 국가 차원에서 재원이 적절하게 지원되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도 이야기해 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행남 저는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뀔 때마다 그냥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부분이 염려스러운데요. 예를 들어 코로나 시기에 원격 수업을 다 이루어냈잖아요. 그 당시 블렌디드 수업에 대한 압력이 엄청나게 셌어요. 당시 교육청에서 게더타운을 권장하는 데, 사실 게더타운 플랫폼은 ‘디지털 안전’을 이유로 사용 연령 제한이 있거든요. 그런데도 교육청에서는 관련 연수들이 매일 쏟아져 나올 정도로 압력이 심했어요. 새로운 기술이나 정책을 도입할 때, 윤리적 문제에 대해 고민 없이 무비판적인 수용이 걱정됩니다. 요즘 많이 거론되는 생성형 AI 도입도 마찬가지 같아요. 최대한 부작용이 없도록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나희정 우리나라 교육의 특징 중 하나가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시한다는 점이죠. 수업할 때 성적이나 학습 결과를 생각하면 효율성을 추구하게 되거든요. 결국, 다수를 위한 교육을 하는 거죠. 문제는 소수의 학생을 포용하기 위해서는 교사 개인의 헌신과 노력만을 요구하더라는 거죠. 그렇게 되면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교육계 전반적으로 과정을 중시하는 여유나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가 형성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과학 탐구가 자연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서 계속 증거를 찾아가는 여정이잖아요. 그 과정에서 다른 관점을 가진 의견을 듣고 설득하는 것도 ‘탐구활동’ 안에 포함되거든요. 그런데 너랑 나의 차이를 계속해서 강조하고 서열을 매기는 경쟁 체제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과학 교육이 실현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과학교육의 목표를 보면 ‘과학 개념의 이해’, ‘탐구 능력의 함양’,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과 태도’로 단계가 나뉘는데, 학교 교육에서는 과학 개념을 전달하는 데 치중된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과학과 핵심 역량을 함양하는 데는 탐구 과정과 경험이 중요하거든요. 이 과정을 회복하는 것이 포용적 과학교육에 가까워지는 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다인│창덕여자고등학교 교사
입시 위주의 경쟁적 서열적 문화가 바로 ‘모두를 포용하는
교육’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시작점이라 고 강조하는 신다인
창덕여자고등학교 교사

김경민│서문여자중학교 교사

서문여자중학교 교사는 포용적 교육이 과거 소수의

집단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지금은 개별 학습자의

특수성을 파악하고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김경민 교사

 

정행남│관악중학교 교감

수업에서 소외되는 학생 없이 민주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과학역량을 길러주기 위한 노력이 포용적 과학교육이라고 말하는 정행남 관악중 학교 교감


신다인 제가 고등학교 교사다 보니 입시를 빼고 얘기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모두가 똑같은 방법으로 똑같이 시험을 보고 그 결과에 따라 대학에 가는 것을 공정하다는 생각이 ‘모두를 포용하는 교육’을 실천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 같아요. 서열을 매기는데 어떻게 개별화 교육이 가능하겠어요. 다수결이라는 게 많은 사람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하는 것이잖아요. 다수결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문화에서는 포용적 사회가 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와 다른 방식으로 평가하고, 그걸로 대학을 가거나 취업하는 것을 용납 못하는 이 분위기를 바꾸는 것부터가 우리 사회에 시급히 해결해야 할 포용성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정행남 저도 다인 선생님 말씀에 공감해요. 소외된 아이들의 부족한 부분은 더 채워주고, 영재아는 더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우리가 생각하는 교육의 방향인데, 사회적 맥락에서는 기계적으로 평등한 것을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거기서부터 삐걱거리지 않나 싶고요. 또 탐구 활동에 대해서도 고민되는 게, 대표적인 탐구 활동 중 하나가 실험 수업이잖아요. 그런데 실험 수업도 원하는 결과를 정해놓고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교사와 학생 간 상호작용도 별로 일어나지 않고, 아이들도 스스로 실험을 하지 않고 잘하는 아이의 실험을 따라 해요. 교사들도 아이들이 실험 결과가 다르게 나오면, 교과서적인 정답에 맞추도록 아이들을 유도하는 겁니다. 탐구 수업도 결과에 맞춰 정형화된 수업으로 변질되는 거죠.



탐구·토론 중심 수업으로 실천하는포용적 과학교육


사회자 우리나라 과학교육에서 해결해야 할 포용성 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교사 또는 학교가 학습자가 지닌 다양한 문화적 자원을 존중하고, 이를 과학 교수-학습에서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겠습니다.
신명경 우리는 개념을 습득하고 그것을 학인하는 방법으로 ‘탐구’를 생각하는데요. 원래는 과학 지식을 온전하게 습득하기 위한 최적화된 방법으로 제안된 게 ‘탐구’입니다. 과학 지식을 말로 설명해서 학생들이 받아들이고 외우는 건 너무 어렵다는 거예요. 학생들이 멍청해서가 아닙니다. 인간이 원래 그렇게 생겨 먹은 거에요. 그래서 탐구라는 걸 통해 질문부터 시작해서 지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온전히 경험하면 과학자가 갖는 썩 괜찮은 기능들, 예컨대 과학적 사고, 과학 의사소통 능력 이런 것을 갖추게 되는 거죠. 이런 사고 습관과 태도는 문·이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좋은 거잖아요. 이게 바로 탐구의 역할이고 목적입니다. 저는 우리 교육이 왜 과학 탐구를 지식과 분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과학 탐구를 온전하게 구현하기만 해도 이것이 바로 포용적 과학교육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경민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인 팀스(TIMSS)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초등 4학년은 매번 12위를, 중학교로 가면 45위 정도의 순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과학에 대한 자신감 흥미도 가치 인식 등의 정의적 태도가 굉장히 낮게 나오고, 계속 더 떨어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탐구 중심의 수업이 좀 더 강화되고, 맞춤형 자기주도 학습, 학생 발달 수준에 따른 교육 방법과 내용의 다양화 이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지선 저는 우리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다수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내가 가졌을 때 주눅 들지 않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경험이 누적되어야 서술형 평가에도 자기 생각을 쓸 수 있을 테고, 어떤 문제에 당면했을 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거죠. 자기 생각을 두려워하지 않고 의견을 제시하고,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고, 생각의 벽을 낮추는 경험을 교실에서 미리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서울시교육청에서 '생각을 쓰는 교실‘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어떤 과제를 주고 아이들끼리 소통하고 탐구하는 과정을 글로 표현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이런 활동을 통해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고 판단하고요. 토론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다름도 배우면서 포용적인 역량도 함께 키워나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나희정 과학 교수학습에서 포용의 과제를 해결할 것인가란 질문을 받았을 때 세부적으로 생각해봤는데요, 우선 일상과 관련되거나 다양성을 지닌 학습자가 있다면 그 학생이 가진 맥락 안에서 학습 소재를 찾고, 다양한 특성을 지닌 학습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요소를 고려한 수업 설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교사가 학생들과 라포가 형성되야 하고, 관찰을 잘해서 어떤 요소를 끄집어낼 수 있는지 파악이 돼야겠죠. 이렇게 설계된 학습 내용은 좀 뭔가 포괄할 수 있는 주제로 제시하고 대신 결과물을 개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더불어 학생의 선택을 좀 개방적으로, 또 표현에 유연성을 준다면 포용성을 담보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행남 지금 우리가 과학 교육 안에서의 포용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어떤 사회과학적인 주제가 과학 교과뿐만 아니라 여러 교과가 융합적으로 접근해야 할 부분도 있잖아요. 공통 주제를 가지고 다른 교과 선생님과 같이 접근했을 때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게 다르더라고요. 주어진 과제가 과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분야와 연관돼 있다는 것을 깨닫는 거죠. 그래서 포용적 교육이라는 것을 학습자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교과나 교사도 포용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사와 학생 간의 활발한 상호작용이학습자의 과학 정체성 형성에 중요


사회자 더 많은 사람을 위한 과학교육을 구상한다는 것은, 기존의 교육 체제에서 어떠한 사회문화적 기제가 학습자의 긍정적인 과학 정체성 형성을 촉진 또는 방해하는가를 탐색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교육 현장에서 이런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행남 제가 속해 있는 ‘가치를 꿈꾸는 과학교사 모임’에서 2014년부터 ‘유쾌한 과학 토론’을 진행하고 있어요. 모임 초반에는 처음에는 교사 대상의 수업 자료를 만들고, 그 다음에는 아이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쓰거든요. 그런데 가만 생각하니까 책을 안 읽는 아이들도 있잖아요. 그렇다면 그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과학자나 교수님을 초대해서 선정된 주제에 대한 강연 후 아이들이 함께 토론 수업을 만들자 했는데, 그게 바로 ‘유쾌한 과학 토론’이에요. 최근에는 인공지능 윤리 원칙, 인공지능 편향성, DTC 유전자 검사, 신경과학, GMO 등의 주제로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 진행하다가 서울에서만 진행할 게 아니라 지방에서도 진행하자 싶어서 대전에서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대전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이들이 과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는 거예요. 보통은 아이들이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선택하는 데 비해, 대전에서 경험한 아이들은 과학만능주의적 태도가 무척 뚜렷해서 기억에 남았습니다.


김경민 대전 이야기가 나와서 생각나는 부분이 있는데, 대전은 서구와 동구 2개 교육지원청이 있는데, 동구에 비해 서구의 학력 수준이 월등히 높아요. 대덕연구단지가 포함된 곳이 서구 지역이거든요. 지금은 좀 완화됐다고 하지만, 두 지역의 학력 격차가 너무 커서 한때 이슈였던 적이 있어요. 이게 바로 부모의 학력이나 경제적 수준에 따라 교육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로 드러나는 거죠. 그리고 여학생들이 왜 과학 분야에 진입하지 않는가에 대해 OECD에서 분석한 것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성별 고정관념이 과학 정체성 형성을 방해해서 과학 분야로 진로 선택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본 적이 있어요. 여자 중학교에서 과학교사로 재직하는 저한테는 이 두 사례가 크게 와닿았습니다.


신명경 2021년쯤에 이제 나온 연구들에서 ‘포용’과 관련된 중요한 과제가 뭐냐 했을 때 교사의 복지(welfare)가 중요하다 이렇게 나와요. 교사가 국가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슨 뜻이냐면 교사 한 명이 다수의 학생을 상대하는데, 예전에 70여 명을 대상으로 했을 때보다 현재 20~25명의 아이를 상대하는 게 더 힘들다고 해요. 학생 수가 줄어드니까 개별적으로 상대해야 하는 거죠. 이미 우리는 포용성 대한 방법론을 찾아가고 있던 셈인데, 이를 가장 방해하는 기재가 바로 ’선행학습 금지법‘ 같은 교육 정책이라고 생각해요. 선행학습 금지법으로 교사의 주도권과 자율권이 크게 침해되고 오히려 학원의 의존도만 더 커지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교사 교육에 대한 얘기가 굉장히 많이 나오거든요. 교사를 관리하려는 측면이 아니라 교사를 지지하고 자원을 제공하고, 그에 응당한 다양한 형태의 대가가 지원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해요. 한 마디로 행복한 선생님이 행복한 학생을 만든다는 이야기에요. 그런 관점에서 조금 이 논의를 풀어봐야지 교사를 교육 정책을 전달하는 사람 수준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나희정 요즘 관내 학교를 돌아다니며 과학 교육과정과 연계한 메이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얼마 전에 처음으로 특수학급을 가게 됐어요. 나름 특수학급 특성을 고려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수업을 진행해 보니 수업 계획 자체를 잘못 짰더라고요. 2차시를 준비했는데 1차시만 진행하고 나머지 1차시는 제가 준비한 걸 버리고 아예 놀이식으로 수정했어요. 그 경험을 통해서 
저를 포함해 많은 교사들이 포용적인 관점에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느끼고 반성하게 됐습니다. 또 담임일 때는 워낙 아이들과 라포가 형성되어 있어서 잘 안 보였는데, 과학교육센터에 와서 이벤트식 일회성 수업을 하다 보니 여학생들이 특히 실험이나 메이커 활동에 소극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리고 메이커 교육에 대한 문제도 있어요. 이런 것들을 학부모에게 말씀드리기에 어려움을 느낀 경우가 있는데, 어느새 메이커 교육을 왜 하고 있는지 모르게 되는 겁니다.


사회자 지금까지 ‘같이 만들어가는 육’이라는 주제로 ‘누구나, 용적 과학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에서 포용적 과 학 교육이 왜 필요한지 혹은 어떤 의미인지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김경민 사회가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죠. 결국은 이런 변화로 인해서 생길 수 있는 교육 격차는 저희가 예상하지 못한 범위로 확대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격차는 포용적 과학 교육을 통해서 소수가 아니라 다양한 모든 학생이 과학적 소양을 갖추도록 해서 결국은 지속 가능한 발전의 기반을 마련하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정행남 과학 교육의 재능이 아니에요. 그 방향과 포용적 과학 교육이 다르 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러면 과학적 소양을 갖춘 시민을 양성한다는 것은 공부 잘 하는 아이들만 과학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과학 만능주의로 빠져도 안 되고, 그렇다고 과학이 어려우니까 나는 과학에 흥미 없어 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한 번 해볼 만 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거죠. 그리고 시민으로서 사회 속 과학 쟁점에 관심을 가지고, 어떤 의사결정을 하 려면 기본적인 과학 지식은 갖춰야 하지 않 을까. 그런 의미에서 모두를 위한 포용적인 과학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명경 포용적 과학 교육이라는 말을 하 면서 같이 떠오른 질문은 ‘왜 모든 사람한테 과학교육인가’에 대한 얘기입니다. ‘아이들 은 수업 시간에 엎어져서 자는 거야’ ‘계속 저렇게 자도 되나’ ‘쟤네를 깨워야 하나’ ‘그렇게 잘 거면 수업에 왜 들어오나, 학교에 오지 말던가.’ ‘우리나라의 교육이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 라온다는 거죠. 그리고 우리나라가 학교 중 도 이탈률이 낮다고 하는데, 제가 알기로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어요. 예를 들 면 정규 학교가 아니라 대안 학교부터 시작 해서 검정고시로 대학을 간다든가 이런 다양한 선택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졌고 부모 들도 그것에 대해서 크게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가 돼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학교 교 육이 어쩌면 역대 급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 다는 점과 포용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극복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면 좋겠다는 생 각이 듭니다.

왼쪽부터 김경민 서문여자중학교 교사, 조지선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신명경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정행남 관악중 학교 교감, 신다인 창덕여자고등학교 교사, 이인순 편집위원장, 나희정 동작관악교육지원청 과학교육센터 교사


신다인 포용적 과학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학생이 자신의 배경이나 장애 성별 잠재적 상태 등에 관계 없이 과학 교육에 참여하고 또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거잖아요. 그럴려면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 생들이 함께 학습하고 협력하는 환경이 조 성되어야 하고, 이런 환경이 우리 아이들이 서로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겁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들이 인간 존엄 성, 자기 효능감을 키우고. 사회에서 필요 한 공동체 의식도 함양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나희정 과학 교육을 하다 보면 학생들이 실기에 대한 두려움이 많다는 게 느껴져요. 몇 년 전 교육청 영재원 수업에서 어떤 학생이 학원에서 배우지 않은 내용이라고 당황하면 서 ‘나는 못 할 것 같다’고 울먹거리는 거예요. 이게 정답을 말하려고 하는 과정이 아닌 데 그런 모습들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과학은 원래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계를 알아가는 과정이잖아요. 그런 시행착오가 실패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답을 말하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면서 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혹여 내가 다수가 아닌 소수 그룹에 속하게 되더 라도 학습 공동체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모두 다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포용성 교육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지선 저도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포용 교육’이라는 표현만 안 했지, 이미 과학 교사로서 포용 교육을 하고 계셨던 것 같아요. 교실 안에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어떻게든 끌어내려고 해 왔는데, 이런 자리를 통해서 저희가 조금 더 깊게 고민하게 됐고, 좀 더 우리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교육 기회를 많이 만들 수 있겠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느껴져서 너무 반가웠고요. 그리고 저는 이제 교육청 차원에서 이런 부분을 어떻게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거리를 오늘 굉장히 많이 얻 은 것 같습니다.


사회자 어느 순간 우리나라 과학교육의 목표가 나누고, 즐기고, 누리는 것으로 바낀 때가 있어요. 한 10여 전으로 기억하는데, 그때 개인적으로 ‘우리나라가 달라졌구나’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해마다 학생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면서 교실 안에서 관계 맺는 연습을 하기가 너무 어려워진 시대를 살고 있는데, 과학을 좀 못하는 아이조차도 거기에 함께 참여하고 그래서 나누고 즐기고 누릴 수 있다면 우리의 과학 문화가 좀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제가 2016년에 오사카의 과학관을 갔던 경험이 있는데요. 노벨상 수상자인 과학자가 관장님으로 계시는 겁니다. 평일인데도 많은 관객이 왔고, 그중 대다수는 과학과 관계없어 보이는 일반 시민과 커플들이었어요. 이런 광경이 제게는 굉장히 큰 문화 격차로 다가왔습니다. 우리 모두가 과학자가 되지 않아도 또 모두가 다 과학적인 어떤 이슈를 결정하는 의사결정 권자이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라도 과학 자체가 일상의 문화라는 게 어마어마한 힘으로 느껴졌었어요. 오늘 여러분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포용적 과학교육을 하면 그 큰 계획을 조금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바쁘신데 참석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전하며 오늘 많이 재밌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