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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3) 기획탐방 · 포용적 과학교육 실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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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적 과학교육 실천 사례

 

기후위기 시대의 STEAM 교육

마을과 학교 손 잡고 만들어 낸 모두가 웃음 짓는 행복한 실천

 

200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포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일반적으로 포용(inclusion)은 배제(exclusion)와 대비되는 의미로 사용되는 말이다. 학계뿐만 아니라 기업, 정부 차원에서 포용이라는 개념을 포용 사회, 포용적 성장 등 다양한 정책 패러다임으로 발전시키면서 현대 사회의 핵심적 가치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교육 분야 역시 예외는 아니다. 교육에서 포용은 2015년 UN에서 발표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서 ‘모두를 위한 포용적이고 평등한 양질의 교육과 평생학습 기회 보장’으로 설정한 바 있다. 이는 교육에 대한 전 지구적 공통의 목표를 교육의 포용성과 형평성, 그리고 교육의 질 제고와 전 생애적 학습으로 삼은 것이다


포용은 사회에서 배제된 다양한 사람들이 실제로 조직 또는 커뮤니티 내에서 이해와 존중을 받으며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조직 및 프로그램이 모든 사람을 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포용은 배제된 사람들이 형식적으로 커뮤니티 안에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 커뮤니티의 일부가 될 수 없는 상태인 통합(integration)과는 다르며, 보다 확장된 개념이다. 교육에서 포용이란 학생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모든 학생이 교육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시하는 입시 위주의 학교 교육은 ‘교육의 효율성'을 추구하게 되고, 다수를 위한 교육, 즉 소수자를 소외시킬 수밖에 없게 된다. 지난 4월 18일, 서울시교육청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을 고시하면서 서울 교육과정의 핵심 가치로 '포용·공존·주도성'을 내걸었다. 행복한 학습자, 모두를 위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과정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학생 참여형 수업을 활성화하고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돕는 평가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기존 학교 교육의 한계를 탈피해 ‘경쟁'보다는 '협력'을 지향하고, '수동적' 수업 참여자였던 학생들을 '능동적' 참여자로 성장시키는 교육을 실천하는 현장을 찾았다.


학생 선택 중심의 개방적 교육과정

공유캠퍼스를 운영하는 방산고등학교


방산고등학교는 근처 오금고등학교와 가락고등학교와 연계하여 2021학년도부터 공유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공유캠퍼스는 서울시 권역 내 학교를 각 교과의 특성화 학교로 지정·운영, 해당 과목 수업이 개설되지 않은 인근 학교 학생들이 찾아와 수강할 수 있는 제도다. 학생 스스로 가장 적합한 교육과정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과학중점고를 운영하는 방산고는 이과계열 과목을, 사회 교과특성화 학교를 운영하는 가락고는 사회계열 과목을, 미술반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오금고는 미술계열 과목을 맡아서 운영한다. “매 학기 초에 가락고, 방산고, 오금고 세 개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을 공유해 공유캠퍼스와 개설 과목의 성격을 소개하고, 1~2학년 신청자를 모집해 최종 참여 학생을 선발합니다. 보통 한 과목당 정원이 20명 내외인데, 한 학교당 7~8명 정도로 인원을 제한합니다. 이때 학생들의 수강 신청 이유가 부실할 경우 모집에서 제외합니다. 그만큼 과목 운영 요건으로 학생이 희망하고 적성에 맞는지가 중요하다는 거죠.” 방산고는 ’융합과학탐구‘와 ’물리학 실험‘ 2과목을 개설한다. 수업은 탐구·실험 중심의 심화 커리큘럼으로 철저하게 학생 중심으로 이뤄진다.


융합과학탐구 과목은 학생들의 관심 분야를 위해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교사가 한 명씩 번갈아 임장하고, 분야별로 각 교사가 학생팀의 지도를 맡는다. 수업은 과학적 탐구 방법론 및 탐구일지 작성법, 관심 탐구 분야 발표, 탐구 팀 편성을 시작으로 DBPIA 사용법과 논문 인용법을 배운 뒤 자신만의 탐구를 진행한다. 물리학 실험 과목 역시 역학, 전자기학, 광학 등 다양한 분야의 실험을 진행한다. 지난해만 한 학기 내에 13개 정도의 실험을 진행했다. 학기당 51시간 운영하는 상황에서 결코 적은 횟수가 아니다. 방산고 오준석 교사는 “실험과 탐구 중심의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면서 “직접 탐구 주제를 선정한 뒤 자료를 조사하고, 관찰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발표하면서 비판적 사고, 문제 해결 능력, 의사소통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덧붙여 “서너 명씩 팀을 이뤄 수업하기 때문에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다양성을 인정하는 자세 등 기대 이상의 교육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실험과 탐구 중심의 수업 학생들 만족도 높아


이외에도 공유캠퍼스 프로그램으로 학교 별 진로특강과 소프트웨어 탐구반 등을 운영한다. 지난해 인천대학교 기초과학연구소 박선영 박사님의 ‘미래 과학에서 화학의 중요성과 신소재’ 강연과 고려대학교 이광진 박사님의 ‘물리학과 미래-4차 산업혁명과 기후 변화 아래에서 물리학의 역할’ 등의 강연을 진행해 학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공유캠퍼스 운영이 학교 측에서는 사실 번거로운 일이지만 학생들에게는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토요일에 5시간을 연속으로 수업하는 데도 학생들의 참여가 높다. 그뿐만 아니다. 작년에 총 12명이 수강한 데 반해, 올해는 24명으로 수강하는 학생이 늘었다. 실제로 수강 이유를 살펴보면 먼저 수강했던 친구가 추천해 신청하게 됐다고 밝힌 경우도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에 도움이 되는 과목을 선택하고 진로와 관련된 내용이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니 만족도가 높습니다. 융합과학탐구는 학생들끼리 도란도란 모여서 연구 주제를 정하고 계획을 짜는 것에 열의를 보이고 있습니다. 실험을 많이 해서 좋다는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오준석 교사는 “토요일에 출근하는 것이 힘들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학생들의 열의가 높은 만큼 교사로서 보람을 느낀다.” 고 덧붙였다. 이어 “학생들이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을 무럭무럭 키우고 맞춤형 진로·직업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포용적 교육, 희망을 주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밌게 배우고 성장하는 교육을 꿈꾸는 교육협동조합 더함


공교육의 목표는 학생이 사람으로서, 또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주역으로서 우리 사회에서 단단히 자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만 전국민을 위한 국가 교육과정을 따라 운영되는 학교는 모든 아이를 100% 맞춰 주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재밌게 배우고 성장하는 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강동구에 위치한 교육협동조합 더함이다. 지역 내 교육기관 및 지자체와 연계해 공교육이 미처 채워주지 못하는 곳에 다수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아이들에게 창의성과 긍정의 힘을 전달하고 있다.


교육협동조합 더함의 베이스캠프 격인 ‘똥꼬 다락방’에서 만난 다섯 명의 엄마들이 각자의 분야별 재능을 모아 지난 2021년 교육협동조합을 만들었다. 협동조합 더함 신승옥 대표는 퇴직 후 “우리 아이들에게 보드게임을 배워 재미있게 놀아줄까?”하는 생각에 강사 자격증까지 땄다. 주입식 교육이 아닌 놀이를 통해 인내심, 배려, 협동심 같은 인성교육이 이뤄진다고 믿었다. 그리고 신 대표의 뜻에 공감한 네 명의 엄마들이 페이스페인팅, 교육과학 실험, 칼림바, 장애인 인식개선 등 각자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더함에 합류했다. 그렇게 설립 3년 차를 맞이한 교육협동조합 더함은 서울시교육청 학교-지역 연계 프로그램으로 신나는 컵타, 펀펀 과학과 진로, 쉐이킷 아살라토, 퍼펙트 보드게임 교육 등을 진행했으며, 이 외에도 업사이클링 미술수업, 독서 토론, 드림캠프, 장애 인식개선 교육을 수행해 왔다. 또 다수의 지역 축제에 참여해 페이스 페인팅과 과학체험 부스 등을 운영하며 지역 주민과 학생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일상 속 재밌는 과학실험으로

청소년과 소통하는 이주원 교육이사


교육협동조합 더함의 목표는 아이와 어른이 함께 성장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더함의 교육 목표와 가장 어울리는 사람 중 하나가 교육협동조합 더함의 이주원 교육이사다. 이주원 교육이사는 물리학을 전공한 과학도였다. 집에서 아이와 함께 놀이처럼 과학 실험을 하다가 지인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졌고, 더 많은 아이에게 과학을 좀 더 재미있게 접할 기회를 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교육협동조합 더함에 합류했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을 실험을 통해 이해하고, 주위에 더 호기심을 갖게 하고 싶습니다. 또 실험하고 관찰했던 것을 응용하여 아이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만들거나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험은 무조건 쉽고 재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스포이드로 물을 옮겨 담기를 하면서 먼저 물이 넘치는 사람이 지는 게임을 하는 식이다. 아이들은 컵의 물이 가득 찼는데도 물이 넘치지 않는 것을 보고 신기해한다. 자연스럽게 물의 속성인 표면장력을 이해하게 된다. “과학실험은 아이들이 직접 과학도구를 다루고, 만드는 행동이 많아요. 그런데 의외로 이런 작업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실험 수업을 오래 하면 처음엔 ‘나는 못 한다’고 거부하던 아이들도 능숙하게 도구를 다룰 수 있게 돼요. 그러면서 자신감이 붙기도 합니다. 또 손이 느리거나 소극적이어서 실험을 잘 수행해내지 못하는 친구가 있어도 해낼 때까지 같이 기다립니다. 그 시간을 통해서 나와 다른 아이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배려심을 배울 수 있어요.”  과학교육에서 실험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다. 실험을 통해 아이들은 과학적 지식 뿐만 아니라 자신감, 협동심, 자존감, 배려심, 다양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원 교육이사는 바로 이 지점이 우리나라 과학교육이 고민해야 할 방향성이라고 강조한다. 2024년 더함의 교육 사업은 다섯 명의 교육이사 외에도 협업 강사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중 보드게임은 단순 놀이가 아닌 통합교육의 베이스로 활용하여 놀이 심리 상담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과학 교육에서는 가정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실험할 수 있는 부모교육 프로그램과 아이들과 함께 여러 가지 에너지, 자연환경, 지구온난화, 온실효과, 온실가스,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실험들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음악 교육에서는 연주에 그치지 않고, 음악에 맞추어 즐길 수 있는 타악기 수업도 시작할 예정이다. 2024년에도 활발한 활동으로 교육에 가치를 더하는 교육협동조합 더함이 꿈꾸는 대로 이루어지길 희망하며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