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활용 교육 우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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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교육, 생성형 AI를 마주하다
미래형 AI 융합인재 양성 인성교육 더욱 중요
챗GPT의 등장으로 대표되는 급격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교육 분야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 인공지능은 현행 교육과정에서 의무화된 SW 교육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2025년 전면 시행을 앞둔 ‘고교학점제’의 주요 교육 목표는 미래에 급변할 일자리를 위한 진로 역량을 기르는 것이고, 같은 해 시행될 ‘2022년 개정 교육과정’ 역시 인공지능 및 첨단 기술에 적응하기 위한 과목을 신설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능력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생성형 AI의 교육적 활용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우리의 선택과 상관없이 학교와 교수학습 상황에도 빠르게 스며들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을 학교 교육에 활용하는 것이 산업기술의 변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수동적 변화가 되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당장 교육 현장에서는 파죽지세로 몰려오는 인공지능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 특성화 고등학교로 전환해 미래형 AI 융합인재 양성에 나선 광운인공지능고등학교와 초등학교 수업에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서울백석초등학교를 소개한다.
국내 최초 미래 AI 융합인재 양성 - 광운인공지능고등학교
교육계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만큼이나 관련 산업계를 이끌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챗GPT 등장 이후 산업계에선 AI 기술 활용능력을 갖춘 인재를 영입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발맞춰 교육계 역시 AI 인재 양성에 더 힘을 싣고 있다. 올해로 8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광운인공지능고등학교도 그 중 하나다.
우리나라 전자산업을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광운전자공업고등학교에서 광운인공지능고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하며 AI 특성화 고등학교로 전환했다. 지난 2022년,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고등학교라는 타이틀과 함께 인공지능컴퓨팅과, 인공지능전기과, 인공지능소프트웨어과를 신설하고, 인공지능 산업 분야에서 활약할 기술인을 양성하는 데 목적을 두고 학생들을 육성하고 있다. 인공지능컴퓨팅과는 인공지능기술을 이용한 스마트팜 시스템 구축과 자율주행을 구동할 수 있는 인공지능 플랫폼 연구를 병행한다.
인공지능전기과는 내선공사와 승강기 설치·정비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과정 운영과 함께 IoT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한다. 인공지능소프트웨어과는 코딩기술전문가와 빅데이터 전처리 단계인 데이터 수집·분류를 전담하는 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또한 658m² 면적의 대규모 공간에 인공지능 교육을 위한 체험관도 건립했다. 체험관에는 VR/AR 설계 및 체험존, 드론 체험존, 사물인터넷 체험존, 스마트팜, 블록로봇 등 인공지능 수업과 체험을 위한 첨단장비가 구비되어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고로 전환하기 위해 이름을 바꾸고 커리큘럼과 관련 인프라를 구축했지만, 그중에서도 이상종 교장이 가장 신경 쓴 것은 교사의 역량이었다. “학교 시스템만 바꾼다고 좋은 교육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진짜 내실 있는 교육을 위해서는 교사들이 먼저 바뀌어야 했어요. 선생님들께 연간 60시간 연수에서 더 나아가 90시간 연수를 적극 권장하면서 인공지능 전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격려했고, 학과별로 30%의 교사는 300시간 전문연수를 받도록 했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인공지능 관련 교육대학원에 진학하는 교사도, 교원학습공동체를 구성해서 늦은 밤까지 공부하는 교사도 생겨났다.
인공지능 시대의 학교 교육,
인성 교육이 더욱 중요하다
광운인공지능고등학교는 3년간의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전자융합과와 네트워크통신과도 인공지능기초 교육과정을 운영해, 인공지능 전공이 아닌 학생들도 인공지능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정규 교과 수업에서 활용하기 위한 머신러닝 워크스테이션과 CVAT(Computer Vision Annotating Tool)을 독자적으로 구축하고, 홀로렌즈2 및 메타버스형 커리큘럼을 정규 수업에 편성했다. 홀로렌즈를 활용한 수업은 실제와 가상이 결합한 메타버스형 교육 프로그램으로 전기안전, 각종 계측기 사용법, IoT 장비 설치 및 운영 등의 실무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무엇보다 각 분야에서 실제로 AI를 접목할 수 있는 활용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인텔이나 KT 같은 국내외 AI 기업과 함께 교육과정을 공동으로 개발했다. 인텔사와는 3년 전부터 ‘인텔 AI for Youth’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인공지능기초 정규 교과에 전면 도입했다. 수업 내용은 인공지능의 개념, 통계 데이터, 컴퓨터 비전, 자연어처리와 같은 AI 기술역량을 기르는 내용뿐만 아니라 문제해결능력, AI 윤리 및 보안과 같은 사회적 역량까지 신장시키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또한, KT와 인공지능 교육에 대한 MOU 를 체결해 AI 교육을 위한 교수학습자료와 교육과정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AICE 자격 취득 과정을 정규 교과에 도입했다. AICE는 KT가 개발한 AI 활용 능력시험으로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AI 역량을 검정할 수 있는 베이직, 어쏘시에이트, 프로페셔널, 주니어, 퓨쳐 등 총 5단계로 구성된다.
지난해 10월에는 광운인공지능고의 인공지능컴퓨팅과 학생 60명이 AICE 베이직 시험에 응시해 응시자의 90%가 시험에 합격하는 결과를 얻었다.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거나 동화책을 만드는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기술혁신이 빠르게 일어나는 AI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이나 도구에 대한 경험이야 말로 해당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빠르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상종 교장은 아무리 뛰어난 혁신 기술일지라도, 그 기술을 선택하고 활용하는 책임은 인간에게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어떤 기술이든 기술은 인간을 편리하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도구입니다. 인공지능 교육을 할 때 전문 기술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 이전에 인간 중심 교육 즉, 인성교육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사회가 발달해도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거나 인간의 행복을 제한한다면 차라리 그 기술은 안 쓰는 것이 낫기 때문입니다. 생성형 AI로 교사의 필요성에 의문을 가지는 시대에, 진짜 교사들이 해야 할 일은 학생과의 소통, 학생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일일 것입니다.”
생성형 AI 활용 과학 프로젝트 수업 - 서울백석초 천석경 교사
챗GPT의 등장으로 수업 풍경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교사들은 영어 회화나 자료 조사, 콘텐츠 제작할 때 챗GPT와의 협업을 시도한다. 서울백석초등학교 정보생활부장을 맡고 있는 천석경 교사는 지난 5월부터 오픈AI사의 챗GPT, DALL-E2, MS사의 Bing, 미리캔버스 등 생성형 AI 플랫폼을 활용해 5학년 과학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보통 프로젝트 수업은 학생들이 모둠별로 연구과제 내용을 조사하고 탐구 과정을 통해 결론을 도출한 뒤, 마지막에 발표 수업으로 진행한다.
천석경 교사는 그 과정에서 챗GPT와 Bing을 활용한다. 천석경 교사는 학교수업에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이유로 학습도구로서 효율성을 꼽았다. “구글이나 네이버로 검색하면 되게 많은 자료들이 떠요. 그 자료를 다 확인해서 내게 필요한 자료를 취합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많이 걸리거든요. 그런데 챗GPT는 ‘인간에게 이로움을 주는 미생물에 관해서 알고 싶다’고 질문하면 관련된 내용을 곧바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산출합니다. 그렇게 절약한 시간만큼 탐구활동을 하거나 다른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챗GPT가 생성한 자료를 그대로 학생들의 학습 결과물로 사용하게 하지 않는다. 챗GPT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요약하고 정리해서 답변해주는 도구다.
즉, 새로운 사실과 관점을 밝혀내는 게 아니라 기존에 확립된 관점이나 사실을 정리해 깔끔한 논리와 문장으로 출력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실 확인을 하지 않는다. 부정확한 사실이나 잘못된 사실도 확신하는 문구와 표현으로 출력물을 내놓기도 한다. 천석경 교사는 이 부분을 학생들에게 수업 전에 확실히 교육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저작권에 관한 내용과 자료 출처를 표기하는 것도 학생들에게 안내한다. 생성형 AI 플랫폼이나 프로그램에서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모둠 협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더하고 재가공해서 보고서를 만든 뒤에는 그동안 탐구했던 내용을 동화책으로 제작한다. 이때도 챗GPT로 동화 스토리를 구성하고, 이미지 생성 AI인 DALL-E2를 활용해 동화책에 넣을 그림을 제작한다. 이렇게 제작된 동화책은 연말에 학교에서 전시회를 개최한 뒤 본교 1~2학년 교실이나 주변 어린이집에 기증할 계획이다.
생성형 AI의 교육적 활용
천석경 교사는 한 달간 진행한 시범수업을 통해 생성형 AI 활용에 대한 많은 가능성을 느꼈다고 전했다. 특히 생성형 AI를 활용하기 위해서 명령어 즉, 질문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학생의 능동적 수업 참여를 유도하고, 질문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효과가 있다. “요즘 초등 국어교과는 매 단원마다 질문하는 법을 연습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질문하는 능력이 중요한 거죠. 그런데 생성형 AI를 이용하면 내가 원하는 답변을 얻기 위해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지, 수렴적인 질문이 아니라 확산적인 질문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또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질문을 잘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학생들이 ‘우리가 무엇을 탐구해야 하고,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한 번 더 생각한 다음 질문을 만들어요. 당연히 수업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뿐만 아니다. 생성형 AI는 학생들의 창의성이나 탐구력, 문제해결을 도와주는 학습튜터로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실제로 에듀테크 기업들은 벌써부터 생성형 AI기술을 접목한 개인 맞춤형 교육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2025년부터는 전국 초·중·고에 수학, 영어, 정보, 국어 4개 과목에 AI교과서가 도입된다. 수학교과는 학생 개인 맞춤 학습을 지원하고 영어교과는 AI 음성인식 기능을 활용해 듣기 및 말하기 연습을 지원한다. 천석경 교사는 챗GPT를 활용한 수업을 다른 교과에도 확장시킬 계획이다. 더 나아가 국어, 수학, 사회, 과학을 하나의 주제로 묶어 생성형 AI를 활용해 통합교과 형식으로 수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전자칠판에 글을 쓰고, 태블릿PC로 수업을 듣고, 코딩을 통해 로봇을 교실에서 움직이고, 챗GPT로 영어회화를 하는 교실, 알파세대라고 불리는 2010년 이후 태어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 천석경 교사는 학교 교육의 핵심인 교사들 또한 이런 변화의 흐름에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앞으로 아이들은 궁금증을 AI로 해소하고 AI로 여가를 즐기는 ‘AI 네이티브’로 성장할 것입니다. 궁금한 것이 있을 때 AI에게 물어보는 것을 당연하게 느끼는 미래 세대에서 AI 활용 능력은 곧 개인의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학생들이 AI를 올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용 경험을 제공하고, 리터러시 교육 및 윤리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바로 교사의 역할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