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좌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과학진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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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관련 기본 소양 탄탄하게 다지는 교육 우선
적성과 진로에 맞는 맞춤형 교육과정 개발
교육의 목적 중의 하나는 학생들의 역량을 길러 미래에 자신이 좋아하는 직업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만으로도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가지고 잘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기술로 변화가 가속화되는 시대를 맞아 학교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혁신해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맡겨진 일만 잘하면 되는 시대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기획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인정받는 시대가 되었다. 즉,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개선하고 체계적인 진로교육을 실현해야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열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서울과학교육에서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과학진로 교육’이라는 주제로 학교 현장에서 과학진로 교육의 현황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특별좌담을 진행했다.
▪ 일 시 : 2022년 11월 11일 금요일 오후 5시
▪ 장 소 : 서울특별시교육청과학전시관 회의실
▪ 사 회 : 조은경 편집위원장(여의도고등학교 교감)
▪ 참석자 : 고민석 장학사(서울특별시교육청), 전영석 교수(서울교육대학교), 김은애(당곡고등학교), 류정하(위례솔중학교), 김하나(신구로초등학교)
현재 교과마다 진로 연계 교육 진행,
학교 현장에서 다양한 진로교육 시도 중
사회자
우리나라에서는 10년 전부터 진로교육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며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가 진로 전담 교사와 진로 선택 교과목이 학교마다 생겼고, 진로교육법이 제정되기도 했죠. 본격적인 특별 좌담에 앞서, 현재 학교 교육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진로교육에 대한 경험과 고민을 나눠보겠습니다.
김하나
현재 초등교과 과정에 진로교육 내용이 반영돼 있습니다. 각 교과마다 진로 연계 내용이 들어가 있고, 과학이나 실과 교과에 직업을 소개하는 단원이 있어요. 또한, 진로교육 선생님을 두고 진로교육 주간을 운영하거나 진로 체험학습. 진로 심리검사 등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 경험을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경제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창업교육을 하는 선생님들도 있습니다. 이런 흐름도 진로교육과 연계해 시사할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류정하
중학교에는 ‘진로와 직업’이라는 교과목이 있습니다. 자아를 이해하고 탐색하는 과정. 직업에 대한 이해, 학습의 중요성과 고등학교에 대한 이해 등 여러 활동을 통해 진로 목표를 설정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런데 진로진학 상담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학생들의 특성이나 본인 의견보다 학부모님의 뜻대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요. 학생 스스로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충분히 혹은 열심히 하는 데도,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아서 원하는 학교로 진학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특히 예체능 분야에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 중에 춤이나 노래, 운동을 원해서 특성화고 진학을 원하는 데도 학부모님들을 절대로 안 된다고 반대하거나, 일단 고등학교까지는 인문계로 진학하고 진로는 그다음에 정하자고 하는 것이죠. 그래서 특성화고나 예체능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학생이 별로 없어요.
김은애
저희 당곡고등학교는 4년째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교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요. 59개의 교과목 중 50개 교과를 선택해요. 그중에서 진로 선택 교과는 학기별로 6개씩 총 24개를 선택합니다. 그 과정에서 진로 코디네이터 선생님이 학생들의 진로교과 선택에 도움을 줍니다. 또 소프트웨어 중점학교이기도 해서 AI, 데이터나 정보처리 프로그래밍 등 관련 교과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진로와 관련된 정말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요. 학교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대학이나 외부 전문가와 연계해 강의하는 방학대학 프로그램이나 방과 후 특별 프로그램들이 많습니다.
아이들도 문과나 이과 상관없이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수업이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때문에 정말 수업 시간표가 다 달라요. 그만큼 학교나 선생님들이 해야 하는 일이 많지만, 오늘 주제처럼 아이들이 행복한 진로교육을 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저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느끼는 아이들 만족도도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2025년 고교학점제를 전면 시행한다는 데 좀 걱정이 많아요. 우리 학교는 연구학교로서 재정적 지원이 충분히 되는 상황이고 인프라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는데, 2년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이런 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 학교가 얼마나 될까 염려가 되긴 합니다.
조은경 편집위원장(여의도고등학교 교감) 지역과 학교 간 여건에 구애받지 않고 학생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시스템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공교육의 역할이라고 말하는 조은경 편집위원장 | 고민석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진로 탐색의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주체성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고민석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 전영석 서울교육대학교 교수 |
전영석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는데, 진로 선택과목을 수강하는 것이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 정말 도움이 되는지 관료 자료나 데이터가 있나요? 왜냐면 당곡고등학교가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서 굉장히 모범적인 진로교육을 해왔다면, 실제로 졸업생들에게 지금까지 받은 교육이 진로 선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이런 데이터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사회자
방금 교수님께서 굉장히 좋은 지적을 해주신 것 같습니다. 연구학교를 운영하는 목적 중 하나가 효과성 검증도 포함되기 때문에 이 문제는 앞으로 좋은 연구주제가 될 것 같습니다.
김은애
효과 측면에서 아직 어떤 정량적인 연구는 없지만, 현장에서 졸업생들을 보면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체감합니다. 사례를 들자면 성적이 7등급이었던 남자애가 있었는데, 이 아이의 특징을 보니까 미적 감각이 굉장히 뛰어나고 공간 능력이 뛰어난 거예요.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 하면, 여러 교과에서 ‘얘가 어떤 식으로 과제를 해왔고, 어떤 특징이 있더라’ 하는 것을 다 써놓거든요. 그걸 본 교장 선생님이 ‘얘는 건축가하면 좋겠는데?’ 그러시는 거예요. 그러면서 당시 진행 중이던 ‘도서관 리모델링’ 관련해서 학생 제안서를 넣어보라고 했어요. 그러자 이 친구가 설문조사까지 하는 등 굉장한 열의를 보이더라고요. 그렇게 ‘건축가’라는 자신의 적성을 찾은 그 학생은 진로에 대한 목표가 명확해지니까 성적도 오르고, 결국에는 국민대 건축과에 합격했습니다. 사실 국민대 건축과에 합격하기엔 어려운 성적이었는데, 그 친구의 발전 과정과 다양한 활동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수시에서 합격한 거죠. 그랬더니 웬걸 얘가 입학하더니 과에서 수석을 놓치지 않았어요. 이 학생 말고도 이런 사례가 정말 많아요. 수능 점수를 잘 받아서 간 아이들보다, 다양한 프로젝트 수업을 경험한 아이들이 자기 삶을 더 진취적으로 꾸려가는 것을 옆에서 보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도 제 수업을 좀 더 다양하게 하려고 굉장히 노력합니다.
김은애 당곡고등학교 교사 4년째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를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만족도가 정말 높다는 것을 체감하지만, 그만큼 재정적 시스템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김은애 당곡고등학교 교사 | 류정하 위례솔중학교 교사 그에 맞는 교과서의 재구성이 이뤄져야 한다는 류정하 위례솔중학교 교사 | 김하나 신구로초등학교 교사 |
과학진로 교육은 이공계로 진로를 유도하는 것이 아닌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
사회자
김은애 선생님께서 엄청난 사례를 소개해주셨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다양한 스마트 기기와 가상현실, 메타버스, 홀로그램 등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하고 복합적인 환경 변화로 직업의 미래를 예상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어떻게 진로지도를 해야 할지 교사로서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런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해 이번에는 과학 분야에 포커스를 맞춰서 진로 교육의 방향을 어떻게 할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고민석
가상현실, 메타버스, 미래 교육, AI교육, 디지털 대전환 등 여러 변화의 용어들이 나오면서 변화의 시기라고 이야기하고 있고, 서울시는 지난 8월 ‘다양성이 꽃피는 공존의 혁신미래교육’이라는 비전을 발표하며 학생의 다름이 특별함이 될 수 있도록 다양성 교육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과학진로 교육에서도 학생들이 다양성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반면에 학생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 집중해 가는 체계화된 과정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방향을 어떻게 균형감 있게 지도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사회자
초등학교 때는 과학을 재밌어하고 흥미를 보이는 아이들이 많은데,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 그렇게 흥미만으로 접근할 수는 없는 부분이 있어요. 어떻게 보면 구태의연한 생각일 수도 있는데 과학 분야로 진로를 정하기 위해서는 수학이나 물리, 생물, 지구과학 같은 과학 교과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거든요. 과학 분야에 흥미를 키운다고 너무 교과 과정을 소홀히 해서 학생들이 기본적인 수학 능력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는데, 현장에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류정하
어쨌든 과학도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 거는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기본에 충실하되 시대적 변화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요즘 중학교 남학생들을 상담하다 보면 최대 관심가가 게임이에요. 게임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그렇게 즉각적인 흥미를 일으키는 게임에 많이 노출되다 보니 어려운 개념이 많은 과학 수업에 흥미를 못 느끼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과학 교과도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재구성하고, 다양한 체험을 통해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김은애
과학진로 교육이라는 것이 과학교육과는 그 결이 조금 다른 거 같습니다. ‘과학적 방향으로 진로를 잘 선택하게 하는 교육’라는 점에서 한정해 생각한다면, 결국 이공계 쪽으로 진로를 정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야기인 거잖아요. 그렇다면 제 생각에는 초‧중등학교 때 잘 준비해서 과학고나 과학중점학교로 진학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해요. 일반 고등학교는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중 선택해서 두과목 정도만 이수하는데, 과학중점학교는 무조건 다 이수해야 되거든요. 과학중학교나 과학고가 넉넉하게 있어서, 이공계로 진학을 원하는 아이들이 과학 분야에 집중해서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젼영석
저는 좀 반대 입장입니다. 우리나라 교육이 미국 교육과 가장 다른 점을 꼽자면 패자부활전이 안 된다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즉, 이공계로 진로를 정했다면 철저하게 성적관리를 해서 과중 과고 과대로 진학하는 시스템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다른 곳을 알아보다가도 나중에 이공계 분야로 진학하고 싶을 수도 있고, 또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지금 시스템으로는 이게 원활하지 않은 거죠. 전 그것보다는 누구든지 기본적인 역량 교육을 받는다면 나중에라도 진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좋다고 생각해요. 이와 더불어 과학 과목이 일정 부분 도구 과목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즉, 과학진로 교육이 이공계 분야로 유도하기 위한 교육이 아니고, 어떤 진로를 정했을 때 도움이 되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거죠. 사실 심리과학, 인지과학, 인문과학처럼 과학이라는 이름이 붙은 학문 분야가 많은데, 이는 과학적 방법을 사용한다는 뜻이잖아요. 즉 과학교육은 증거에 입각해서 사고하고, 토론하고 모델링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어떤 직업을 택하든지 과학적 훈련이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과학진로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류정하
저도 교수님 말씀에 덧붙이고 싶은데요. 제가 예전에 미국에서 연수할 때, 전구에서 나오는 빛부터 시작해서 에너지 전환까지 이어지는 6개월짜리 프로젝트 수업을 참관한 적이 있습니다. 그에 반해 우리 교과서는 에너지 전환, 전기, 빛 파트가 학년별로 구분되어 따로 나와요. 그러면 파트별로 해당 지식만 습득하지, 어떻게 사용되고 그걸로 어떤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흐름을 파악하기 힘들단 말이죠. 참관했던 수업에서는 에너지가 전환되는 여러 가지 모델을 만들어보게 하면서 학생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데, 우리는 단순히 그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실험 정도밖에는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어렵죠.
사회자
저도 두 분 말씀에 상당히 공감합니다. 우리가 ‘국가 경쟁력을 위한 과학교육’이란 말을 사용하곤 하는데 이제 거기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고, 그런 의미가 교과서가 여러모로 아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이제 세 번째 논의로 넘어가면 2022년 개정 교육과정이 발표되었고, 내용을 살펴보면 진로교육을 굉장히 중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준비하고 있고, 또 우려나 기대는 무엇인지 여러 측면에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김하나얼마 전에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주로 접속하는 사이트에서 ‘선택과목’을 검색했더니 게시판에 ‘선택과목이 도입된다는 데 혹시 들으셨나요?’라는 글이 딱 하나 검색됐는데 댓글이 부정적이더라고요. 아마도 선생님들이 당장 해야 할 일이 많아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내용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초등학교에서 선택과목을 어떻게 도입하는지 구체적인 안내 사항을 아직 받지를 못해서, 또는 정확한 실체를 모르기 때문에 이제 그냥 우려만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도 고교학점제처럼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과목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현재 동아리 활동을 선택하는 것과 뭐가 다르지? 라는 생각이 들고, 또 학생의 적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과목을 개설해야 할텐데 그걸 다 개설할 수 있을까 등등 여러 생각이 듭니다.
류정하
중학교는 현재 자유학년제를 시행 중이고 2025학년도부터는 자유학기제로 바뀌는데, 지금보다 한 학기가 줄어들어서 특별한 영향은 없습니다. 또 현재 3학년 기말고사 이후인 11월부터 2월 졸업 전까지 전환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이제 진로 연계 학기를 운영한다고 하는데, 이게 뭐 별다른 건가 이렇게 생각하는 선생님이 많습니다. 단지 고등학교에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중학교 진로 연계 학기에는 고교학점제라든지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학생들의 안내 이런 것들이 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
깊이 있는 직업 탐색의 기회 필요
사회자
진로교육에 있어 학교 현장뿐만 아니라 학부모의 역할도 중요한데요. 특히 학부모들은 진학에 성공하지 못하면 진로 역시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인식은 진로교육과 진학교육을 구분하게 만들고, 나아가 진로교육이 진학교육을 방해한다는 생각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류정하
아무래도 학부모의 역할에 대해서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학부모 연수를 한다고 해도 일회성에 그치는 거니까요. 이 부분은 정말 국가적인 차원이나 아니면 교육청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실제로 중학교 교과서에서 자연계 계통 과학과 관련된 직업으로 연구원 외에는 없어요. 학부모들도 정보가 없으니까 자녀와 제대로 된 상담을 하기 어렵거든요.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진로나 직업에 대한 홍보나 교육이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영석
진로 탐색을 할 때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 내가 무엇을 잘하는가, 이 사회가 요구하는 기대는 무엇인가?’ 이 세 가지 질문이 만나는 곳에 자신의 진로를 설계해야 합니다. 보통 진로를 정할 때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만 생각하는데, 이 세상에서 얼마나 그 직업에 기회가 있는가를 봐야 해요.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에서는 캡스톤 프로젝트라는 직업 탐색 프로젝트를 진행해요. 인터뷰를 하거나 소설을 쓰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결과물을 제출하도록 합니다. 우리가 직업을 안내하더라도 우리의 시야에 한계가 있고, 학생들의 관심도 다양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자기가 생각하는 직업에 대해서 좀 깊이 탐색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는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에게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은애
저 같은 경우는 독서 기반으로 이공계 진로 탐색하는 프로그램을 단기적으로 운영한 적이 있어요. 1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서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의 이공계 책을 선정한 뒤 각자 자기가 읽은 책을 정리해서 발표하게 해요. 그렇게 다양한 과학책을 접하게 하는 거죠. 그리고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를 가려면 어느 과를 가야 하는지, 그 과를 나오면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는지 다 조사하게 하죠. 그렇게 관심 분야가 비슷한 애들끼리 모둠을 만들어주면 자기네들끼리 소통하면서 더 깊이 탐색하는 거죠. 이 프로젝트를 끝내고 아이들에게 소감을 물어보면 처음으로 제대로 그쪽 직업을 알게 됐고 그 직업의 고충이라든가 이런 걸 알게 됐다고 말해요. 진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프로그램 중 하나였어요.
학생들에게 균등한 기획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시스템화해야
사회자
김은애 선생님처럼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운영하는 분들이 더 많이 늘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진로교육이 선생님들의 열정에만 의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지역과 학교 간 여건에 구애받지 않고 학생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시스템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공교육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류정하
직업 탐색 교육을 목적으로 특강이나 멘토링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도, 진로 교사가 지인을 동원해 알음알음 찾아보지 않는 이상 어디서 찾아야 할지 전혀 모르거든요. 실제로 지역사회마다 진로체험센터가 있는데, 센터를 통해 특강을 요청할 수 있는 과학자나 강사가 없어요. 교육청 차원에서 리스트를 만들어주고 공유한다면, 선생님들이 조금 더 수월하게 진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회자
서울시 교육청이 그런 걸 안 해온 건 아니에요. 제가 교육청에 있을 때 교육기부 리스를 업로드하라는 이야기도 많이 했고요. 다만 학교 현장과 정책이 딱 맞아떨어지기가 쉽지 않아요. 이렇게 미스매치되는 부분을 좀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고민석
결국에는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는 기회도 필요하고 공간도 필요한데, 이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에서 가칭 ‘미래융합교육관’을 추진하고 있어요. 아직 계획단계이긴 하지만, 기초과학, AI, 빅데이터, 로봇틱스 등의 콘텐츠를 담은 에듀테크 배움터를 구성할 예정이고요. 서울에 있는 학생은 물론 선생님 학부모와 함께 이용할 수 있고, 진로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으면 공간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사회자
그런 공간도 굉장히 중요하고, 그다음에 거기서 무엇을 하느냐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과학관에서는 어떤 콘텐츠를 채울까를 항상 고민하고 있고, 반면 교육청은 끊임없이 우수한 시설과 설비를 갖춘 장소를 추구하잖아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지자체별로 운영하는 과학관과 교육청이 연계해서 협업이 이뤄진다면 과학 진로교육이 소외된 지역 없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민석
아까 잠깐 교육관 건립을 이야기했는데, 보다 근본적으로는 과학진로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기술적 운영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공간이든 원하는 사람들을 모두 다 수용할 수는 없어요. 공간적 시간적 거리적 한계 때문에. 그래서 센터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허브가 되고 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원한다면 누구나 쌍방향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뭔가를 해주는 진로 교육이 아니라 덜어주는 진로 교육도 필요
사회자
미래 시대를 대비하는 진로교육은 미래 세대인 ‘학생의 행복’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학교교육 현장에서 진로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이며, 또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요?
김하나
제가 생각하는 과학진로 교육의 목표는 학생들이 과학에 대해서 긍정적인 태도를 갖추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학생들이 과학 분야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고, 혹시라도 나중에 과학 분야로 진로를 정했을 때, 학업 능력이 떨어져서 진로에 방해되지 않도록 기초 교육을 튼튼히 해야 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좌담회 준비를 하면서 한 학부모님의 상담 내용이 생각이 났는데, 초등학교 2학년 아이의 꿈이 농부라면서 아이가 하루 종일 식물에게 말을 걸고 잘 자랐는지 확인한다면서 걱정하시는 거예요. 그런데 전 그 이야기를 듣고 기뻤거든요. 학부모님의 불안을 좀 낮춰주고, 농부가 되겠다는 아이의 꿈을 제대로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류정하
진로 상담을 하다 보면 진짜 물리를 좋아해서 중학교 1학년인데도 원서를 읽기 위해서 노력하고 문제를 직접 풀어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초등학교 때는 정말 과학이 좋았다가 중학교 와서 어렵다는 학생도 있고, 아예 관심도 없는 아이들도 많이 있어요. 결국, 아이들의 개인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모든 아이들이 과학에 흥미를 갖도록 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기술 발전에 따른 사회 변화에 대한 연구와 그에 맞춰 교과서의 재구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은애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과학기술이 우리의 삶 속에 스며 있는 그런 사회에요. 빅데이터 분석을 한다고 할 때, 빅데이터에서 주제를 찾아내는 능력을 인간이 하는 거잖아요. 즉 우리의 과학교육이 데이터를 얼마나 잘 분석하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테이터로부터 얼마나 창의적으로 의미를 건져낼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거죠. 더불어 아이들이 행복한 과학진로 교육을 위해서는 교사들도 행복하게 수업하고 교육할 수 있는 여건 또한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민석
학생들이 행복한 진로 과학진로 교육이라는 주제를 받고 처음에는 참 어려웠어요. 그런데 오늘 많은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과학은 이미 우리 생활과 분리할 수 없는 기반이고, 결국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기반 소양을 탄탄하게 갖춰주는 것이고, 그러려면 이제 다양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주체성이 반영되는 것이 행복한 과학진로 교육과 가장 직결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양석
저는 올해를 끝으로 영재교육 수업은 안 하려고 합니다. 초등학생들이 너무 바빠요. 탐구 과제를 주어도 너무 바빠서 못하는 거예요. 이걸 진로 교육과 연관 지어 생각하면 진로는 본인 스스로 선택해야 하거든요. 그러려면 스스로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자기 자신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데 아이들이 그럴 시간이 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뭔가를 해주는 진로 교육이 아니라 덜어주는 진로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회자
오늘 ‘아이들이 행복한 과학진로 교육’이라는 주제와 관련해 학교 현장 이야기, 정책 현장에서 바라보는 이야기, 그리고 대학에서 바라보는 교수님의 생각까지 이야기를 나누는 데 너무나도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또 이렇게 많은 이야기 들려주신 여러 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장시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