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회에 대한 대응과 과학 진로교육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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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과학의 필요 알리는 것은 과학교사의 몫
2025년 새롭게 개편되는 고교학점제
화학 과목에 대한 섬세한 이해와 안내 필요
글 | 심중섭 교장 (세현고등학교)
고등학교에서 과학 선택 과목은 대학 진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학생들이 과학 선택 과목의 특성과 차이점을 정확하게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수업을 진행하는 과학교사가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즉, 이 과목에서는 무엇을 배우고, 대학의 어느 학과(학부)와 관련이 있는지, 더 나아가 어떤 직업과 관련이 있는지를 잘 알아야 한다. 과학교사가 수업 시간에 이런 내용을 안내한다면, 그것이 바로 과학 관련 진로 탐색 기회가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가끔씩 ‘내가 왜 그 많은 전공 중 화학교육과를 선택했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그 뿌리를 찾아가면 중학교 과학수업인 것 같다. 나는 중학교 3년간 같은 선생님한테 과학을 배웠는데, 그 선생님께서는 과학에 대한 기본 원리와 개념을 너무 잘 설명해주셔서 과학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고등학교에서는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을 모두 배웠다. 당시에는 선택 과목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모든 학생들이 4개 과목을 모두 배우는 것은 당연한 시절이었다. 내가 물리학이나 지구과학보다 화학과 생명과학 수업을 더 좋아했던 이유도 과목 선생님 때문이다. 특히 화학과 생명과학 수업은 재미도 있었지만, 선생님들께서 화학이나 생명과학 공부를 하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비전을 자주 말씀하셨다. 이런 것들이 내가 학과를 결정할 때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교사는 수업만 잘하면 되는 것 아냐?’ 라고 말할 수 있으나 가르치는 과목이 앞으로 살아갈 미래 사회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한 진로 안내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학생들에게 물리학이 만들어갈 세상은 무엇인지, 지구과학과 생명과학이 앞으로 지구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화학이 인간 생활을 얼마나 편리하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일은 과학교사의 몫이 아닐까? 과학 수업 중 과목 관련된 진로 탐색 기회를 가지면 학생들이 과학 공부해야 하는 이유도 생길 수 있다.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 시행…
학생의 적성 찾아 정확히 인도하는 것이 중요
2025년부터 본격 시행될 고교학점제에서는 학생들의 진로 탐색과 학업 설계 과정이 강조된다. 단순히 과학에 대한 흥미를 넘어 과학을 공부하면 어떤 학과(학부)에 진학할 수 있는지, 미래의 직업으로는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활동이 강조되고 있다. 고교학점제의 정의에 따르면, “학생이 기초 학력과 기본 학력을 바탕으로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 기준에 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한 학점을 취득, 누적하여 졸업하는 교육과정 이수 운영 제도”이다.
이중에서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라는 부분이 중요한데, 자연계열(공대, 의약학 등) 쪽으로 진로 희망을 갖는 학생들의 경우 수학과 과학 과목 위주로 선택하게 된다.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과학 과목에는 통합과학, 과학탐구실험, 물리학Ⅰ, 화학Ⅰ,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 물리학Ⅱ, 화학Ⅱ, 생명과학Ⅱ, 지구과학Ⅱ, 과학사, 생활과 과학, 융합과학 등이 있다. 통합과학과 과학탐구실험은 누구나 배워야 하는 공통필수과목이고, 나머지는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선택하는 과목이다. 물리학Ⅰ, 화학Ⅰ,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 등을 일반 선택 과목이라 하고, 나머지를 진로 선택 과목이라 한다. 과학의 일반 선택 과목은 고등학교 단계에서 과학에 대해 기본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과목으로 모든 학생들이 폭넓게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이다.
과학의 진로 선택 과목은 학생이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과목으로 교과 융합 학습, 진로 안내 학습, 교과별 심화학습, 실생활 체험 학습 등이 가능한 과목이다. 대입 수시 전형 중 하나인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는 지원하는 학과(학부)와 관련있는 일반 선택과목과 진로 선택과목을 얼마나 수강했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대학의 입학 사정관은 학생이 수강한 과목의 기록(일명, 과목 세특)을 통해 학생의 학업 역량, 진로 역량, 공동체 역량 등을 찾아낸다. 고등학교에서 과학 선택 과목은 대학 진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학생들이 과학 선택 과목의 특성과 차이점을 정확하게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수업을 진행하는 과학 교사가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즉, 이 과목에서는 무엇을 배우고, 대학의 어느 학과(학부)와 관련이 있는지, 더 나아가 어떤 직업과 관련이 있는지를 잘 알아야 한다. 과학 교사가 수업 시간에 이런 내용을 안내한다면, 그것이 바로 과학 관련 진로 탐색 기회가 아닌가 생각한다.
화학 과목 중심으로 한 진로교육 방향,
과목에 대한 섬세한 이해 필요
그럼, 화학 과목을 중심으로 진로교육 방향을 알아보자. 화학Ⅰ과 화학Ⅱ는 무엇을 배우는 과목인가? 화학Ⅰ은 자연 현상 또는 일상의 경험과 관련있는 상황을 통해 물질의 구조와 특성에 대한 기본 개념과 탐구 방법을 학습하고 현대 지식 기반 사회의 민주 시민으로서 필요한 화학에 대한 기초 소양을 갖추기 위한 과목이다. 반면에 화학 Ⅱ는 ‘화학Ⅰ’에서 다루는 개념을 기초로 물질의 특성과 반응에 대한 심화된 화학 개념과 다양한 탐구 방법을 학습하여 물질 현상과 관련된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과목이다.
정리하면 화학Ⅰ은 화학에 대한 기초 소양을 배우는 과목이고, 화학Ⅱ는 실생활의 현상을 화학적으로 해석하는 과목이다. 그리고 화학과 관련된 학과로는 순수과학으로는 화학과, 화학교육과, 생화학과 등이 있고, 응용과학으로는 나노화학공학과, 생명환경공학과, 화학공학과, 의생명화학부 등이 있다. 물론 의예과, 한의예과, 약학과, 수의학과, 치의예과 등 의학계열의 학과도 화학과 관련된 학과들이다. 좀 더 실용적인 학과로는 화장품과학과도 있다. 화학과 관련된 자격증으로는 수질환경기사, 토양환경기사, 화공기사, 화약류제조기사, 화학분석 기사 등이 있다.
관련 직업으로는 신약개발연구원, 수질분석사, 조향사, 농약품화학연구원 등이 있어서 다양한 직업군이 있다. 화학 수업 시간에 화학과 관련된 학과는 무엇이 있고, 화학을 공부해서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는지 등과 같은 진로 탐색 과정을 포함시킨다면 화학을 공부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껴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을까? 이런 방식으로 물리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의 선택 과목에서 진로 탐색 과정을 가지면 된다.
대학 입시 경향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수시 전형(학종)에서는 물론이고, 정시 전형에서도 지원 학과(학부)와 관련된 선택 과목 이수 내용을 평가하려고 한다. 2023학년도 서울대 대학 입학 전형을 보면, 정시모집에서 교과 평가를 실시하는데, 여기에 과목 이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즉, 지원 학과와 관련된 과목을 과목 위계에 따라 선택했는지, 진로•적성에 따른 선택 과목 이수 내용을 평가한다.
2021년에는 2024학년도 대입 전형에서 선택 과목 이수와 관련하여 지원 학과(학부)와 관련된 핵심 권장 과목과 권장 과목을 발표하였다. 핵심 권장과목은 지원하려면 필수적으로 선택하라는 것이고, 권장과목은 가능한 선택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생명과학부의 핵심 권장과목에는 생명과학Ⅱ이, 권장과목에는 화학Ⅱ가 있다. 미래 생명과학자를 꿈꾸는 학생이라고 하면 생명과학Ⅰ, Ⅱ, 화학 Ⅰ, Ⅱ를 우선 선택하여 공부하도록 안내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대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은 물리학Ⅰ, Ⅱ를 필수로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미래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단순히 교과 내용을 충실히 가르치고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학 선택 과목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진로 교육이 필요하다.
글 | 심중섭 교장 (세현고등학교)
심중섭 교장은 화학교사로서 12년간 한성과학고와 세종과학고에 근무하였고, 4년간 당곡고 교장으로 근무한 후, 2021년부터 세현고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고교학점제 운영 및 공간 혁신에 대한 강사로 중앙교육연수원, 서울시교육청 CDA연수에 출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