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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과학교육의 본질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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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교육의 방향…학생들의 주체성과 능동성 함양

재미있고 따스한 행복세상 만들기 위해 한층 노력


글 | 편집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2년여 만에 엔데믹 시대가 열렸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남겼고, 이제 사회 각 분야에서 지혜로운 해법을 찾아가야 할 때다. 무엇보다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 파괴로 인한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상황을 인지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모든 분야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이 같은 시대적 요구는 과학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 과학교육도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교육·학교·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를 고민해야 할 시기다. 이에 ‘코로나 이후 과학교육의 본질을 찾아서’ 주제 아래 팬데믹이 과학교육 분야에 남긴 과제를 살펴보는 한편, 학생들의 ‘웰빙’과 ‘자기주체성’을 위한 교육·학교·교사의 역할 등에 대한 논의를 통해 행복한 학생과 과학교육의 본질을 찾아보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우리 과학교육의 방향성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 일 시 : 2022년 6월 7일 화요일 오후 5시 30분
▪ 장 소 : 서울특별시교육청과학전시관 회의실
▪ 사 회 : 조은경 편집위원장(여의도고등학교 교감)
▪ 참석자 : 윤원정 장학사(서울시교육청), 곽영순 교수(한국교원대학교), 한명수 교사(영동고등학교), 홍명수 교사(고척중학교), 김종철 교사(대곡초등학교)


팬데믹이 과학교육 분야에 남긴 과제

과학적 탐구 활동의 한계, 그러나 디지털 도구 활용성 확인


사회자
코로나19 발생 2년여 만에 엔데믹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학교 현장은 그야말로 코로나19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했고, 다양한 비대면 방식을 접목하며 교육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특별좌담에 앞서, 2년여의 코로나 팬데믹이 과학교육 분야에 남긴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그동안의 경험과 고민을 나눠보겠습니다.


홍명수
팬데믹 기간 동안 과학교사로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실험과 모둠 활동을 하지 못했던 거에요. 과학적 사실을 실험을 통해 직접 체험하는 것과 시청각 자료를 통해 배우는 것은 경험치가 아예 다릅니다. 실험을 통해 관찰하면서 신기해하고 궁금해하면서 탐구심이 생기는데, 그것을 못 한 거죠. 모둠 활동 역시 탐구한 문제에 대해서 각자 생각을 나누고 토의하면서 적절한 근거로 자신을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을 기르는 중요한 과정인데 그것도 할 수가 없는 거예요. 반면에 코로나는 교육계 종사하는 분들에게 교과 수업이나 과학교육에서 디지털 도구를 굉장히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했습니다. 코로나가 끝났다고 해서 디지털 도구를 활용을 그만둘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학교 현장 수업에 어떻게 가지고 와서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한명수
팬데믹 2년 동안 굉장히 많이 변했습니다. 세상은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그 발전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른데, 만약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그런 변화를 이처럼 빠르게 도입했을 것인가. 그리고 이런 변화에 대해 고민의 시기를 그대로 놓쳐버린 것은 아닌가. 코로나 시국이든 아니든, 아이들에게 빠르게 바뀌고 있는 상황에 대한 교육을 아이들에게 얼마나 밀착감 있게 할 것인가. 과연 우리는 이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이를 교육에 반영했는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특히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교사와 아이들이 직접적인 교류가 현저히 줄어든 것도 아쉬웠습니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얼굴을 맞대고 교류하면서 인격적인 교감을 하는 것도 중요한 교육 활동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팬데믹은 교육 현장에 줌수업, 메타버스,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이고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효율성을 높였지만, 대면 수업이 주는 인간적인 교류로 얻을 수 있는 교육은 줄어든 것 같습니다. 이제 엔데믹으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과학교육은 지난 2년간 놓쳤던 부분을 어떻게 하면 더 잘 담아낼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또한, 빠르게 바뀌는 과학기술이 어떤 기회를 제공할지, 얼마나 재밌고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아이들한테 일깨워주고 싶습니다.




조은경 편집위원장(여의도고등학교 교감)
지속가능한 과학교육은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리더십이나 협동심, 과학적 또는 문화적 활동, 환경과
생태 등 여러 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하는 조은경
편집위원장

윤원정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윤원정 서울시교육청 장학사는 빅데이터라든지 인공지능

등 디지털 수업을 대비하는 공간 구축을 추진 중이며,

이런 기술들을 활용해 모든 학생이 즐겁게 과학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곽영순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과학의 외연을 넓히고, 교사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곽영순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과학교육은 과학적인 호기심과 사고력을 지닌 사회인 양성 목표
지식이 아닌 과학을 친숙하게 하는 교육 환경 필요


사회자
팬데믹을 비롯해 사회, 경제, 환경 등 여러 측면에서 ‘대전환의 시대’라고 불릴 만큼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교육의 역할과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 과학교육이 지식 전달과 역량 향상만 생각한다는 비판과 함께 그 폭을 확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앞서 이야기 나온 것처럼 과학교육에서 인간적인 접근이라든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과학교육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김종철
학생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과학적 소양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과학 교육’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즉, 과학교육의 목표가 반드시 과학기술인을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분야로 나가든 과학적인 호기심과 사고력, 탐구 능력을 지닌 사회인을 양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죠. 이런 과학적 소양을 갖추기 위해서는 주체성과 능동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팬데믹 기간 동안 탐구 활동이 거의 사라지면서 학습자의 주체성과 능동성이 많이 사라졌어요. 그렇기에 앞으로 과학교육이 담보해야 할 가장 큰 목표는 학생들의 능동성이나 주체성 향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명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면서 전 세계가 치열하게 기술패권을 주도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중 간 기술패권 전쟁은 신냉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심화되고 있으며, 양국 모두 기초과학 및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고등학교 교사로서 제일 걱정스러운 부분은 이과 출신 우수한 아이들이 의대나 공무원 쏠림 현상이 심하다는 점입니다. 학생들이 이공계 학문을 재밌게 여겨도 막상 대학 진학을 앞두면 적성보다 직업적 안정성을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즉, 기초과학만 해서는 먹고 살기 힘들다는 거죠. 과학자로서의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고, 과학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커서도 계속해서 과학자나 연구원으로서의 길을 선택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과학교육자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과학교육 정책부터 시작해 입시제도, 교육 시스템 등 국가적인 협의가 필요합니다.


곽영순
현재 ‘에이전시(Agency)’ 개념이 유행하고 있어요. 우리말로 ‘행위주체성’이라고 번역하는데, 이게 양자물리학을 하는 사람들이 내놓은 학습 이론이에요. 양자물리학의 유명한 사고실험인 ‘슈뢰딩거 고양이’ 같은 경우 관찰자가 개입하는 순간 현실이 변하거든요. ‘행동(doing)이 현실(reality)을 바꾼다’는 게 에이전시 개념이에요. 교사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어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나가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과학교육의 외연을 넓혀야 합니다. 이미 과학 분야는 그 경계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되고, 이를 대비해 필연적으로 교사들도 다교과‧다과목 지도 역량을 강화해야만 합니다.


실제로 현재 고교학점제를 미리 시행하고 있는 연구‧선도학교 교사들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세 과목 이상 담당한다는 응답이 90% 이상 나왔고, 많게는 일곱 과목을 가르친다는 응답도 있습니다. 여기에 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 등 다양한 분야를 융합하는 창의교육까지 이끌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과학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성장해 민주시민의 일원으로서 과학적 판단력을 갖추고 의사 결정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춰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아이들에게 ‘과학은 재밌는 것’이란 인식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아이들이 자라서 주부가 되든, 재경부로 들어가든, 의사가 되든 자신의 위치에서 과학의 편을 들어줄 것입니다.


윤원정
시대에 따라 과학교육 방법이 계속 변하고 있는데요. 예전에는 STEP‧STEAM 교육이 한창 과학교육의 흐름을 이뤘다면, 최근에는 메이커 교육이 과학교육의 한 부분으로 정착하고 있고, 인공지능을 과학교육에 담으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과학교육의 방법들이 왜 변해야 할까를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고민이 지속가능한 과학교육의 본질과 맞닿아 있지 않을까 고민했는데요. 과학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무엇을 얻게 하고 싶은지 생각하면 바로 ‘의사소통’ 능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의사소통은 문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다른 사람과 협업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능력입니다. 즉, 지속가능한 과학교육을 위해서는 교육 내용, 교육 환경 등이 아이들에게 최적의 의사소통과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회자
지속가능한 과학교육은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리더십이나 협동심, 과학적 또는 문화적 활동, 환경과 생태와 관련한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 등 여러 면에서 접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과학교육을 진행한 사례가 있다면 얘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홍명수
오늘 논의하는 ‘지속가능한 과학교육’이라는 주제가 제게 중요한 고민을 던져준 것 같습니다. 과학이라는 분야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잖아요. 과학 수업을 통해 과학이 그저 학문의 한 종류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사회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일깨워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 ‘생물 다양성’ 수업을 진행하면서 느꼈던 것은 우리 아이들이 주변에 흔히 피는 꽃 이름도 제대로 모른다는 점이었습니다. 반면에 학교 주변 생태를 관찰하는 수업을 진행했더니 아이들이 정말 눈을 부릅떠가며 하나라도 더 찾고, 사진 찍기 위해 난리가 난 거예요. 환경과 생태에 대한 교육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작고 사소한 것부터 시작할 수 있구나.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또 한 번은 ‘물 부족’이란 주제로 찬반 토론을 진행하는데, 아이들이 자신의 주장을 펼칠 때 근거 없는 비관이나 낙관이 혼재되어 있더라구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를 많이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한명수
저는 용산구에서 진행한 ‘진로체험 아카데미’에 참여해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제가 운영했던 프로그램 중에 ‘격투! 한‧중‧일’이란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이게 뭐냐면 한‧중‧일이 역사적으로 충돌하면서 그게 지구과학까지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살펴보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애들이 굉장히 흥미로워하고, 저도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공부하게 되더라구요. 그러니까 저도 과학을 하는 사람이지만. ‘과학을 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이런 것들을 펼쳐줄까. 과학을 하는 사람들은 이걸 어떻게 바라보는가.’ 그런 것을 같이 인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거죠. 우리가 지속가능 관련 교육을 수행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움직여야 하는 것은 교사들입니다
.


요즘 미국의 대학가에서 교수들이 “I’m not professor. i’m coach”라고 말한답니다. 즉, 교수의 역할이 정해진 지식을 텍스트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던져주고 학습자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유도한다는 거죠. 그러려면 교사들이 그만큼 연구해야 해요. 문제는 우리나라 학교 수업은 그런 문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구조라는 거에요. 주어진 수업 시간 50분 중에서 40분은 과목을 과목답게 이해하도록 돕는 거라면, 겨우 10여 분 정도 시간에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전달합니다. 다만 ‘2022 개정 교육과정’으로 바뀌면서 교과 분량이 줄어들면서, 수업을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이 늘어났어요.


반면 교과 내용이 확 줄어드니까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개념을 건너뛰는 거예요. 교과에서 중요한 걸 빼버리면 애들은 그 학문을 학문답게 사고하지 못해요. 그런 의미에서 넓고 얕게 배우는 건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정말 적은 인원이 배우더라도 깊게 배워야 그걸 기반으로 그럼 다음에 뭘 해볼까 생각합니다. 이런 아이들이 모여 함께 협업하는 과정에서 창의력이 발현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협업하는 과정’ 자체가 진정한 과학교육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명수 영동고등학교 교사
교사의 역할이 가르치는 것에서 학습자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유도하는 코칭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그만큼
교사들이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말하는 한명수 영동고등학교
교사

홍명수 고척중학교 수석교사
팬데믹 기간 동안 실험과 모둠 활동을 하지 못했던 게

과학교사로서 가장 힘들었다고 말하는 홍명수 고척중학교

수석교사

 

김종철 대곡초등학교 교사
과학교육은 과학적인 호기심과 사고력, 탐구 능력을 지닌 사회인을 양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김종철 대곡초등학교 교사.




학생이 행복한 과학교육을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의 자기 주체성 및 자율성 확보가 중요


사회자
우리나라 교육 환경에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바로 ‘국가교육과정’입니다. 지속가능한 과학교육이 이뤄지려면 교육과정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요?


곽영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지식’은 줄이고 ‘기능’을 강조했어요. ‘기능’이라는 게 ‘지식을 활용하는 방식, 능력’을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결론적으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지식을 가르쳐주는 것 말고, 지식을 생산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식을 생산하는 방법이란 게 어려운 게 아니에요. 귀납 연역 귀추에요. 연역은 큰 이론에 포함된 새끼 이론을 끄집어내는 거고, 귀납은 싸돌아다니면서 여러 객관적 사실들에서 법칙 찾기잖아요. 데이터에서 주장하는 게 논거거든요. 그런데 대체로 교사들이 지식을 가르쳐야 가르쳤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정말로 노련한 교사는 가르치지 않고 질문을 해요. “그래서 다음은? 근거가 뭐야?” 물어보거든요. 이게 소크라테스의 교수 방식이에요. 답을 가르쳐 주지 않고 학생들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하는 거죠. 수행평가를 할 때 항상 지식, 탐구, 태도, STS 이런 순서로 적용했잖아요. 그런데 2020 개정 교육과정부터 평가항목 중 ‘태도’가 우선순위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됐어요. 왜냐면 일단 좋으면 나중에라도 하거든요. 문제는 과학을 싫어한다고 대답하는 학생이 많은 국가로 한국과 일본이 앞다투고 있다는 거예요. 심각한 상황이죠. 그래서 초‧중등학교부터 학생들이 “과학이 어렵긴 한데 재밌어요.” 아니면 “멋져요.” 이런 반응이 나올 수 있도록 과학교육의 방향이 바뀌어야 합니다.


김종철
이번 좌담회의 화두가 ‘지속가능한 과학’이잖아요. 전반적으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느 정도 좀 윤곽이 보이는 것 같아요. 지속 가능한 과학이 무엇이냐 했을 때, 이에 대한 답은 학생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필요성을 느끼면 그건 지속 가능한 과학이 될 수밖에 없어요. 학생들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려워하니까 자꾸 우리는 지식을 덜어내는 거잖아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 학생들이 성공의 경험을 갖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실생활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 상황을 자신이 배운 지식으로 해결하는 경험을 하면 내가 배운 지식이 쓸모없는 게 아니라, 살아 있는 지식이구나 느끼는 거죠. 또 하나는 과학적 소양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발견하고, 탐구하고, 논의하고, 추론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모든 것은 앞서 논의됐던 ‘의사소통’과 ‘의사결정’ 능력을 향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즉 과학적 소양을 갖추는 것은 더 합리적이고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이런 합리적 결정은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지속 가능한 과학을 만드는 핵심요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윤원정
조금 전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그동안 교육 주체인 학교 당국이나 교사,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해야 했던 부분을 굉장히 국가가 주도적으로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지식을 덜어냈다고 했는데, 아이들의 행복한 과학교육과 연관해 생각하면 그 빈자리에 정서적인 측면이 조금 더 많이 담겨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작게는 이제 실험을 통해서 어떤 성취감을 느낄 수도 있고요. 그 성취감을 통해 느끼는 자아 효능감이나 자기 만족감은 앞으로 아이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아이들이 행복한 과학 수업’을 위해서는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할 수 있고, 과목 선택이 조금 더 자유로운, 그래서 주체성을 가질 수 있는 방향성으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회자
지금 말씀하신 게 ‘아이들이 행복한 과학교육’이 이뤄지려면 결국 국가 수준에서 모든 걸 정하고 결정하는 방식보다는 학생들이 직접 뭔가를 해서 성취감을 얻는다는 측면에서, 또 여러 다른 측면에서 학생의 ‘자기 주체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생의 자기 주체성을 더 키우려면 교육 당국, 학교, 교사들이 어떤 역할과 준비가 필요할까요.


홍명수
우선 저는 실패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수업 시간에 실험 결과가 잘못 나올 수도 있고, 또 토론하다가 틀린 말을 할 수도 있고요. 그럴 상황이 긍정적인 경험이 되도록 해야 해요. 사람은 실패를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우잖아요. 틀릴까 봐 말을 하지 않고, 창피해서 질문하지 않으면 상호작용이 이루어지지 않아요. 다음으로 수업에서 평가를 빼놓을 수 없어요. 모두 과정 중심의 평가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실제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고 있나 생각해보면 그렇지 못해요. 과정중심 평가는 굉장히 다양한 평가를 지향하잖아요. 그런데 과학교육에서 평가 지침 딱 정해져서 교사들이 다른 평가를 생각할 여지가 없는 거예요. 이런 수업, 저런 수업을 시도하면서 교사가 좀 더 적절하고 좀 다양한 평가 방법이나 수업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피드백에 대해 말씀드리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피드백을 해야 할지 참고할 만한 아카이브가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요. 현재 학생평가지원 포털이 있기는 한데 거기가 업데이트가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어떻게 피드백을 하면 효과적일지 참고할 만한 자료가 확보된다면 이를 바탕으로 교사들이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윤원정
제가 막간을 이용해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은데요.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준비하면서 성취 기준을 제시하지 말자는 의견이 나왔다는데, 혹시 국가 단위에서 성취 수준 또는 기준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평가가 좀 더 자유롭게 진행될까요?


한명수
평가가 자유롭게 되기보다는 교육 내용이 좀 더 자유로워질 텐데, 대신 평가는 객관화된 방법이 필요할 것입니다. 평가가 너무 다채로워지면, 서로 평가 결과를 신뢰할 수 없겠죠. 예를 들면 선생님마다 가르치는 방법이 달라도 시험을 보는 내용은 비슷해야 하잖아요. 그런 부분에 대한 합의가 잘 이뤄질 필요가 있죠. 그것만 잘 된다고 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을 것 같아요.


곽영수
현재 영국이 그렇게 합니다. 그 사람들이 학습공동체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내가 여기까지 가르치는 게 맞나?’ 불안해서예요. 그래서 자기 학교끼리 모이고, 그래도 안 되면 이웃 학교까지 모여요. 과학 교과는 여기까지 하는데, 사회 교과는 어디까지 하냐 이렇게. 그래서 공동체를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교과 과정에 대한 컨트롤은 어떻게 하느냐. 사실상 문제지가 교육과정의 역할을 합니다. 문제지가 수준별로 북클릿으로 나오거든요. 문제지를 통해 학생들의 학업 성취 수준을 확인하는 예에요. 예를 들어서 주어진 시간 동안 못하는 애들은 7종까지, 잘하는 애들은 끝까지 가니까 자연스럽게 수준별로 교육이 돼요. 교육과정은 크게 무엇을 가르칠 거냐, 어떻게 가르칠 거냐, 그리고 제대로 가르쳤냐를 담고 있는데 만약 이 세 가지가 망했다. 그러면 바꾸는 거죠.


지속가능한 과학교육을 위해
미래 사회에 맞는 새로운 가치 기준을 세울 때


사회자
‘지속가능한 과학교육’은 처음 들어보셨을 텐데요. 과학교육의 본질을 되돌아보고 미래 사회를 대비한 지속가능한 과학교육을 하자는 의미에서 말을 만들어본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 수업과 과학교사 역량의 개발, 향후 과제에 대해 말씀 나누겠습니다.


한명수
지금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 ‘잘 가르치는 게 뭔지, 잘 배우는 게 뭔지’에 대한 기준을 세우는 것입니다. 과거의 가치관으로는 잘 가르치는 건 지식을 최대한 잘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기준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아까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지식을 많이 덜어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빈 부분을 교사와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면서 수업에 대한 접근 방식이 크게 달라졌어요. 반면 학생 입장에서도 ‘잘 한다’는 기준이 달라져야 합니다. 예전에 잘한다는 것은 받아들인 지식을 문제를 통해서 잘 풀어내는 것을 의미했어요. 지금은 공부 잘하는 애들이 사회에 나가서 바보가 될 수도 있는 세상이에요. 그보단 어떤 지식이 있으면 다른 사람이랑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통합적인 역량이 필요한 거죠. 결국 과학은 과학으로서 존재하는 건 맞지만, 그걸 쓰는 존재는 우리라는 거에요. 그 주인공이 바로 학생 자신이라는 것만 바르게 인식시켜줘도 성공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종철
우리가 코로나19를 지나면서 디지털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한 가지 좋아진 점이 있어요. 예전에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교사가 질문하면 대답하는 학생들만 대답하거든요. 대답하지 않고, 손 안 들고 있는 학생도 알고 있겠거니 추측으로 넘어가요. 그런데 태블릿을 활용하면서 수업에 참여한 학생이 30명이면, 30명이 자기 생각을 올릴 수 있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오프라인에서보다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이처럼 이제 활성화된 디지털 소양을 엔데믹이라고 버리지 말고, 오프라인 수업과 잘 접목한다면,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시대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윤원정
학교 현장 가까이에서 지원하려고 노력하는 입장에서 오늘 논의한 내용을 들어보니, 학생을 교사로 바꾸어도 다 뜻이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들에게도 지속가능하고 행복한 과학교육을 만들려면 어떤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우선 미래 교육을 위한 공간에 대한 고민을 좀 많이 하고 있습니다. 특히 빅데이터라든지 인공지능 등 디지털 수업을 대비하는 공간 구축을 계속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예산 면에서 우리가 조금 더 투자가 진행된다면 더 많은 학교에 이런 공간을 계속 마련해 나갈 예정입니다.
공간이 구축되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그 공간에 담길 수업 내용일 텐데요. 선생님들이 조금 더 자기 수업을 조금 더 편하게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교원 학습 공동체 같은 과학교육을 지원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능동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디지털 도구들이 활용되면서 그 안에서도 또 격차가 또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도 인공지능을 기술을 도입해 대량 개인화 학습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들을 활용해 학습 속도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이 즐겁게 과학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세밀하게 뒷받침되어야겠습니다.


사회자
오늘 우리가 과학교육의 본질을 얘기하면서 과학교육이 지속 가능하며, 또 미래를 지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저 개인적으로도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장시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6월 7일 서울특별시교육청과학전시관 회의실에서‘코로나 이후 과학교육의 본질을 찾아서’란 주제로 특별 좌담이 열렸다. 참석자들은 미래 시대를 대비‘지속가능한 과학교육’이 무엇인지 과학교육의 본질을 고찰하고, 행복한 학생을 위한 과학교육의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왼쪽부터 조은경 편집위원장(여의도고등학교 교감), 윤원정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곽영순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한명수 영동고등학교 교사, 홍명수 고척중학교 수석교사, 김종철 대곡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