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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는 뇌가 정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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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 사고로 이해하는 오늘의 과학교육

‘뇌과학적 접근’으로 더 큰 세상을 향해


아이들의 능력은 다양하다. 과학 실험 시간을 보면, 어떠한 학생은 실험과 관련된 과학 내용을 아주 잘 알고 있어서 배우기도 전에 중요한 개념들을 툭툭 이야기한다. 다른 학생은 실험을 하고 싶어서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이런 학생들은 실험에 대한 적극성도 높아서 다른 친구보다 먼저, 많이 하고 싶어 한다. 또 다른 학생은 실험을 정말 정확하게 수행한다. 다른 학생은 결과를 표와 그래프로 잘 그리고 보고서를 잘 쓴다. 어떤 학생은 실험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부족하거나, 어색한 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학생은 다른 학생들이 잘 참여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도와주기도 한다. 이렇듯 아이들이 과학을 할 때는 생각보다 다양한 활동이 동시적으로 그리고 연속적으로 나타난다. 무엇이 이렇게 아이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게 하고,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일까?


과학 학습에는 학생들의 발달 수준, 동기, 태도, 가치 등 많은 요인들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예전부터 지금까지 풍부하게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과학 학습에 대한 기존의 지식을 풍부하게 늘려주었지만, 방법 상의 한계가 있다. 바로 ‘직접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이 버섯을 관찰하여 “자루의 끝부분에 균사가 있다.”라고 적었을 때, 학생이 직접 균사를 보았는지, 혹시 이전에 알고 있는 지식을 그대로 관찰했다고 작성했는지 서술만으로는 확인이 어렵다. 따라서 정말 학생이 어떠한 과정으로 관찰을 하였는가에 대해 더욱 자세하고 직접적으로 알아볼 수 있도록 시도해야 한다.


이러한 시도의 일환으로 과학교육연구에서 뇌과학(Neuroscience)를 접목하는 융합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우리의 두뇌는 생각과 감정의 처리와 신체 행동을 명령하는 기관이다. 두뇌는 단단한 두개골 속에서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으며, 맨눈으로 보거나 전극 등을 삽입하려면 특별한 수술이 필요하므로 쉽게 직접 활동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두뇌의 생김새와 활동을 엿볼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대표적으로는 두뇌에서 나타나는 전기적 신호를 측정하는 EEG(뇌전도법), 자기장 신호를 측정하는 MEG(뇌자도법), 두뇌에 흐르는 혈액의 변화를 측정하는 fMRI(기능적자기공명영상)와 fNIRS(기능적근적외분광법)가 있다. 이러한 측정 방법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안전하게 두뇌 활동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기술을 이용하여 과학 학습에서의 두뇌 활성을 연구하기도 한다.


뇌는 어떻게 과학 지식을 생성하는가?
가설 만드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뇌’


예를 들어 과학적 탐구를 할 때 두뇌는 어떻게 일을 할까? 가설을 생성하거나 가설을 이해하는 두뇌 활성을 연구한 사례를 살펴보자. 자연현상에 대한 설명 중 검증하기 전의 잠정적인 설명을 가설(hypothesis)라 한다. 과학 탐구를 할 때는 가설을 제대로 수립하는 것이 중요한데, 가설을 만드는 과정의 특징을 알 수 있다면, 이를 이용하여 과학적 가설을 더 잘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은 자연 현상을 보고 가설을 생성할 때와, 제시된 가설을 이해할 때의 두뇌 활성을 나타낸 것이다.


가설 생성과 가설 이해를 서로 비교하면 차이가 나는 부분이 많이 있지만, 가설 생성에서 특히 주목되는 곳은 왼쪽 그림(A)의 좌측 중전두회(middle frontal gyrus)이다(그림의 두뇌는 좌우가 뒤집어져 있다). 중전두회는 우리가 생각하는 정보를 바꾸는 기능을 담당한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실험에 참여한 피험자들은 쇠똥구리와 쇠똥과 같은 자연현상이 담긴 사진을 보고 가설을 생각했다. 중전두회는 이 과정에서 내가 본 것은 무엇인지, 내가 본 현상과 관련이 있는 다른 지식은 무엇인지, 내가 생각한 것이 맞는지와 같은 정보를 바꾸는데 기능을 하는 것이다. 가설의 이해 과정에서는 이 영역의 활성이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가설을 생성할 때는 이렇게 생각 속의 정보를 다양하게 바꾸는 과정이 중요하게 작용함을 알 수 있다.


가설 이해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오른쪽 그림(B)의 우측 상두정소엽(superior parietal lobule)에서 활성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영역은 주어진 핵심 정보를 바탕으로 기존에 알고 있는 지식을 불러오는 기능을 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가설 이해 과정에 참여하는 피험자는 ‘가설→현상’의 순서로 제시된 사진을 보고 설명을 확인하였다. 상두정소엽은 이 과정에서 내가 본 장면과 관련 있는 정보를 찾는 역할을 담당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영역은 중전두회와 반대로 가설 생성의 과정에서는 활성이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가설을 이해할 때는 핵심이 되는 기준을 바탕으로 관련 지식을 잘 떠올리는 것이 중요하게 작용함을 알 수 있다.


즉, 과학적 가설을 새롭게 만드는 활동의 핵심은 떠오르는 많은 정보들을 잘 조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과학적 가설을 잘 이해하는 활동의 핵심은 장면에 대한 지식을 잘 탐색하는 것이다. 가설을 만드는 것과 가설을 이해하는 것 모두, 학생들이 관련 지식을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이 지식으로부터 열심히 생각해서 가설을 만들거나 이해하는 비슷한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두뇌를 살펴보면 이 둘은 이만큼이나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둘 다 지식을 잘 알고 있어야 하지만, 평소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활동을 하면 정보의 조작이 중요한 가설의 생성이 발달될 것이다. 한편 특정 주제에 대해 평소에 알고 있는 지식을 그대로 떠올리는 활동을 하면, 정보의 탐색이 중요한 가설의 이해가 발달될 것이다.


점차 거대하고 복잡해지는 사회,
뇌는 어떻게 과학 지식을 융합하는가?


지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과학 교육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주제는 바로 ‘융합’이다. 사회가 거대해지고 복잡해지면서, 새롭게 발생하는 문제들 또한 복잡하여 쉽게 해결하기가 어려워졌다. 기후위기, 인구위기와 같은 문제가 대표적일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데, 특히 최근의 훌륭한 과학적 성과에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융합 활동이 바탕이 되었다. 생물학 뿐 아니라 물리와 화학이 같이 결합된 DNA의 발견이나, 컴퓨터공학 외에 사회학이나 신경학이 접목된 인공지능의 개발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기존의 학문 분야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때, 우리들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같이 검토하여 해결방안을 개발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이러한 융합도 혹시 뇌과학으로 연구할 수 있지 않을까?


융합 사고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사고가 융합 사고인지 알아보는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과학교육 연구자들은 융합 사고를 알아보기 위해 융합 천재로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행기 발명 노트를 분석했다. 그리고 이 노트 내용을 바탕으로 융합 사고를 ‘탐색-설계-구현’의 세 단계와 작은 세부 단계로 모형화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 탐색 단계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관련된 과학 및 공학 지식이 어떤 것이 있는지 정말 그것이 적절한지 탐색하는 단계이다. 설계 단계는 발명품의 조건과 문제 해결의 조건을 생각하고 실제 발명품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단계이다. 구현 단계는 실제 발명품을 제작하고 이를 실제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지 평가하는 단계이다.


에서 제시된 대로 ‘탐색-설계-구현’의 세 단계별로 학생들에게 생각하게 하고 그 때의 두뇌 활성을 토대로 융합 사고의 주요 기능들을 나타내면 와 같다. 노란색으로 표시된 기능은 탐색 단계에서만 강조되는 기능이고, 파란색은 설계 단계에서 강조되는 기능이다. 구현단계는 별도로 강조되는 기능은 없었으나 탐색 단계와 함께(주황색) 또는 설계 단계와 함께(보라색) 강조되는 기능들이 있었다. 그리고 세 단계 모두 강조되는 기능이 있었다. 융합 사고에서 가장 강조되는 기능은 발산적 사고 외 지식의 회상이었다. 관련된 지식을 떠올리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활동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눈여겨볼 것은 각 단계별 주요 기능이다. 먼저 탐색 단계에서는 관찰과 함께 객관적 평가가 수행된다. 여기서의 평가는 특히 다른 사람이나 외부의 주체가 진행하는 평가로 얼마나 다른 사람들도 수긍하느냐가 해당한다. 즉, 탐색 단계에서는 관찰, 지식 회상, 발산적 사고가 일어나 여러 정보들을 검토하게 되면 정보의 채택과 기각의 기준으로 객관성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설계 단계는 감정적 평가와 동기화가 중요하다. 감정적 평가는 객관적 평가와 달리 자신이 얼마나 마음에 드는가에 대한 것이다. 즉 융합적 발명품의 설계하는 과정에서는 자기 자신이 그 결과물이 얼마나 마음에 드는가가 설계물 평가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는 바로 변연계 중심의 동기화와 연계되어 마음에 드는 설계물은 동기를 향상시키고, 마음에 들지 않는 설계물은 동기를 감소시킨다.


탐색과 설계 단계에서의 평가에 대한 특징은 각 단계에서 단순히 개인적인 검토를 하게 하거나, 상호평가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탐색단계에서는 상호평가, 설계 단계에서는 개인이 설정한 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적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계획 세우기와, 유연하게 사고하기, 연역 사고의 훈련, 시각 정보를 힌트로 한 회상이 설계와 구현 단계에서 이루어진다면 좋은 융합 사고를 경험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뇌가 담당하는 사고 정교화가 필요한데, 이는 반복적인 숙달에 의해 형성될 수 있으므로 충분한 횟수와 시간만큼 융합 사고를 반복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미래 향한 초석을 다진 ‘과학하는 뇌 연구’
뇌과학적 접근으로 더욱 큰 세상으로


과학하는 뇌는 이제 막 연구되기 시작한 주제이다. 읽기나 쓰기, 말하기, 셈하기와 같은 기초 기능을 넘어서 더욱 복잡한 기능에 대한 뇌과학적 접근은 이제 시작이다. 다소 복잡하게 보이지만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우리들의 과학 학습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 중요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AI이다. 이번에 소개한 내용들은 가설을 생성하는 AI나, 융합 사고를 하는 AI는 어떠한 기능을 구성요소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가설 생성 시에는 정보를 원활하게 조작하는 기능이 AI에 구현될 수 있겠다. 또한 융합적 대안을 만드는 AI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유형의 산출 지식 평가가 이루어지는 다중 평가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과학하는 뇌에 관심을 갖고 앞으로 더 많은 성과들이 우리의 과학 학습과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빌어본다.


권승혁 교수는 공주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에서 예비교사들이 과학을 잘하는 초등교사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특히 생명과학을 가르치고 배우는 두뇌에 관심이 많아 이와 관련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과학에 디지털과 뇌과학을 접목한 교육과 연구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