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음악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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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변화·융합과 맞닿아
새로이 탄생하는 ‘과학’ 그리고 ‘음악’
과학기술은 인류 문명의 시작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의 많은 영역에 영향을 끼쳐 왔다. 음악 역시 그러한데, 공교롭게도 과학과 음악은 서로 닮은 점도 많고 그 고향이나 생각도 비슷한 점이 많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재즈와 과학을 중심으로 서로 닮은 모습을 찾아보고, 과학을 음악으로 들어보고, 음악을 과학으로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공연을 기획하였다. 이른바 “과학, 음악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음악과 과학의 융합을 주제로 한 새로운 토크 콘서트를 기획하였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인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총 3회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로 새로운 콘서트를 진행하였다. 재즈를 전공한 연주자와 과학을 전공한 과학자 사이의 대화로 이뤄진 이번 토크 콘서트는 홍대 벨로주 그리고 한국현장과학교육학회에서 진행되었다.
“과학, 음악을 만나다”는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산업혁명과 현대과학의 발전을 중심으로 한 음악의 변천을 살펴보는 “과학과 음악의 공존”, 클래식과 비교되는 새로운 음악인 재즈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 상대성이론을 비교해 보는 “재즈 속 상대성이론의 숨바꼭질”, 오늘날 인공지능과 반도체의 핵심이 되는 양자역학을 재즈로 해석해 보는 “재즈로 듣는 양자역학” 이렇게 서로 다른 3개의 주제를 다루었다.
첫 번째 이야기, 과학과 음악의 공존
재즈가 탄생한 고향은 미국의 남부 항구도시인 뉴올리언즈이다. 역사적으로는 북아메리카로 강제 이주한 흑인 노예들이 유럽으로부터 이주한 사람과 서로 어우러지고 여러 지역의 문화와 전통 음악, 악기들이 합쳐지면서 만들어졌다. 공교롭게도 많은 사람들을 이주하게 만든 그 근원은 바로 과학기술이었다. 18세기부터 나타난 산업혁명은 미국과 유럽, 세계의 많은 지역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미국의 경우, 점점 영토가 확장되고 남부지역은 농업, 북부지역은 공업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산업이 형성되고 서로 교류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교통수단이 발전하게 되었다. 미시시피강을 중심으로 증기선과 철도가 생기면서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였고, 이 강의 하류에 있던 뉴올리언즈라는 교통의 요충지가 바로 재즈를 탄생시켰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나타난 여러 과학기술의 변화는 음악에도 큰 영향을 미쳤는데, 가장 전형적인 예로 축음기를 들 수 있다.
1877년 발명된 축음기는 라이브로만 들을 수 있던 음악에서 기록을 통해 다양한 매체로 언제나 들을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을 만들었고 음반 시장의 성장을 가져왔다. 또한 19세기 말 무선통신 기술은 20세기 초 라디오 방송국의 설립을 통해 전국적으로 인기를 끄는 음악의 확산과 유행을 선도할 수 있었다. 재즈 역시 이 시기에 맞물려 급격히 성장하면서 큰 규모의 밴드로 이뤄진, 화려한 음악 스타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또한 과학기술의 발전은 전자악기라는 새로운 혁명을 가져왔다. 오늘날 방송이나 공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자 기타나 건반 등은 20세기 중반 이후 발명되었고 이는 모던 록, 메탈 등 새로운 음악 장르의 등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산업혁명 이전 시기 가장 인기를 끌었던 클래식에서 이후 점점 재즈로 옮겨가게 되는데, 이와 같은 변화는 과학에서도 나타난다. 정확한 음률과 규칙을 중요시하는 클래식은 유럽을 중심으로 매우 견고한 지위를 가지고 있었지만 새로운 대륙에서 탄생한 자유롭고 형식이 없는 재즈는 금세 많은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았고 전 세계 여러 지역으로 퍼지면서 각 지역의 음악과 문화와 서로 섞여 다양한 장르로 변화하였다.
과학의 입장에서도 뉴턴의 보편적이고 일반화된 법칙을 추구하는 고전역학에서 20세기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 등장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사고가 등장하였다. 그동안 절대 불변이라고 믿었던 시간과 공간에 대한 해석도 절대적인 관점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마치 음악에서 클래식의 엄격한 화성과 구성에서 정해진 규칙 없이 벗어나는 것과 같다. 같은 곡이라도 클래식 그리고 재즈로 편곡해 들어보면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두 번째 이야기, 재즈 속 상대성이론의 숨바꼭질
상대성 이론과 재즈 음악은 전혀 다른 분야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상대성 이론은 뉴턴의 법칙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미래 과학자들에게 창의적 사고와 관점을 적용하도록 영감을 주었다. 재즈도 클래식 음악의 규칙을 깨고 스윙 스타일 리듬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자유로운 형태와 솔로 연주에서 창의성을 펼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함으로써 도전적인 장르로 자리 잡게 되었다. 두 분야 모두가 새로운 관점 시도, 패러다임의 전환성을 강조하여, 자유로운 형태와 솔로 연주에서 창의성을 펼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함으로써 도전적인 장르로 자리 잡게 되었다. 두 분야 모두가 새로운 관점 시도,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부분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상대성이론은 우주와 시간에 대해서 혁명적인 해석을 제공하였다. 시간은 음악과 깊은 연관이 있다. 다른 예술 장르와 달리 음악은 시간이라는 공간에서 여러 요소의 변화와 상호작용으로 구성되며, 리듬과 박자, 음악의 길이와 구조, 곡의 진행 등은 모두 시간과 깊은 관련이 있다. 또한, 같은 곡을 어떻게 연주하고 해석하느냐는 결국 시간과 음을 연주자가 어떻게 사용하느냐로 볼 수 있다. 즉, 상대성이론은 시간이나 공간이 누구에게나 동일하지 않고 누가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여러 가지 현상이 일어난다.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시간이 늘어나거나 길이가 줄어들거나 하는 일들이 일어난다, 음악에서의 관찰자는 음악을 듣는 청중이이라면, 음악에서도 이렇게 상대적으로 보이거나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실제로 곡 안에서 같은 Tempo 임에도 리듬 구성에 따라 느려졌다 빨라졌다 하는 느낌의 곡들이 많이 있다. 또한 하나의 곡 안에 서로 다른 Tempo의 다른 곡들이 섞이는 것도 가능하며, 이러한 곡들은 이미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세 번째 이야기, 재즈로 듣는 양자역학
20세기 우리 삶에 가장 혁신을 가져온 것은 양자역학이다. 많은 사람들을 새로운 생각으로 놀라게 했던 아인슈타인조차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바로 양자역학이고,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였던 천재 과학자 파인만조차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고백할 만큼 우리의 전통과 상식에 도전하는 학문이다.
양자역학은 전자와 같이 원자보다 작은 미시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다루는 과학이다. 눈에 보이는 세계와 달리, 미시세계에서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현상과 결과가 나타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불확정성의 원리이다. 재즈를 예로 들어보면 재즈를 연주하는 연주자를 각각의 작은 입자라고 한다면 그들은 또 다른 입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곡의 분위기가 바뀌고 현장에 있는 관객과의 소통으로 악보와 상관없이 매번 서로 다른 연주를 들려주게 된다. 여러 입자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이는 것, 이는 양자역학과 재즈의 유사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양자역학에서의 전통적인 해석에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는 비결정성이다. 이것은 우리가 알고자 하는 어떤 대상에게 우리가 하는 행위(측정)가 결국 영향을 미쳐 이전과는 다른 상태가 되므로 원래 어땠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클래식은 악보에 기록된대로 충실하게 연주하지만, 재즈는 원래 악보 자체가 엄격하지 않고 간단한 코드 몇 개로만 이뤄진 경우도 대부분이다. 따라서 똑같은 악보를 가지고 재즈를 연주하더라도 연주자마다 서로 다르게 연주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아무리 정확히 악보로 옮겨도 결국에는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틀렸는지는 알 수 없게 된다.
한편, 재즈는 그 특성상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면서 새롭게 변화하는데 그 모습은 마치 빛이나 물질이 갖는 입자-파동 이중성과도 유사하다.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물질은 빛을 포함해 입자와 같은 성질과 파동과 같은 성질을 모두 갖는데 이 둘은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음악에서는 이질적인 두 개의 서로 다른 리듬, 화성, 곡들이 결합되면서 마치 한 곡을 들으면서도 서로 다른 두 곡을 떠올리기도 한다. 크로스오버나 매쉬업 등은 바로 이러한 효과를 노린 것들이다. 이번 기획한 공연에서도 여러 가요나 팝송 등을 재즈를 포함해 익숙한 여러 다른 곡들과 결합해 이러한 특성들을 직접 귀로 감상할 수 있게 하였다.
재즈와 과학을 낳은 배경
과학과 음악의 변화는 시대 속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공교롭게도 재즈나 과학 모두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산업혁명을 통해서 사람들이 도시로 모여들었고,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갈등이 벌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식민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결국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수백, 수천만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으면서 인간의 생명, 생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게 된다. 이를 통해 보편적인 생각이나 절대적인 믿음을 벗어난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생각들을 지지하게 되는데 이를 모더니즘이라고 한다. 과학과 음악도 이러한 상대주의적인 사고를 추구하는 흐름 속에서 변화를 겪었다.
또한 오늘날 과학기술을 비롯한 다양한 학문이 결합되면서 새로운 학문이 생겨나듯, 음악 역시도 다양한 지역의 리듬과 문화, 악기 등이 서로 혼합되면서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장르가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인공지능 역시도 컴퓨터 과학과 신경 과학, 인지 과학의 결합으로 발전하고, 바이러스의 변이나 신약 물질을 연구하는 영역에서도 통계와 인공지능, 전통적인 실험과 과학이 결합 되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렇듯 앞으로 우리가 배우고 연구하는 모든 분야가 특징적인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공연의 주제인 재즈와 과학의 융합처럼 다양한 분야를 통하여 아이디어를 얻기를 바란다.
진영환 대표는 미국 Shepherd 대학교를 졸업하고 Azusa 대학교에서 실용음악 석사를 전공하였다. 현재 진영환음악연구소 대표이자 중부대학교 창의캠퍼스 실용학과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라틴 재즈 앨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