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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공학과 의학의 만남, 생체전자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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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위한, 인간 행복을 위해

삶의 가치를 더욱 향상시키다


전자공학과 의학이 융합된 연구 분야를 생체전자공학이라 부르며 인체의 손상된 신경의 기능을 대체하는 전기장치는 신경보철(Neural Prosthesis)이라 부른다. 아직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 연구 분야는 전자공학과 의학의 융합을 통해 의학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들었던 질병들을 갖고 있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주고 있다.


오늘날 전자공학 기술은 다양한 분야들과 융합 연구를 통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 중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연구 분야인 생체전자공학은 전자공학이 의학과 만나 이루어진 융합연구분야이다. 전자공학의 발전에 따라 미세제작 (Microfabrication) 기술이 발전되었고 이와 같은 기술의 발전은 의학과 융합되어, 인체의 손상된 신경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장치 혹은 인체의 신경 세포가 만들어내는 신경 신호들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장치 등을 개발하는 연구로 이어져 오고 있다. 이와 같이 전자공학과 의학이 융합된 연구 분야를 생체전자공학이라 부르며 인체의 손상된 신경의 기능을 대체하는 전기 장치는 신경보철 (Neural Prosthesis) 이라 부른다. 아직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 연구 분야는 전세계적으로 지난 수십년동안 꾸준히 연구되어 오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하고 있다. 본 기사에서는 대표적인 신경보철 장치 두 가지로 청각신경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에게 청각을 회복시켜 줄 수 있는 인공와우 (Cochlear Implant)와 시각신경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에게 시각을 회복시켜주기 위해 사용되는 인공망막 (Retinal Implant)을 소개하고자 한다.



인공와우 : 보청기로 안 되는 난청 환자에 청력 제공


인공와우란 달팽이관 (와우)의 유모세포 (Hair Cell)가 유전적 혹은 환경적 원인으로 인해 손상을 입어서 소리를 듣지 못하는 환자에게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주는 장치이다. 유모세포는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꾸어주는 역할을 하는 세포이다. 인체의 달팽이관 안에는 이러한 유모세포들이 일렬로 배열되어 있으며 아주 독특하게도 이 유모세포들은 그 위치에 따라서 반응하는 주파수 대역이 다르다. 즉, 소리가 우리의 달팽이관으로 들어오면 그 소리는 유모세포를 통해서 주파수 대역에 따라 각기 다른 위치의 유모세포에 의해 전기 신호로 바뀌게 된다.


이와 같이 전기 신호로 바뀐 소리 정보들은 신경절 세포 (Ganglion Cell)라는 세포를 통해 청신경을 거쳐 뇌로 전달되어 우리가 소리를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유모세포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의 경우에는 소리를 뇌로 전기 신호로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이다. 인공와우는 이와 같이 손상된 유모세포를 갖는 환자들에게 이식되어 유모세포를 대신하여 전기신호를 만들어서 청신경을 전기적으로 자극함으로써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해주는 미세 전기 자극 장치이다.


즉, 유모세포를 전기적인 장치로 대체해주는 것이 인공와우이다. 인공와우는 소리를 증폭하여 주는 보청기와는 완전히 다른 장치이다. 인공와우의 구성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소리를 전기적인 신호로 바꾸어 주는 외부 장치와 이 외부 장치를 통해 발생되는 전기적인 신호를 인체의 달팽이관 안의 청신경으로 전달해주기 위해 달팽이관 안으로 이식되어야 하는 이식 장치로 구성된다. 인공와우는 1970년대부터 개발이 시작되어 1985년 미국식품의약청 (FDA)의 허가를 받아 1990년대부터는 제품화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와우를 이식한 환자의 수는 2012년 이미 30만명을 넘어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88년을 시작으로 9000건 이상의 인공와우 이식 수술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인공와우를 이식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가격 뿐 아니라 이식 수술, 수술 후 재활치료까지 포함하여 수천만원이 넘는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공와우가 필요한 환자들 중 극히 일부만이 인공와우를 이식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인공망막 : 망막 손상으로 시력 잃은 환자에 새 삶을


지난 6월, 국내에서의 첫 인공망막 이식 수술 성공 사례 소식이 들려왔다. 인체의 눈으로 들어온 외부의 빛은 망막을 통해 전기 신호로 바뀌게 되며 이 전기 신호는 시신경을 통해서 뇌로 전달되어 물체를 인식하게 된다. 인체의 눈은 여러 층의 구조를 갖고 있는데 각막이 손상된 경우는 장기기증자의 각막 혹은 인공소재로 만들어진 인공각막의 이식 수술을 통해 시력을 되찾을 수 있고, 각막 안쪽의 수정체의 혼탁으로 인한 시력 저하는 백내장 수술 혹은 인공수정체를 이용한 수술 등으로 시력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카메라의 필름과 같은 역할을 하는 인체의 망막의 경우 수술이 가능한 일부의 병을 제외하고는 시력 회복이 어렵다. 인공망막은 망막색소변성 (Retinitis Pigmentosa)과 연령성 황반변성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등의 질병으로 인해 망막이 손상되어 시력을 잃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력을 회복하도록 도울 수 있는 장치이다.


특히 망막색소변성의 경우는 가장 흔한 유전성 망막질환으로 이로 인해 실명 위기에 이른 환자는 국내만 해도 약 1만 여명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망막색소변성은 현재까지 다른 치료방법이 없었던 질병으로 최근 30년 동안 미국, 유럽, 일본, 국내 등 여러 나라에서 망막색소변성 환자들을 위한 다양한 인공망막 장치의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인공망막은 기능을 손실한 망막을 대신하여 외부의 빛을 대신 전기신호로 변환하여 시신경으로 전달시키는 역할을 하는 장치이다. 인공망막 역시 인공와우와 동일하게 인체의 몸 밖에 위치하게 되는 외부장치과 인체의 체내, 망막에 이식되는 이식 장치로 구성이 되어있다. 외부 장치에는 이미지를 획득하기 위한 카메라가 있으며 이를 통해 획득된 이미지는 전기적인 신호로 변환되어 망막에 이식된 이식 장치를 통해 망막을 전기적으로 자극하게 된다. 이미 이식 사례가 국내에서만 수천건을 넘는 인공와우와 비해 인공망막은 걸음마를 뗀 단계라고 볼 수 있으며 현재 인공망막 이식 수술 비용은 한 명당 약 2억원에 달한다.



전자공학과 의학의 융합 통해 삶의 질 향상


인공와우와 인공망막은 약물 치료 혹은 수술 등을 통해서는 청력과 시력을 회복 할 수 없는 청력 상실 환자들과 시력 상실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매우 희망적인 장치이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이식 사례가 있는 인공와우 뿐만 아니라 이제 막 이식 수술의 시작 단계에 있는 인공망막 모두 값 비싼 장치 비용 뿐 아니라 수술비 및 재활치료 비용, 유지비 등 추가적으로 필요한 비용을 모두 합하면 수천만원 이상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비용이 필요하다. 인공와우의 경우에는 수십만명이 넘는 환자가 이미 이식 수술을 받은 만큼 그 장치의 동작이 청력 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이미 충분히 검증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즉, 인공와우의 경우에는 기술적인 발전보다는 장치 비용을 낮추어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 더 많은 환자들이 인공와우의 도움으로 청력을 회복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더 중요한 이슈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인공망막의 경우는 장치를 이식함으로써 환자가 얻게 되는 시력 회복은 아직은 흑백 이미지로 큰 글씨를 읽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물론 시력을 완전히 잃었던 환자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시력 회복이지만 더 나아가 혼자 일상생활을 하는 것 또한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해상도 측면에서 개선된 기술의 개발이 필요한 단계이다.


인공망막 장치의 경우 망막의 어느 위치에 이식하느냐, 어떤 회로를 통해 영상 이미지를 전기 신호로 변환 하느냐 등 아직 이슈가 되고 있는 다양한 연구 주제들이 있으며 현재도 활발하게 연구가 되고 있다. 현재는 인공와우와 인공망막 모두 호주, 미국 등 해외의 제작사들이 앞서 나가서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국내에도 신경 보철 장치 개발에 필요한 미세 제작 기술을 보유하여 연구를 진행하는 다수의 연구 그룹들이 존재하며 비용절감을 통해 더 많은 환자들이 이와 같은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자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 스타트업 회사도 존재한다. 전자공학과 의학의 융합을 통해 의학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들었던 질병들을 갖고 있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주고 있는 생체전자공학은 앞으로 더욱 다양한 질병들에 적용되며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중요한 연구 분야이다.


신수원 연구원은 이화여자대학교 정보통신공학부를 나와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나노생체전자시스템 연구실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은 후 현재 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학부 때 우연히 인공와우와 인공망막에 대해 알게 되었고, 대학원 과정 이후 뇌신경의 신경 신호를 기록하는 미세 전극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