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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관련단체 자연사박물관의 클래식은 여기 이화여자대학교 자연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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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과거로부터 우리의 미래가 걸어온다
도심서 만나는 생생한 자연의 산 교육장


이화여자대학교 자연사박물관(이하 ‘이대 자연사박물관’)은 자연에 대한 학교 교육과 사회 교육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1969년 11월 20일에 국내 최초로 설립되었다. 당시에는 본교 생물학과와 지구과학과에서 연구와 교육을 위해 수집·수장하고 있던 655종의 자료를 진열하는 것으로 출발했다. 이후 1973년 12월 미술관 4층에 140여 평의 전시실을 마련하여 이전하였고, 1997년 5월에는 600여 평의 건물을 신축하여 현재의 모습으로 개관하였다. 이대 자연사박물관은 자연사에 관련된 순수 학술 연구를 비롯해 동물, 식물, 광물, 암석, 화석을 채집·보존·전시·연구하고 있다. 또한 멸종위기 생물 종의 조사와 천연기념물, 국제보호조, 특산·희귀종, 신종 등 희귀 표본을 포함하여 현재 24만 점 이상의 자료를 소장 및 전시하고 있다.


자연사의 타임캡슐, ‘생물 표본’
생생한 자연 만나는 각종 디오라마와 특별전


생물 표본은 자연사의 ‘타임캡슐’이다. 표본의 진정한 가치는 채집되고 만들어질 당시의 시간과 공간 속 생태 정보를 보존하여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40∼50년 전에 지금처럼 지구 생태와 생물다양성이 급변할 것이라고 상상했을까? 당시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식물과 동물들이 불과 50년 만에 이토록 보기 힘들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이대 자연사박물관이 지난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보존해 온 표본에는 참으로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대 자연사박물관의 전시실과 표본을 소개해 본다. 박물관은 크게 4층과 5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4층 입구로 들어서면 첫 번째로 마주하는 공간이 바로 ‘디오라마실’이다. 디오라마란 자연 생태를 표본, 모형, 그림 등을 이용해 생생하게 재현하는 전시 방법이다. 이대 자연사박물관의 디오라마실에서는 우리나라 중부 지방의 바닷가, 습지, 숲을 재현해 놓았다. 얼마 전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탈출해 많은 관심을 받았던 늑구 기억하는가? 늑대는 과거 우리나라의 중부 지방과 북부 지방을 중심으로 분포했으나 1960년대 이후 지금까지 발견된 적이 없어 사실상 남한에서는 멸종된 것으로 여겨지는 동물이다. 개과에 속하는 동물로 개와 달리 꼬리를 항상 밑으로 늘어뜨리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디오라마 숲 속에 살고 있는 늑대를 직접 만나서 한번 확인해 보길 권한다. 이외에도 수달, 재두루미, 검독수리, 담비 등 멸종위기야생동물의 생태를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


4층 기획전시실에서는 매년 분야별로 흥미롭고 독창적인 주제를 선정하여 폭넓고 깊이 있는 특별기획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대 자연사박물관의 전시는 학예팀이 직접 기획하고, 조형예술대학 시각디자인 및 영상디자인 전공 교수·학생들과의 디자인 협력으로 탄생한다.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우는 그래픽과 전시의 몰입감을 더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는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대학 박물관이기에 가능한 감성을 발휘한다. 현재는 먹이를 주제로 한 「먹이, 생명을 잇다」 전이 진행 중이다. 생태계의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가 만들어낸 복잡하고도 치밀한 섭식의 역사를 다루는 전시로, 관람하는 우리도 자연의 거대한 순환 속 한 지점임을 깨닫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다가오는 11월에는 이화여자대학교 창립 140주년 기념 특별기획전 「미국자연사박물관 협업전」을 개막한다. 국내 자연사박물관으로서는 최초로 세계적인 미국자연사박물관의 자연사 컨텐츠를 선보이는 자리가 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기대를 부탁드린다.


5층으로 올라가면 상설전시실이 있다. 이곳은 식물, 곤충, 무척추동물, 척추동물, 지구과학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전시실에서는 다양한 소주제에 맞춰 표본과 설명, 그림, 사진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될 전시는 식물이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특산식물’ 표본들을 마주하게 되는데, 특산식물이란 특정 지역에서만 자라는 고유한 식물을 뜻한다. 한국 특산식물은 전 세계에서 오직 한국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우리가 관심을 두고 잘 보존해야 할 소중한 식물자원이다. 열매가 부채를 닮은 미선나무, 전 세계 크리스마스트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구상나무, 우리나라 중에서도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섬초롱꽃과 너도밤나무 등 식물에 담긴 이야기를 하려면 아마 페이지가 부족할 것 같다.(필자가 식물 전공이라 더 그런 것 같다.) 식물 전시실에도 작은 디오라마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실제 표본들로 이루어진 다른 디오라마와는 다르게 한지로 복원한 ‘복주머니란’ 군락이다. 복주머니란이란 이름은 가운데 꽃잎(입술꽃잎)이 복주머니같이 부풀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광릉요강꽃(광릉복주머니란), 복주머니란, 털복주머니란 등이 있는데, 독특한 생김새가 독이 된 식물 중 하나로 사람들의 무분별한 채취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이다. 이화여대 명예교수이신 이남숙 교수께서 한국의 난과식물을 연구하신 것을 계기로 한지공예 명인과 협업하여 제작했다.


곤충 전시실에서는 멸종위기종이자 곤충 중 유일하게 천연기념물 제218호로 지정된 장수하늘소를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곤충 중 가장 큰 곤충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표본으로 만나보면 그 크기를 실감할 수 있다. 야생에서는 서식하는 곳이 극히 제한되어 있어 만나기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보호종이기 때문에 만나더라도 만지거나 채집하는 것은 절대 금지이다. 이대 자연사박물관에서 가깝고 안전하게 관찰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경이롭고 다양한 지구의 생물들,
사라져 가는 생명의 기록


이화여대는 우리나라 해양 생물 연구를 선도해 온 대학 중 한 곳이다. 이대 자연사박물관은 해양 무척추동물 분야의 권위자인 노분조·송준임 명예교수의 연구 업적을 계승하며 관련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그리고 조사 연구를 통해 수집된 표본들을 무척추동물 전시실에 일부 공개하고 있다. 특히 바닷속 생태계가 어류뿐만 아니라 얼마나 다채로운 무척추동물들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 돌이나 식물처럼 보이지만 동물인 해면동물, 산호·히드라·해파리 등이 속한 자포동물, 이끼벌레라고도 불리는 태형동물, 다양한 패각을 볼 수 있는 연체동물, 외골격이 있는 절지동물, 갯지렁이 같은 환형동물, 오방사대칭의 극피동물, 척추동물과 밀접한 친척인 미삭동물 등의 귀한 표본들을 만날 수 있다. 교과서에서 글과 그림으로만 접하던 무척추동물의 실물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어류와 양서파충류 전시실을 지나 조류 전시실에서는 이제는 만나기 어려운 다양한 종류의 조류 표본을 만나볼 수 있다. 혹시 ‘느시’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새에 대해 들어보았나? 자연사박물관을 찾는 어르신들 중에는 겨울 눈밭에서 흔하게 보던 새라며 옛 기억을 더듬어 반가워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신다. 하지만 지금은 매우 드문 철새로 거의 관찰되지 않는 멸종위기생물이다. ‘하늘을 나는 타조’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크고 무거운 새로 실제로 표본을 관찰해 보면 왜 그런 별명을 가졌는지 단번에 이해가 된다. 안타깝게도 서식지 파괴와 무분별한 수렵으로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지금은 관찰기록조차 거의 없다. 원앙사촌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주의 깊게 보존해야 하는 생물이다. 실물표본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연사박물관 전시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두 개의 목각이 있다.


조금 전에 언급한 원앙사촌이 그 주인공이다. 원앙사촌은 1961년 채집기록을 마지막으로 발견된 적이 없는, 현재는 지구상에서 멸종된 것으로 여겨지는 새이다. 실물 표본도 전 세계 단 3점(일본 2점, 덴마크 1점)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대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원앙사촌 목각 2점은 기록에 의거해 제작되었다. 원앙사촌을 보고 있으면 어쩌면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도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고 말아서 슬퍼진다. 그럼에도 아직 지구상에는 상상 이상의 아름다운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이 존재한다. 자연사박물관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이토록 경이롭고 다양한 지구의 생물들을 매일매일 몸과 마음으로 깨닫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식물과 동물을 연구하고, 사람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우리가 지구 안에서 모두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다. 자연사박물관 홈페이지 메인화면에도 나와 있는 ‘알면 사랑한다’라는 말처럼, 이제 이렇게 알게 된 이상 소중해졌기에 어떻게 하면 지켜나갈 수 있을지 그리고 또 존재를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한다.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자연사박물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더욱 재밌게


자연사박물관을 더 깊이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연사박물관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들은 도슨트(전시해설사)에게 전시해설을 요청하면 된다. 이대 자연사박물관에는 매일 도슨트가 상주하고 있다. 매년 자연사박물관 교육을 이수한 도슨트들이 친절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전달해 줄 것이다. 아울러 자연사박물관에서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주제별 이론과 실험을 함께 경험하는 ‘자연사교실’, STEAM 요소가 포함된 ‘체험형 융합교육(단체교육)’, 자연을 직접 관찰하는 ‘야외 교육 프로그램’ 등 매월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되고 있으니 놓치지 말고 참여해 보길 바란다. 이대 자연사박물관은 언제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소지현 연구원은 이화여자대학교 생명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에코과학부에서 식물분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10여 년간 교정과 박물관 등 여러 기관을 오가며 생물다양성에 대해 강의했다. 지금은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자연사박물관이 가진 의미 있는 이야기를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극한 식물의 세계], [자연에서 배우는 공학이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