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과학수업 노하우 함께 탐구질문 만들고 참여형 수업 설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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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지도 위해 교사의 문해력과 주도성 중요
더불어 성장하는 즐겁고 행복한 학습자의 길
참여란 단순한 수업 출석이나 활동 수준의 참여를 넘어서서 관심과 호기심을 갖고 생각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략)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학생들의 일상 세계와 연결된 적절한 탐구질문으로 학생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된다. 탐구 질문은 ‘정답 찾기’가 아닌 여러 관점과 해석을 유도하는 질문으로서, 학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의미 있는 탐구와 비판적 사고가 이루어지도록 (중략) 깊이 있는 학습을 유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학교는 탐구 질문을 활용하여 학생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학생 참여형 수업을 활성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해설(교육부, 2022)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키워드 중에는 주도성, 학생 참여형 수업이 있다. 이 두 가지는 필자의 교사 교육과정 철학과 매우 연관성이 있어 수업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이다. 발문의 내용에서 살펴보면 학생들이 출석하고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참여가 아니라 학생이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탐구질문은 학생 참여 즉 주도성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이때 학생 참여는 학생이 주도성을 발휘하여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탐구하고, 자신의 배움을 구성하는 행위로 학생의 동기유발을 불러일으키는 적절한 탐구질문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안내하고 있다.
학생 주도성의 기반, 수업 설계 사례
교사의 ‘문해력과 주도성’ 필요
그렇다면 탐구 질문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필자는 학생의 주도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학생들이 만드는 탐구 질문으로 수업을 설계하는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 전에 먼저 시행착오를 겪었던 2023학년도 4학년 1학기 사회 시간 <서울의 중심지>와 관련된 수업 이야기를 먼저 풀어놓겠다. 이는 이후 탐구 질문뿐만 아니라 수업 설계에서 교사의 교육과정 문해력과 교사의 주도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필자가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기에 탐구 질문을 어려워하는 선생님들께 노하우를 알려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 서울시교육청 IB연구·추진단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 질문을 만들어 학생 주도성이 발휘되는 수업을 하고자 했다. 나는 학생들에게 “서울의 생활 ◯◯쪽부터 ◯◯쪽까지 읽어보고 궁금한 것을 잼보드에 써 보세요.”하고 안내했다. 크롬북이 잘 작동하지 않은 학생들의 기기를 점검해 주고 뒤를 돌아서 전자칠판을 보는 순간, 적잖이 당황했다.
학생들의 질문에는 ‘고속터미널역’의 맛집이 어디인가요?’, ‘서울에서 떡볶이가 제일 맛있는 집은 어디에 있을까요?’ 등 성취기준이나 학습목표와는 관련 없는 일상생활과 연계된 ‘진짜 궁금한’ 질문을 써놓았기 때문이다. 당시에 이 문제의 원인이 ‘배움을 위해 탐구 질문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는 학생들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다양한 질문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며 다양한 질문 만들기 활동을 했다. 그 후 질문 만들기를 했을 때, 학생들은 여러 종류의 많은 질문들을 만들기는 했지만 내가 원하는 ‘주도적인 배움을 위한 탐구 질문’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했다. 결국 이는 학생들의 탓이 아니라 수업을 설계하고 발문한 나의 문제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선생님들과 컨설팅을 하다 보면 이러한 어려움을 경험해 본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럴 때마다 나의 경험을 떠올리며 ‘교사의 문해력과 주도성’을 강조한다. 교사의 문해력은 교육과정 문해력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수준, 요구, 관심 분야 등을 파악하고 있는 것, 학생들이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이 방법 등을 아는 것을 포함하며, 교사의 주도성은 문해력으로 파악한 것을 교육과정에 적절하게 반영하여 주어진 대로가 아닌, 우리 학급 학생들에게 알맞게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즉 교육과정 내용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우리 학급 학생들에게 최적화된 방법을 활용하여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배움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학생들의 배움 지도를 설계해야 한다.
앞의 사회 수업에서는 교사는 주도성을 제대로 발휘하여 수업을 계획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며 학생의 주도성 발휘에만 초점을 맞추었다고 할 수 있다. 교사의 주도성과 학생의 주도성은 같은 선 위에 있어서 교사가 30%의 주도성을 가지면 학생이 70%의 주도성을 갖는 것이 아니다. 교사가 100%의 주도성을 발휘하여 수업을 설계하였을 때, 학생의 주도성도 100%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 수업에서 어떻게 수업을 설계하고, 어떠한 학습 자료 등을 제시해 학생들의 생각을 교육과정의 핵심 아이디어, 내용 요소로 이끌어가고 그 속에서 호기심과 탐구심이 생기도록 북돋아줄 수 있을지 계획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니 학생들도 선생님이 안내한 교과서 내용을 대강 훑어보며 무엇에 초점을 맞추어 질문해야 할지, 내가 이번 단원에서 배우고 싶은 게 무엇인지 제대로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고, 교사의 질문 그대로 ‘궁금한 것’을 생각하다 보니 배움과 다소 관련 없는 질문들을 작성하게 된 것이다.
학생 스스로 배움의 호기심이 드러나게,
‘See-Think-Wonder’ 전략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과학 시간에 배움을 위한 학생들의 탐구 질문을 잘 꺼내게 할 수 있을까? <화산과 지진> 단원의 수업을 할 때, 단원에 해당하는 영역의 내용 체계표를 보고 핵심 아이디어, 지식·이해, 과정·기능, 가치·태도에 해당하는 내용 요소, 성취기준, 성취기준 해설, 성취기준 적용 시 고려 사항 등을 면밀하게 살피며 이 단원에서 중요한 개념 등을 분석한다. 그 뒤에는 다시 핵심 아이디어를 보며 ‘이 단원에서 학생들이 꼭 알아야 할 것, 할 수 있어야 할 것’을 깊이 있는 학습의 관점에서 단원 핵심 아이디어로 재진술한다. 화산 분출물에는 어떠한 것이 있고 그것의 색깔이나 모양이 어떠한지, 화산활동이 일어난 곳에 온천이 있는지 등의 단순한 지식 전달 위주의 수업이 아니라 학생들의 삶과 연결되는 부분, 다른 과목과 연계할 수 있는 부분, 학생들이 자신의 배움을 성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배운 내용을 전이할 수 있는 깊이 있는 학습의 관점으로 말이다.
해당 단원의 교육과정을 분석하여 필자가 작성한 단원의 핵심 아이디어는 ‘지각 활동은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변화시킨다.’로 설정하고, 학생들과 함께 배움 지도를 완성하고자 하였다. 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내용을 탐구 질문으로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위의 핵심 아이디어와 내용 체계표의 내용 요소를 학습하기에 적절한 영상과 사진을 준비하였다. 그리고 학생들의 사고를 가시화하기 위하여 See-Think-Wonder 전략을 크롬북으로 수행하도록 설계하였다. 이 전략은 학생들이 집중해서 준비된 자료를 관찰하고, 관찰한 내용을 근거로 자신의 생각과 질문을 하는 전략으로 교사가 해당 단원과 관련해 선별한 자료를 면밀하게 관찰하여 배움 지도를 만들 수 있도록 해 주는 좋은 장치가 된다. 준비한 자료는 총 2가지로 하나는 화산분출물이 실제로 관찰된 장면을 매우 선명하게 촬영한 National Geographic의 영상과 또 다른 하나는 화산 폭발 직전의 모습을 앞의 마을 풍경과 함께 담긴 사진을 준비했다. 전자는 화산활동에 대한 관심을 이끌고 분출물들 각각이 잘 드러나는 영상이라 지식·이해에 해당하는 내용 요소에서 학생들이 탐구 질문을 선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며, 후자는 화산이 사람들의 삶과 관련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관련된 문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 교사가 의도를 가지고 주도적으로 선택하였다. 이렇게 교사의 주도성으로 학생들이 생각할 수 있는 범위를 어느 정도 정해주고, 그 속에서 학생들의 탐구 질문을 받아 보았다.(그림 1)
교사가 제시한 자료를 보고 학생들이 탐구하고 싶은 질문에는 화산 분출물에 대한 궁금증뿐만 아니라, 사진 속 도시와 건물 등에 대한 질문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계획했던 단원의 설계와도 잘 맞아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탐구할 수 있도록 조사하고 조직·정리하는 기회를 제공하도록 수업을 설계하면 된다. 화산이 왜 폭발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있는데 화산 폭발을 과학적 원리를 통해 중고등학교 수준에서 구체적으로 탐구할 수는 없지만 많은 학생들이 궁금해하여 이 부분을 영상과 함께 간략하게 안내하는 시간을 설계하였다. 그 외의 질문도 해당 단원과 관련성이 높다면 추후 가정에서 학습하거나 활동이 일찍 끝난 모둠이 자율적으로 해결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교사의 문해력과 주도성을 발휘해 설계된 수업에서 나온 학생들의 주도성 가득한 질문은 하나라도 놓칠 수 없으니 말이다.
이번에는 학생들의 주도성 함양을 위해 학생과 함께 만든 탐구 질문으로 자유탐구 수업을 한 5학년 1학기의 <온도와 열> 단원의 사례를 간략히 소개하겠다.
학습자가 주도적으로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자신의 배움을 설계하고, 여러 가지 탐구를 통해 단편적인 지식이 아닌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과 더불어 깊이 있는 학습을 가능하게 하기 위함이다. 학생들은 앞의 사례와 같이 온도와 열의 단원에서 공부하고 싶은 것을 패들렛의 샌드박스에 나열하여 배움 지도를 만들어 공부하였고, 뒷부분 4차시를 할애하여 배운 내용에 대해 더 탐구하고 싶은 내용을 찾아 실험 계획을 세우고, 준비물을 갖추어 실험하고 결과를 슬라이드로 제작하여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 자유 탐구를 해보는 학생들이라 처음에는 어떤 탐구질문을 정할지 몰라 어려워했지만 우리가 이 단원에서 배운 개념 위주로 예를 들어 설명하니 창의적인 탐구 질문이 다양하게 쏟아졌다. 탐구질문을 모둠 안에서 선별하고 가장 탐구하고 싶은 것을 골라 실험과정을 작성하고 사진 촬영 등을 통해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올해 5학년 학생들과는 처음해 보는 자유탐구 활동이라 학생들에게 슬라이드에 포함해야 할 내용을 교사가 사전에 안내하고 6장으로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였다. 마지막 발표는 모둠원 모두가 각 모둠의 발표자가 되어 해당하는 구역에서 다른 모둠 친구들에게 발표를 하였다. 학생 주도로 정한 탐구 질문으로 스스로 실험을 설계하고 모두 발표하는 기회까지 갖게 함으로써 주인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탐구 질문을 해결하고 적극적으로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학생들의 집중도와 참여도는 매우 높았으며 만족도 또한 높아, 다음 단원에서 또 꼭 하고 싶다고 하였다.
각 학급에 알맞은 방식으로 맞춤 설계…
함께 연구하면 더욱 행복한 수업 시간
학생들이 만든 탐구 질문으로 수업을 설계하는 일이 막막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다면 이 글을 통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셨으리라 생각된다. 선생님들 각자가 가진 교육철학과 방식을 활용하여 우리 학급 학생들에게 알맞은 방식을 찾아 함께 탐구 질문을 만들고 수업 설계하기를 바로 실행해 본다면, 교사도 학생도 행복한 학습자로 성장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안은정 수석교사는 초등과학교육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10년이상 초등 과학영재교육원에서 지도교사로 활동하고, 전국초등연구대회 교수·학습과정안부문에서 전국1등급으로 푸른기장을 수여받았다. 현재 전국 최연소 수석교사로 서울신미림초등학교에 재직 중이며 서울시교육청의 교사 교육과정 집필 및 강의, 2022 개정 교육과정 선도교원(과학과), 개념기반탐구학습연구회, 교육부 지정 수업관찰수석교사연구회장 등으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