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관련단체 대한민국 화학기술의 반세기 도전과 혁신 한국화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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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위한 화학, 지구를 위한 화학
원천기술부터 산업 현장 적용까지 화학기술 종합 연구기관으로 성장
“화학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일상과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필수 기술입니다.” 이영국 한국화학연구원장의 이 한마디는 우리 사회에서 화학이 차지하는 위치를 명확히 보여준다. 생수병부터 스마트폰, 의약품까지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든 화학기술은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의 핵심 동력이다. 국가적 위기 상황마다 해결책을 제시해 온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연’)은 내년이면 설립 50주년을 맞는다. 대한민국 화학기술의 심장으로 반세기를 달려온 화학연의 역사와 성과, 그리고 미래 비전을 살펴본다.
화학연의 역사와 국가적 위기 대응
화학연은 1976년, 우리나라 화학기술 자립이 시급하다는 판단 아래 태동했다. 당시 동숭동의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된 화학연은 국내 136개 주요 기업의 간절한 요청과 지원 속에 출발했다. 중화학공업 중심의 국가 성장 전략에 발맞춰 원천기술부터 산업 현장 적용까지 폭넓은 R&D를 이어왔다. “화학연은 우리 산업과 사회가 한계를 느끼던 시점에 ‘국가 과학기술의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요구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국내 화학 기술 자립이 나라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점을 일찌감치 간파한 기업들의 열망이 오늘의 화학연을 만들었습니다.”라고 이영국 원장은 설명한다.
설립 초기 화학연은 원유 정제 및 석유화학 제품 제조 기술을 비롯해 합성섬유·정밀화학 등 분야별 기초연구에 매진했다. 이후 산업계가 요구하는 응용·상용화 기술까지 연구 스펙트럼을 확장하며 ‘화학기술 종합 연구기관’으로 성장했다. 현재는 대전 본원을 중심으로 세계적 수준의 연구개발 인프라를 갖추고, 글로벌 화학연구기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가 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화학 없이 우리의 일상과 산업을 얘기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화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필수 기술이다. 최근 대한민국이 직면한 다양한 국가적·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화학연의 역할은 더욱 부각되었다. 2019년,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핵심 소재의 수출을 규제했을 때 화학연은 축적된 정밀화학 연구 역량을 기반으로 고순도 불화수소(HF) 등 반도체 가공 공정 핵심 소재 개발에 나섰다. 여러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술 자립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했으며, 이는 국가 위기를 극복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화학연의 역할은 컸다. 바이오·의약 분야의 탄탄한 R&D 인프라를 바탕으로 세포주 개발과 핵심 원료 기술 이전을 통해 국내 백신·치료제 개발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또한 요소수 공급 파동 당시에는 화학연이 보유한 촉매·공정 기술이 국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화학연은 요소수 제조 관련 공정기술을 정부와 긴밀히 공유하며, 기업들이 대체 공급망을 확보하고 신속하게 생산 공정을 전환하는 데 필요한 기술지원에 앞장섰다.
2050 탄소중립은 이제 전 세계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다. 화학은 산업 전반에서 탄소 배출과 직결되는 분야인 만큼, 탄소를 어떻게 줄이고 관리·활용할지에 대한 해답의 상당 부분이 화학기술에 달려 있다. 화학연은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CCU), 바이오플라스틱, 수소 에너지용 촉매 개발 등의 연구를 선도하며 ‘화학적 전환기술이 대한민국 탄소중립 실현의 열쇠’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이처럼 국가적 위기 상황마다 화학연은 축적된 기술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며 국가 기술 역량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왔다.
국가전략기술 선도와 미래 혁신 연구
최근 정부는 반도체, 배터리, 백신, AI, 수소, 합성생물학 등 여러 분야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이에 대한 연구개발과 산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화학연은 그중에서도 이차전지, 수소, 반도체, 합성생물학 분야에 집중적인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특히 이차전지 분야에서는 글로벌탑(Global Top) 사업, 즉 전략연구단 사업의 총괄기관으로 선정되어 세계 최고 수준의 전지 소재·공정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차세대 전극·전해질 소재, 고에너지·고안전성 배터리 기술, 재활용 및 소재 회수 공정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이차전지 생태계를 아우른다.
화학연이 이끌어가는 이차전지 전략연구단 사업은 ▲산업체와 협력한 실용화 연구 ▲학계와의 공동 연구를 통한 원천기술 확보 ▲정부와 연계한 규제·제도 정비 지원 등의 역할을 통해, 국내 배터리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실히 갖출 수 있도록 기여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배터리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화학연의 연구 성과는 우리나라가 이차전지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화학연은 최근 국가특임연구원 제1호로 이차전지 분야 상용화의 권위자인 김명환 LG에너지솔루션 전 사장을 이차전지 전략연구단장으로 임용하였다. 김명환 단장은 그동안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던 출연연 간의 협력을 이끌고, 민간 기업의 상용화 역량과 출연연의 원천기술 개발 능력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가교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수소 분야에서는 수소 생산·저장·활용 전 주기에 걸친 핵심 소재와 촉매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그린 수소 생산을 위한 고효율 수전해 촉매, 수소 저장 및 운송을 위한 신소재, 그리고 연료전지용 고성능 전극 소재 등의 개발을 통해 수소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소재 국산화 및 초미세 공정 구현을 위한 신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는 일본 수출규제 사태 이후 더욱 중요성이 드러난 분야다.
미래 전략 분야인 합성생물학에서는 미생물 대사공학, 유전자 재설계 등을 통해 산업용 효소, 신약 및 바이오 소재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구축 중이다. 이 기술은 화학공정을 친환경적으로 전환하고, 생물학적 방법을 통해 난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에는 화석연료 의존 구조를 탈피하고, 수소·이차전지 같은 청정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신산업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화학연이 이들 분야의 연구개발을 선도함으로써, 국가전략기술 확보와 지속 가능한 미래 사회의 문을 여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라고 이영국 원장은 포부를 밝혔다.
기술사업화 성공 사례와 산업 생태계 기여
연구기관의 역할은 실험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계와 사회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을 창출·이전하는 데까지 이어져야 한다. 화학연은 ‘연구에서 사업화까지’의 전 과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여러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 화학연의 촉매 및 공정기술을 이전받은 제초제 ‘테라도’는 국내 작물보호제 분야에서 최초로 세계 10개국에서 누적 총매출 3천억 원을 달성하였으며, 미국, 브라질 등 농업 선진 시장을 공략하여 한국 농업 세계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화학연이 개발한 핵심 기술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 에이즈 치료제가 개발되는 쾌거를 달성하였다. 이는 화학연의 사상 첫 신약 개발 성공 사례이자 아시아권 최초의 에이즈 치료제란 쾌거에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특히 화학연의 에이즈 치료제는 특히 인종 간 차이에 따른 치료제 유효농도 역시 우수해 세계 각국의 임상과 승인 과정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어, 향후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의 또 다른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을 모색 중이다.
화학연은 다양한 창업 성공 사례도 보유하고 있다. ‘피노바이오’는 바이오·헬스케어 영역에서 혁신적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는 연구개발 중심 바이오벤처기업이다. 다양한 신약 후보 물질 도출과 비임상·임상시험을 추진하며, 바이오의약품 사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PMI바이오텍’은 화학연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버려지는 굴껍데기를 친환경 공정으로 자원화해 고순도 칼슘, 식품·건자재 등 고부가가치 소재로 제조하는 첨단 환경기업이다. 기존 고온 열처리 대신 순수 용액공정 방식을 적용하여 탄소중립, 폐기물 감축 등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추가로 ‘SC바이오’는 폐암 등 난치성 암을 겨냥한 신약 개발 전문기업으로, 항암제의 효능과 환자 편의성을 모두 높인 차별화된 항암 신약의 연구·개발 및 임상 진입에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출연연 창업은 연구개발 성과가 기술사업화로 이어지는 핵심 경로로, 국가 미래 산업 경쟁력 확보에 매우 중요하다. 연구원 창업기업들은 우수 연구진과 기술 자산, 사업화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신산업 창출, 고용 확대, 환경 개선 등 사회 전반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화학연은 첨단 화학·바이오 분야의 연구 역량을 산업 현장으로 연결하기 위해 연구자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연구원 내에서 축적된 원천기술과 노하우, 인프라를 바탕으로 PMI바이오텍처럼 친환경 자원화 기술, SC바이오처럼 혁신 신약 개발 등 다양한 창업 성공 사례가 꾸준히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화학연은 ‘연구실에서 산업 현장까지’ 이어지는 가치 사슬을 구축해, 우리나라 화학기술의 사업화를 가속화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기초연구부터 응용·개발 연구, 그리고 사업화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화학연의 시스템은 국내 화학 산업의 혁신 역량을 강화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과의 기술 협력을 통해 산업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연구개발과 맞춤형 기술 이전을 추진함으로써, 국내 화학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설립 50주년,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미래를 열다
1976년 탄생 이래, 화학연은 대한민국 화학기술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 왔다. 내년이면 설립 50주년을 맞이하게 되며, 이는 국가 과학기술 분야에서 매우 뜻깊은 이정표다.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화학연은 국내 화학기술의 자립과 산업 발전을 위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초기 중화학공업 육성을 위한 기초 연구에서 시작해, 정밀화학, 바이오·의약, 그리고 최근의 이차전지, 수소, 탄소중립 등 시대의 흐름에 맞춰 연구 영역을 확장하고 진화해 왔다.
“설립 당시 중화학공업 육성과 소재 국산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출발한 화학연은,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산업 발전의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왔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의 50년은, 기존 성과를 발판 삼아 탄소중립·국가전략기술 같은 미래 핵심 분야를 선도하며,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미래를 여는 데 더욱 매진할 것입니다.”라고 이영국 원장은 포부를 밝혔다. 특히 화학연은 50주년을 맞아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화학기술 혁신’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탄소중립 사회 실현과 국가전략기술 강화를 위한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화학연이 지난 위기 상황에서 보여준 기민한 대응과 전략기술 분야에서 축적한 R&D 성과들은, 우리나라가 ‘화학’이라는 근본적 동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자산이 될 전망이다. 일본 수출규제, 코로나19 팬데믹, 요소수 파동과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발휘된 화학연의 문제 해결 능력은 국내 산업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경험은 미래에 직면할 수 있는 다양한 도전과 위기를 대비하는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화학연은 앞으로도 산업계와 학계, 정부, 그리고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며 K-화학의 새로운 장을 열어갈 계획이다. 글로벌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화학연은 국제 연구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선진국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 역량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동시에 국내 기업들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여 연구 성과가 산업 현장에 신속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기술 이전과 사업화 지원 시스템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화학은 모든 산업과 일상을 관통하는 필수 분야입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하는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화학연이 늘 든든한 조력자가 되겠습니다.” 이영국 원장의 이 다짐은 설립 50주년을 앞둔 화학연의 미래 비전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국가 산업의 기반이자 일상의 혁신을 이끄는 화학기술의 중심에서, 한국화학연구원은 앞으로도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미래를 밝혀나갈 것이다. 반세기의 축적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50년을 향한 화학연의 도전은 이제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