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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 과학수업 노하우 인공지능과 과학 수업의 재미있는 콜라보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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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상상력을 현실로!

인공지능, 따뜻한 창의성 키우는 문제해결의 도구


가끔 인공지능(AI)에 대해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한다. 인공지능을 포함한 모든 과학기술은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쓰일 때 가장 가치가 있다. 또한 “인공지능은 ‘따뜻한 창의성’을 현실화시켜줄 수 있는 문제해결을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 중의 하나”이다. 그렇기에 우리 학생들에게 교육과정 중 필요한 필수교과는 아니지만, 우리의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 ‘방법’인 인공지능을 배워야 한다고 말로 열 번 설명하는 것보다 한번 보여주고 체험하게 하고 싶었다.


선생님, 인공지능을 꼭(Why) 배워야 해요?


수교과도 아니고 시험도 없는 인공지능을 왜 배워야 하는지 묻는 학생이 종종 있다. 코카콜라 회사가 진행한 ‘텔레포트(teleport, 순간이동) 프로젝트’가 떠올랐다. 큰 자판기 두 대를 각각 핀란드의 산타 마을과 싱가포르에 설치하였다. 핀란드의 자판기에 눈을 넣으면 싱가포르의 자판기에서 눈이 내린다. 실제로 존재하는 자판기를 통해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를 현실 공간에 만들어내는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기술을 멋지게 활용한 것이다. 텔레포트 프로젝트 기획자는 크리스마스에 한 번도 눈을 보지 못한 더운 나라의 아이 마음에 공감하였을 것이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따뜻한 창의성을 발휘하였고, 첨단과학 기술로 실현한 것이다. 이 사례에서 2022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이 목적으로 하는 ‘과학적 소양을 갖추고 더불어 살아가는 창의적인 사람’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수년째 우리 반 급훈은 ‘따뜻한 감성의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을 기르자!’이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주변을 유심히 관찰하는 사회적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그리고 학생들이 사회적 약자의 어려움을 발견했을 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의지와 실천력을 기르면 좋겠다.


인공지능을 포함한 과학기술은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쓰일 때 가장 가치 있다. 인공지능을 꼭(Why) 배워야 하는지 묻는 학생들에게 “인공지능은 ‘따뜻한 창의성’을 현실화시켜줄 수 있는 문제해결을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 중의 하나”라고 말해주고 싶다.


인공지능은 우리 삶의 어떤(What) 문제를 해결해주나요?


인공지능을 배워야 한다고 말로 열 번 설명하는 것보다 한번 보여주고 체험하게 하고 싶었다. 2011년 네이처 과학 저널에 「단백질 접기 게이머들이 풀어낸 단량체 레트로바이러스 프로테아제의 결정구조」라는 논문이 실렸다. 논문을 통해 과학자들이 15년간 풀지 못했던 에이즈 유발 레트로바이러스 생성 효소의 구조를 ‘폴드잇(Fold It)’ 게이머들이 단 10일 만에 풀었다는 흥미로운 소식을 접했다. ‘폴드잇(Fold It)’은 미국 워싱턴대 생화학과와 게임 과학센터가 개발한 온라인 퍼즐게임이다.


단백질은 20종류가 넘는 아미노산이 복잡하게 입체 결합한 것인데, 질병을 유발하는 아미노산의 입체구조에 치료제가 될 수 있는 약물의 구조를 게이머들이 결합해 안정된 형태의 단백질을 완성해가는 게임이다. 약품 회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코로나19 치료 약물 개발을 위해 익명의 ‘폴드잇’ 게이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코로나바이러스 돌기 단백질에 결합할 가능성이 높은 구조일수록 높은 점수가 나오도록 게임을 설계하고, 게이머들의 게임 결과에서 항바이러스 약물에 대한 힌트를 얻어 코로나19 치료제 약물 테스트를 진행하였다.


성취기준 [6과04-03]과 연계하여 이 사례를 소개하고, 폴드잇 게임 체험 활동을 하였다. 실제 ‘코로나바이러스 결합 단백질 퍼즐 게임’은 수준이 높아 할 수 없었지만, 초보 체험판 게임인 ‘폴드잇 인트로 퍼즐’은 초등학생 고학년이라면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학생의 수준에 따라 ‘사이언스 퍼즐’과 ‘초보자 코로나바이러스 퍼즐’까지 수준을 높여가며 활동할 수 있었다.


관련 성취기준 ┃ [6과04-03] 우리 생활에 첨단 생명과학이 이용된 사례를 조사하여 발표할 수 있다.


학생들은 인공지능 기술이 포함된 재미있는 게임을 하는 것만으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실제로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미로워했다. 첨단 과학기술이 우리 삶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알려면, 첨단 과학기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아는 것(첨단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학생들이 스스로 도출할 수 있어 의미 있는 수업이었다.


과학 수업과 인공지능의 콜라보레이션 어떻게(How) 가능할까요?


인공지능 모델 개발의 재료인 빅데이터(big data)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초등학생에게 ‘빅’ 데이터를 바로 투입하는 것은 발달단계를 고려하였을 때 무리가 있다. 초등학생이 직접 수집하고 가공하여 간단한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스몰데이터(small data)로 접근해보는 것은 어떨까? 성취기준[4과-05-01]과 연계하여 학생들이 직접 식물의 잎 데이터를 수집하고 식물 잎의 길이, 너비, 모양으로 식물을 분류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는 수업을 진행하였다.


관련 성취기준 ┃ [4과05-01] 여러 가지 식물을 관찰하여 특징에 따라 식물을 분류할 수 있다.


먼저 학생들이 직접 식물의 잎 데이터를 수집하였다. 식물 잎의 길이와 너비 데이터는 쉽게 수집할 수 있었으나, ‘잎 모양’ 데이터가 문제였다. 수십 종의 잎을 빠짐없이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을 모둠별로 제안하고 토의 활동을 통해 전체 합의를 이끌어내는 활동으로 보완하였다.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할 때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경우가 있고, 이때 과학적 의사소통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학생들은 치열한 토의를 통해 잎 모양을 분류하는 기준을 ‘길쭉이’, ‘타원이’, ‘손모양이’로 합의하였다. 학생들이 표로 정리한 식물 잎 데이터를 엑셀로 정리할 때, ‘길쭉이’는 ‘1’, ‘타원이’는 ‘2’, ‘손모양이’는 ‘3’으로 데이터를 가공하였다. 가공된 데이터를 그래프로 시각화하고 분석하여 식물 잎 데이터 속성(길이, 너비, 모양)에 따라 식물의 종류를 특정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인공지능 모델 학습을 한 뒤, 식물의 이름을 알려주는 인공지능 모델의 정확도를 확인하였다. 학생들은 자신이 학습시킨 인공지능 모델의 정확도가 낮은 경우, 인공지능 모델이 학습한 데이터의 양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도출하여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필요성을 느꼈다. ‘스몰’데이터로 수업을 계획하였지만, ‘빅’데이터의 필요성까지 인지할 수 있는 수업으로 진행되어 보람 있었다.


학생은 인공지능이라는 첨단 과학기술을 얼마나 이해했을까요?


초등학교 6학년 학생 120명을 대상으로 16차시의 인공지능·과학 융합 수업을 진행한 뒤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도를 확인하기 위하여 「형님이 동생에게 알려주는 AI 카드 뉴스」 활동을 계획하였다. 6학년 학생들은 인공지능·과학 융합 수업 후 우리 학교 동생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내용으로 ‘AI 카드 뉴스’를 만들었다. 그 후 학교 동생들을 교실로 초대하여 1:1( 6학년 1반 교실로 1학년 5반 동생 초대)로 동생들에게 ‘AI 카드 뉴스’를 들려주었다.


교실로 초대된 동생들은 형님을 통해 인공지능과 재미있는 첫 만남을 할 수 있었다. 6학년 학생들은 자신이 배운 내용을 동생에게 설명하고 질문받는 활동을 통해 그동안 배운 내용을 정리하고, 이해가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여 보충하거나 더 알고 싶은 내용으로 심화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학생들은 인공지능·과학 융합 수업을 통해 인공지능에 대하여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인공지능을 활용했다. 이러한 학습 경험이 2022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을 통해 함양하고자 하는 ‘첨단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민주 시민으로서 개인과 사회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하고 참여·실천하는 역량’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양혜민 선생님

양혜민 선생님은 서울특별시교육청과학전시관에서 과학창의력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인공지능융합교육연구회에서 ‘따뜻한 창의성을 가진 미래 인재’를 기를 수 있는 인공지능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적용하고 있다. 2023 AI융합교육 수업지도안 공모전 대상(교육부장관상), 제15회 교육정보화연구대회 전국대회 1등급(교육부장관상), 제3회 AI수업 우수사례 공모전 우수상(한국과학창의재단이사장) 등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