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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 과학수업 노하우 데이터 기반 에너지 소양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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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 속 다양한 에너지,
스스로 체험하고 데이터로 이해하는 시간


에너지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자연 현상과 우리 생활 전반에서 끊임없이 작용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는 여러 현상 속에서 간접적으로 추론해야 하기에, 학생들에게는 개념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다. 예를 들어 전구가 켜지거나 모터가 회전하는 모습을 보더라도, 그 안에서 에너지가 어떻게 흐르고 전환되는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초등학교 과학에서는 에너지를 명시적으로 정의하지 않고 현상 중심으로 다루며,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에너지 관련 통합단원이 삭제되고 에너지 자원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단원이 신설되었다. 에너지를 분절적으로 다루는 이러한 접근은 학생들이 에너지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탐구하는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기후 위기 앞에 놓인 현대사회, 더욱 강조되는 에너지 소양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의 중요성이 커진 오늘날에는, 에너지를 통합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고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에너지 문제를 탐구하도록 하는 에너지 소양 교육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에너지 소양(energy literacy)은 에너지의 본질과 역할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과 사회의 에너지 문제를 합리적으로 판단·결정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이러한 역량은 에너지에 대한 개념적인 이해를 넘어,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상을 탐구하고 타당한 근거로 설명하는 과학적 실천의 경험 속에서 길러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데이터를 기반으로 탐구하고 이를 근거로 에너지 문제를 논의하는 에너지 소양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실행하였다.


프로그램은 체험과 관찰을 통해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존재와 흐름을 인식하고 태양광 발전 모형 실험을 통해 에너지를 데이터로 탐구하여 데이터를 근거로 토의하고 설명하는 흐름으로 구성하였다.


학생들은 먼저 손발전기를 돌려 발전 과정을 관찰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존재와 흐름을 직접 느껴보았다. 손잡이를 돌리면 전구가 켜진다는 단순한 현상 관찰에 그치지 않고 손잡이를 빠르게 돌릴수록 불빛이 밝아지는 것을 관찰하고 원인을 추론하였다. 또한 손발전기의 회전 속도, 연결된 전구의 개수, 다른 손발전기와의 연결에 따른 변화를 비교하며 조건 변화에 따른 결과를 탐구하였다.


학생들은 관찰 결과를 근거로 에너지가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전환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에너지가 다양한 현상 속에 여러 형태로 존재하고 작용한다는 점을 이해하였다. 감각적인 관찰을 통해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추론하고, 현상 간의 인과적 관계를 과학적으로 구성하는 활동을 통해 에너지를 전환과 흐름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기초적인 에너지 소양을 형성하였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 실천 경험,
합리적인 에너지 사용 위한 길


이어서 태양광 발전을 중심으로 에너지 자원으로부터 전기에너지를 얻는 발전 과정을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여 탐구하였다. 계절의 변화 단원과 연계하여 태양의 고도와 날씨 조건이 발전 효율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으로 살펴보았다. 디지털 전압 측정 장치를 이용해 태양 전지판과 열전구의 각도를 달리하며 1초 간격으로 전압 데이터를 수집하고, 지능형 과학실 ON에 데이터를 전송하여 전압 변화 그래프를 확인하였다. 이후 태양 전지판과 열전구 사이에 반투명 파일과 종이를 두어 구름이 낀 날씨의 태양 발전을 모의 실험하고, 빛의 세기 변화에 따른 전압의 변화를 같은 방식으로 측정하였다. 학생들은 그래프 형태로 시각화된 데이터를 분석하며 태양 전지판이 빛을 가장 많이 받을 때 전압이 높게 나타나고, 반투명 필름과 종이로 빛을 차단했을 때 전압이 급격히 낮아지는 변화를 확인하였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태양의 고도와 구름의 양에 따라 빛의 세기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전압이 달라진다는 인과 관계를 스스로 도출하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태양광 발전 효율이 환경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추론하였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에너지를 감각적으로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 데이터를 근거로 에너지 관련 현상을 해석하고 설명하는 확장된 에너지 소양 경험을 쌓았다.



다음으로 앞선 모형 실험의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재생에너지 데이터를 탐구하였다. 국립기상과학원의 고해상도 기상·기후정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태양광 기상자원지도를 활용해 우리나라의 계절별·월별·시간대별 태양광 발전량 분포를 시각적으로 살펴보았다. 이 데이터는 지능형과학실ON의 공공데이터 탐구도구를 통해서도 활용할 수 있다. 학생들은 기상자원지도를 통해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지역별 태양광 발전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하고, 앞서 수행한 모형 실험 결과와 비교하여 해석하였다. 분석 과정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태양의 고도가 높은 계절과 시간대일수록 발전량이 많고, 지역별로 발전량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이를 통해 태양광 발전 효율이 자연환경 조건과 밀접하게 관련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어서 풍력 기상자원지도를 활용하여 고도별·계절별·월별·시간대별 풍속 분포를 살펴보는 활동도 진행하였다. 학생들은 데이터를 비교하며, 고도가 높을수록 바람의 세기가 강해지고, 해안 및 산악 지역에서 풍속이 특히 높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풍력발전기를 보았던 경험과 연관지어 풍력발전기가 설치된 장소를 분석 결과와 연결지어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태양광과 풍력 자원지도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두 발전 방식의 장 단점을 비교하고, 날씨나 계절 등의 환경이 달라져도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주제로 토의하였다. 여러 모둠에서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은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발전량이 많을 때 전기에너지를 저장해두었다가 부족할 때 사용하는 방안을 제안하였다. 또 다른 모둠에서는 태양광과 풍력의 시간대별·계절별 발전량 변화를 비교하며, 한쪽의 발전량이 적을 때 다른 쪽을 보완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 밖에도 지역의 특성에 맞는 발전소를 세워야 한다거나, 발전량이 적은 시기에는 전기를 아껴 써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토의 과정에서 교사는 학생들이 자신의 주장을 단순히 제시하지 않도록, 분석한 자료를 근거로 설명하도록 질문하고 유도하였으며, 학생들 스스로도 서로의 의견이 실제 데이터에 근거했는지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은 학생들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논증을 전개하는 과학적 실천을 경험하며, 에너지 정보를 활용해 합리적인 에너지 사용을 모색하는 에너지 소양을 함양하는 데 의미가 있었다.


교실 속 탐구활동으로 이해하는
과학적·현실적 에너지 문제


이 프로그램은 에너지 소양을 분절적으로 다루는 현행 교육과정 및 교과서 활동의 한계를 보완하고, 데이터 기반 탐구를 통해 통합적인 에너지 소양 교육으로 확장하였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의가 있다. 관찰과 측정, 데이터 분석과 논증의 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과학적으로 탐구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역량을 기르는 구성은 과학적 실천과 에너지 소양 교육이 하나의 학습 경험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사회적 에너지 문제를 이해하고 논의할 수 있는 융합 과학교육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 수업은 개별 학교나 지역 차원의 에너지 데이터를 연계하여, 실생활의 에너지 문제에 대한 토의 및 선택 활동으로도 발전시킬 수 있었다. 에너지는 과학의 여러 주제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으로, 물리 영역뿐만 아니라 화학, 생명, 지구과학 영역의 주제도 에너지 소양 교육의 관점으로 확장할 수 있다. 앞으로도 교실 속 탐구를 학생들의 삶과 연결하며, 과학적 근거를 통해 현실의 에너지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수업을 확산해 가고자 한다. 이러한 시도가 학생들이 과학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지속가능한 삶을 실천하는 에너지 소양을 기르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조유나 교사는 서울명일초등학교 과학정보부장으로 재직 중이며, 초등 과학영재교육원에서 9년간 지도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초등 과학 교과서 집필과 영재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였으며, 수학과학우수교사 연수와 대학원 과정을 통해 과학교육 전문성을 높여 왔다. AI·디지털 기반 과학수업 사례 나눔, 글로벌과학교육포럼 등에 참여하며 과학교육의 경험을 공유하고 배움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