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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배워야 할까? ‘왜’ 가르쳐야 할까?
학생과 함께 고민하며 더욱 흥미로워진 과학

교수학습 과정에서 평가의 목적2)은 모든 학생이 의미 있는 배움과 성장이 이루어지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평가는 교사와 학생에게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목표를 명료하게 하여 공유할 수 있도록 하며,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는 피드백을 제공하고, 학생의 현재 상태를 진단하여 스스로 학습의 과정을 성찰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깊이 있는 학습을 위한 평가는 학생의 이해를 확인하고, 학생의 삶과 연계된 상황 속에서 자신의 성장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본 수행평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지권의 변화’ 단원을 기반으로 핵심 개념에 대한 깊이 있는 학습을 지원하고, 이를 평가하기 위해 계획하였다.

교육과정 살펴보기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지구와 에너지’ 영역에서 ‘지권의 변화’ 단원은 지구의 층상 구조, 지각을 이루는 암석과 광물, 화산과 지진 활동을 일으키는 판의 운동을 다루고 있으며, 2015 및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같은 단원명으로 제시되고 있다. 단원에서 다루는 학습 내용과 성취기준은 큰 차이가 없지만, 중학교 1학년에서 2학년으로 학년이 바뀌었고, 내용 요소 중 가치·태도 영역이 신설되었다.

핵심 아이디어는 ‘지구와 에너지’ 영역을 학습하여 일반화할 수 있는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학습의 초점을 부여하며, 깊이 있는 학습의 토대가 된다. 내용 요소 중 지식·이해는 학년군별로 ‘지구와 에너지’ 영역에서 알아야 할 내용을 포함하고, 과정·기능은 과학적 탐구 과정과 기능을 다루며, 가치·태도는 과학 교과를 통해 기를 수 있는 가치와 태도를 나타낸다.

2015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다.”와 같이 학습 내용과 기능을 서술하는 방식이었다면 2022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은 기능에 그치지 않고, 학생의 가치 및 태도의 변화까지 반영한 것이다.

단원의 핵심 아이디어와 탐구 질문 만들기

교육과정의 핵심 아이디어는 초·중학교 과정을 포함하여 관련 영역을 학습할 때 초점이 되는 이해를 표현한 것이므로 단원의 수업 및 평가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범위를 좁혀 구체적으로 서술할 필요가 있다.

‘지권의 변화’ 단원에서는 지권, 수권, 기권, 생물권 등이 지구계를 이루며, 화성암, 퇴적암, 변성암이 순환하고, 지구 표면의 판이 이동하면서 화산과 지진이 발생하는 등 지구계를 이루는 구성 요소가 상호작용하며 지권이 변화한다는 내용을 다룬다. 단원의 주요 개념으로 고른 ‘시스템, 상호작용, 변화’는 지권의 변화에 의한 현상과 예시를 학습할 때, 초점을 잃지 않도록 돕는 개념적 렌즈 역할을 한다.

2015 교육과정의 암석 및 광물 관련 성취기준
[9과01-03] 조암 광물의 주요 특성을 관찰하고, 암석이 다양한 광물로 구성되어 있음을 설명할 수 있다.

2022 교육과정의 암석 및 광물 관련 성취기준
[9과09-02] 조암 광물의 주요 특성을 관찰하고, 암석과 광물의 활용 방안 및 자원으로서 가치에 대해 조사할 수 있다.
‘지권의 변화’ 단원의 성취기준 중 암석과 광물을 가치 있는 자원으로서 인식한다는 내용은 2015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비해 크게 달라진 부분으로 과학의 유용성 및 지속가능한 사회에 기여하는 과학의 가치를 반영한 것이다. 이에 본 단원에서 다룰 주요한 개념과 핵심 아이디어를 다음과 같이 서술해 보았다.

중단원 수준의 평가와 루브릭 설계하기
본 수행평가는 지권의 구성 요소를 다루는 중단원을 마치고 진행하였으며 평가 과제는 GRASPS 방식을 활용하여 설계하였다.
수행평가에서 중요하게 다룬 점은 자원으로서 지권을 구성하는 암석과 광물에 대한 이해를 넓혀 역사와 문화, 전쟁과 같은 인간 생활의 발전과 변화를 해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암석과 광물의 특성을 알고, 구별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자원으로서 어떤 효용이 있는지, 자원의 활용이 우리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랐다.

표2 는 이러한 평가 의도를 담은 루브릭의 일부이다.

학습에 대한 성찰을 지원하는 수업과 평가 운영하기

본 수행평가와 연계된 수업과 평가의 흐름은 하단과 같다.
1∼4차시는 암석과 광물의 성질을 학습하며, 3차시와 4차시에는 피라미드 및 페어폰 관련 읽기 자료를 준비하여 암석(광물) 자원이 인간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6∼9차시에는 자료 조사, 강의용 프레젠테이션 제작, 강의원고 초안 및 최종 원고를 작성하였으며, 10차시에는 친구의 강의를 듣고 후기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였다.
수행평가 과정에서 학습에 대한 성찰을 돕기 위해 꾸준히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도록 하고, 강의원고 초안을 바꿔 읽으면서 서로 피드백하고, 이를 최종 원고에 반영하도록 하였다. 후기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담아 수행평가 전체 과정을 갈무리하고, 평가를 통해 자신의 강점과 보완해야 할 점을 살펴보도록 했다.

수행평가 산출물 및 후기 보고서 살펴보기

총 5차시에 걸친 수행평가를 마치면서 제출한 후기 보고서를 통해 학생들의 이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은 “지권의 암석(광물) 자원을 개발하여 사용하는 것은 인간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학생들의 답안을 요약한 것이다.

Q . 지권의 암석(광물) 자원을 개발하여 사용하는 것은 인간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A . 흑연은 잘 묻어나는 성질이 있어서 연필을 만들 수 있으며, 연필은 시민이 쉽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문화 발전에 기여했다.
A . 네오디뮴, 콜탄 같은 광물은 첨단 산업에 중요하며, 일부 지역에만 분포하여 무역분쟁이나 전쟁의 원인이 된다.
A . 과거에는 철이나 석탄이 중요한 자원이었지만 지금은 희토류 광물이 더 값비싸게 거래되므로 자원의 가치가 사회의 발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 . 값비싼 광물을 채굴하기 위해 어린이들이 교육도 받지 못하고, 열악한 노동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이러한 광물을 이용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암석이나 광물을 채굴할 때 환경이 파괴되는 경우가 많아서 자원을 개발할 때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

수행평가 운영 과정 성찰하기

학생들이 제출한 프레젠테이션, 강의원고, 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서 본 수행평가 대한 다음과 같은 이해를 얻을 수 있었다.

학생의 깊이 있는 이해는 조사 결과를 기록한 프레젠테이션이나 원고보다는 친구들의 산출물을 공유한 다음, 핵심 질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서술한 후기 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자료 조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과학 보고서에는 자료에 대한 학생의 의견과 해석이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으므로, 학생의 이해를 확인하는 질문에 대한 글쓰기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경우 핵심 질문을 수행평가 안내 단계에서 제시한다면 교사와 학생에게 수행평가의 초점과 목적을 분명하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다양한 자료를 선택하여 조사하는 경우 귀납적 일반화 과정이 필요하다. 후기 보고서를 보면 여러 자료를 종합하기보다 본인이 조사한 암석(광물)을 다시 설명하는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들 스스로 다양한 예시를 종합하여 일반화하는 과정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자료의 공통점과 차이점 찾기, 개념어로 일반화 문장을 만들어 보기 등 적절한 탐구 방법을 활용하여 개념적 이해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암석과 광물에 대해 가르치고, 배운 내용이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스스로 답할 수 없었다. ‘이것을 왜 배우나요?’라는 질문과 ‘이것을 왜 가르쳐야 할까?’라는 질문을 따라가 보면서 내 수업과 평가에 개념 기반 교육과정과 IB MYP 프로그램의 배움을 녹여보기 시작했다. 아직 궁금한 것도, 배울 것도 많지만 ‘이것을 왜 배워야 하나요?’라는 질문이 이제 막 반가워지기 시작했다.

전경아 선생님은 학생과 교사가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림중학교 과학과 수석교사이다. 수업 및 평가 설계에 관심이 많고, 선생님들과 아이디어를 나누기 위해 강의와 컨설팅을 하고, 수업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서울시교육청 IB MYP 연구와 IB 관심학교에 함께하면서 수업에 깊이있는 배움을 녹이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