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과학과 최소한의 성취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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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늘어난 교육의 사각지대…
‘기초학력’, 사회적 삶 위한 필수적 전제조건
“하루도 빠짐없이 즐겁게 수영을 다니던 둘째 아이들의 수영 발표회가 있던 날 아이들 중 폼도 엉성하고 느린 아이가 바로 둘째 내 아이 저렇게 눈에 띄게 못하면 그만두고 싶어 했을 텐데 발표회 마치고 돌아오는 길 오히려 자기와 친구의 수영 솜씨를 자랑했다더라.” - 박혜란,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2013, P.73) 중에서 아이들 마음의 구김살은 아이들이 만드는 게 아니라는 말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얼마나 아이의 작은 몸짓,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였을까?
학생 성장에 큰 영향 끼치는 기초학력 교육,
- 기초학력 보장법의 제정 배경
2020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COVID-19 팬데믹으로 응급대응형 원격수업이 지속되면서, 학습 결손 누적으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비율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학습 결손의 누적은 성적 부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성장에 있어 결정적 영향을 끼치며 인지적, 정서적, 신체적으로 다양한 문제를 동반할 수 있다. 기초학력을 보장하기 위한 교육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COVID-19 이후 모든 학생이 능력에 따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기초학력 보장법’(2021.9.24.)을 제정하였고, ‘기초학력 보장법 시행령’(2022.3.25.) 및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2023-2027)’(2022.10.)을 공표하여 현재 모든 초·중등학교에서 ‘기초학력 보장법’이 시행되고 있다.
그동안 학습 부진, 느린 학습자, 학업 저성취, 학업 지체, 학습 장애 등 다소 부정적 어감으로 사용해 왔던 용어들을 기초학력 지원을 위한 ‘학습지원대상’으로 통칭하며 기초학력이 개인의 존엄을 지키며 사회적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필수적 전제 조건임을 강조하였다. 최근 ‘학습지원교육’을 위한 정책과 실행에 많은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초학력 보장법 및 동법 시행령에서는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습지원대상학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지원하기 위하여 ‘기초학력’과 ‘최소한의 성취기준’ 개념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으며, ‘기초학력 도달 기준으로서의 최소한의 성취기준’을 5개 교과를 대상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 적용 시기에 맞추어 제공할 것을 예고하였다.
• 기초학력┃
학생이 학교 교육과정을 통하여 갖추어야 하는 최소한의 성취기준을 충족하는 학력(보장법 제2조)
• 최소한의 성취기준┃
국어, 수학 등 교과의 내용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필요한 읽기・쓰기・셈하기를 포함하는 기초적인 지식, 기능 등(시행령 제2조)
• 「최소한의 성취기준」 범위 및 제공 시기(안)┃
- 범위 : 초3~고1 국어, 수학, 사회(역사), 과학, 영어
※ 초1~2는 국어, 수학만 제공
※ 교육청은 최소한의 성취기준 내에서 지역 실정에 맞는
세부 내용 지정
- 제공 시기 : (’23. 12월) 초1~2학년군(국어, 수학)
→ (’24. 12월) 초3~4학년군, 중1~3학년군, 고1(5개 교과)
→ (’25. 12월) 초5~6학년군(5개 교과)
* 출처: 교육부(2022: 7-8)
무수히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
과학과 기초학력을 둘러싼 쟁점
과학교육의 목표는 모든 학생들의 과학적 소양 함양이다. 국내 과학교육의 표준 역할로 기대되는 ‘미래세대 과학교육표준’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며 인공지능, 빅 데이터, 딥러닝 등이 도입되고 있는 사회의 변화를 고려하여, 모든 한국인을 위한 과학적 소양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이를 위한 과학’이라는 보편적 과학 교육을 지향해 왔음에도, 과학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읽기, 쓰기, 셈하기 등의 도구 교과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과학 교과는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추상적인 개념과 용어가 많으며,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부정확성으로 대안개념이 형성되기 쉽고, 한 번 형성된 대안개념은 쉽게 수정되지 않아 과학 개념 습득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과학 개념은 하위 개념 습득 여부가 상위 개념 습득에 영향을 미치므로 기초적인 과학 개념 학습이 부족하면 과학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고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심각성은 커지게 된다. 특히, 학습자가 평가 상황에서 낮은 성취를 나타내면 부족한 학생으로 낙인 되어 악순환이 반복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모든 이를 위한 과학이 배움으로부터 뒤쳐진 학생들을 위해 다시 배움의 자발성을 회복할 수 있는 출발점을 제공하는데 우리는 얼마나 ‘성찰적 자기 감시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과학과 최소한의 성취기준 확립 위해
현장에서 끝없는 고민과 노력 필요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에 제시된 발표 일정에 맞추어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과학과 최소한의 성취기준’을 초·중등학교 현장에 제공하기 위한 연구가 3개년에 걸쳐 수행되고 있다. 올해는 2차 년도 연구를 진행 중이며, 초5~6학년군을 제외한 모든 학교급(초3~4학년군, 중1~3학년군, 고1)의 과학과 최소한의 성취기준을 현장 적합성 검토 및 공청회 등 각계 의견을 종합하여 최종안 확정을 앞두고 있다.
과학과 최소한의 성취기준에 대한 연구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개발한 기초연구를 포함하면 이미 3년 동안 연구를 수행한 셈이다. 공통방향을 기반으로 과학과 방향을 설정하고,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초안을 개발하고, 현장 적합성 검토 및 공청회를 거치는 등 꽤 많은 시간 동안 현장 과학 교사들과 논의하는 과정을 가졌음에도 과학과 최소한의 성취기준에 대한 눈높이를 좁히는 것이 쉽지 않았다. 초안을 만들고, 수정하고, 다시 의견을 받아 수정하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때로는 처음 초안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고, 좋은 의견이지만 횡적 일관성과 종적 위계성을 고려하다 보니 반영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특히, 과학과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에 대해 과학 교사들이 주목하는 특징이 다소 상이했는데, 예를 들어, 초등교사의 경우 아직 누적된 학습량이 많지 않은 초등학생에게 처음부터 대안개념이 생기지 않도록 과학 개념 이해 위주의 최소한의 성취기준 진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반면, 중등교사의 경우 누적된 학습 결손으로 학습 동기 자체가 매우 낮은 중등학생들이 과학의 심미적 가치 및 과학 문화 향유를 통해 평생학습으로서 과학학습을 지속할 수 있도록 가치·태도 측면의 최소한의 성취기준 진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공교육의 출발선인 초등 저학년과 자아 정체성이 확립되는 청소년기인 중등학교 시기는 한 사람의 성장 과정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시기이므로 적기에 이루어져야 할 학습이 결여되지 않도록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지원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을 위한 공유된 비전을 명확히 하여 기초학력 보장을 목표로 국가 정책과 과학 교사들의 실행 간의 괴리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간극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현장 과학 교사들은 과학교육 전문가로서의 정체성과 기초학력 학생을 지도해야 하는 업무 담당자로서의 정체성이 혼재된 상태로 모순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즉, 과학교육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이 기초학력 보장 방안에 관한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동시에, 당장에 학습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과학과 기초학력 보장이 실제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업무 담당자로서의 정체성이 소극적인 논의를 이끌었다.
교육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학생들의 미래를 향해 내딛은 첫 걸음
과학과 최소한의 성취기준은 기초학력 보장법을 토대로, 과학과 학습지원대상 학생들의 학력 향상을 위한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첫 시도이다. 시도교육청은 5개 교과의 최소한의 성취기준 내에서 지역 실정에 맞는 세부 내용을 지정할 예정이다. 따라서 과학과 최소한의 성취기준이 과학과 기초학력 보장 방안의 단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보다 과학과 학습지원대상 학생들을 위해 과학교육에서 무엇이 고려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보다 풍성한 논의가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교사, 학부모, 학생이라는 무게를 잠시 내려놓자. 아이도 성장하고 나도 성장할 수 있도록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을 위해 작은 몸짓, 작은 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유은정 선생님은 지구과학교육을 전공했고, 미국 뉴욕주 지구과학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며 낯선 뉴욕주에서 익숙했던 한국 과학교육을 성찰할 수 있었다. 선물 같은 아이들과 함께한 서울과학고등학교에서 지구과학 교사로 재직하며 가르침과 배움 사이에서 과학 영재교육을 경험하였다. 현재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과학과 최소한의 성취기준 개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과학과 성취수준 개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최소한의 성취기준 개발 등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