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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정보기술 활용으로 과학수업을 더 흥미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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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미래 걸려있는 차세대 산업의 동력

이제 화학실험실을 탈출하라




필자는 2019년 세종과학고등학교가 ‘지능정보기술 특화프로그램의 과학고 전문교과 활용방안’ 연구학교로 선정되며 연구팀에 참여하게 되었다. 연구팀에 소속된 여러 과목의 선생님들과 수차례 회의를 진행하며 각 과목에 어떠한 방식으로 지능정보기술을 적용해야 하는지, 그것보다 먼저 지능정보기술의 정의는 도대체 무엇인지 고민하고 토론하였던 지난 1년이 떠오른다. 아직까지도 지능정보기술을 수업에 적용하고 활용하는 획기적인 방법을 깨닫지 못하였지만, 지난 1년간 많은 선생님들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려 노력했던 내용을 여러분께 소개함으로써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세종과학고 연구팀 선생님들과 회의, 스터디, 연수를 진행하며 여러 방면으로 탐색해본 결과 지능정보기술은‘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사물인터넷 등을 이용하여 여러 문 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기술’로 정의할 수 있었다. 4 차 산업혁명의 주요 동력으로 많은 국가들이 우수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정부와 민간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이다. 이렇게 거대한 지능 정보기술의 정의를 이해하고 나니 겁이 덜컥 났다. 나는 아두 이노와 같은 기본적인 코딩 언어를 겨우 이해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무슨 수로 미래 국가 산업의 운명이 걸린 최첨단의 기술을 나의 수업(화학)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 연구가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부담감이 밀려왔다. 지능정보기술은 오랜 시간 전문교육을 받으신 정보과 선생님들께서 체계적인 교육과정에 따라 지도하시는 영역일텐데, 나의 수업에 도입한 다면정보도 가르치는 화학교사가 되어야 하는것인지, 그렇다면 지능정보기술에 신경 쓰느라 화학의 중요 개념을 지도하는데 소홀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지 뚜렷한 해답을 얻지 못한 채 몇 개월 간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다.



  




기존보다 더 나은 과학수업을 위해 새롭게 디자인하다


우선 나만의 지능정보기술 활용 수업 목표를 정하기로 하였다. 첫째, 지능정보기술의 활용으로 교수-학습 면에서 기존 수업보다 더 나은 수업을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능정보기술의 활용이 나의 수업에서 또 다른 과제처럼 제시 되는 상황을 지양하고 싶었다. 교사와 학생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수준의 기술을 활용하여 수업 목표가 주객전도되는 상황을 방지하고자 하였다. 지능정보기술의 활용으로 화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고, 학생들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업이 되기를 희망하였다. 둘째, 학습자 중심 수업을 지향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학습자가 주인이 되는 놀이 공원 같은 수업을 꿈꿨다. 놀이 공원의 놀이기구는 공학자의 치밀한 계산으로 완성되며, 퍼레이드 코스, 기념품 가게의 위치, 심지어 팝콘 통의 디자인까지도 마케 팅전문가와 디자이너가 오랜시간 공들인 결과물이다. 관람객이 온전히 놀이 공원에 빠져들어 안전하게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만 하면 된다. 수업 시간이 놀이 공원만큼 재밌을 수는 없겠지만 내가 디자인 해 둔 수업에서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어 오로지 탐구에 집중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 성취하는 기쁨을 얻기를 바랬다. 셋째, 지능정보기술의 힘을 빌려 학생간의 소통이 더 원활 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했다. 보통의 실험수업에서 탐구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모둠원끼리의 소통은 활발하게 일어나지만, 다른 모둠들과의 동시다발적인 소통은 시간과 공간의 부족으로 진행되기 어렵다. 기술의 힘을 빌려 시간과 공간의 차원을 확장시켜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생각을 확장하거 나 수정하는 등의 과학적 의사소통이 수업 시간동안 자연스럽고도 지속적으로 일어나기를 바랐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선택한 지능정보기술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무선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그리고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내는 빅데이터였다. 지능정보기술 하면 떠오르는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증강현실(AR)과 같은 첨단 기술에 비하면 아주 소박하지만 나와 학생들에게 이미 익숙한 도구 및 기술이라 특별한 연수나 교육 없이도 수업 시간에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에 주목 하였다. 사용 기자재인 스마트폰은 웬만한 노트북만큼의 기능을 갖추고 있고 다양한 센서가 탑재된 첨단 기술의 집합체이므로 하드웨어적으로 우수할 뿐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소지하고 있어 따로 장비를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또한 무선통신만 가능하다면 쉽게 다운 받아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셀 수도 없이 다양하므로 소프트웨어 역시 풍부하다.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기능과 수업에 쓰기 알맞은 애플리케이션을 선별하여 결합하고 응용하면 흥미로운 수업 모델이 개발될 것이라 생각하고 여러 서적 및 논문을 읽으며 탐구 주제를 선정하고 수업을 디자인하기 시작하였다.


학생들에 도전 정신 부여, 문제 해결 시 더 큰 기쁨


내가 선정한 주제인 중화적정은 pH의 변화를 읽어 미지의 산 또는 염기 수용액 농도를 알아내는 방법으로 산 염기의 기본 개념은 초등학교에서부터 배울 정도로 화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이다. pH에 따라 지시약의 색이 빠르고 아름답게 변하여 Color Chemistry의 단골 주제이고 변색 범위가 대체 로 일정하여 산업 현장에서도 간편하게 사용한다. 여러 가지 지시약을 혼합한 만능지시약은 강산에서 강염기로 pH가 증가 할 때 빨주노초파남보로 색상이 바뀌어 신기하기 때문에 초등 학교 때부터 자주 접한다. 중화적정의 필수 장비인 pH미터 대신 이렇게 흔하고 익숙한 만능지시약만으로 미지의 산수용액 농도를 맞추 어야 실험실을 탈출할 수 있는 ‘방탈출 게임 ’형식으 로 수업을 구성하였다. 중 화적정의 당량점에서는 pH가 급격하게 변화하기 때문에 만능지시약의 색도 급격하게 변한다는 아이디 어에 착안한 것이다. 눈으 로 색을 관찰하는 것은 주관적일 수 있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이 사용하는 색도계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였다. 중화적정의 시작부터 끝까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만능 지시약의 색을 여러 가지 색 표현 방식(RGB, HSV, HSL, HEX 등)으로 실시간 자동 기록 및 저장하여 한 반 수업 당 수 천 개에 이르는 빅데이터를 생산하였다. 학생들은 직접 만든 방대한 데이터 중 당량점을 찾는데 필요 한 데이터를 선별한 후 QR 코드를 통해 클라우드 서비스에 모 여데이터를처리한다. 데이터를처리하는방식은매우간단하나 수업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내가 템플릿 구성하여 제공하였다. 모든 데이터는 공유되므로 자신의 데이터 및 처리 방식이 유효한지 여부를 친구들의 작업과 비교하며 판단할 수 있다. 

또 온오프라인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며 더 나은 방식을 탐색할 수 있다. 각 모둠은 방 탈출을 위해 서로 경쟁하는 관계이면서도 활발한 토론을 통해 협력하는 관계인 것이다. 실험하는 동안 학생들은 방을 탈출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협 력하고 다른 조와 자유롭게 토론한 후 재실험 여부를 결정하고, 자신들이 판단한 미지의 산 수용액 농도가 맞기를 바라며 떨리는 마음으로 예상 농도를 입력하였다. 오차범위 ± 0.005M 이내라는 엄격한 기준에 맞게 정확한 농도를 예측한 조들은 결과 발표 시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치고, 빗나간 학 생들은 아쉬워했지만 수업시간 동안 모든 학생들은 열정적으로 즐겁게 실험을 수행하였다. 수업 후 학생들이 써서 제출한 소감문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재미있는 문장을 발견하였 는데,‘ 선생님의 도움없이 우리가 스스로 해내서 뿌듯했다.’, ‘모든 탐구 과정을 우리 스스로 진행했다.’,‘ 우리가 서로 도와 해낼 수 있어 기뻤다.’와 같이 스스로 해냈음을 자랑스러워하 는 내용이었다. 사실 이 실험이 물 흐르듯 진행되게 하기 위해 나는 예비 실 험을 50번도 넘게 해보면서 여러 세부 사항을 수정하였기 때 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이 실험을 진행하며 교사인 나의 존재를 잊었다는 것은 그만큼 부여한 과제에 집중하였다는 뜻일 것이다. 놀이공원에서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여 즐길 수 있는 것과 같이, 이 수업에서 학생들이 ‘우리’에게 집중하였다는 것은 나의 의도대로 수업이 설계되고 진행되었다는 피드백으로 해석되어 매우 기뻤다. 또한 간단한 실험 안내 후 본격적인 실험과정이 진행될 때 나는 퀘스트를 제시한 인물로 설정되어 뒤로 물러나 있었고 학생들의 사소한 어려움만 해결해줄 뿐 실험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는 데, 이러한 설정이 학생들에게는 도전 정신을 부여하고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 더 큰 기쁨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나의 작은 시도, 미래 싹틔우는 자그마한 물방울 되길


전통적인 수업 방식으로 한 차시 안에 중화적정 그래프를 완성도 있게 그리기, 미지의 산 수용액 농도를 정확하게 예측하 기, 학생들 간 활발한 의견 교환 및 토론하기를 모두 수행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프가 자동으로 그려지는 pH미터는 매우 비싼 장비이므로,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pH미터에 표시되는 숫자를 하나씩 읽어 그래프를 그려야 하나 그렇게 그린 그래프 는 교과서에서 보았던 그래프와는 완전 딴판인 경우가 많다. 아무리 애써 수업 준비하더라도 완성도가 떨어지는 그래프로 부터 미지의 산 수용액 농도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학생들의 성취감을 충족시키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데이터 수집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데이터가 유의 미한지 서로의 의견 교환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 그러나 아주 기초적이고 간단한 방식이라도 지능정보기술을 수업에 활용 한다면 데이터 수집 및 처리를 빠르게 하고, 의사소통의 장을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확장시키고, 한 학급의 실 험 결과가 그 학급 안에 머무는 것을 넘어 다른 학급에까지 공 유될수있다. 지능 정보 기술은 시간과 공간의 차원을 확장하여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하고, 그렇게 생긴 시공간적 여유를 통해 학습자가 수업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몇 백만 원에 이르는 비싼 pH 미터 없이도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미지의 산 수용액 농도를 알아낼 수 있듯이 저렴한 비용으로 좋은 결과를 내는 실험을 수행하며 학생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능정보기술에 해박하지 못한 나의 시도는 매우 기초적이고 간단한 것이었지만, 다가올 미래에는 교사와 학생 모두가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익히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되어 더 좋은 수업이 개발 될 것이라 생각한다. 미래는 멀리 있을 줄 알았지만 올해 초유의 코로나 사태를 통해 성큼 성큼 걸어와 교문 앞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생각보다 빠른 변화가 매우 당황스럽고, 미래의 수업에서 교사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더 빨리 더 많이 고민해야 한 다는 조급함이 밀려든다. 그러나 우리 교육공동체는 언제나 문제 상황을 예리하게 인식하고 해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였으며, 완전무결한 정답은 아닐지라도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내었듯, 아직은 명확하지 않은 미래를 맞이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지능기술정보를 수업에 활용하려는 나의 어설픈 시도가 이 글을 읽은 모든 독자 분들이 만드실 미래를 싹틔우는 자그마한 물방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



이지아 선생님은 서울대학교 화학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화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졸업 후 2004년부터 화학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세종과학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과학고에 특화된 교수 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과학 인재 양 성에 힘쓰고 있다. 2018년부터 세종과학고등학교와 서울특별시 과학전시관 영재 교육원 강사 및 교재 개발에 참여하였으며, 2019년부터 교육부 지정 ‘지능정보기술 특화프로그램의 과학고 전문 교과 활용 방안’ 연구팀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