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지식시장에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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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만들고, 풀고, 설명하고 ...
즐거운 배움이 일어나는 놀라운 모습들
과학 지식시장이란 학생 스스로 만든 과학 문제를 친구들에게 판매하고, 친구들은 문제를 풀고 나에게 설명을 들으면서 공부를 하는 것이다. 교사가 학생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학생을 가르쳐주는 동료학습인 것이다. 학생이 직접 문제를 만들어보고 그 문제를 친구들에게 설명해 주는 과정에서 새로운 배움이 일어난다. 문제를 풀고 설명을 듣는 학생뿐만 아니라 문제를 만들고 설명하는 학생도 본인이 알고 있는 내용을 정확하게 정리해보면서 학습할 수 있다.
중간고사가 코앞에 다가온 요즘, 선생님들은 시험 범위 진도를 다 나가고 학생들에게 자습 시간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매 교시 자습하면서 지치기 시작합니다. 한 학생은 ‘또 자습해요?’라고 묻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이 이왕 공부할 거 즐겁게 공부할 수는 없을까 생각했고, 과학 지식시장을 열기로 했습니다.
과학 문제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판매하다
여기서 잠깐. 과학 지식시장이 무엇일까요? 간단하게 말해서 내가 만든 과학 문제를 친구들에게 판매하고, 친구들은 문제를 풀고 나에게 설명을 들으면서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선생님이 학생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학생을 가르쳐 주는 동료학습입니다. 저는 같이 수업을 들어가는 과학 선생님들의 동의를 얻어 4월 29일 점심시간 딱 30분 동안 3학년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과학 지식시장을 열기로 했습니다. 과학 지식시장을 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지식 판매자 모집이 필요했습니다. 학생들에게 과학 지식시장이 생소했기 때문에, 아래 안내문으로 과학 지식시장에 대한 설명과 함께 지식 판매자, 즉 문제를 만드는 학생을 모집했습니다. 사전에 시험 범위를 6개 주제로 나누었고, 팀(2명)당 1개의 주제를 할당해 시험에 나올 것 같은 문제 3개를 만들어오도록 했습니다. 학생들이 문제를 만들어오면, 저와 다른 과학 선생님들은 문제에 오류가 있는지 그리고 난이도가 적절한 지를 보고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주었습니다. 학생들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문제를 수정해 왔습니다. 그 결과 좋은 문제들이 만들어졌습니다.
과학을 폭넓게 풀어가는 새로운 능력 발견
이렇게 문제를 만들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본인이 가지고 있던 오개념을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었고 본인 이름 을 걸고 내는 문제라는 점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임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과학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과학 지식을 글로 풀어내는 능력 등 학생들에게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능력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한 학생은 세포 분열이 주제였는데, 본인이 세포 주기와 관련된 자료를 제작하고 그 자료를 해석하는 문제를 만들었습니다. 이를 보고 그 학생이 과학 지식과 관련된 자료들을 잘 알고 자료를 해석하는 데 뛰어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문제가 다 만들어진 후에는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과학 지식시장 홍보문을 만들어 각 학급 게시판에 붙여 놓았습니다. 그리고 과학 지식시장 당일 아침, 담임선생님들께 홍보를 부탁드려 최대한 많은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과학 지식시장 당일이 되었습니다. 당일 아침에 문제를 만든 학생들은 모여서 각자가 만든 문제들을 다시 한번 풀어보고 정답지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저는 학생들에게 과학 지식시장 운영방식에 관해 이야기해 준 뒤, 과학 지식시장 개장 5분 전까지는 해당 장소에 오도록 했습니다.
대망의 첫 과학 지식시장을 개장하다
여기서 잠깐. 과학 지식시장은 어떻게 운영될까요? 일단 팀 별로 테이블 하나를 맡고 있으며, 테이블에는 그 팀이 만든 문제지가 올라있습니다. 과학지식시장에 참가하고 싶은 학생들은 테이블에 가서 문제지를 받습니다. 문제지를 풀고 문제를 만든 학생들에게 채점을 받는데, 틀린 문제가 있다면 설명을 들은 뒤 스티커를 받습니다. 스티커를 4개 이상 받으면, 문제지들을 가지고 나와 저에게 보여준 뒤 간식을 받고 나갑니다. 이제 4월 29일 12시 45분이 되었고, 첫 과학 지식시장이 열렸습니다. 사실 처음에 4명만 들어와서 많은 관심을 끌지 못하는구나, 문제지를 많이 인쇄해 놓았는데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점심을 먹은 뒤 친구들과 함께 오기도 하고, 과학 지식시장을 보고 궁금해서 들어오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말 시장처럼 북적북적했습니다.
시끌벅적했지만 제 기분은 좋았습니다. 다 같이 창가에서 문제를 풀고 서로 물어보고 설명해 주는 모습, 돌아다니면서 다른 테이블(부스)의 문제도 풀어보고 그 과정에서 집중하고 한편으로는 즐거워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흐뭇해졌습니다. 중간고사 응원 겸 7개의 부스 중 4개 이상의 부스를 정복한 학생에게는 소소한 간식을 선물로 주었는데, 작은 것이지만 학생들은 공부도 하고 간식도 받는 일석이조의 느낌이 들어서 인지 좋아했습니다.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약 70명의 학생이 과학 지식시장에 다녀갔습니다. 아마 시간이 더 충분했다면 더 많은 학생이 참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저에게도 처음이었던 과학 지식시장 활동을 하면서 저는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첫째, 학생이 직접 문제를 만들어보고 그 문제를 친구들에게 설명해 주는 과정에서 배움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문제를 풀고 설명을 듣는 학생뿐만 아니라 문제를 만들고 설명하는 학생도 본인이 알고 있는 내용을 정확하게 정리해보면서 학습할 수 있습니다. 둘째, 학생은 교사가 예상한 것 그 이상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를 잘 만들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학생들은 잘 해냈고 내가 생각해내지 못한 아이디어로 문제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과학 지식시장이 아니더라도 어떤 활동을 할 때, 조금 더 학생들을 믿고 충분한 시간을 준다면 놀라운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소소한 이벤트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과학 지식시장은 수업 관련 활동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중간고사를 대비하는 이벤트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벤트는 반복되는 학교 일상 속에서 학생들에게 활력을 줍니다. 저는 이번에 처음 과학 지식시장을 열었는데, 다음 기말고사 즈음해서도 과학 지식시장을 열고자 합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즐거운 배움이 일어나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싶으신 선생님들은 과학 지식시장을 시도해보시면 어떨까요? 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한 학급 안에서 여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박승종 선생님은 현재 신서중학교 과학교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현재 강서양천교육지원청 과학영재 지도강사를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