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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을 활용한 물리교육: 연구 동향과 효과, 그리고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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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을 활용한 물리교육: 연구 동향과 효과, 그리고 미래


과학교육에서 점차 확대되는 AR·VR 활용
‘1인 1탐구’ 실현…지능형 학습 환경으로 변화


물리교육은 추상적인 수학적 법칙과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적·거시적 자연 현상을 학습자에게 직관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본질적이고도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물리학은 근본적으로 3차원 공간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발생하는 자연의 변화를 다루는 학문임에도 전통적 교육환경에서는 2차원적인 칠판과 평면적인 교과서의 다이어그램, 정적인 텍스트에 의존하여 설명해 왔다.


이러한 매체의 한계는 학습자가 물리적 현상의 본질을 표상하고, 수학적 모델과 실제 세계를 연결하는 데 인지적 장벽을 초래하게 된다. ‘1인 1탐구’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는 현 시점에서 AR과 VR이 전통적 매체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탐구 활동의 주요 매체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은 의미 있는 논의로 보여진다.


• AR과 VR도 헷갈리는데 XR은 뭔가요?


2026년의 독자라면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과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이라는 용어가 생소한 분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다만 대중 매체나 초기의 교육 현장에서 해당 용어가 혼용되어 사용되어 왔고, 최근에는 혼합현실(Mixed Reality; MR)이나 확장현실(eXtended Reality; XR) 용어까지 등장하다보니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AR과 VR 두 기술은 시스템이 구현되는 디스플레이 속성이나 사용자가 경험하는 감각의 단절 정도에 차이가 나타난다. 두 기술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밀그램(P. Milgram)과 키시노(F. Kishino)가 제안한 현실-가상 연속성 개념을 도입하고자 한다(그림1 참조). 이 연속성의 한쪽 극단에는 물리적 현실이 반대쪽 극단에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100% 창조된 가상 환경이 위치한다.


VR은 완전한 가상의 환경에 해당하는 기술로, 원자로 내부 구조를 관찰하거나, 태양계 행성 탐사 등 교실 환경에서는 물리적 접근이 불가능하거나 비용 및 안전상의 문제로 탐사가 어려운 환경을 시뮬레이션하는 데 효과가 있다. AR은 실제 물리적 공간을 디스플레이의 배경으로 삼고, 그 위에 가상의 객체, 텍스트, 애니메이션 등의 디지털 정보를 중첩시켜 보여주는 것이다. 쉬운 예로 포켓몬 Go나 자동차의 HUD(Head-Up Display)가 AR의 대표적 사례이다. 과학교육의 차원에서 AR은 현실 공간을 완전히 대체하거나 차단하지 않기에 학습자는 자신의 손이나 실제 실험 도구 등을 육안으로 확인하면서 동시에 컴퓨터가 생성한 가상의 데이터를 조작할 수 있다.


AV(Augmented Virtuality)는 기상캐스터의 일기예보나 가상 배경에서의 Zoom 회의 장면을 떠올리면 이해가 수월할 것이다. 즉 MR은 AR과 AV를 포함하는, XR은 실제 세계에서 가상 세계까지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MR의 예를 들자면 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와 카메라를 통해 가구점에서 의자를 3차원 스캔한 다음 우리집 공간에 스캔한 3차원 의자를 배치해 보는 것이다. IT 기업에서는 마케팅 관점에서 XR 용어를 사용하지만 엄밀한 관점에서는 AR 또는 VR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 국내외 AR, VR 연구 동향은 어떠한가요?


AR과 VR 관련 연구의 수는 과학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증가 추세에 있다. 국내의 과학교육 분야로 한정 지으면 VR 연구가 AR 연구보다 소폭 많고, 교과별로는 지구과학이 가장 많고 생명과학이 그다음으로 많았으며 물리와 화학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었다(그림2 참조). 이는 콘텐츠 소재 측면에서 미시나 거시 세계를 다루는 영역에서 AR과 VR의 활용도가 높고 그에 따른 교육적 요구가 많아 여러 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기 측면에서 보면 초기에는 PC로 시작하여, 2010년대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다 HMD를 활용하는 연구가 많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HMD의 경우 과학 교과뿐 아니라 광범위하게 사용되는데, 관광이나 전시, 직업 교육이나 훈련, 심리상담과 치료 분야 등 많은 분야에서 연구가 수행되었다.


AR 및 VR의 연구 동향은 기술 발전의 흐름과 깊은 관련성을 지니고 있다. 초기의 VR 연구는 PC 기반의 가상현실을 보여주는 데 집중되었고, 2010년대 스마트폰의 보급이 AR과 VR을 교육 현장에 보급하는 데 기폭제 역할을 하였다. 카메라와 디스플레이가 내장된 스마트폰으로 AR 마커가 있는 카드 위에 원자나 분자, 또는 행성과 같은 여러 과학적 시각 표상을 증강시킬 수 있었다. 또한 구글의 카드보드나 삼성의 GearVR과 같은 -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종이박스나 플라스틱 케이스에 스마트폰을 끼워 사용하던 제품이다.-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와 AP를 활용한 VR 장비가 출시되었다. 과학교육에서는 360°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물을 활용한 야외 지질답사를 선보이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2010년대 후반에는 오큘러스 퀘스트 등 VR-HMD 장비와 Hololens와 같은 AR-HMD 장비가 개발되었다. 국내 초중고 학교에 ClassVR, Meta Quest 2 등의 장비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것이 이 시기 이후이다. 최근에는 Meta Quest 3, Meta나 구글의 스마트 글래스, Apple의 Vision Pro나 Microsoft의 Hololens 2와 같은 다양한 제품들이 시중에 나와 있다. HMD 기기가 이전에 비해 많이 보급되었다고 하나 AR-HMD의 경우 가격이 매우 비싸고,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한정적이다 보니, 해외 물리교육에서도 AR 연구의 절반 이상은 모바일 기반의 AR 교육이 많다.


• AR 및 VR을 과학교육에 활용하면 무엇이 좋을까?


AR이나 VR의 효과와 관련된 연구들을 분석하면 인지적 변인, 정의적 변인, 기능적 변인 등을 연구한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인지적 변인에서는 과학 내용 지식이나, 개념의 이해, 학업 성취 등을 분석한 연구가 있는데, 대부분 긍정적인 효과를 보았다고 입증되었다. 이 효과성은 인지부하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인간의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이 제한되어 있다. 전통적인 물리 실험실 환경에서 학생은 책상 위에 복잡한 회로 기판을 바라보다가 다시 교과서에 인쇄된 회로 다이어그램과 관련 물리 법칙을 확인하고, 다시 실제 기판으로 옮겨 회로를 연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 시선 이동이 반복되고, 현실세계와 2D로 된 평면 자료를 머릿속에서 통합하면서 주의 분산과 인지적 부하가 발생된다. AR-HMD를 착용하게 되면 학습자가 회로 기판을 바라볼 때 기판을 인식할 수 있고 전류나 전압의 수치까지 홀로그램에 투영해 주면 인지 부하가 줄고, 상황적 멀티미디어 학습 구현을 통해 과제 수행 시간을 단축시킴으로써 지식 습득의 효율성을 높이게 된다. 정의적 변인을 분석한 연구들은 학습자의 과학에 대한 흥미, 자신감, 태도, 수업 참여를 높인다고 보고하고 있다. HMD 장비가 주는 높은 실재감과 감각적 몰입의 효과가 과학 학습의 흥미를 높이고, 수업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HMD 사용에 대한 부정적 요소를 보면 대부분 멀미와 눈의 피로에 관한 것이 많다. 실재감은 높으나 사이버 멀미 증세를 보인다거나 착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동공의 크기 변화 속도가 늦어져 시각적 피로를 가져온다는 내용이다.


• AR을 물리교육에 활용하는 사례들


글의 서두에서 AR의 특징으로 표상에 대한 논의를 언급하였다. AR에서 증강시키는 방식은 실물에 표상을 증강시키는 방식과 마커에 표상을 증강시키는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증강시키는 표상에서는 지구나 행성과 같은 거시적 표상, 전자나 원자 등 미시적 표상, 자기력선 등 상징적 표상이 있다. 당연 실물에 표상을 증강시키는 방식이 개발은 어렵지만, 실제 실물인 실험 도구를 활용하고, 실제 데이터 값을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인지적 효과가 크다. 디지털 교과서에서 제시하는 실험 등 국내의 방식 상당수는 마커에 표상을 증강시키는 방식이 많다( 참조).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최근 수행된 연구들에서는 실험 도구인 실물에 표상을 증강시킨 사례도 있다. 막대자석의 자기력선을 표시한 방식이나, 전기회로에서 전류(전자)의 흐름이나 전류값, 전압값을 표기하는 것이라든지, 렌즈나 거울을 이용한 실험에서 광선 추적법에서의 광경로를 보여주는 사례 등이 있다. 전통적인 광학 실험에서는 광원(촛불 등)과 렌즈, 그리고 스크린을 일렬로 배치하여 스크린에 상이 맺히는 것을 확인하는데, 스크린에 맺힌 결과인 실상만 보일 뿐, 빛이 렌즈를 통과하며 꺾이는 과정인 광선 경로는 공기 중에 보이지 않는다. 학생들은 이를 이해하기 위해 별도의 종이에 초점과 광축을 작도해야만 했다. 제주대 박정우 교수님이 개발한 AR-HMD 시스템에서는 볼록 렌즈와 실제 광원을 움직일 때, 광선 경로가 그래픽으로 표현되어 실시간으로 증강되어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다( 참조).


• 증강현실 활용한 과학교육의 미래


앞으로의 미래를 정확히 예견하는 것은 단연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최근 증강현실과 관련한 과학기술의 발전과 AI의 교육에서의 활용을 기초로 다음의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기존의 무겁고 불편했던 HMD가 스마트 안경 형태로 진화하여 사용성이 획기적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작년에 출시된 Meta의 Ray-Ban Meta와 같은 스마트 글래스는 일반 안경 디자인에 카메라, 스피커, 마이크, 각종 센서를 내장하였다. 국내에서는 테크 유튜버가 검색이나 통역, AI 에이전트 기능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저자는 HMD 장치의 진화 방향을 알려준다고 생각한다. Hololens 2와 같은 AR-HMD는 실물 세계와 증강된 표상을 동시에 보여주어 VR-HMD 장치의 단점인 현실세계와의 단절, 멀미, 눈의 피로 등을 상당 수준 보완하였다. 하지만 국내 기준으로 500만 원이 넘는 가격은 보급에 제약이 되었고, 의대와 산업 현장에서는 활용되었으나 초중고 교육 현장에는 거의 보급되지 않았다. 반면 Ray-Ban Meta와 같은 제품은 $500 미만으로 Hololens 2의 1/7 수준 가격이다. VR-HMD를 한 학급 분량으로 다량으로 구입했던 학교에서는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범위의 예산이다.


둘째, LLM에 기반한 생성형 인공지능과 메타버스 생태계의 유기적 결합이다. 이를 통해 예상되는 과학교육의 미래는 단순히 콘텐츠를 3D 형태로 보여주는 것을 넘어 실시간 피드백, 초개인화가 이루어지는 적응형 학습 환경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위에 기술한 저렴한 수준의 기기 가격과 초개인화 환경은 서울과학교육에서 강조하고 있는 ‘1인 1탐구’를 실현하는 데도 필요한 요소이다. ‘1인 1탐구’에서는 학생이 자기주도적 연구 역량을 갖추고 실험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수와 오류를 스스로 수정해나가면서 실험을 수행해야 한다. AI 에이전트와 결합된 미래형 증강현실은 실험 데이터를 멀티 모달(multi-modal) 형태로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게 하며, 실험 과정에서 개인화된 실시간 피드백을 통해 실험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미래의 AR-HMD 장치에서 학생의 시선 체류 시간, 동공의 확장 정도, 손의 움직임 등을 분석하여, 학생이 실험 도중 역학 개념을 혼동하여 마찰력의 방향을 잘못 예측한다면 “이 물체에 작용하는 마찰력의 방향을 다시 한번 가리켜 볼까?”와 같은 질문을 하는 날이 머지 않아 오리라 생각된다.


변태진 교수는 서울시교육청 중등 물리 교사로 10여 년간 근무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과학교육과 평가 관련) 다양한 프로젝트 및 연구를 수행했다. 현재는 광주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에 소속되어 있으며, 2026년에는 미국 Indiana State University에서 방문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과학교육과정과 평가, 영재교육, AI와 Edtech, 학문간 융합 등 다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과학과 교육 관련 다수의 학술지에서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