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에서 과학관을 활용한 과학교육의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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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현장에서 과학관을 활용한 과학교육의 실천
신나는 과학…박물관은 살아있다
상상력과 창의력 일깨우는 생생한 과학의 현장
과학관은 단순한 견학의 공간이 아니라, 교실에서 이루어진 학습을 삶 속 탐구로 확장시키는 교육의 장이다. 과학관은 교실 밖에서 직접 보고, 만지고, 체험하며 배우는 살아있는 과학교육의 현장이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과학을 느끼고 궁금해하며, 스스로 탐구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다. 학교 수업과 과학관 체험이 만나면, 과학은 더이상 시험을 위한 과목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즐거운 언어가 될 것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정해진 교육과정에 따라 교실에서 배우는 수업을 흔히 ‘형식 교육’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교실 밖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배움의 형태는 ‘비형식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공교육은 형식 교육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입시 중심의 구조 속에서 교실 수업이 여전히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이라는 학문은 본래 자연의 현상을 관찰하고, 그 이유를 탐구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탐구의 본질은 교실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온전히 실현되기 어렵다. 특히 지구과학이나 생명과학처럼 학문의 대상이 교실 밖, 즉 자연 속에 존재하는 과목은 교과서나 실험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그렇다고 매번 야외로 나가 수업하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럴 때 형식 교육의 틀을 넘어 비형식 교육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공간이 바로 과학관이다. 과학관은 교실 밖에서 직접 보고, 만지고, 체험하며 배우는 살아 있는 과학교육의 현장이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과학을 느끼고 궁금해하며, 스스로 탐구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다. 학교 수업과 과학관 체험이 만나면, 과학은 더이상 시험을 위한 과목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즐거운 언어가 될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현실적 제약과 고민
많은 교사가 과학관의 교육적 가치에 공감하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지역 내에 적합한 과학관이 없거나, 과도한 교육과정 속에서 별도의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여기에 과학관 교육에 대한 정보나 전문성이 부족하다면, 자연스레 우선순위에서 밀리기도 한다.
필자가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때를 돌아보면, 교과 수업 중 과학관을 방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했다. 담임 교사로서 학급 단위 체험학습을 가거나, 과학 동아리 지도를 맡았을 때 동아리 활동의 일환으로 방문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모든 교사가 그 기회를 교육적으로 충분히 활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교사는 학생들을 입구에서 출석만 확인하고 전시관 안에서는 학생들에게 자유 관람을 허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며 과학관이 가진 교육적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음을 느꼈다.
교사의 역할…‘전달자’를 넘어 ‘연결자’로
이처럼 과학관이 교육 현장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교사의 의지 부족이라기보다 제도적·환경적 한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과학관 교육이 실질적인 과학교육의 일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교사들에게 보다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교과 교육과정과 연계된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수업과 직접 연결되는 체험 활동이 제공된다면, 교사 입장에서도 부담 없이 과학관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육청이나 과학관 차원에서 정기적인 교사 연수나 워크숍을 통해 전문성을 높인다면, 과학관 체험이 실제 수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물론 교사 스스로도 과학관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문성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 과학교사는 전시물에 대한 교과적 이해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전시물과 상호작용하며 학습이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 연결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 교사는 과학관에서 도슨트(docent)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도슨트는 전시물을 해설하며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 전문 안내인이다. 교사가 과학적 지식과 교육적 안목을 바탕으로 학생 눈높이에 맞게 전시물을 해설한다면, 단순한 견학이 살아 있는 학습의 장으로 바뀔 수 있다.
세계 곳곳, 자연사 박물관에서의 경험
필자의 교직 시절 역시 지사학이나 자연사를 전공하지는 않았기에, 일반적인 지구과학 교사와 비슷한 수준의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학생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중학생들에게 흥미로울 수 있는 자연사관이나 자연사 박물관에 관심을 가게 되었다. 교직 초창기에는 교과서 내용을 중심으로 전시물을 설명했지만, 학생들에게는 교실 수업의 연장처럼 느껴졌고 집중을 이끌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자연사관에서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해설하던 해설사의 설명을 들었는데 “선캄브리아 시대는 전체 지질시대의 약 85%를 차지합니다.”라는 기계적인 설명을 듣는 순간, ‘전달’보다 ‘이해’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지사학과 자연사 관련 서적과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며 나름의 스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기보다, 전시물 앞에서 학생들이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탐구할 수 있도록 해설 방식을 바꾸었다. 이후 과학 동아리나 영재학급 캠프에서도 지질답사와 연계해 자연사 박물관이나 지질 박물관을 방문하며 도슨트 역할을 수행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과학관을 단순히 ‘보는 곳’이 아닌, 재미와 배움이 공존하는 탐구의 공간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교사 재직 중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해외의 과학관과 자연사 박물관에도 관심을 넓혔다. 방학 때마다 여러 나라의 과학관을 찾아 견문을 쌓았고,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2024년 1월에 방문한 벨기에 브뤼셀의 왕립 자연사 박물관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젠켄베르크 자연사 박물관이었다. 브뤼셀에서는 이구아노돈이라는 공룡 화석에 대하여 자세히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젠겐베르크 자연사 박물관은 화려한 공룡 화석과 현대 생물 전시가 조화를 이룬 유럽 최대 규모의 박물관으로, 과학문화의 저변이 얼마나 넓은지를 실감했다.
이후에도 오스트리아 빈 자연사박물관, 잘츠부르크 자연사과학관, 뮌헨 자연사박물관, 호주 브리즈번 과학관과 시드니 박물관, 그리고 중국 상하이 자연사박물관을 방문하며 탐구 자료를 수집했다. 특히 광물관에서는 지역 학교와 협업한 박물관 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공룡관에는 모든 전시물이 ‘질문’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인상적이었다. 또한 상하이 자연사박물관도 두 가지 점에서 기억에 남는다. 첫째, 공룡이 새로 진화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깃털 달린 육식 공룡 화석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점, 둘째, 평일임에도 아이들과 함께한 엄청난 관람객 수였다. 이러한 경험들은 과학관이 과학문화의 중심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지금도 필자는 교육대학교에서 미래 교사들에게 과학관을 활용한 수업을 지도하고 있으며, 과천과학관, 울진 해양과학관, 대전 지질연구원 지질박물관 등을 학생들과 함께 탐방하고 있다. 교사 시절의 경험이 오늘날 교수와 연구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학교와 과학관, 그리고 지역사회의 협력
과학관이 단순한 견학 장소가 아니라 학교 교육의 연장선상에서 함께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교육 파트너로 기능한다면 그 시너지는 훨씬 커질 것이다. 교사는 수업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학생들에게 더욱 풍부한 학습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과학관은 단순한 견학의 공간이 아니라, 교실에서 이루어진 학습을 삶 속 탐구로 확장시키는 교육의 장이다. 학교와 과학관,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협력적 생태계 속에서 아이들이 ‘살아 있는 과학’을 경험하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바로 과학관 교육의 진정한 가치라 할 수 있다.
※ 자세한 세계 속의 자연사 박물관, 각종 탐방, 동물원 등의 여행기는 필자의 블로그 뚜비쌤의 여행기록 https://bsohs.tistory.com/ 에서 확인하세요.
오현석 교수는 춘천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에서 지구과학교육을 전공으로 재직 중이며, 대학교 도서관장과 정보전산원장의 보직을 수행하고 있다. 2004년부터 서울 남대문중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으며 재직 중 석사와 박사학위 취득한 바 있다. 이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중학교까지 17년 이상 중학교 과학교사로 근무하며, 지구과학 영역에서의 현장연구를 수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