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 서울 과학교육 중장기 발전계획과 우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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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학교육의 시작… ‘1학생 1탐구’
디지털-오프라인 사이
탐구 즐거움 살아있는 과학교육
어느 분야와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의 시대를 맞아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과학교육은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생성형 AI와 데이터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학생들은 이전보다 훨씬 많은 디지털 도구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중요한 질문과 마주한다.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을 위한 과학교육은 무엇이어야 하고 과학교사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인공지능이 탐구의 설계부터 가상 실험, 데이터 분석까지 다 대신하여 수행할 수 있는 시대에 과학교육의 지향점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 흐름 속
과학교육의 새로운 과제
이런 고민을 먼저 앞서간 해외의 사례는 어떨까? 2026년 5월 9일 이코노미스트지에는 스웨덴 학교들이 인터넷 연결을 끊고 다시 책과 펜으로 돌아보고 있다는 특집 기사가 있다. 디지털 교육을 가장 먼저 가장 열심히 도입한 나라들에서 최근 PISA 시행 결과 문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반성으로 가장 빠르게 오프라인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되돌아 간다’는 표현이 교육의 ‘러다이트’ 마냥 많은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친절하게도 이코노미스트 기사에서는 극단적으로 오프라인으로 되돌리는 것이 아닌 디지털과 오프라인 현실 교육 사이에서 적절한 교육의 지향점을 찾아가는 고민 지점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세계적인 디지털과 인공지능의 폭풍과 이에 대응하는 반성 속에서 서울특별시교육청은 「과학교육 중장기 발전계획(2026~2030)」을 수립하여 미래 학생들을 위한 과학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기본 틀과 대제목은 교육부의 그것을 따르지만, 세부 내용은 집필하는 선생님들의 고민과 열정이 담겨져 있다. 과학교육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 교육과 손으로 직접 만지는 핸즈온 교육의 균형을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접점이다. 이번 서울 과학교육 중장기 계획이 의미 있는 이유는 AI·디지털 기반 탐구와 함께 실험·관찰·토론 중심의 탐구 활동 강화가 동시에 담겨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능형 과학실 구축뿐 아니라 안전한 과학실 환경 조성, 실험 교구 확충, 탐구 중심 수업 확대 등이 함께 추진되고 있다. 미래의 과학교육은 디지털과 현실 세계의 경험이 균형 있게 결합될 때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서울 과학교육의 시작은 ‘1학생 1탐구’로 시작한다.
‘1학생 1탐구’로 경험하는
실제 과학자와 유사한 ‘실제적 탐구’
‘1학생 1탐구’에서는 특히 ‘핸즈온 과학 탐구 활동에서 디지털 센서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 데이터를 AI를 활용하여 분석하는 활동’이 미래 과학교육으로서의 중요한 축이 된다. 학생들은 공공데이터와 센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각화하며, 실제 사회 문제를 데이터 기반으로 탐구한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 변화, 기온 상승, 수질 오염과 같은 생활 속 문제를 직접 데이터로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제안하는 활동이 가능해진다. 이는 단순히 컴퓨터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데이터 리터러시와 문제 해결 역량을 함께 기르는 교육이라 할 수 있다. 과학은 본질적으로 몸으로 경험하는 학문이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센서의 도움을 받지만, 실험과정에서 직접 만지고, 관찰하고, 실패하고, 다시 실험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학생들은 과학적 사고를 체화하게 된다.
특히 이번 계획에서 주목할 부분은 학생 탐구를 단순 체험 활동이 아니라 실제 과학자와 유사한 사고 과정을 경험하는 “실제적 탐구(authentic inquiry)”로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설계하며, 데이터를 분석하고, 결과를 해석하는 전 과정을 경험한다. 이는 학생이 과학적 사고를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시민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
무엇보다 학교급에 따라 탐구 수준을 단계적으로 설계했다. 초등학생은 관찰과 질문 중심의 구조화된 탐구를 경험하고, 중학생은 가설 검증 중심의 안내된 탐구를 수행하며, 고등학생은 학생 주도의 개방형 탐구를 진행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점진적인 탐구 기회의 확대는 정책 방향에서의 중요한 변화이다.
학생들이 학교급별로 다양한 탐구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공동 탐구, 학교 간 협력 탐구, 글로벌 공동 탐구 등을 확대하고 있다. 즉 탐구활동이 영재교육원에 다니는 학생들이 특별하게 경험하는 활동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성장 단계에 맞게 경험해야 하는 학습의 기본 과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러한 방향은 학생들의 과학 자신감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 최근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와 TIMSS 결과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높은 성취도를 보이면서도 과학 흥미와 자신감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정의 지원이 어려운 학생들이 성취와 흥미, 자신감에서 낮은 점수를 나타내었다. 이러한 사회적 맥락을 과학교육에 도입하고자 영국에서는 ‘과학자본’이라는 개념을 연구하고 있다. 과학자본(science capital)은 개인이 평생 축적한 과학 관련 지식·태도·경험·환경·관계 등 무형의 자산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일상에 스며든 과학을 경험할수록 과학자본이 늘어나며 이에 과학자로 성장하고자 하는 자신감의 근원이 된다. 그래서 소외없는 과학교육을 통해 모든 서울학생들이 성장의 과정에서 과학자본을 충분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과학탐구 역량 결손 진단, 과학 저성취 학생을 위한 수준별 탐구 모델 제공, 융합과학교육원과 과학교육센터에서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 구성, 학교로 찾아가는 과학교실 운영, K-STEM Bank 과학교구 대여 시스템 운영 등을 통해 과학 흥미와 경험이 가정과 지역 환경에 따라 차이가 나지 않도록 계획을 수립하였다.
학생과 시민 모두를 위한 과학교육
교실 안과 밖에서 활발히 이루어져야
과학교육은 교실 안에만 있지 않다. 이번 계획은 학생과 시민이 함께 과학을 즐기고 실천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도 힘썼다. ‘같이과학’ 프로그램은 과학의 사회적·실천적 가치를 알리고, 기후변화나 도시 환경 같은 생활 속 문제를 함께 탐구하는 시민과학 활동으로 확장한다. ‘우리동네 과학주간’을 통해 과학관, 도서관, 복지관과 연계한 지역별 과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과학문화 축제도 확대했다. 이를 통해 과학교육이 학생과 학부모를 이어주어 시민과학으로 이어지는 것이 이번 중장기 계획이 그리는 미래이다. 과학교육은 단지 미래 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만은 아니다. 모든 학생이 과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사회 문제를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기후위기, 에너지 문제, AI 윤리와 같은 미래 사회의 문제들은 모두 과학적 이해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과학교육은 일부 학생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모든 시민을 위한 필수 교육이 되어야 한다.
또한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교실에서 구현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이번 계획은 현장 교사가 중심이 되어 과학교육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대폭 강화한다. 과학교육 선도교사단 운영을 확대하고, 교사들이 스스로 수업 혁신 사례를 만들고 공유하는 네트워크를 새롭게 운영한다. 대학·연구소·기업을 연결하는 ‘Science Bridge Network’를 통해 교사들이 최신 과학기술 현장과 직접 소통하고, 그 경험을 학생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한다. AI·디지털 기반 수업 자료를 단계별로 개발·보급하고, 각 교사의 역량 수준에 맞는 연수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결국 좋은 과학교육은 학생들에게 ‘정답’을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게 만드는 교육이다. 서울 과학교육 중장기 발전계획이 학생들의 호기심을 지켜주고, 탐구의 즐거움을 회복시키며, 미래 사회를 살아갈 힘을 길러주는 과학교육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최승규 교감은 한성과학고등학교에 재직중이며 융합과학교육원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2025년 창의미래교육과 창의융합교육팀의 과학교육 담당 장학사로서, 2026~2030 과학교육 중장기 발전계획과 K_STEM 중장기 계획 수립을 추진하였다. 과학교육 관련으로 2015년 올해의 과학교사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