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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1) 과학탐구의 핵심, 예쁜꼬마선충 연구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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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탐구의 핵심, 예쁜꼬마선충 연구 사례

과학은 호기심에서 출발하고 끈기로 완성된다 “구하라, 찾으라, 두드리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2024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마이크로RNA라는 새로운 유형의 유전자를 발견한 두 사람의 과학자에게 수여되었다. 빅터 앰브로스와 개리 루브칸은 어떻게 이렇게 이전에는 상상하기도 힘든 멋진 발견을 할 수 있었을까? 두 학자가 천재적이어서? 조기 영재교육을 잘 받아서? 이런 것은 정답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2025년 초 한국을 방문해서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펼친 빅터 앰브로스 교수가 보여준 본인의 어렸을 때 성적표가 그것을 웅변적으로 보여 주었다. 이 노벨상 수상자의 과학 수학 성적 중 A 학점은 별로 없었던 것이다! 그럼 어떤 점이 이들을 노벨상이라는 엄청난 영예로 이끌었을까? 한마디로 답하면, 호기심으로 출발한 새로운 질문에 끈기를 더해 해답을 찾아가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하라, 찾으라, 두드리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노벨상 원천은
호기심 기반 질문에 있다


빅터 앰브로스와 개리 루브칸 교수가 연구를 본격적으로 하고자 했던 주제는 이전의 연구자들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새로운 질문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많은 연구자들이 발생의 문제를 주로 새로운 세포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되어 지는가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고 있을 때, 빅터와 개리는 약간은 이단아와 같은 생각을 했다. 발생이라는 현상이 공간적으로 다양해 지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그런 일들이 정확한 시간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착안을 하여 발생의 시간도 정교한 조절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합리적 가설을 떠올리게 된 것이었다. 발생의 시간에 대한 정교한 조절 프로그램, 지금은 듣고 보면 거의 당연한 현상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 연구를 시작할 때 다른 사람들은 무모한 도전이라고 걱정을 해 줄 정도로 새로운 질문이었다.


발생의 시간을 조절하는 프로그램을 연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이들이 채택한 방법은 유전학이었다. 유전학이란 가장 간단히 설명하면 돌연변이를 연구하여 유전자의 기능을 규명하는 학문이다. 돌연변이란 무엇인가? 정상적인 형질에서 벗어난 형질을 나타내는 유전자를 돌연변이 유전자라고 정의할 수 있다. 결국, 정상적인 형질이 무엇인지를 정의하고 나면 돌연변이를 잘 찾아서 그 형질이 달라진 이유를 유전자 수준에서 규명하는 것이 유전학이다. 다시 구체적인 발생의 시간 프로그램 문제로 돌아와 보자. 이들은 예쁜꼬마선충에서 연구를 하였는데, 정상적인 발생의 과정에서는 표피의 허물을 네 번 벗고 어른이 되는 과정을 겪게 되는데 이 네 번이라는 시간에 문제가 생기면 허물을 다섯 번 벗을 수도 있고 한번을 생략해서 세 번만에 어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다 시간이 잘못된 돌연변이다! 이런 돌연변이들이 어느 유전자에서 일어난 것인지를 찾으면 발생의 시간 조절이라는 신비로운 현상에 대한 이해를 최초로 하게 되는 것이다.


빅터와 개리가 연구를 하게 된 돌연변이는 각각 lin-4와 lin-14라고 하는 돌연변이들이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들 돌연변이들에 대한 연구를 이 두 학자가 처음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되돌아보면 참으로 흥미로운 사실인데, 후에 노벨상을 받은 세 사람의 학자가 1981년에 한 편의 논문을 발표했는데, 세포의 계보가 반복되는 돌연변이에 대한 내용이었다. 세포의 계보가 반복된다, 즉 발생의 시간 조절에 문제가 생긴 돌연변이라는 것 아닌가! 이 논문에 등장한 돌연변이가 lin-4 였고, 이 유전자에 대한 연구를 이어서 하게 된 빅터가 발생의 시간 조절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정립하였고, 우연의 일치인지, 이 돌연변이는 이전의 어떤 유전자와도 성질이 다른 새로운 유형의 유전자, 즉 마이크로RNA 라는 유전자임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것이 노벨상이 된 업적이다. 요약해 보면, 빅터와 개리가 추구했던 것은 노벨상이 아니라 발생의 시간 조절이라는 도전적인 현상에 대한 이해였고, 그 부산물처럼 새로운 유전자 유형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 그 유전자들을 처음 찾아낸 것은 선배들이었다. 이럴 때 뉴턴 경의 일화로 유명해진 “거인의 어깨 위에서 좀 더 멀리 볼 수 있었다”는 말이 정확히 들어맞는 일화가 아닐까. 새로운 질문은 갑자기 만들어진다? 아니다! 거인의 어깨 위에 있을 때 더 멀리까지 잘 보인다.


예쁜꼬마선충, 생물학 무대에 오르다


거인의 어깨를 더 되돌아가 보면, 그 거인들도 다른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었다. 예쁜꼬마선충 연구에 있어서 최초의 거인은 시드니 브레너 박사였다. 1960년대에 이미 세계적인 생물학자였던 시드니 브레너 경은 분자생물학의 미래를 고민하면서 두 가지 방향을 제시하였다. 브레너 경은 생물학의 궁극의 방향은 발생과 신경계의 이해라고 주장하였고 필자가 보기에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델 동물, 그것도 아주 단순한 거의 미생물과 같은 동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고 그래서 예쁜꼬마선충이 생물학의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예쁜꼬마선충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의 이력을 역으로 추적해 보면 결국 닿는 지점은 시드니 브레너 경이니 얼마나 독보적인 존재인가.


브레너 경이 예쁜꼬마선충 연구를 시작하기로 하면서 정말 무모할 정도의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첫 번째는 발생의 문제를 풀기 위해 유전학을 활용(즉 돌연변이를 만들어 연구)하기로 하고 발생의 정상적 과정을 모조리 확인해서 정립하는 일을 먼저 해야 했다. 그것이 바로 예쁜꼬마선충의 세포 계보이다. 현재까지도 수정란에서 출발하여 성체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일어나는 세포 분열의 시간과 장소, 그리고 각 세포들의 운명을 모조리 기록한 동물은 예쁜꼬마선충이 유일하다! 세포 계보를 확정하고 나니 할 수 있는 일이 무한정 생겼다. 돌연변이를 대량으로 무작위적으로 만들어 연구자가 원하는 세포계보가 잘못된 돌연변이를 고르게 되면 그 특정 발생 과정에 작용하는 유전자를 찾아내서 규명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브레너 경은 1974년의 유전학회지 논문에서 수백개의 돌연변이의 동정과 분석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세포 계보를 연구하던 브레너경의 연구 팀은 특별한 발견을 하게 되는데, 모든 개체에서 동일하게 세포분열의 결과 태어나는 세포 중 131개는 항상 죽는 운명을 가진다는 것이었다.


개체에 관계없이 똑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태어나는 세포는 죽는 일만 했으니 말 그대로 프로그램되어 있는 세포의 예정사가 아닌가. 세포 사멸이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 속에 프로그램되어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유전자에 프로그램되어 있다면 당연히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세포사멸이 안 일어나는 돌연변이, 너무 많이 일어나는 돌연변이, 이들 변이 형질을 막는 새로운 돌연변이 등등 수많은 세포사멸 유전자가 예쁜꼬마선충 연구에서 찾아졌다. 이 유전자들이 사람에서도 그대로 적용됨도 밝혀졌다. 그 결과 2002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브레너 경과 그 제자 두 사람에게 공동으로 수여되었다. 설스턴 경과 호르비츠 교수가 그들인데, 호르비츠 교수의 제자 중 두 사람, 즉 빅터와 개리가 앞서 설명했던 것과 같이 2024년에 노벨상을 받았으니 노벨상의 계보라 하겠다!(참고로 필자의 지도교수의 지도교수도 호르비츠 교수이다.


시드니 경의 두 번째 원대한 계획은 신경계에 관한 것이었다. 예쁜꼬마선충의 신경계를 이루는 신경세포의 수가 302개에 불과하다. 초파리의 뇌가 14만여 개의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는 것만 보아도 얼마나 단순한지 알 수 있다. 이 적은 수의 신경세포로 신경계 또는 뇌가 할 수 있는 가장 단순화된 신경작용은 다 할 수 있으니 대단한 일이 아닌가. 이제 신경계를 모조리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경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였고, 이에 브레너 경과 그 연구팀은 신경계의 모든 신경망 (지금은 커넥톰이라고 부르지만 당시에는 이런 이름도 없었다), 즉 모든 신경세포의 연결 구조를 밝히고자 하였다. 방법은 단순 무식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선충 한 마리를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50nm 두께로 얇게 썰어서 모두 투과 전자현미경으로 이미지를 얻은 후 이 모든 이미지를 이어붙이는 작업을 하면 선충의 신경계를 포함한 모든 해부학적 구조를 전자현미경의 해상도 수준으로 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 무모해 보이는 작업을 시작했고 십수년에 걸쳐 실제로 완성하였다.


1986년에 발표된 논문이 생물학 역사상 최초로 신경망 지도를 고스란히 드러낸 첫 보고였고 아주 최근에 초파리의 뇌 커넥톰이 보고 되기 전까지는 유일한 예였다. 커넥톰을 알게 되면 많은 일이 가능해진다. 우선 모든 신경망의 연결을 알게 되므로 어떤 경로로 정보의 흐름이 일어날지, 또는 안 일어날지를 짐작할 수 있고 실험을 디자인할 수 있게 된다. 신경세포들의 연결이 해부학적으로 어떻게 구조화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고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신경작용을 예측할 수 있게 해 준다. 다양한 발생과정과 질병 모델의 커넥톰을 알 수 있다면 그 차이를 이해함으로써 뇌질환의 신경회로 수준에서의 이해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런 목적을 위한 원대한 작업이 1980년대에 이미 이루어졌으니 선구자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호기심과 질문들


필자의 연구실도 지난 30년간 새로운 도전을 꾸준히 해 왔다. 호기심에서 출발한 질문이 꼬리를 물고 새로운 질문으로 인도하고 그 답을 찾으면서 새로운 발견을 해 왔다. 한 연구의 출발은 예쁜꼬마선충의 신경계에 대한 이해라는 목표를 가지고 진행하게 되었다. 우리는 닉테이션이라는 프로그램 되어 있는 흥미로운 행동을 연구하기로 했는데, 이 행동은 특정한 발생 단계에서만 일어나는 행동이어서 프로그램되어 있어야만 하는 현상이라고 합리적 가정을 할 수 있었다. 한편 행동은 근육의 작용으로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근육에게 지시를 보내는 운동신경, 운동신경에 지시를 보내는 상위의 신경세포, 그리고 환경을 인지하고 판단하는 상위의 신경 등이 제대로 작동해야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어서, 한 행동을 이해한다는 것은 신경계 작용의 전체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연구실은 다양한 도전과 연구를 통해 닉테이션 행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세포를 특정할 수 있었고, 다양한 선충들을 조사하여 이 행동을 조절하는 유전자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최근의 연구로는 닉테이션 행동을 하는 특별한 발생단계인 휴면 유충의 신경망 전체 즉 커넥톰을 분석 완료함으로써 1980년대에 완성되어 있던 성체의 신경망과의 직접적인 비교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었다. 이 연구는 아직도 진행형이지만 이미 많은 흥미로운 발견이 있었고 앞으로도 많은 흥미로운 질문들이 뒤따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필자의 연구실의 두번째 흥미로운 주제는 텔로미어에 관한 것인데 지면 관계상 다음 기회에 자세히 소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아주 간략히만 소개를 하면, 텔로미어라는 염색체 말단 부위가 진화의 과정에서 어떻게 다양해 질 수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과, 염색체 말단 보호라는 기능을 하는 텔로미어를 어떻게 유지하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이런 새로운 발견들이 사람의 암에서도 적용되는지를 찾아가는 연구 등을 현재도 수행하고 있으니 호기심에 출발한 연구가 예쁜꼬마선충을 넘어 생쥐, 그리고 생쥐를 넘어 인간에 이르기까지 탐구해 온 대표적인 경우라 하겠다.


중고등학교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선충 탐구


2024년 10월경 연평도로 강연을 하러 갈 기회가 있었다. 이왕이면 실감 나는 예를 보여주고 싶어서, 참수리호가 전시되어 있는 공원에서 흙 등을 채집하여 미리 가지고 간 현미경 위에 올려서 학생들에게 선충을 보여 준 적이 있다. 이 선충을 서울대학교 연구실로 가져와서 DNA 분석을 완료하여 흥미로운 생명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고, 현재는 논문을 준비 중에 있을 정도로 진도가 나갔다. 중·고등학교에서 간단한 장비만 있으면 어디든지 선충 채집이 가능하고 DNA를 분석하는 일은 상용화된 서비스를 활용하여도 요즘은 비용이 크게 들지 않아서 충분히 진행해 볼 만하다. 새로운 종을 발견하게 된다면 그 또한 정말 흥미롭지 않을까. 관심이 있는 독자는 우리 연구실로 연락을 주시면 친절히 안내해 드릴 것이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과학은 호기심에서 출발하고 끈기로 완성한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다. 중고등학교에서의 과학 탐구도 당연히 호기심에서 출발하면 끈기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된다고 믿는다. 지나간 관례에 따라 탐구를 하는 것도 숙련을 위해서는 필요하고 중요할 수 있지만 과학의 궁극은 새로운 발견에 있음을 명심하는 것이 좋겠다. 과학 탐구,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고, 구하라, 찾으라, 그리고 두드리라. 그러면 어떤 것이든 얻을 것이다! 모든 도전하는 학생들을 응원합니다.


이준호 교수는 현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로서, 지난 30년 간 예쁜꼬마선충 연구를 통해 생명의 발생과 유전 그리고 진화의 비밀을 탐구해 온 생물학자이다. 서울대 학생처장, 자연대 학장,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서울대 기초과학연구원 원장, 국가과학심의회 산하 기초연구진흥협의회 위원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다양한 매체에서 대중강연을 하였으며, 대중과학서로 『사람이 벌레라니』 『매우 작은 세계에서 발견한 뜻밖의 생물학』 등을 출간하여 과학의 대중화에도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