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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좌담 · 디지털 리터러시와 2022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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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교과 디지털 리터러시

도구적 활용 넘어서 주도적 정보 활용으로


미래 사회 디지털 핵심역량 육성


일   시│ 2023년 11월 3일 금요일 오후 5시

장   소│ 서울특별시교육청융합과학교육원 회의실

사   회│ 이수정 편집위원장(중경고등학교 교감)

참석자│ 정대홍 교수(서울대학교), 손미현 책임연구원(서울대학교), 윤원정 장학사(서울특별시교육청), 임현구 교사(한성과학고등학교), 한기순 교육연구사(융합과학교육원)


1702963573.4612image.png매킨지가 2021년 발간한 '미래 사회에 필요한 기본적 기술과 태도' 보고서에 따르면 미래 사회 핵심 역량으로 인지, 대인관계, 자기 주도성, 디지털 등을 꼽았고, 디지털 역량 내 세부 사항은 디지털 능숙도·시민의식, SW 활용·개발, 디지털 시스템 이해 등이 포함됐다. 이는 교육부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미래 세대 역량으로 디지털 소양을 꼽은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교육부는 초·중등 정보 교과 시수 2배 확대와 더불어 디지털 소양 함양을 위한 학교급별 내용 체계 마련, 디지털 내용 체계에 따른 교과연계 교수학습 예시자료 개발, 핵심교원 양성 연수 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과학교육은 ‘디지털 리터러시와 2022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이란 주제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방향성과 추진 사례, 과학과 교육과정에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적용 방안, 교수법 및 교사역량 개발 방안, 2022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을 통해 논의하고자 한다.



디지털의 활용 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수 소양


사회자

교육 현장도 디지털 소양 교육이 당면과제로 떠올랐습니다. 그에 앞서 디지털 소양이란 무엇인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왜’ 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이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손미현

디지털 리터러시’는 미국의 저술가 폴 길스터가 1997년 그의 저서에서 제시했고, 이후 미국도서관협회(ALA)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정보를 찾는 능력'으로 정의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도구를 이용해서 정보를 찾는 것 말고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능력, 이를 이용한 문제해결 능력, 지식을 창출하는 역량까지 디지털 리터러시에 포함했습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디지털 지식과 기술에 대한 이해와 논리 의식을 바탕으로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이해 평가하여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생산 활용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했어요. 이처럼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이해 능력을 강조하는 것에서 디지털을 이용해 표현하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의미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게 굉장히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임현구

저는 아이들과 수업할 때 도구로서 디지털 활용이 크게 느껴지는 편입니다. 코로나 시기에 애들이 기계를 통해 수업하다 보니까 사람과의 관계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저 스스로 너무 시대에 뒤떨어지는 건가 싶을 정도로 ‘인간성, 관계성’에 더 중점을 두고 있고요. 디지털 리터러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도구적인 활용에 치우쳐져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는 시작 단계이기 때문이고, 앞으로는 앞서 손미현 연구원님이 말씀하신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원정

디지털 기술이 우리 일상에 밀접하게 연관되면서 디지털의 활용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수 소양이 됐습니다. 그렇기에 앞으로 교육과정에 반영되었을 때 학생들의 디지털 격차가 일어나지 않고, 과학 시민으로서 조금 더 이 시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디지털 리터러시가 필요하다는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디지털 자체가 목표는 아닌 것에는 다들 동의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저희 교육청 정책도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대홍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디지털 리터러시를 표현할 때 ‘디지털·인공지능’ 이렇게 썼더라고요. 그리고 최근 몇 년간 보니까 ‘디지털’, ‘데이터’, ‘정보 처리 역량’, ‘AI’ 같이 혼재된 단어들을 한꺼번 쓰고 있어요. 아마도 새로운 환경 변화와 기술 변화를 고려한 모든 것을 그냥 ‘AI·디지털’에 다 때려 넣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미래에 필요한 인재는 문제 해결력이 뛰어난 사람인데, 그렇다면 그 지향점은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어떤 역량이겠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현재 우리 과학 교과에는 개념이 많고 지식이 많거든요. 그 속에서는 생각하기가 그렇게 쉽지 않아요.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죠. 그런데 디지털 도구 또는 데이터가 손에 쥐어지면서 생각할 수 있고, 그걸 통해 이걸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면서 사고력을 키울 기회가 생긴 게 아닌가. 그런 관점에서 저는 ‘AI·디지털 소양’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손미현

터러시라는 개념 자체가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 최소한의 기본 역량 그러니까 소양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 뭘 가져야 할까’를 짚어주는 게 ‘디지털 리터러시’가 가져갈 방향성이라고 생각해요. 이 방향성이 ‘우리 사회가 지금 AI·디지털이 만연한 사회니까 그 사회에서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를 키운다’는 입장에서 나아가 ‘아이들의 기초 역량 또는 소양으로서 작용할 수 있는 교육인지 아닌지’에 대해 계속 스스로 점검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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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편집위원장(중경고등학교 교감)
이번 좌담을 통해서 2022 개정 교육과정과
디지털 리터러시에 대한 고민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말하는 이수정 편집위원장(중경고등학교 교감)

정대홍│서울대학교 교수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수업을 시도하는 것 자체로

교육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는 정대홍 서울대학교 교수

 

손미현│서울대학교 책임연구원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강화를 위한 교사 연수는 미니멈의 디지털 리터러시 연수와 전문적인 역량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연수가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하는 손미현 서울대학교 책임연구원



디지털 리터러시를 교육과정에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 고민 필요


사회자

‘2022 개정 교육과정’은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 함양이 가능한 교육과정으로 모든 교과 교육을 통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교육을 비롯한 디지털 기초 소양으로 강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2022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와 더불어 과학과 교육과정에서 디지털 리터러시를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정책 당국이나 학교 현장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손미현

교 현장에서 디지털 소양 교육을 적용할 때 일반 교과와 과학 교과는 좀 다른 것 같아요. 무슨 말이냐면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학교 일선에 대부분 인터넷이나 태블릿 PC 등 디지털 장비가 잘 구축되어 있어요. 하지만 이런 장비만으론 현재 개정 교육과정의 과학교과를 구현하는 데는 부족하다는 것이죠. 예전에 MBL(과학 센서)을 활용한 적이 있지만, 그 MBL의 가격이 고가인 데다 사용법도 어렵다 보니 활용이 안 되고 사장됐거든요. 2022 개정과학과 교육과정에 보면 ‘빅데이터를 활용해 지진을 예측할 수 있다’와 같은 성취 기준이 제시되어 있는데, 이를 구현하려면 MBL 같은 IoT 센서들을 활용할 수밖에 없어요. 아이들이 이런 도구들을 활용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클리닝하는 과정들이 바로 디지털 리터러시를 함양하는 과정이 돼요. 문제는 과학 교과에 특화된 도구가 필요하단 거예요. 그런데 이런 도구까지 갖춰져 있느냐에 대해서는 약간 우려되는 부분이거든요. 2022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을 보면 ‘빅데이터를 활용’하거나 ‘지능형 과학실과 플랫폼 활용’ 등의 내용이 있는데, ‘현재 일선 학교들이 이를 당장 내후년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완벽한가?’ ‘현재 학교에 구비된 도구로 실행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는 아직 물음표란 것이죠.


윤원정

현재 교육청에서는 창의융합형 과학실 환경 구축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희망하는 학교에 최대 6실, 실당 5천만 원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그 범위 내에서 30% 정도는 AI·디지털 수업을 할 수 있는 기자재를 확충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공사를 하다 보면 기본적인 전기나 수도 같은 곳에 예산이 많이 들다 보니 학교에서는 충분하게 기자재를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고요. 선생님들도 디지털 소양과 관련해 대비해야겠다는 마음보다 지금 당장 이 아이들 교과 수업에 무엇이 더 필요할 것인가를 더 고민하시는 것 같아요. 그렇다 보니 2022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에 대한 학교 단위에서의 준비는 조금 어려움을 겪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교육청에서 올해는 통합교부 운영비에 300만 원을 안전관리 예산으로 초·중·일반고에 다 사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내년에는 그 항목에서 과학 시간에 필요한 기자재를 확충할 수 있도록 범위를 좀 더 넓혔습니다. 충분하진 않지만, 학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자재를 그래도 좀 구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대홍

고등학교에 계신 임현구 선생님은 이번 교육과정과 관련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등학교 현장에서 보는 시각도 좀 궁금합니다.


임현구

제가 가르치는 내용 중에 효모의 발효 실험이 있어요. 그동안은 발효관을 이용해서 상온 수조에다 발효시켜서 눈으로 관찰하는데, 거품이 많이 생겨서 오차가 많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이 실험에서는 왜 KOH를 넣어야 하는지, 온도를 어떻게 맞춰줘야 하는지 이런 거에 포커스를 맞췄어요. 그런데 작년에 CO2 센서를 구매하면서 올해부터는 센서를 이용한 실험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특히 지능형 과학실 ON 플랫폼을 이용해 최대한 2022개정과학과 교육과정에서 원하는 형태로 해보려고 했어요. 그랬더니 수업 내용이나 아이들의 반응이 확연히 다르더라구요. 아이들이 학원에서 공부할 때는 발효의 그래프 개형을 봤는데, 센서를 이용했더니 효모의 초기 반응 속도를 봐야하는 거죠. 그런데 수업 중에 아이들이 ‘광합성을 하는 효모를 발견했다.’고 말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모수가 잘못되어서 CO2가 내려간 것인데, 이걸 발견한 아이들이 놀라워하면서 데이터값을 어떻게 트리밍해야 할지, 어떻게 해석할지 의논하는 거죠. 센서로 데이터가 많이 쌓이니까 어떤 걸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혼자 판단이 안 되니까 옆 친구와 의논하고, 결과를 플랫폼 형식에 맞춰 쓰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교육 방향은 아마도 이런 방향으로 바뀌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데이터를 트리밍하는 방법이나 논의하는 과정들이 앞으로 교육과정에 나타난다면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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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원정│서울특별시교육청 장학사
윤원정 장학사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하나의 방법만은
아니라며, 교사들은 여러 교육적인 방법 중에 더 적합한
교육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임현구│한성과학고등학교 교사

IoT 센서를 활용한 수업에서 예상외의 결과를 확인한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토론하고 데이터를 다루는 모습에서

앞으로 교육 방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임현구 한성과학고등학교 교사

 

한기순│융합과학교육원 교육연구사

과학 교과와 AI를 융합한 형태의 프로젝트 수업을 운영했던 한기순 연구사는 AI를 활용한 수업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질문을 잘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자

혹시 일반적인 고등학교에서도 그런 수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요?


임현구

제가 사용한 것은 상용 센서인데 제 수업에서 5개를 가지고 실험을 진행했거든요. 일반 고등학교에서도 그 정도는 충분히 구비해서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손미현

그건 센서의 문제가 아니라 교사가 어떻게 아이들을 지도하느냐란 문제와 결합된다고 생각합니다. 임현구 선생님이 했던 그 수업은 과학자들이 하는 실험을 아이들이 모의로 해본 거예요. 무슨 말이냐면 센서로 데이터를 확인했는데 생각하지 않았던 예상 이외의 현상을 관측했고, 이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 논의하고, 논의된 것을 토대로 또는 이론을 토대로 아이들이 얻은 데이터를 클리닝하고 왜 그럴까 결론을 도출하잖아요. 그 모든 과정이 사실은 예상하지 않았던 과정에서 일어난 건데, 선생님들이 과연 얼마나 그런 과정을 끌어낼 수 있느냐는 거죠. 과학 교과에서 수업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큰 그림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교육을 받는 것에도 현실적인 반발이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교사가 충분히 준비되어 있다면 일반 고등학교 아이들도 임현구 선생님이 했던 것 같은 수업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대홍

제가 교육과정 개편할 때 각론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점이 ‘어디에 무엇을 어떻게 넣을 것인가’였어요. 그 고민의 결과가 2022개정과학과 교육과정인 거죠. 예를 들어 탐구 실험에 ‘센서를 활용해봐라. 데이터를 공유해봐라.’ 정도 써 놓은 거예요. 그런데 저는 여기에 기회가 있는 것 같아요. 조금 전 임현구 선생님의 수업 사례처럼 도구를 써서 뭔가가 애들한테 쥐어지면 가만히 있던 애들이 노력하는 거예요. 여기서 교육적인 가치가 일단 해나가다 보면 금방 올바른 방향성을 발견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한기순

저는 초등학교 6학년 과학을 오랫동안 지도했고, 과학 교과와 AI를 융합한 형태의 프로젝트 수업을 많이 구상하고 진행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디지털 리터러시는 약간 생성형 AI에 많이 치우쳐 있는데, 생성형 AI로 아이들의 과학적인 표현력을 키우는 연구를 많이 했어요. 지도하는 교사로서 느꼈던 점은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하는 방법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잘못된 질문을 하면 결과값도 잘못되기 때문에 질문을 잘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게 교사의 역할이라고 깨달았고요. 탐구 과정 자체는 존중하되 그 결과를 도출하거나 표현하는 쪽에 교수학습 과정이 도입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손미현

제가 우려하는 바 중의 하나가 과학 교과 내에서 디지털 리터러시를 마치 센서나 데이터를 이용해서 하는 과학 실험으로만 축소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거예요. 특히 교사를 위한 다양한 디지털 리터러시 연수가 개설되고 있는데, 센서같은 도구를 활용하는 방법만 개설될까 걱정됩니다. 무슨 의미냐면 도구를 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도 디지털 리터러시 중 하나거든요. 그런데 앞서 말한 사례들을 듣다 보면 디지털 도구나 생성형 AI 같은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디지털 리터러시를 좀 더 크게 보고 교육과정에서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윤원정

오늘 여러분이 말씀하시는 걸 계속 듣다가 ‘왜 생성형 AI를 썼을까, 왜 그걸 꼭 써야 하나’라는 입장에서 듣다 보니 해답을 찾았어요. ‘질문을 잘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하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써야 합니다. 예전에 지능형 과학실 ON 플랫폼이 나올 때, 다양한 수업 사례들이 많이 나오고 그 사례를 공유하는 시간이 있는데요. 당시에도 지금과 같은 우려가 있었는데, 선생님들이 교육과정 분석을 다 하셨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온습도계로 관찰할 때보다 센서를 활용할 때 더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명확한 이유를 보여주셨고, 그렇다면 충분히 활용할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선생님들께 ‘앞으로 이거를 써야 합니다. 교육과정에 나와 있어서가 아니라, 이런 면에서 충분히 도움이 됩니다’라고 하는 부분은 앞으로도 조금 연수나 기회가 있으면 더 많이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손미현

그럼 저는 또 묻고 싶은 게 뭐냐면 ‘그런데 왜 질문을 잘하기 위한 걸 꼭 생성형 AI로 써야 해요?’ 이 질문에 대한 답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윤원정

꼭 한 가지 방법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 교육적인 방법이 있다면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더 적합한 교육 방법, 혹은 원하는 자질을 함양시키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거죠.


손미현

방금 장학사님 말씀하셨던 게 저는 제일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균형적인 판단능력이 필요한 거죠.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로 이런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관점을 가져야 하는데, 마치 성경책 제시하듯 ‘이 방법이 사회적 흐름이니까 이 방법을 사용해야 해’ 그런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장학사님의 말씀에 굉장히 동감합니다.


한기순

초등학교는 전문 교과를 담당하는 분이 안 계시기 때문에 선생님의 역량이나 관심에 따라 차이가 많아요. 고학년의 경우는 선생님의 관심도에 따라 중고등학교 못지않게 AI나 AI를 활용하는 교육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고, 학교 현장도 코딩이나 소프트웨어도 상당히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AI 선도학교도 있어서 AI 관련된 교과 연구가 많아졌고 현재 기반은 많이 조성된 편이에요. 다만 이런 역량이 다 확대되지 못해서 학교에서도 특정 학급에 특정 학년에만 약간 치중돼 있어요. 특히 저학년 같은 경우 기초적인 단계의 어떤 대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교사 디지털 역량 함양, 목적에 정확하게 맞춘 연수 과정 필요


사회자

교육부에서 교육과정 편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긴 했지만, 결국 운영하는 것은 교사들의 몫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리터러시를 교육할만한 전문성을 가진 교사들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수법이나 교사 역량 개발 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텐데요. 예비교사를 양성하시는 정대홍 교수님 생각을 먼저 들어보고 싶습니다.


정대홍

이 주제가 참 어렵습니다. 대학에서는 과학을 연구하시는 분들이 과학을 가르치잖아요. 교수들은 이미 연구 과정에서 AI를 활용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예비교사인 학생들은 4년간 공부하는데, 그런 게 있는지도 몰라요. 교수들이 가진 디지털 활용 능력은 이미 교육에서 요구하는 수준보다 상회하는데, 대학 교육과정에서 그게 들어갈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교수들의 역량이 예비교사에게 갈 수 있게 교육과정을 바꿔야 하는데 쉽지 않아요. 현재 사범대에서는 과 밖에서 여러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사범대 전체에 쉽지 않은 미션이 주어진 셈입니다.


윤원정

저희도 고민이 많습니다. 과학 선생님들이 과학 교과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본인의 수업에서 녹여내고자 하는 부분이 다 달라요. 그렇기에 선생님들에게 충분히 이 부분에 대한 당위성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지능형 과학실 ON 플랫폼을 활용한 수업을 여러 선생님들이 개별적으로 연구를 하는 단계이고요. 그 연구를 통해서 수업의 장단점 혹은 어떻게 활용하면 더 도움이 될지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교사들의 진입 단계를 낮추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한 후 연수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아직까지 선생님들이 이와 관련된 학습 자료나 이런 부분들이 많지 않은 편이에요. 디지털 쪽으로 좀 앞서가는 선생님들의 연구회 등에 지원하려고 합니다.


손미현

일반 교사에게 필요한 디지털 역량과 과학 교사에게 필요한 디지털 역량은 다른 것인가라는 문제는 또 다른 문제거든요. 사회 선생님이 파이썬 언어를 공부해서 프로그래밍을 짜는 게 필요하냐는 거죠. 교사 연수는 과학 교사한테 필요한 미니멈의 디지털 리터러시 연수와 그보다 조금 전문적인 역량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연수가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목적성이 뚜렷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데이터를 조금 더 명료하고 시각화하는 데 필요한 것, 데이터를 클리닝하는 법, 필요한 교구를 DIY로 만드는 법, 어디에 가면 어떤 정보들이 많은지 알려주는 것, 통계 처리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역량. 이런 것들이 과학 선생님들이 많이 원하는 내용인 거죠. 이보다 더 깊이 있는 연수를 원하는 선생님들을 위한 심화 과정을 두는 거죠. 이처럼 목적에 부합하는 연수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임현구

앞서 언급했던 수업 사례에서 센서를 사용한 수업이 좋았던 게 애들이 실패할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내가 수업 시간이 모자란데 진도를 안 나가고 애들한테 틀린 걸 다시 하게 해도 되나 했는데, 그걸 한번 넘었더니 괜찮더라고요. 이 경험을 다른 선생님과도 나누고 싶은데 그건 말로 될 일이 아니니까. 그래서 짧게라도 연구과정을 겪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일단 애들이 뭔가를 눌러보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과 과학 실무사님 등이 계셔서 수업 전후 준비를 도와주는 점이에요. 이전 학교에서는 제가 실험준비를 다 하고 청소도 다 해야 했는데, 그럼 일이 너무 많아서 못하는 거예요. 교원 역량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어느 정도는 앞서 말씀드린 기반이 마련되어야 선생님들이 두렵더라도 시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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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화된 학습 환경, 과학교육을 풍부하게 하는 기반이 되도록 조성


사회자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최소 2030년대까지 영향을 미치는 교육과정입니다.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디지털화된 학습 환경’은 곧 교육 혁신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궁극적으로 과학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정대홍

이제 AI·디지털 기술에 대해 앞으로 몇 년 사이에 교육적 어포던스를 찾아가는 과정이 쭉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초등학교 사례에서 생성형 AI를 쓰니까 수동적이었던 아이들이 말을 하고 토론을 하기 시작하고, 중·고등학교에서는 센서를 갖다 줬더니 아이들이 생각하기 시작한단 말이죠. 이런 부분들을 동기로 삼아 교육적 어포던스를 잘 살려서 문제 해결력을 키우고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진짜 교육적 활동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윤원정

최근에 외국 학생들과 저희 서울에 있는 학생들이 공동 과학 탐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선생님들이 이걸 왜 하냐는 질문을 많이 하셨어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크고 작은 실패와 경험 속에서 무언가를 해내는 긍정적인 경험을 하게 하고 싶었던 게 크고, 같이 공동의 주제로 탐구하다 보면 문제 해결력뿐만 아니라 스스로 무언가를 해냈다는 자기주도적인 경험을 좀 주고 싶더라고요. 그렇다면 굳이 외국 학생들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했을 때, 우리 아이들이 훨씬 더 경계를 넘어서는 사회를 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훨씬 더 많은 다양한 데이터를 아이들이 경험해보고 이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고 활용할지에 대한 경험치가 새로운 영역에 있는 곳에 아이들이 모였을 때 더 시너지가 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멀리 있는 아이들과 소통하고 데이터를 나누기 위해서는 정말로 그 디지털 리터러시는 기본이 되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면 이 디지털 리터러시가 아이들이 미래에 잘 살아나가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과학교육이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한기순

학교육이 궁극적으로 나아갈 방향은 아이들의 과학적인 흥미와 호기심을 꾸준히 유지시켜 주는 것이잖아요. 그 방법 중 하나가 저렇게 자기 주도로 뭔가를 하고 거기서 느끼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걸 이번 2023 서울융합과학·메이커축제에서 보면서 느꼈거든요. 결과적으로 디지털화된 학습 환경은 필수적으로 갖춰질 것 같은데, 그게 어떤 도구적인 측면이나 목적성이 아니라 과학과 교육과정을 굉장히 다양화하고 풍부하게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계신 분들의 말씀을 들으면서 저 개인적으로 디지털 리터러시와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짧아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없어 아쉽지만, 많이 배웠습니다. 오늘 바쁜 중에 이렇게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리고 장시간 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