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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패러다임, 메이커 교육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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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고 만들고 공유하면서 미래 배운다

지향점은 같지만 방법 무한대 학생·교사가 함께 만드는 혁신

4차 산업혁명에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쳐 그야말로 초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미래에 어떠한 세상이 펼쳐질지 아무도 모른다. 오늘의 성공방식이 내일을 담보하지 못한다. 교육이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이며, 메이커 교육이 탄생한 배경이다. 메이커 교육은 학생이 주도적으로 주변의 필요와 불편함을 스스로 해결하고, 보다 나은 가치로 발전시켜가는 과정을 함께 즐기고 공유하는 공동의 혁신 활동을 말한다. 요약하자면, 상상하고 만들고 공유한다! 이 세 개의 단어 안에 미래교육의 지향점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학교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을까? 메이커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두 곳을 찾아가 보았다.





메이커 활동이 4차 산업혁명시대  혁신교육의 대안으로 떠 오르고 있다.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핵심 역량인 창의적 문제해결력, 자율성, 협력, 공유능력, 실패를 통한 자신감 등을 키워주는 활동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여 과정 자체가 무형식, 비형식 교육이다 보니 한 마디로 정의 내리기가 무척 어렵다. 어떤 이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한 미래지향적 경험을 선호하고, 어떤 이는 보다 철학적 접근을 강조한다. 지향점은 같지만, 가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다. 메이커 교육의 기본 철학처럼 다양한 실패를 통해 배우고, 좋은 사례들을 공유하고, 생각의 틀을 무한대로 확장하는 연습을 해보면서 상황에 맞게 유연한 해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메이커 교육의 원조, 서울 영등포고등학교 

도구 사용보다 철학적 고민이 중요

서울 영등포고등학교의 메이커스페이스인 ‘Camp51.9’는 메이커 교육의 원조로 꼽힌다. 탄생 스토리도 무척 재밌다.

 “2015년 복직해서 1학년 수업을 진행했 는데, 하루는 2학년 학생이 찾아와서 자동차를 만들어 봐도 되겠냐고 하더라고요. 작은 조립식 자동차겠지 하고 흔쾌히 승낙했는데, 중고 오토바이를 끌고 와서는 자동차 엔진이 필요해서 30만원 주고 사왔대요. 깜짝 놀랐죠. 그런데 더 놀라운건 숱한 시행착오 끝에 결국 자동차를 만들었다는 거예요. 그걸 타고 축제 때 운동장을 돌았어요. 저는 계속 안 될 거라고만 했는데, 엄청난 충격을 받았죠. 그때 깨달았어요. 학생들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직접 해보는 것이 중요하고, 교사는 그것을 학교 안에서 해볼 수 있도록 서포터 해주는 역할이어야 한다고 말이죠.”



      

 



김주현 교사의 말처럼, 영등포고등학교의 메이커 교육은 학생들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다음은 교사가 움직였다. 학생들의 상상력과 열정을 담을 공간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고,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메이커 문화가 점차 확산되던 시기였다.

 “3년간 아두이노를 가르쳤는데 한계가 있는 거예요. 아이들에게 주변 문제를 찾아서 뭔가 만들어 보라고 했더니, 교실에 쓰레기통 넘치는거 밖에 안 보이니까 인터넷 예제를 찾아서 똑같이 스마트 쓰레기통만 만들더라고요. 이건 아니다 싶었죠. 이후 수업을 완전히 바꾸었어요. 도구를 더 이상 가르치지 않았어요. 중요한 건 머릿속에 넣어주는게 아니라, 머릿속에 있는 걸 끄집 어내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때부터 아이들 스스로 주제를 정하게 하고 한 학기 내내 진짜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게 되 었죠.”

 메이커 교육의 시작이었다. 온전한 자율성을 부여하자 아이들이 변했다. 상상도 못한 주제들이 쏟아져 나왔다. 8개 반 48팀이 모두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피아노 계단을 만들고, 손난로와 팔씨름 기계도 뚝딱 완성했다. 축구공을 차면 축구화의 어느 부분으로 찼는지 색이 바뀌는 재밌는 기술도 개발했다. 아이들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 반짝 빛났다. 무엇보다 역할도 주제도 다르기 때문에 경쟁은 불필요했다. 서로의 정보를 나누고 협력하면서 시너지가 나왔다. 실패는 부족함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고, 직접 체득한 성공은 큰 성취감을 주었으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정은 덤으로 따라왔다. 김주현 교사는 지난해 2학기부터 평가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실험을 했다. “ 선생님, 쟤네팀이 우리보다 못한 것 같은데요”라는 한 학생의 말이 계기가 되었다. 이전까지 평가는 교사의 몫이었지만, 학생들에게 권한을 넘겼다. 수행평가 30점 중에서 28점은 학생들이, 2점은 교사가 평가하도록 시스템을 바꾸었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팀 별 발표를 하고 서로의 팀과 개인을 평가한 후, 웹페이지에 올라온 영상을 통해 다른 반 학생들을 평가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교사와 학생의 평가가 똑같았고,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이 없었다. 그는 깨달았다. 과정 중심의 수업 뿐 아니라 과정 중심 평가도 가능하다는 것을. 물론 그만큼 교사는 힘들다. 수많은 데이터를 모아 정리하려면 평소보다 몇 배 이상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러한 방향성을 적극 지지한다.

 “나무를 잘라 똑같이 모델을 만들어서 성 적을 매기는건 메이커 교육이 아니에요. 3D프린터와 레이저커터 등 최첨단 도구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니에요. 저는 기술교과이기 때문에 이런 공간을 만들었을 뿐, 모든 교사가 따라할 이유는 없어요. 음악교사라면 마이크믹서나 컴퓨터 등을 이용해 메이 커스페이스를 구성할 수 있겠죠. 미술, 체육 등 교사의 철학에 새로운 메이커스페이스 모델이 만들어질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메이커 교육에서 중요한 건 어떤 도구를 사 용하느냐보다,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 아닐까 싶어요.”


    





 로봇·드론 중점 활동, 서울 대청중학교 

4차 산업혁명시대 미래지향적 역량 주력

 서울 대청중학교는 강남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학부모 요구, 학생 역량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미래지향적인 메이커스페이스를 만들었다. 이름은 공모를 통해‘IDEA FACTORY 아올’로 정했다. 아올은 ‘our all’과 ‘아우르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다양한 연수를 받고 직접 견학도 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는데, 결국 우리만의 스타일을 만들자고 결정했어요. 지역사회 특성상 미래교육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4차 산업혁 명시대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고,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게 미래지향적 동기와 자극을 주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로봇과 드론을 중점적으로 다루게 되었어요.”

 백미원 교장은 메이커스페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공모계획서부터 설계, 공사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만큼 아올에 대한 애정이 깊다. 2018년 9월 대청중에 취임하면서 최우선과제로 삼았던 것은 훌륭한 교사와 학생들이 최첨단 수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렇기에 최고의 메이커 스페이스를 만들고 싶은 바람이 그 누구보다 간절했다. 지난해 12월 23일 문을 연 IDEA FAC TORY 아올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본관 중앙 3층에 자리잡았으며 정보컴퓨터실, 과학실, 미술실 등을 잇는 Smart-Zone 을 구축해 메이커 교육을 통한 창의융합 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학교교육과정 내 프로그램과 방과 후 및 지역연계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했다고 하잖아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IoT), 빅데이터 등의 키워드들이 쏟아지고 교육계에서도 소프트웨어 교육, 코딩, 로봇, 창의교육 등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요. 이에 대비해 대청중학교의 메이커 스페이스는 3D 모델링&프린팅, 코딩과 프로그래밍 수업을 통해 창의적 인재를 양성 하는데 힘쓰고 있어요.”

 김영준 교사는 4차 산업혁명시대 미래교육에 대한 고민과 열정을 메이커스페이스에 아낌없이 담았다. 이곳에서는 1인 1PC, 1인 1로봇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미래 도시처럼 깔끔한 교실에서 아이들은 로봇을 만들고 코딩을 해서 직접 작동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매우 즐겁게 해내고 있다.

 그는 4차 산업 혁명시대에 필요한 미래역량을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덕분에 드론의 기초비행술, 기체세팅, 비행실습, 드론 영상 촬영 및 편집, FPV 드론레이싱, 블록 프로그래밍언어, 마이크로비트, 자율주행 및 주차 미션, 구글 카드보드로 VR(가상현실) 체험, 자신만의 가상현실 콘텐츠 구상하고 만들기, 프로그래밍으로 햄스터로봇 제어하기 등 최첨단 커리큘럼이 탄생했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미래기술을 배우며 미래를 향해 한 발짝 다가가고 있다.

 “메이커스페이스가 학생들이 수행평가 와 성적의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의 창의적 인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해요.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하고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다양한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그 결과물에 대해 격려하고 칭찬해주는 행복한 공간으로 활용해 나갈 계획입니다.”

 김영준 교사는 앞으로 코딩과 프로그래밍 활동뿐 아니라 다른 여러 교과와 융합해 커리큘럼을 진행할 계획이다. 각 과목의 특성을 융합해 무한한 생각과 상상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그 생각을 구체화· 체계화하여 문제해결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메이커스페이스를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