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좌담] 학부모와 함께 과학교육의 길을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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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한국, 그 꿈을 위한 선택
창의 인재 육성을 위한 신 교육혁신 구축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일상 속 과학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학교 현장에서 과학의 원리를 심도있게 이해하고 체험할 기회는 많지 않다. 과거에는 ‘과학입국’을 모토로 내세우며 정책적으로 과학교육을 지원하기도 했으나, 차츰 과학을 향한 관심이 낮아져 이공계 기피 현상까지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새로운 시대로 가고 있는 시점이다. 과학교육의 중요성이 다시금 강조되는 이때, 현 시대에 과학교육은 어떤 역할을 해야할 지 과학교육 관계자와 초·중·고 학부모들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댔다.
일시
2018년 5월 3일 (목)
장소
서울시과학전시관 스마트교육실
사회자
김규상 편집위원장(한성과학고 교감)
참석자
박일우 교수(서울교대) 조은경 장학사(서울시교육청)
이성주 학부모(상신초) 왕혜옥 학부모(오산중) 정혜승 학부모(한성과학고)
사회자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학생들의 장래희망으로 과학자가 항상 언급되던 시절도 있었는데요. 우리 아이들이 과학 자를 꿈꾸는 나라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시점에 학부모의 관점에서 바라본 과학교육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이성주 학부모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역량을 키우려면 과학적 탐구 능력이 필요합니다. 과학시간에 배우는 지식과 경험은 미래를 살아가는 역량을 키우는 데 중요한 도구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와 다른 진일보한 관점으로 과학 교육에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왕혜옥 학부모 과학자의 직업을 가지고 앞으로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과학으로 부터 파생되어 나오는 직업은 무수하게 많은데 현 과학교육은 얼마나 그에 맞춰서 교육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을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4차 혁명을 책으로 익히는 것보다는 교육에 맞는 기계를 직접 경험하면서 배운다면 그 연구하는 끝에 미래의 과학 교육에도 큰 발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정혜승 학부모 과학의 발전이 곧 국가경쟁력 향상과 연결된다고 봅니다. 경쟁력이 있어야 미래도 있습니다. 정책적으로 과학교육에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규상 교감 대한민국의 미래와 과학교육의 상관관계는 대학과 교육청 관계자에게도 화제가 되는 주제입니다. 대학에서 교사를 양성하는 자리에 있는 박일우 교수님의 생각도 듣고 싶습니다.
김규상 | 사회·편집위원장(한성과학고등학교 교감)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학생들의 장래희망으로 과학자가 항상 언급되던 시절도 있었는데요. 우리 아이들이 과학자를 꿈꾸는 나라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시점에 학부모의 관점에서 바라본 과학교육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
박일우| 서울교육대학교 교수 학년이 올라가면서 내용이 심화하면 배경지식이 있어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실험이 늘어납니다. 그 다음부터는 이해를 못하니까 재미가 없죠. '모두를 위한 과학(Science for all)'이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과학은 현대인으로 살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과학적 경험입니다. |
조은경|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과학교육에 필요한 사업을 하려면 많은 비용이 필요합니다. 창의융합형 과학실험실 환경구축 사업을 통해 실험실 환경을 개선하였으나, 학생과 학부모의 눈높이에는 한참 부족합니다. 학교 환경보다 학교 밖의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른 거죠.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노력해 예산 확보에 힘쓰겠습니다. |
박일우 교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현재를 살지만,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은 다름아닌 아이들입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은 과거라는 경험뿐이죠. 미래를 살아가는 데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지식을 가지고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과학교육의 문제는 ‘기초를 가르칠 것이냐’, ‘앞으로 필요한 지식을 가르칠 것이 냐’의 두 갈래 질문 사이에서 혼란을 겪습니다. 그래서 더욱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답은 없지만 둘 사이의 조화를 이룬 커리큘럼을 고민해야겠죠.
조은경 장학사 대한민국의 미래와 과학 발 전이 큰 상관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쉽게 부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왜 과학교육에 힘이 실리지 않을까요? 관계자로서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나라는 과거 2차 산업혁명은 늦었으나 정보화 3차 산업혁명에 성공하여 현재 대한민국의 위상에 이르게 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첨단 과학기술과 정보 역량이 큰 역할을 했죠. 과학교육도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기 보다는 4차 산업혁명 이슈에 대처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에서부터 변화해나가야 합니다.
기본에는 충실하나 맞춤식 과학교육은 미흡
학교 안과 밖 연계하는 과학교육 인프라 마련 집중
사회자 다양한 기술 진보의 결과가 교육현장에 얼마나 반영됐는지 생각해봅니다. 사실 제가 근무하는 한성과학고는 과학교육 측면에서는 우수한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임에도, 최근의 급격한 변화 속도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이 듭니다. 학부모 관점에서 느끼는 일선 과학교육의 장점과 한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성주 학부모 학부모 입장에서 일선 과학 교육의 장점은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개념을 충실하게 가르치고 있다는 것 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장점인 동시에 한계이기도 합니다. 기본에는 충실하나 개별 학생의 흥미와 능력을 고려한 맞춤 교육이 되지 못하는 점은 한계입니다.
조은경 장학사 사실 학교 현장에서 맞춤식 교육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교사들의 엄청난 능력과 노력, 열정을 전폭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상황인데, 현실적으로 어려운점이 많아요. 학교 안에서의 맞춤식 교육도 중요하지만, 학교 밖에서도 얼마든지 과학교육과 체험, 영재교육 등 맞춤식 교육을 접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야 합니다. 그 핵심이 서울특별시교육청과학전시관이기도 하죠. 교육청 주도로 이루어지는 분야도 많지만, 과학교육에 관심 있는 분들과 연계해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이성주| 상신초등학교 학부모 현재의 초등학교 과학 교과서는 너무 친절합니다. 올바른 과학 교과서는 좀 더 불친절해야 합니다. 실험도 다른 방향으로 얼마든지 전개할 수 있는데, 과학교과서에 나온 것만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서 조금만 벗어나면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고요. |
왕혜옥| 오산중학교 학부모 사실 학부모가 교육청에 의견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시설 개선도 각 학교의 교장선생님이 큰 관심을 두어야 비로소 교육청에 목소리가 전달되는 경우도 있고요. 구체적인 건의가 올라오지 않더라도 일선 학교의 환경을 교육청에서 면밀하게 관찰해주시고 꼭 필요한 곳이 개선될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
정혜승| 한성과학고등학교 학부모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운좋게도 토론식 수업에 적극적인 선생님들이 많았습니다. 중학교에 진학해서 주입식 교육으로 넘어가니 적응이 쉽지 않았어요. 앞으로 교육체계를 어떻게 변화시켜 갈 것인지, 정책적으로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
왕혜옥 학부모 제가 느끼는 좋은점은 딱딱한 과학교육이 아닌 텝이나 노트북을 이용 간접 경험을 바탕으로 토론과 발표가 있는 수업으로 학생들이 주체가 되는 수업을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 수업은 아주 일부 시설이 있는 학교에서만 활용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또 변화에 발 맞춰서 나온 디지털 교과서는 가정까지 연결되지도 못하고 활용 또한 미흡한 것 같습니다. 지속성 없이 바짝 이슈에서 끝내는 과학교육을 찾아 반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혜승 학부모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과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제가 직장에 다니다보니 현실적으로 과학전시관 같은 곳에 데리고 다니기가 어려웠습니다. 과학고에 진학해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등 양질의 과학교육을 받으며 진일보한 측면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대입의 한계에 부딪히면 그 관심을 지속해서 이어가기가 어렵습니다. 내신에 따라 대학 선택권이 달라지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는 수능 공부에 더 관심을 쏟아야 하는 아이들도 생기고요. 이런 점을 교육청이나 관계 부처에서 고려해주셔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박일우 교수 과학교육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예전보다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교의 경우 교사들의 관심도 줄었고요. 교육청에서 노력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예산 비중은 과학 외 과목에 더 쏠려 있습니다. 학부모님 말씀대로 학생들의 적성과 진로에 맞춰 교육을 해야 하는데, 대입에서 막히는 경우도 많죠. 학교와 가정은 물론 초중등교육을 대학교육으로 연결하는 데에도 많은 한계가 있죠. 굉장히 많은 부분을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대입 한계에 부딪히는 과학교육
과학에 흥미 느낄 수 있게 변화해야
사회자 과거의 과학교육과 미래의 과학교육은 차이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과학교육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요?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조은경 장학사 과학교육에 필요한 사업을 하려면 많은 비용이 필요합니다. 창의융합형 과학실험실 환경 구축 사업을 통해 실험실 환경을 개선하였으나, 학생과 학부모의 눈높이에는 한참 부족합니다. 학교 환경보다 학교 밖의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른 거죠.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노력해 예산 확보에 힘쓰겠습니다. 정책을 추진하는 데에는 학부모님들의 의견 하나하나가 소중합니다. 의견을 모으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길 기대합니다.
왕혜옥 학부모 할 수만 있다면 시설 문제이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는 학교, 교육청에 교육현장 개선에 관련해서 직접 의견을 전달하기는 어렵습니다. 낙후된 시설 개선은 각 학교의 교장 선생님의 관심과 의욕으로 교육청 또는 지원 받을 수 있는 곳에 끝임 없이 요청해야 학교의 시설도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박일우 교수 우리나라 교육은 입시를 빼 놓고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지나친 염려일 지 모르지만, 현 수능시스템은 문제가 있습니다. 수능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다는 20번 문제를 보면, 제 전공이 물리학인데도 한참 풀어야 답을 낼 수 있어요. 지식을 위한 문제죠. 야구가 재미없으면 관중도 경기장에 가지 않을 테고, 선수를 희망하는 사람도 줄어들겠죠. 수능문제를 보면 아이들이 과학에 관심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으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측면에 집중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정혜승 학부모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운 좋게도 토론식 수업에 적극적인 선생님들이 많았습니다. 중학교에 진학해서 주입식 교육으로 넘어가니 적응이 쉽지 않았어요. 앞으로 교육체계를 어떻게 변화시켜 갈 것인지, 정책적으로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조은경 장학사 교육청에서도 정책적으로 ‘질문이있는교실’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탐구실험 강화에 이어 메이커 교육을 추진했고요. 메이커 교육이 정착된다면 과학을 향한 학생들의 흥미도 올라갈 것으로 봅니다. 아이들이 과학에 대한 긍정 경험을 맛볼 수 있게 여러 아이디어를 짜고 있습니다. 초중등학교 에서 탐구 실험, 메이커 교육, STEAM 교육 등을 통해 많은 학생들이 즐거운 과학을 경험하기를 기대하며, 이를 위한 창의형 과학 교육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두를 위한 과학 실천
과학적 경험 늘리는 데 충실할 때
사회자 과학적 가설을 세우고 실험으로 증명하는 과정이 결국 창의성과 연결됩니다. 초등학교는 창의성 교육에 접근하고 있으나, 중고등학교는 지식적인 측면이 큰데요. 이 부분에 관한 의견도 궁금합니다.
박일우 교수 초등학생이 어떻게 과학실험에 집중할 수 있을까요? 그 과정을 눈으로 보면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흥미를 느끼는 겁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내용이 심화하면 배경지식이 있어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실험이 늘어납니다. 그 다음부터는 이해를 못하니까 재미가 없죠. ‘모두를 위한 과학(Science for all)’이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과학은 현대인으로 살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과학적 경험입니다. 기본은 알 수 있도록 접근하는것이 모두를 위한 과학 개념이 부합할 것 같습니다.
이성주 학부모 현재의 초등학교 과학 교과서는 너무 친절합니다. 이미 실험의 결론이 교과서에 다 나와 있거든요. 저는 과학 교과 전담 교사이기도 한데요. 제가 생각하는 올바른 과학 교과서는 좀 더 불친절해야 합니다. 실험도 다른 방향으로 얼마든지 전개할 수 있는데, 과학교과서에 나온 것만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서 조금만 벗어나면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고요. 교사용 지도서를 별도로 두고, 결론은 같이 공유할 수 있게 과학교과서에 변화가 있었으면 합니다.
왕혜옥 학부모 입시라는 이름 아래 부모는 조금이라도 도움되라고 다 준비해 주고 학교에서는 성적을 우선시 하다 보니 학생들에게 이 물건이 왜 불편한지, 이런 현상은 왜 생기는지 의문점을 가지고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무한 창의력을 위해서는 그들에게 입시가 아닌 시간을 줘야 할 것 같습니다.
조은경 장학사 학부모님을 만날 기회가 흔하지 않은데, 이 자리에 와서 좋은 말씀을 참 많이 들었습니다. 미흡하나마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사회자 긴 시간 좋은 말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5월 3일, 서울시특별시과학 전시관에서 학부모와 함께하는 특별좌담이 열렸다. 초·중·고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현 과학교육의 장점과 한계를 언급하며 과학교육 발전에 대한 관심과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왼쪽부터 사회자 김규상 교감, 박일우 교수, 왕혜옥 학부모, 정혜승 학부모, 조은경 장학사, 이성주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