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4) 특별좌담 · 과학을 탐!하다: 과학 탐구학습의 현재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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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 역량의 핵심은 세상을 보는 눈
상상력 통한 문제 해결 및 협업 역량 강화
미래 선도할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
과학은 단순히 정답을 암기하는 학문이 아닙니다. 세상을 향해 “왜 그럴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태도에서 비로소 시작됩니다. 그렇기에 학교교육에서 ‘탐구학습’은 오랫동안 그 중요성이 강조돼 왔습니다. 그러나 실제 수업 현장에서는 제한된 시간, 실험 환경의 제약, 안전과 평가에 대한 부담, 그리고 진도 압박 등 다양한 현실적 한계 속에서 탐구 중심 수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도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탐구학습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학생이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가설을 세우며, 증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수정해 나가는 경험은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문제 해결력과 비판적 사고, 협업 역량을 기르는 핵심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변화 속에서 과학교육에서의 탐구학습은 어떤 의미를 가지며, 앞으로 어떻게 확장되어야 할까요. 오늘 좌담에서는 ‘과학을 탐!하다 : 과학 탐구학습의 현재와 미래’란 주제로 현장에서 탐구 수업을 실천하고 계신 선생님들과 함께 그 가능성과 과제를 깊이 있게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일 시┃2026년 6월 8일 오후 4시
장 소┃서울특별시교육청융합과학교육원 회의실
사 회┃장영주 편집위원장(석관중학교 교감)
참석자┃조지선(서울시교육청 장학사), 고민석(서울원촌초 교감), 조유나(서울명일초 교사), 김희진(개포중 교사), 정진(경기고 교사)

학교 교육에서 탐구 학습은
어떤 의미를 가지며, 왜 중요한가
사회자 과학교육에서 탐구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은 모든 선생님들이 동의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시교육청의 「2026~2030 과학교육 중장기 발전계획」 첫머리에 ‘학생 1인 1탐구’가 놓인 것도 탐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답이 없는 문제에 호기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탐구한다는 것이 학교 교육에서 어떻게 실현되어야 그 의미를 살릴 수 있을지, 먼저 학교 교육에서 탐구가 갖는 의미부터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정진 과학에서 탐구라고 하면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실험과 가설 검증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탐구는 학생 스스로 질문을 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데이터와 자료를 찾아 분석하는 과정에서 세상과 소통하며 지식을 스스로 구성해 가는 경험입니다. 그동안 학교 과학은 교과서에 제시된 이론과 지식을 기반으로 개념을 도입하고 적용하는 방식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탐구는 단순한 암기에서 벗어나 실생활의 맥락 속에서 의문을 갖고, 직접 실험을 설계하고 변인을 통제하며 결과를 분석하는 일련의 사고 과정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수업을 탐구 중심으로 바꾼다는 것은 수업의 주도권을 교사에게서 학생으로 전환한다는 의미입니다. ‘1학생 1탐구’처럼 모든 학생에게 나만의 연구를 해본 경험을 선물하는 것이지요. 학교급별로 최소 한 번 이상, 체험 수준을 넘어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끝까지 수행해 본 탐구 경험이 쌓일 때 학생은 비로소 학습의 주체로 우뚝 서게 됩니다. 나아가 과학의 본질이나 기후위기·에너지 같은 핵심 주제를 발달 단계에 맞춰 점진적으로 심화시키는 ‘나선형 교육과정(spiral curriculum)’이 필요합니다. 초·중·고로 나뉜 과학교육을 하나의 연속적인 생태계로 잇는 일이지요.
김희진 제가 생각하는 과학 탐구는 배운 것을 발판 삼아 스스로 질문을 이어가는 힘입니다. 교과서의 탐구 활동도 물론 중요하지만, 저는 그것이 탐구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수업에서 익힌 개념이 확장된 탐구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과학교육이 됩니다. 현실적으로는 핵심 개념을 이해시키는 데에도 시간이 모자라고 정기시험이라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는데, 저는 오히려 그 흐름을 역으로 활용하는 편입니다. 시험이 끝난 직후는 학생들의 머릿속에 개념이 가장 선명하게 살아있을 때잖아요. 그 시점을 포착해 바로 다음 진도를 나가기보다 실생활과 연결된 확장 탐구로 이어갑니다. 탐구 중심 수업은 별도의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흐름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라고 보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조유나 과학교육에서 탐구 과정을 경험한다는 것은 과학자들이 수행하는 과학적 탐구를 학생이 실제로 경험해 본다는 데 의미가 있고요. 이를 통해 학생들이 과학적으로 세상을 보는 관점을 기르는 데 최종적인 목적이 있다고 봅니다. 탐구 중심 수업이란 자연 현상이나 사회 현상에서 궁금한 점을 학생 스스로 발견하고, 증거를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다만 모든 과학 수업을 열린 탐구 주제로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교육과정 속 여러 탐구 주제에 대해 학생들이 스스로 궁금한 점을 찾고, 자료를 바탕으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증거를 바탕으로 제 생각을 수정해 보는 경험, 그것이 탐구 중심의 과학 수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민석 탐구 중심 수업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공통된 합의가 이루어져 있지만, 실제 수업에서 탐구를 끌어내기가 너무나 쉽지 않아요. 특히 초등학교는 교과전담 운영의 장점도 있지만, 수업 자료와 준비를 실무사와 연계된 시스템에 맞춰가야 하는 측면도 있어 어려움이 있고요. 그런 점에서 김희진 선생님이 말씀하신, 개념을 다 배운 상태에서 남는 시간을 활용해 탐구로 이끌어가는 방식은 참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등수업에도 적용할 여지가 있겠어요. 수업 시간 전체를 탐구로 끌고 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각 수업에서 기초 탐구든 통합 탐구든 그 요소들을 단 5분이라도 건드려 보면서 경험하는 시간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조지선 과학 교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짜 탐구라고 생각합니다. 수업 안에서 습득하는 기본 지식은 사실 다 휘발될 수 있거든요. 그보다는 그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여러 가지에 부딪히면서 ‘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구나’ 하는 경험, 실패하는 경험이 과학 교과에 녹아나면 좋겠다는 것이 제가 늘 그리는 과학 수업의 방향입니다. 교육청 차원에서는 ‘1학생 1탐구 연구노트’를 개발해 초등학교부터 배포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중학년용은 자투리 5분을 활용해 등굣길에 바라본 하늘을 그림으로 나타내고 느낀 점을 한 문장으로 써보는 정도에서 시작해, 점차 교사의 피드백으로 발전시켜 가는 형태를 구상하고 있어요. 사실 우리 교사들은 진도에 대한 부담 때문에 질문을 던져놓고 학생이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답까지 말해버리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학생들은 던져주기만 해도 스스로 개념화할 역량을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그 기회를 줘야 합니다. 교육청이 풀어야 할 과제는 안전 문제, 탐구 환경 구축, 그리고 더 배우고 싶어 하는 선생님들의 역량 지원입니다. 마침 지능형 과학실이 확충되고 있고, 전체 학교에 디지털 탐구도구 확충 예산이 교부될 예정이라 ‘교육과정에 맞는 교구가 없어 탐구 활동을 못 한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학생은 스스로 탐구하며 자신만의 생각하는 힘을 채워나가고, 교사는 그 과정을 도와주는 안내자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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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영주│편집위원장(석관중학교 교감) 장영주 편집위원장은 문제를 인식하고 근거를 찾으며 동료와 함께 해결해 가는 힘이야말로 우리 교육이 추구하는 최종적인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 고민석│서울원촌초등학교 교감 잘 짜인 실험보다 좋은 질문 하나가 더 깊은 탐구를 끌어낼 수 있으며, AI 시대의 탐구학습은 결국 교사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현장에 확산된다고 말하는 고민석 교감 | 조유나│서울명일초등학교 교사 조유나 교사는 ‘호기심과 증거로 생각하는 힘’이 탐구의 핵심이라며,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순간이야말로 학생의 실제 생활과 사회로 이어지는 살아있는 탐구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
예상과 다른 결과,
실패가 아니라 탐구의 시작
사회자 첫 질문에 답하시는 동안 이미 공통된 키워드가 나왔습니다. 학생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 수업의 주도권을 학생에게 넘기는 것, 세상을 보는 관점. 표현은 조금씩 달라도 같은 개념을 가리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그래도 나는 이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생각하시는 것과, 실제 수업에서 어떻게 하고 계신지 구체적인 사례를 부탁드립니다.
고민석 탐구 역량의 핵심은 결국 생각을 만들고, 그것을 나누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짜인 실험이 탐구가 아닌 수업이 될 수 있고, 반대로 사진 한 장과 교사의 의도된 좋은 질문 하나만으로도 학생이 중심이 되는 탐구 수업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 개발 중이라는 연구노트도, 관찰은 무엇이고 분류는 무엇이고 가설 설정과 변인은 어떻다는 식으로 형식을 강조하면 오히려 딱딱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기본적인 탐구 방법은 당연히 존중하고 깔고 가되, 학년 초부터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던져줄 수 있는 문제 상황과 질문으로 구성된다면 탐구는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조지선 너무 좋으신 말씀입니다. 저희 연구노트 개발 회의가 세 시간 넘게 헛바퀴를 돌았던 게 바로 그 지점이었어요. 교과서를 쓰신 선생님은 관찰이 무엇인지부터 정형적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놓지 못하시고, 저는 그렇게 하면 학교에 배포해 봤자 아무도 안 쓴다는 쪽이었거든요. 제가 이 노트의 아이디어를 얻은 게 3월에 다녀온 부산수학문화관인데, 좋은 수학자들이 남긴 글을 하루 하나씩 간단히 따라 쓰는 30일 치 필사 노트가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수첩으로 너무 예쁘게 만들어져 있더라고요. 저는 딱 요만한 수준의 요 정도를 만들고 싶습니다. 과학에 맞는 내용으로 가볍게, 내가 하는 게 다 탐구 활동이고 관찰한 것을 한번 기록해 보는 것들이 누적되는, 초등 저학년은 그 정도로 입문하고 고등학교 가서는 마지막 챕터에서 좀 더 확장된 연구노트를 작성할 수 있게 기획하고 있습니다.
김희진 저는 탐구 역량의 핵심이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식을 아는 것을 넘어 일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워주고 싶은 거예요. 배우면 배운 만큼 더 잘 보이고 더 깊게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작년 공개수업이 마침 1학기 기말고사 직후였는데, 생성형 AI로 ‘빛과 파동’ 시뮬레이션을 만드는 수업을 했습니다. 이 단원은 교구 없이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하는 실험이 많은데, 그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 수 있다고 하니 아이들이 정말 궁금해하더라고요. 1학년은 생성형 AI 사용 연령이 안 되기 때문에 직접 만들게 하는 대신 프롬프트 설계 방법을 가르쳤습니다. 모둠별로 프롬프트를 만들어 공유한 뒤, 제가 그 자리에서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보여줬어요. 아이들이 신기해하며 감탄합니다. 그런데 거기서 끝내지 않습니다. 멋있어 보이는 그 결과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학적 오류가 정말 많거든요. 그래서 그동안 배운 개념으로 직접 그 오류를 찾고 수정하는 방법까지 가르쳤습니다. AI 결과물에 감탄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배운 만큼 오류도 보이며 계속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태도를 길러주고 싶었어요.
올해 2학년과는 프롬프트 설계에 더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학생들이 직접 만드는 것까지 진행했습니다. 모둠이 함께 프롬프트를 하나 만든 다음 각자 입력해 보게 했는데, 같은 프롬프트인데도 결과가 제각각 다르게 나오니 아이들이 신기해하더라고요. 그것을 게시판에 올려 모둠 안에서, 또 모둠 간에 서로 오류를 찾고, 수정 프롬프트로 최종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을 중간고사 직후 두 시간 동안 진행했어요. 배운 것을 더 깊게 이해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생각이라는 게 눈에 보이지 않는데도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이외에도 지역사회 문제로 눈을 넓혀 빛공해를 다룬 적도 있습니다. 우리 동네의 빛공해 사례를 직접 찍어 보내게 했더니, 새 아파트가 많은 동네라 저감 가이드라인에 맞춰 지어진 건물들이 있어 ‘빛공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도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학교 밖 환경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조유나 저는 핵심적인 탐구 역량을 두 가지로 봅니다. 하나는 학생이 스스로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 질문을 떠올리는 것, 또 하나는 증거를 바탕으로 생각하는 힘입니다. 초등학생들은 호기심이 아직 많이 살아있기 때문에 우리가 잘 살려주면 됩니다. 증거를 바탕으로 생각하는 힘은 데이터가 넘쳐나고 변화가 빠른 현대 사회에서 더욱 강조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특별히 설계된 수업이 아니라 일상적인 과학 수업에서도 충분히 기를 수 있는데,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순간은 학생들의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입니다. 학생들은 흔히 ‘실험이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고, 선생님들도 그런 부분 때문에 과학 수업에 부담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그 지점이야말로 탐구 수업의 가장 중요한 기회입니다. 예상과 결과가 일치하지 않을 때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학생들끼리, 또 교사와 학생이 함께 이야기해보고, 어떤 자료를 더 살펴보고 어떻게 설명을 수정해 나갈지 교사가 비계만 잘 제공해 준다면 그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탐구의 순간이 되는 거죠.
정진 오늘도 1학년 학생들과 과학탐구실험 수업을 하고 왔는데요. 저 역시 탐구 역량의 핵심 가치로 가장 중요한 것은 호기심이라고 봅니다. 탐구를 하려면 질문이 있어야 하고, 질문을 하려면 호기심이 있어야 하니까요. 두 번째는 과제를 꾸준히 지속하는 힘입니다. 그런데 교육과정 문서를 보면 ‘자연 현상과 일상생활을 과학적으로 탐구하여 과학의 핵심 개념을 이해한다’고 진술되어 있는데, 개념을 배우고 나서 탐구한다고만 생각해 온 저에게는 역발상이었거든요. 실제로 실험을 하다 보면 교과서의 이론과 어긋나는 데이터가 나올 때가 있습니다. ‘교과서대로라면 이렇게 나와야 하는데 왜 이렇지?’ 하는 인지적 갈등이 생기는 그 지점을 질문으로 연결해 후속 탐구로 이어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수업은 학년에 따라 단계적으로 운영합니다. 1학년은 주제와 방법을 교사가 안내하는 탐구로, 2학년은 탐구 방법을, 3학년은 주제와 방법 모두 학생이 고르도록 해 결정권과 주도성을 점차 넓혀줍니다. 전자기 유도와 에너지 하베스팅, 통합사회의 지속가능한 사회를 연결해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융합 과제도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디어 창안을 힘들어하는 학생에게 가장 좋은 교보재는 또래가 실제 수행한 탐구 결과물입니다. 융합과학교육원과 국립중앙과학관의 학생탐구발표대회·과학전람회 자료가 많이 나와 있어서, 그것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수정하고 발전시키는 방식이 탐구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접근이 되었습니다.
사회자 말씀을 듣다 보니 중학교 과학교사로 20년을 근무하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준비한 실험의 결과가 예상대로 나오지 않을 때가 많아서, 저 스스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교사였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이 실패를 줄일 수 있을까에 되게 연연했던 거지요. 그런데 사실 그것은 실패가 아니잖아요. 아이들이 실패라고 느끼는 그 경험을 통해 호기심이 지적 성장으로, 탐구의 기쁨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365일 그런 수업을 하지 못하더라도, 시험 직후 2주간의 프로젝트 수업 형태로라도 그런 계기가 잘 마련되도록 운영하는 것이 참 중요하겠습니다.
K-STEM 뱅크·찾아가는 연수 등
탐구하는 교육환경을 위한 다양한 지원
사회자 그렇다면 실패가 두려운 선생님들도 시도해 볼 수 있도록, 또 주변 선생님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학교를 어떻게 지원해야 할까요. 작게는 교실과 실험실 안의 약속에서부터 학교, 교육청, 교육과정, 크게는 법령 차원까지 생각해 보신 바를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정진 저희 학교는 과학중점학교로서 ‘창의융합 과제연구’라는 탐구 활동을 3월부터 8월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1인에서 최대 4인까지 팀을 짜서 계획서를 제출하면, 15팀 정도를 과학 교사 14분이 거의 한 팀당 한 분씩 맡아 지도합니다. 만약 과학중점학교가 아닌 학교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지도해 주실 선생님이 충분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서울진로진학정보센터가 진로 상담을 운영하듯, 가칭 ‘과학탐구지원센터’ 같은 곳에서 탐구하고 싶은 학생들이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로, 저희는 탐구 실험 수행평가에 디지털 센서를 적극 활용하는데 비용이 생각보다 꽤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융합과학교육원이나 과학중점학교에 구비된 기자재를 일반 학교가 대여받을 수 있다면, 교육과정상 필수 탐구 활동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 기자재 납품 업체와의 관계 등 조율할 지점은 있겠지요. 마지막으로, 지역사회와 연계한 탐구를 운영할 때 교사 개인이 대학 교수님과 매칭하기가 정말 쉽지 않습니다. 학생들의 심도 있는 탐구를 위해 연구기관을 섭외하고 연계해 주는 허브 역할의 플랫폼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지선 하나씩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탐구 지원은 센터보다 ‘탐구지원단’ 같은 형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본청에 있다 보면 “지도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내 역량으로는 어렵다”고 호소하시는 선생님들 전화를 정말 많이 받는데, 그런 분들을 도와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학생 개개인보다는 그쪽에 무게를 두고 다시 한번 고민해 보겠습니다. 두 번째 센서 대여는 전국 최초로 저희 서울시교육청이 시작합니다. 11개 교육지원청 과학교육센터가 상반기에 센서를 구비해 두었고, 하반기에 교육부 추가 예산으로 더 확충합니다. 신청·대여 플랫폼이 융합과학교육원 홈페이지에 구축되어 있고 곧 안내가 나갈 예정입니다. 소속 지원청과 무관하게 원하는 센서가 있는 센터에 요청해 빌리실 수 있어요. 다만 이번 플랫폼이 완벽한 버전은 아니라서 체험단을 모집해 불편한 점과 간소화 방안을 함께 찾으려고 하니 적극 참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세 번째 연구기관 연계는, 본청에 들어오는 수많은 유관기관 협력 제안을 활용해 선생님들이 품을 덜 들이고 위촉할 수 있는 환경을 교육청 차원에서 만드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고민석 작년 중장기 계획 수립 때 저희 팀이 이 부분을 담당했었는데, 당시에도 현실적인 고민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단원 배치 때문에 특정 시기에 대여가 몰리지 않을까 하는 것과, 고가 장비의 택배 배송 문제였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운영되나요?
조지선 시기 쏠림은 저도 걱정했었는데, 모든 학교에 디지털 탐구도구 확충 예산이 교부되어 기본 교구는 학교가 갖추고 추가로 필요한 것만 빌리는 구조라 부족한 사태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센터 쪽도 예산이 두 배로 늘어 더 구비하게 되었고요. 택배는 안전·예산 문제와 맞물려 있어서, 올해는 연구정보원의 AI·SW 기기만 시범적으로 택배 대여를 해보고, 안전이 담보되면 센서도 택배 시스템을 시도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유나 가장 작게 학급 단위에서는, 과학의 본질이 잠정적이고 수정 가능하다는 점을 학기 초부터 학생도 교사도 계속 인식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듭니다. 저는 학기 초 오리엔테이션 때 천동설에서 지동설로의 전환을 예로 들며, 과학은 변화해 왔고 앞으로도 바뀔 수 있다는 것, 과학자들도 많은 시행착오 끝에 하나의 과학적 사실에 도달했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학생들이 심리적 부담과 ‘실패했다’는 생각을 덜어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더 큰 차원에서는, 학생이 시행착오를 겪고 설명을 수정해 보는 시간이 보장되려면 교육과정과 평가의 유연성·자율성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진도와 평가의 압박 때문에 탐구 기회를 주고 싶어도 주지 못하는 선생님이 많거든요. 또 디지털 탐구 도구가 모든 학교에 보급된다니 반가운데, 특히 초등 현장에서 잘 쓰이려면 이 도구를 어떤 수업 맥락, 어떤 탐구 맥락에서 사용하는지에 대한 전문적인 연수가 함께 따라와야 활용도가 높아집니다. 마지막으로 중장기 발전계획의 ‘같이과학’, 즉 시민과학 파트입니다. 자신의 호기심에서 출발한 탐구가 실생활과 사회에 직접 연결되는 경험을 했을 때 과학에 대한 태도가 가장 효과적으로 길러집니다. 학생들이 같이과학에 참여할 기회를 확대하고 선생님들의 접근성도 높여주신다면 살아있는 실제 과학 탐구를 경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조지선 연수 말씀에 보태자면, 이번 디지털 탐구도구 확충 사업은 전체 학교에 78억 원 규모로 나갑니다. 예전에 메이커 교육이 한창일 때 제가 손들고 학교에 3D 프린터와 레이저 커터를 들여왔는데, 제가 학교를 옮기게 되니 더 이상 쓸 사람이 없다고 가져가라고 그러더라고요. ‘센서는 저 선생님만 쓴다’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확충 공문과 함께 ‘찾아가는 디지털 탐구 연수’를 기획했습니다. 선생님 한 분이 신청하셔도 찾아가서 안내해 드립니다. 지능형 과학실도 올해 400개 넘게 구축되고 있는데, 서울 전체 학교가 1,300개니 어마어마한 숫자지요. 컨설팅 선생님들이 요청에 따라 센서를 들고 학교를 다니며 수업 사례를 안내하고 계십니다. 그런 선생님들이 아직 턱없이 부족해서 6월 말 사흘 연속으로 센서 선도교원 양성 직무연수를 진행합니다. 초·중·고 72분 규모이고, 처음 센서를 접하는 선생님들이 요리책처럼 따라 할 수 있는 성취기준 연계 센서 활용 교재도 위촉 교원들이 개발 중입니다. 교재로 배운 선도교원들이 신청 학교에 파견 나가 연수해 드릴 계획입니다.
김희진 저도 지능형 과학실 구축 컨설팅단으로 활동하면서 학교마다 상황과 구성, 센서에 대한 관심이 너무나 달라 ‘이걸 어떻게 잘 쓰느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거든요. 구축 대상이 아닌 학교들까지 센서가 확충되면 사용법을 어려워하실 분이 많을 텐데, AI 역량강화 연수처럼 학교 상황에 맞춘 ‘찾아가는’ 과학교사 연수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라 너무나 반가운 말씀입니다. 탐구 선도교사도 2024년부터 해마다 인력이 쌓이고 있으니 연수 운영이 잘되리라 기대됩니다.
사회자 센서 활용 연수 중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해당하는 부분은 동영상으로도 제작해 올려주시면, 찾아가는 연수를 기다리지 않고도 학교에서 그때그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도 부탁드립니다.
고민석 한 가지 짚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AI·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과학 수업이 앞으로 점점 보급되고 확대될 텐데, 너무 짧은 시간에 확산되다 보면 센서 활용법 자체에 매몰되어 오히려 우리가 처음에 이야기했던 탐구의 의미가 약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듭니다. 도구 도입의 목적이 어디까지나 학생 주도의 탐구에 있다는 점이 흔들리지 않게 추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사회자 디벗이 교실에 들어올 때도 같은 우려가 있었지요. 디벗을 다루는 것만으로 ‘나는 디벗 활용 수업을 잘하고 있어’라고 여기는 경우가 있는데, 도구를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통해 학생의 사고가 확장되고 성장하는 모습이 보여야 합니다. 최신 디지털 센서로 그래프가 그려지는 것이 처음에는 신기하고 진정한 탐구처럼 보이지만, 결국 센서를 다루기만 하고 끝나버릴 위험도 충분히 있습니다. 교육과정 속 성취기준을 어떻게 이루어갈 것인지,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고민하며 풀어가야 할 숙제입니다.
조지선 예전에는 학생들이 주기적으로 탐구 활동을 했습니다. 방학 숙제로 탐구 보고서를 늘 작성했고, 학생탐구발표대회가 항상 여름방학 숙제였잖아요.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충분히 실패하고 또 성취하는 경험을 했을 텐데, 그것이 사라진 것은 학생들에게서 탐구의 기회가 박탈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본청 주관 ‘글로벌 공동 과학탐구’에 올해 생각지도 않은 중학생들이 가장 많이 신청했어요. 사춘기라 옆에서 누가 밀어주지 않으면 안 할 환경의 아이들인데도요. 탐구에 대한 아이들의 욕구가 충분히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너무 기뻤습니다. 또 하나, 교원학습공동체 활동을 하며 과학 선생님들의 탐구 역량이 어마어마하게 높다는 데 정말 많이 놀랐습니다. 동시에 AI가 들어온 이후 과학교사 간 역량 격차가 더 커졌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교육청은 학교 환경의 격차뿐 아니라 선생님들 사이의 격차를 줄이는 일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겠습니다. 이렇게 애써주시고 연구하시는 선생님들이 많다는 것이 우리 과학교육에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진 학생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가장 필요한 능력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고, 그 능력을 갖추기 위해 학교에서 탐구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탐구는 지식과 이해라는 인지적 영역만이 아니라, 직접 수행하며 얻는 과정·기능적 측면과 가치·태도적 측면이 더해질 때 비로소 탐구 역량으로 완성됩니다. 나아가 탐구 속에서 어떻게 창의성을 기를 수 있는가, 창의적인 탐구에 관한 연구가 앞으로 더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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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진│개포중학교 교사 탐구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품은 질문을 끝까지 붙들고 해결해 보려는 힘이며, 그 경험 자체가 학생들에게 큰 선물이 된다고 말하는 김희진 교사 | 정진│경기고등학교 교사 사회에 나가 가장 필요한 능력은 문제 해결력이라며, 인지적 영역에 과정·기능적 측면과 가치·태도적 측면이 더해질 때 비로소 탐구 역량이 완성된다고 밝힌 정진 교사 | 조지선│서울특별시교육청 장학사 스스로 생각하고 실패해 보는 ‘진짜 탐구’가 가장 중요하다며, 탐구노트·센서 대여·찾아가는 연수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학생은 탐구의 주체로, 교사는 안내자로 설 수 있도록 교육청이 뒷받침하겠다고 밝힌 조지선 장학사 |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정답이 아닌 질문을 끝까지 붙드는 힘 필요
김희진 탐구란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품은 질문을 끝까지 붙들고 해결해 보려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졸업 후 사회에서 마주치는 문제들은 교과서처럼 딱 떨어지지 않으니까요. 과학 탐구 수업에는 그 문제 상황을 헤쳐갈 힘을 길러주는 요소가 다 들어 있습니다. 이야기해 본 적 없는 친구와 이야기하고, 친구를 돕고 도움을 요청하고,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고 실험을 반복하는, 이런 다양한 정서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 큰 선물이 됩니다. 교사인 저조차 적응이 어려울 만큼 도구와 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고,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더 빠르게 변할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도 ‘이건 왜 그러지? 이 문제는 왜 생겼지? 한번 해결해 볼까?’라고 생각하는 학생이 결국 문제를 해결해 갑니다. 그것을 잘할 수 있게끔 탐구 수업을 잘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유나 사회가 빠르게 변할수록 지식이나 기능보다 과학적으로 세상을 보는 관점과 태도를 기르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탐구하는 과학 수업이 정답을 빨리 찾는 과정이 아니라 근거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며 더 나은 설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때, 탐구를 많이 경험한 학생들은 비판적 사고력과 의사소통 역량 등 현대 사회에 필요한 여러 역량을 자연스럽게 갖추게 됩니다. 과학 탐구 교육을 지원하는 여러 사업이 더 확장되고, 아이들의 실제 생활과 사회에 연결된 살아있는 탐구가 넓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고민석 오늘 주제가 탐구학습의 현재와 미래인데, AI가 답뿐 아니라 질문까지 만들어주고 탐구 흉내까지 내는 시대에 탐구학습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실 오기 전에 고민을 좀 했어요. 그런데 이미 많은 분이 답을 만들어가고 계시더군요. AI가 내놓은 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학생이 스스로 정보를 찾아 다루고 판단하는 김희진 선생님의 수업이 바로 AI와 함께 가는 시대에 필요한 탐구학습의 모습이고, 그 속에서 스스로의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 미래 과학 탐구학습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현장에 확산되려면 결국 선생님들의 네트워크가 제일 중요해요. 저희 학교에 과학을 무척 좋아하면서도 작년까지는 조용히 지내시던 선생님이 한 분 계셨는데, 올해 여러 사업이 활성화되고 지원청 중심의 과학교사 네트워크가 강화되면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해, 본인 수업도 발전시키고 주변에 연수도 해주시더라고요. 변화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자 오늘 이야기에 등장한 것들 — 문제를 인식하고, 근거를 찾고, 동료를 살피는 정의적인 힘을 기르고,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것 — 여기서 ‘과학 탐구’라는 말을 빼고 보면, 이것이 바로 우리 교육이 추구하는 최종적인 지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는 다만 과학이라는 주제를 가져왔을 뿐, 교육이 가야 할 올바른 방향으로 이미 잘 가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선생님들이 계셔서 든든합니다. 오늘 소개된 여러 사업의 자리에서 선생님들을 자주 만나 뵙고, “그 이후로 저는 이런 것에 도전하고 있어요”라고 반갑게 인사 나눌 수 있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시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