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희 서울특별시교육청융합과학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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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기후의 전환기, 융합과학의 새로운 사명을 묻다
창의적 문제해결력과 생태감수성으로 여는
K-STEM 시대의 융합과학교육
21세기 인류는 지금 AX(Artificial Intelligence Transformation, 인공지능 전환)와 GX(Green Transformation, 녹색 전환)라는 두 개의 거대한 전환점 위에 서 있습니다. AI는 인간의 사고와 학습 체계를 재구성하며 지식의 경계를 확장시키고 있고, 기후위기는 인간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고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 두 흐름은 단순히 기술 혁신이나 환경 변화의 문제를 넘어, ‘인간다움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의미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융합과학교육원(이하 서울융합과학교육원)은 그 물음의 최전선에서, AI와 생태, 과학과 인문이 만나는 교차점에 서 있습니다. 우리는 학생들이 스스로 배우고 탐구하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미래교육의 중심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빠른 기계, 거친 기후, 그리고 불안한 미래를 넘어
◆ AX 시대의 인간 고유의 역량 : 빠른 기계, 느린 사유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분석하지만,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가치를 창조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고유한 몫입니다. AI가 ‘정답’을 제시하는 시대, 교육은 학생들에게 ‘질문하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 “중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상상력이다(It is not knowledge but imagination that matters)”라고 말했듯이, 지식의 축적보다 창의적 사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융합과학교육원은 이러한 통찰을 교육 현장에 실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AI 기반 창의적 탐구학습 모델을 개발·보급·운영하고, AI 과학·수학 교사 연수를 통해 교원의 AI 활용 역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정답을 찾는 학습자’에서 ‘문제를 재정의하는 탐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또한 창의력 교실, AI 융합 탐구 프로젝트, 학생 주도형 메이커 수업 등을 통해 AI 시대의 핵심 역량인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기르고 있습니다.
◆ GX 시대의 생태전환교육 : 거친 기후, 부드러운 마음
GX(Green Transformation)는 기술 중심 사회에서 생태 중심 사회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최재천 교수는 2023년 서울대학교 학위수여식에서 “제가 평생토록 관찰해 온 자연에,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더군요. 혼자만 잘 살지 말고, 모두 함께 잘 사는 세상을 이끌어 주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생태전환교육의 본질, 즉 공존과 포용의 가치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환경문제는 과학의 한 영역을 넘어선, 함께 살아가기 위한 윤리와 태도의 문제입니다. 서울융합과학교육원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생물학습자료 보급, 가족생태환경교실, 생태탐구캠프 등 다양한 생태환경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거친 기후 속에서도 부드러운 마음을 잃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시민, 그들이 바로 GX 시대의 과학적 인간상이자 서울융합과학교육원이 길러내야 할 미래 인재상입니다.
◆ K-STEM, 서울형 융합과학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AI와 GX의 시대적 요구를 잇는 핵심 키워드는 K-STEM(서울형 융합과학교육)입니다. 이는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에 사회(Society)와 가치(Value)를 결합한 서울형 모델입니다.
서울융합과학교육원은 K-STEM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약 1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남산 분원 융합과학교육원을 리모델링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덕수고 이전 부지에 AI·XR 기반 수학·과학미래융합체험관을 건립할 예정입니다. 또한 K-STEM 축제와 다양한 시민 대상 과학프로그램을 통해 과학문화 확산과 시민 참여형 과학교육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노력이 결집될 때, K-STEM은 단순한 교육정책을 넘어 서울교육의 정체성과 미래 교육의 방향을 선도하는 브랜드가 될 것입니다.
◆ 창의와 포용의 영재교육: 성장 중심, 협력 중심으로
영재교육은 이제 소수 중심의 선발에서 모든 학생의 잠재력을 키우는 성장 중심 체제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제5차 영재교육 중장기 발전계획(2023~2027)」과 「영재교육기관 통합 맞춤형 체제개선」을 기반으로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영재교육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울융합과학교육원은 수학, 과학, AI 분야의 잠재력 있는 인재를 위한 영재교육원 운영과 더불어 기존 영재교육의 사각지대였던 고도영재와 소외영재 분야도 장기적으로 지원할 예정입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영재교육은 선발이 아니라 성장, 경쟁이 아니라 협력, 그리고 개인의 성취를 넘어 공동체적 가치로 확장되는 교육입니다.
인간 중심, 협력 중심의 융합과학교육
김현철 교수는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에서 “인생의 성취의 8할 이상은 운에 의해 결정된다”고 밝히며, 성공과 실패를 개인의 능력 탓으로만 돌리는 시선을 경계했습니다. 그는 누구의 삶에도 우연과 환경, 타인의 도움이라는 ‘운’이 작용함을 강조하며, 이 사실을 인정할 때 비로소 타인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너그럽게 바라보며, 공동체 속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통찰은 교육이 단지 경쟁의 장이 아니라 포용과 연대의 가치를 배우는 공간이어야 함을 일깨워줍니다. 서울융합과학교육원이 추진하는 K-STEM과 영재교육은 바로 이러한 인간 중심의 철학 위에 서 있습니다.
AI가 세상을 빠르게 바꾸고, 기후가 거칠게 변하더라도 교육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일입니다. AI와 GX의 전환 속에서도 우리는 지식을 넘어 공감과 협력을 배우는 융합교육을 지향합니다. 과학기술보다 사람, 경쟁보다 협력, 정답보다 호기심, 이 세 가지 가치를 품은 교육이 바로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입니다.
학생들이 성장하고 성취하면서 행복을 찾도록 돕는 것, 그것이 바로 서울융합과학교육원의 존재 이유입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우리는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과학? 미래를 여는 빛.” AI와 과학이 만나 포용과 연대의 빛으로 세상을 밝히고, 즐기고 누리고 나누는 미래협력 서울과학교육의 중심, 그곳이 바로 서울융합과학교육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