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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식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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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력 보장과 교육 양극화 해소 위한 대책 강구
미래를 여는 협력교육으로 창의와 공감 능력 갖춘 미래 시민 키워야


지난해 10월 보궐선거를 통해 취임한 정근식 서울특별시교육감이 어느덧 임기 6개월을 맞았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서울교육의 새로운 방향으로 ‘미래를 여는 협력교육’을 제시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기반 마련에 힘써왔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본격 적용되는 2025년, 정 교육감이 그리는 서울과학교육의 비전과 전략을 들어보았다.


봄꽃이 앞다퉈 화사하게 피어나는 지난 4월 중순. 정근식 서울특별시교육감을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간 서울시교육청 청사는 연둣빛 녹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제 막 취임 6개월 차에 들어선 신임 교육감의 하루하루는 학교 현장을 돌아다니며 서울교육이 직면한 실질적인 과제들을 점검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현재 우리는 정치적, 사회적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교육 분야 역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다양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으며, 기존의 전통적 교육 패러다임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새로운 교육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교육의 방향’을 다시 세우는 데 고심했다. 인공지능의 빠른 발달, 기후와 생태 위기,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 등 사회 전반의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도 더는 과거 방식 그대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인식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가 제시한 서울교육의 새로운 비전은 ‘미래를 여는 협력교육’이다. 이는 지난 교육이 전통적 공동체를 해체하고 개인 능력을 강조한 나머지 과열되고 배타적인 교육문화를 형성했다면, 이제는 경쟁과 서열 중심에서 벗어나 공동체적 연대와 상호 이해, 협력을 기반으로 한 교육 생태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고립되지 않고,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교육 구조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서울교육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협력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학습 환경과 사회적 통합을 이룰 수 있습니다.”


교육 양극화 해소를 위한 학생 맞춤교육 강화


정근식 교육감은 미래역량 함양을 위한 협력교육을 강조하면서 기초학력 보장과 교육 양극화 해소를 위해 서울지역학습진단성장센터를 운영하고, 수학과학융합교육센터를 통해 창의적 사고력과 학습역량을 키우는 협력적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의 목표 중 하나는 모든 학생이 기본적인 학습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데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교육은 경쟁 중심 구조 속에서 학생 개개인의 학습 격차를 세심히 돌보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 특히 경제적·계층적 배경이 학력 격차로 이어지는 교육 양극화 현상은 교육 기회의 불평등은 물론, 교육 결과에 따른 부의 지나친 격차도 불평등 문제로 직결된다.  정 교육감이 후보 시절부터 ‘학습격차 해소’를 최대 화두로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교육 기회 불평등이나 학습격차는 단발성 조치나 제도로는 해결하기 어렵고, 세대를 거듭해도 반복될 수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격차 해소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 공교육 안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그가 취임 후 1호로 결재한 서울학습진단성장센터는 그렇게 출범했다. 서울학습진단성장센터는 학교에서 지원하기 어려운 학생의 기초학력 향상을 위해 학생 개별 맞춤형 교육을 지원한다. 특히 올해는 난독·난산·경계선지능 학생에 대한 심층진단 및 개별 맞춤 학습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지난 2월에 출범한 ‘남부 학습진단성장센터’를 시작으로 강동송파, 중부, 성북강북교육지원청에서 시범 운영하고, 내년까지 11개 교육지원청으로 전면 확대할 예정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력은 ‘공감 능력’에서 출발


기초학력 보장이 학력 격차 해소를 위한 서울교육의 출발점이라면, 정근식 교육감은 그 위에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으로 ‘창의력’과 ‘공감 능력’을 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은 빠르게 발전하는 첨단 과학기술과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초연결 사회이자, 국가 간 과학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시대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필요한 건 ‘정답을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새로운 길을 찾는 힘’이다.


“우리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는 그 어느 때보다 예측이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입니다. 기존의 일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날 겁니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힘은 정해진 정답을 찾는 교육이 아니라, 창의와 공감을 키우는 교육에서 나온다고 믿습니다.”


정 교육감은 창의적 문제 해결의 전제이자 사회 통합으로 이어지는 공감 능력이야말로 교육의 핵심 가치라고 말한다. 공감은 타인의 감정과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힘이다. 이는 편향된 정보 소비와 이분법적 사고가 만연한 사회에서 균형 잡힌 시각과 합리적 판단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된다.


그렇기에 교육 안에서 학생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이해하고, 타협과 토론을 통해 공동의 해법을 도출하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미래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협력적으로 해결하는 힘을 기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창의성과 공감 능력을 함께 길러내는 교육은 과학교육에서 출발할 수 있다. 과학교육은 단순히 사실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고 예측하며, 인간과 사회, 자연을 함께 성찰하는 힘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문제 중심 학습, 질문이 살아 있는 수학·과학교실 등 수업의 질적 전환이 필요하다. 그는 “인문학적 교양과 철학을 갖춘 과학자, 과학 소양을 갖춘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 서울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과학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거점


정근식 교육감은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로, 학생들의 학력 수준은 높지만 정작 흥미도와 행복도는 낮다는 점을 짚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수학과 과학에서 높은 성취 수준을 보이지만, 흥미와 자신감은 상대적으로 낮은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학습 내용이 학생들의 진로나 적성과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고, 수업 방식 또한 여전히 입시 중심의 획일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교육감은 그동안 입시 제도가 여러 차례 개편되었지만, 교육의 근본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실질적인 변화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더 나아가 교육의 질을 결정짓는 문화적 요인, 즉 학부모의 인식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모가 자녀에게 과도한 간섭을 하고, 이루지 못한 꿈을 자녀에게 강요한다면 아이들은 절대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흥미와 자신감은 관련 지식의 다양한 습득보다 어린 시절부터 수학 과학에서 문제 해결 성공 경험, 직접 자유롭게 실험하면서 만지고 느끼는 경험으로부터 옵니다. PISA의 연구결과를 보면 학생들의 수학·과학 흥미는 가정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울융합과학교육원에서 추진하는 ‘과학나들이 해봄 주간’ 같은 가족 중심의 수학·과학교육 체험을 더욱 활성화하고, 한국형 STEM 교육의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고 이를 정착시켜 기초부터 심화까지 학생들의 수학·과학 융합역량을 증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정 교육감은 이러한 맥락에서 수학과학융합교육센터를 새롭게 설립했다. 학생들이 수학과 과학의 기초부터 심화까지 학습하면서 사고력과 창의력을 함께 기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입시 중심의 암기식 교육에서 창의 중심 교육으로의 전환을 서울교육이 분명히 선언한 조치로 해석된다.


학교 현장의 교육 활동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수학과학융합교육센터는 교재와 교구를 개발하고, 고가의 첨단 과학 실험 장비와 수학 기자재를 각 학교에 대여함으로써 학습 자원의 불균형을 해소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수업의 질을 높이고, 학생들에게 보다 풍부한 학습 경험을 제공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정 교육감은, 서울융합과학교육원이 그동안 서울형 과학교육의 방향을 이끌며 과학융합 인재 양성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앞으로도 이 역할을 바탕으로, 한국형 STEM 교육의 성공적인 모델을 완성하는 데 중추적인 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예산, 인력, 접근성 등 현재의 운영상 한계는 있겠지만, 서울대와의 지리적 근접성을 활용한 협력 체계 구축이나 전면적인 프로그램 개편을 통해 서울융합과학교육원이 서울형 과학교육의 대표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서울과학교육의 미래를 ‘창의와 공감을 갖춘 시민 양성’이라는 뚜렷한 목표 아래, 현장 지원과 제도적 기반 모두가 균형 잡힌 발전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