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환 원장 서울특별시교육청융합과학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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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그 상반된 접점에서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과학 기술 시대 ‘과학의 대중화’ 교육에 최선 다할 것
Episode 0,
과학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
과학에 대한 새로운 지식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문제 해결에 대한 열망을 가진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발전하게 된다. 현대 과학 연구는 고도로 협력적이며 일반적으로 학계, 연구 기관, 정부 기관과 기업의 협력으로 수행된다. 이 과정에서 과학 정책이 출현하게 되었다. 과학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는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과 실패할 위험성으로 인해 사회적으로는 꼭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민간에서는 적극적인 투자를 망설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에 바로 연결되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기초과학 연구일수록 그러한 투자 망설임이 일어날 수 있다. 게다가 기초과학 연구의 결과가 '기술'이 아닌 '순수한 지식'일 경우, 특허 등의 지적재산권 보호가 되지 않기 때문에 해당 연구결과에 무임승차하는 사람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과학, 또는 과학 연구에 정부가 개입함으로써 이제부터 과학은 실험실에서 과학자들만의 것이 아닌, 사회와 긴밀한 상호작용을 주고 받는 중요한 국가 정책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하였고, 사회 및 국가로부터의 지지 또는 개입은 과학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 또는 우리 사회의 과학에 대한 기대 혹은 관점을 세 개의 에피소드로 나누어 살펴보고, 우리 과학교육의 나아갈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Episode 1,
과학입국, 그 열망의 시대
흔히들 1980년대와 1990년대는 과학입국 또는 기술입국의 시대라고 얘기한다. 이는 1970년대에 정부가 기술입국을 표방하며 채택한 수출드라이브정책에 이어 1980년대와 1990년대 초중반에 과학입국을 표방하며 채택한 과학기술분야 지원 정책을 말한다. 이는 경제와 산업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기술력을 확보하여 기술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기술드라이브정책의 일환으로 행해진 시책으로는 먼저, 과학기술의 국가적 중요성을 부각하고 기초·응용 분야 연구와 관련한 제도를 정비하는 등 과학기술정책을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과학기술발전장기계획을 수립하였다. 그리고 산·학·연 연계 강화, 과학기술계 정부출연기관을 통·폐합하는 등 국가연구개발체제를 재정비하고, 핵심전략기술 집중 개발을 위한 국가연구개발사업 출범 등에 집중하였다. 마지막으로 민간기업의 연구개발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기업에게 조세감면과 금융상의 혜택을 부여하고 과학기술진흥기금을 조성하였으며, 이와 더불어 고급 과학기술인력양성을 위해 한국과학기술원, 한국과학기술대학을 설치하고 이공계대학과 대학원의 양적 확대 및 학비 지원 등을 시행하였으며, 기술인력양성을 위한 실업계 고등학교를 확충하였다.
혹자는 이 시기를 일컬어 우리나라 과학 및 과학교육에 있어서는 황금기 또는 토대를 다진 시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다른 부문에 우선하여 과학에 대하여 많은 재정적 투자가 이루어졌고, 정부 부처 및 교육계에서도 과학 분야가 다른 분야에 대하여 우대받는 것이 당연시되기도 하는 등 오늘날 과학 발전의 토대가 이 시기에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Episode 2,
과학의 시대
과거 2000년대 초반 시기를 되돌아보기 전에 최근의 일을 살펴보자. 최근에 2024년 R&D 예산 삭감 파동이 있었다. 2023년 8월, 정부는 2023년 예산 대비 5조 2천억 원, 무려 16.6%가 삭감된 2024년 R&D 예산안을 제출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줄지 않았던 예고 없는 삭감에 과학계에서 큰 반발이 있었다. R&D 예산은 보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약 8개월 동안 전문가들의 자문과 심의를 거쳐 그 전해 6월 30일까지 예산안을 만들게 되어 있다. 이 절차에 따라 2024년 R&D 예산은 2% 인상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법정기한을 어기면서까지 두 달간의 재조정이 이루어졌고, 결과적으로 2023년보다 5조 2천억 원(16.6%) 삭감된 2024년 R&D 예산 수정안이 발표되었다.
2024년 R&D 예산은 국회의 조정과정에서 정부 제안보다 6천억 원 증액되어, 최종적으로는 2023년 대비 4조 6천억 원이 감소한 채 국회를 통과했다. 과기부는 서면 답변을 통해 이 중 6천억 원을 활용하여 젊은 연구자를 지원하고, 기초연구사업 분야의 예산을 전년 대비 1.7% 증가시켰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과학계의 반발은 심했다. 과연 R&D 예산의 대규모 축소는 향후 어떤 미래를 가져오게 될까?
이 R&D 예산의 대규모 축소는 2023년에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라 80년대와 90년대의 과학입국 시대를 거치며, 2000년대 들어 과학보다는 인문학 부흥의 시기가 도래했고, 이에 따라 과학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차갑게 식었으며, 정부 기구나 교육계 내의 과학 관련 기구와 예산도 줄었다. 예를 들어 서울시교육청의 과학기술 담당과도 축소되어 다른 과에 흡수되었고, 각 교육지원청(그 당시 명칭은 지역교육청)의 과학기술담당계도 폐지되었다. 바야흐로 과학의 위상은 예산이나 중요성 및 사회적 관심의 관점에서 보면 다른 학문과 차별성이 없는 에 불과하였다. 2023년의 R&D 예산삭감 파동은 벌써 이 시기에 잉태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Episode 3,
개와 늑대의 시간, AI
2024년 노벨위원회는 두 개의 상을 통해 인공지능이 가진 변혁의 힘을 인정했다. AI의 근간이 되는 기계학습의 인공신경망 개척자들이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리고 단백질 설계와 단백질 구조를 찾아내기 위해 AI 기술을 개발한 연구자들은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인공지능이 과학계에서 가장 명예로운 상을 휩쓴 셈인데, 이런 결과가 나오자 전통 과학 진영에서는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과학계 내에서도 AI가 노벨상을 장악하는 지금의 현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조르조 파리시 로마라사피엔자대학 명예교수는 “노벨 물리학상은 앞으로도 물리학 지식의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돼야 한다.”며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거나 물리학의 일부가 아니었던 영역도 이제는 포함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을 얘기할 때, 항상 언급되는 지적재산권 침해, 개인 프라이버시 등의 문제를 차치하고, 인공지능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상존하고 있다. 즉,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 또는 인류가 가진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인류의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는 긍정론과 더불어 인류의 능력을 뛰어넘는 자율적 초지능의 등장은 인류의 파멸을 부를 수 있다는 위험성을 제기하는 상반된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인공지능의 발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는가 하면, 그런 두려움은 과장된 것이고 인공지능의 발전은 필연적일 뿐만 아니라 인류의 삶을 더 낫게 만들어줄 것이며, 나아가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가 있다.
현세대의 기계와 컴퓨터는 인간의 제어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단순한 도구인 반면, 인공지능은 인간의 제어가 없어도 자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에 인간보다 지능이 떨어질 때는 통제가 가능하겠지만 약인공지능에서 강인공지능으로 도약하기만 해도 통제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고 아예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초지능의 경지에 이르면 완전히 통제 불능이 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경계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에선 인공지능도 알고리즘으로 구성되는 만큼 충분한 제어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세상에서 이런 통제가 항상 작동한다는 보장은 없다는 주장도 많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과 별도로 인공지능과 관련된 산업은 마치 블랙홀처럼 사회의 관심과 논의뿐만 아니라 자본을 대거 흡수하며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상반된 견해와 무서울 정도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을 보면서, 나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어스름한 저녁, 나를 향해 오고 있는 동물이 나를 지켜주고 나와 동행할 개인지, 아니면 나를 해치기 위하여 다가오고 있는 늑대인지 확인하기가 어려운 어스름한 저녁 시간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한다. 인류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인공지능은 개일까, 아니면 늑대일까? 그리고 이 개와 늑대의 시간에 우리는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까?
Episode ∞,
과학에 대한 대중교육과 엘리트교육
지금까지 과학에 대한 사회의 시선 또는 평가를 세 개의 에피소드를 통하여 살펴보았다. 처음으로 다룬 과학입국의 시대에서는 우리나라의 발전이 과학 또는 과학교육에 달렸으며, 사회의 많은 문제를 과학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지배한 과학 만능의 시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이후 인문학의 시대에서 과학은 그저 사회를 구성하는 단순한 학문의 한 분야에 불과하며, 오히려 인문학이 더욱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믿음이 지배하는 시대였다면, 이제 바야흐로 열리고 있는 인공지능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인류를 구원하고,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견해와 결국 인간을 파멸로 몰아갈 것이라는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러나, 자본의 힘으로 인공지능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어, 적어도 이 시점에서 과학의 한 분야인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한쪽으로 정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학계는 또는 과학교육에 몸담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과학교육의 입장에서 보면, 과학교육은 크게 대중에 대한 과학교육과 엘리트를 대상으로 하는 과학교육으로 나눌 수 있다. 현재, 엘리트를 대상으로 하는 과학교육은 각급 단위의 영재교육과 정규교육과정의 과학중점학교, 과학고등학교, 그리고 영재학교가 있다. 그런데 엘리트를 대상으로 하는 과학교육은 사회와 학부모의 많은 관심을 받으며, 적극적 지원하에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과도한 사교육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이에 반해 과학에 대한 대중 교육은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관심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있으나, 상대적으로 사회와 학부모의 관심이 적고, 소외될 수 있으므로 정부나 교육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서울특별시교육청융합과학교육원은 체험을 통한 과학교육을 기치로 과학의 대중 교육에 큰 관심을 가지고 과학창의력 교실 운영 등을 통해 학교에서 체험하기 어려운 과학을 학생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융합과학·수학·메이커 축제를 통해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과학에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물론 이 외에도 영재교육원 운영 등 과학 엘리트 교육뿐만 아니라 과학 대중화를 위해 학생, 학부모,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토요과학가족교실, 토요천문가족교실 등에도 많은 역량을 쏟고 있다. 과학에 대한 엘리트 교육만으로 과학이 발전할 수 없다. 과학에 대한 대중교육을 통해 저변을 넓혀야 과학 엘리트 교육도 성공할 수 있다. 우리 서울특별시교육청융합과학교육원도 이러한 비전을 갖고, 앞으로도 과학 대중화사업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