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세훈 서울특별시교육청 부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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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혁명은 교육 패러다임 전환의 기회
개별 맞춤형 학습으로 미래인재 키워야
“서울시교육청에 오기 전에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3년 2개월간 근무했었어요. 과학 관련된 여러 세션에 들어가서 얘기를 들어보면, 과학은 멀리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실생활과 연결돼 있더라고요. 프랑스 일반 초중고 과학 교과는 다 실험이에요. 실험을 통해 왜 중요한지 의미를 가르쳐주고, 어떻게 실생활에서 필요한지 체화시켜주는 거죠. 그런 까닭에 학생들은 과학을 가장 좋아하는 과목으로 꼽아요. 그리고 사업차 아프리카 12개국을 다닐 당시 나미비아에 출장을 갔었는데, 정말 하늘에서 별들이 쏟아졌어요.
대학생 때 지리산에 올라가 바라보던 밤하늘 별보다 많았어요. 항성과 행성의 차이도 몰랐던 저는 뒤늦게 별에 푹 빠졌답니다.” 학창 시절 지리, 세계사, 역사를 좋아했던 그가 제일 싫어했던 과목은 물리였다. 낙하 속도가 왜 중요한지도 모른 채 무작정 외우려니 힘겨웠다. 사범대학에 입학한 후에는 더 먼 나라 이야기였다. 그러던 그에게 프랑스의 교육 현장과 나미비아의 별은 과학에 대한 새로운 생각의 전환점이 되었다. “과학은 우리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야이며,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거든요. 학생들 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과학적 기본 소양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해요. 3~5세 누리과정부터 놀이를 통한 과학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일반 국민 대상 평생교육도 적극 검토해야 해요.” 과학기술 강국에 이어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자력으로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일곱 번째 나라, ‘우주 강국 G7’이 됐다.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과학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계는 물론 국가의 전폭적 지원이 절실한 때다.
‘평균주의’에서 벗어나
창조적 인재 키워야
설세훈 부교육감은 1993년부터 교육부 공직자로 살았다. 교육부 운영지원과장, 교육복지정책국장, 대학학술정책관, 경기도교육청 제1부교육감을 거쳐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지난 2월 1일에는 서울특별시교육청 부교육감으로 취임했다. 교육감을 보좌하고 교육청 행정과 사무를 총괄하는 중책이다. 최근 미래교육·기초학력·안전이라는 세 가지 핵심과제에 기반한 서울특별시교육청 추경예산(안)이 통과됐고, 조직개편 조례안이 7월 1일 자로 시행된다.
부교육감 취임 후 4개월 남짓한 기간에 예산과 조직이라는 큰 틀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앞으로 미래교육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혁신미래교육과가 새롭게 생겼어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디지털개발·운영팀, 정보보호팀이 신설되고 AI·미래교육팀과 디지털전략팀이 들어섭니다. 분절적이었던 디지털과 미래교육 분야를 하나의 과로 통합해 종합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어요. 또 기초학력 부진 학생 해소를 위해 기초학력지원과를 신설했고, 부교육감 직속 안전총괄담당관이 새로 만들어졌어요.” 그는 공직에 30여 년간 몸담으면서 ‘모든 인간은 소중하며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교육 철학을 소중히 품어왔다.
교육은 인간의 가능성을 어떻게 키워주느냐, 어떻게 전인적으로 성장시키느냐가 관건이며, 모든 학생의 가능성을 전제로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하는 개별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은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어떤 문제를 5분 만에 푸는 학생이 있고, 1시간이나 일주일이 걸리는 학생이 있거든요. 중요한 건 시간이 지나면 모두 그 문제를 이해하게 된다는 거예요. ‘평균주의’의 함정을 지적한 토드 로즈 하버드 교육대학원 교수의 저서 『평균의 종말』에 보면, 모두 평균을 얘기하지만 평균적인 인간은 없다고 나와요. 그런데 지금까지 교육은 평균이라는 허상을 잣대로 개개인성을 무시해왔죠. 창조적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획일적 평균주의에서 벗어나 학생 개개인의 속도와 준비도에 맞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명을 밑도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서울시는 이보다 낮은 0.53명이다. 국가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심각한 문제다. “저출산 위기가 곧 기회라고 생각해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개별 맞춤형 교육을 진행해 한 사람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한 해에 60만 명씩 태어나는 시대였으면 힘들었겠지만, 이젠 학령인구가 25만 명 시대예요. 앞으로 더 줄어들겠죠. 학생이 줄어들면 학생 한 명에게 시간을 더 쏟을 수 있는 여건은 더 좋아질 겁니다. 보다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를 육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해요.”
질 높은 교육 서비스로
사회 양극화 보완해야
그는 인구학의 대가로 꼽히는 조영태 서울대 교수의 강연 내용을 지금도 가슴에 새기고 있다. 2년 전 교육부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인구 관련 특강이었다. “교육부가 대한민국 미래를 책임지는 부서라고 말씀하신 게 잊히지 않아요. 교수님은 인구학적 관점에서 대한민국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다면서, 5년 전에 인구 통계가 나와 학령인구수를 알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제일 처음 대응하는 부서가 교육부라며, 국가의 미래와 아이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말씀하셨죠.” 설세훈 부교육감은 교육이 단순한 지식 전달에서 벗어나 사회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회 양극화가 더 심해졌고, 빈곤에 내몰린 가정은 아이들을 돌볼 여건이 안 된다.
학교가 사회 양극화를 적극적으로 보완하고 감싸주는 역할을 하지 않으면, 미래의 꿈나무인 아이들은 설 자리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교육은 사회적 격차를 줄이는 매우 효율적인 방식이 아닐까 싶어요. 어릴 때부터 질 높은 교육 서비스를 통해 격차를 줄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교육계가 역할을 더 많이 해야 합니다. 기존의 학교라는 틀을 깨야 해요.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으니 교육 현장도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변해야죠.” 그는 다름을 인정하면서 다양한 관점과 생각, 방향, 지향을 공감하려는 태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교육 역시 각각의 다른 관점에서 과학의 중요성을 바라보고, 서로 다른 의견 속에서 공통분모를 찾아내 정책화할 때 더욱 흥미롭고 실생활에 유익한 과목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에 대한 윤리 문제 중요하게 다뤄야 최근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인류 문명과 산업을 통째로 뒤흔들고 있다. 고용불안이 현실화되고 있으며, 각 분야에서 저작권 침해 논란도 끊이질 않는다. “AI 혁명이 전 세계의 위기일 수도 기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학교 현장도 마찬가지고요.
지금은 한 반에 한 분의 선생님이 계시지만, 앞으로는 개별 학생에게 전담 AI 교사가 배치되어 발달단계나 지식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과학기술이 우리 삶에서 꼭 필요한 위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과학교육의 방향성은 매우 중요해요. 과학적 관심과 관점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과학교육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과학기술에 대한 맹신 역시 위험하다고 지적하며, 윤리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리에 대한 문제를 가르치지 않으면 과학만능주의 사고에 빠질 수 있어요. 옳고 그름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다면, 과학은 인류를 위협하는 치명적인 무기로 전락할 거예요. 과학 지식도 중요하지만, 과학을 어떻게 올바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가치 윤리 교육도 반드시 병행해야 합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인공지능과 경쟁해야 할 미래세대를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그의 멋진 구상이 현실이 되어, 한국 교육 시스템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도약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