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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석 교사 서울 신답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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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세계 STEM 교육 대회 금상 이끈

서울의 밤에서 다시 별을 찾다

교실을 넘어 세상과 삶 연결되는 큰 배움


별을 보기 어려워진 도시의 밤. 서울신답초등학교 정용석 교사는 그 현실에서 교육의 질문을 발견했다. 빛 공해를 주제로 한 글로벌 STEAM 수업설계안은 과학과 기술, 환경과 문화를 연결하며 학생들이 실제 삶의 문제를 탐구하도록 이끌었다. 동료 교사들과의 협업으로 완성된 이 프로젝트는 싱가포르 세계 STEM 교육 대회 금상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교실을 넘어 세상과 연결되는 배움을 꿈꾸는 정용석 교사 (서울신답초등학교)의 교육 철학을 만나본다.


도시의 밤은 점점 밝아지고 있지만, 아이들이 바라보는 별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서울신답초등학교 정용석 교사는 바로 그 지점에서 질문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도시에서 별을 잃어버리는 경험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해도 괜찮을까?”


이같은 질문은 서울한산초 임보라 교사, 서울수암초 이익재 교사와의 협업으로 이어졌고, 결국 빛 공해를 주제로 한 글로벌 STEAM 수업설계안 프로젝트 「From Seoul to Stars: Global Light Pollution SOS」로 발전했다. 천문을 사랑한 한 교사의 호기심, 학생 중심 수업을 고민한 교사들의 교육 철학, 그리고 서로의 아이디어를 빠르게 연결해간 협업이었다. 이 노력은 결국 싱가포르에서 열린 2024/2025 ESEPP(Empowering STEM Education Professionals, 이하 세계 STEM 교육 대회)에서 금상의 영예를 안았다. 세계 무대의 질문 ‘STEM as Culture’에 정용석 교사의 팀은 하나의 인상적인 답을 내었다.


“좋은 수업은 학생의 삶과 연결될 때 완성됩니다”


정용석 교사는 이번 수상이 단순한 대회 성과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말한다. 학생 결과물이 아닌 ‘수업설계안(instructional lesson package)’ 자체가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정 교사는 임보라 교사, 이익재 교사와 함께 ‘S.T.A.R.s’ 팀을 구성해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수업은 빛 공해 문제를 과학·기술·공학·수학(STEM)뿐 아니라 환경과 문화, 인간의 삶이 연결된 문제로 바라보도록 설계됐다.


이번 대회는 싱가포르 국립교육원(NIE)과 난양공과대학교(NTU)가 공동 운영하는 국제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세계 각국의 교사와 교육 전문가들이 참여해 미래형 STEM 수업 방향을 제안했으며, 올해 핵심 주제는 ‘STEM as Culture(문화로서의 STEM)’였다. 정 교사는 “처음에는 우연히 셋만 단체 대화방에 남게 되면서 팀이 시작됐다”며 “서로 아이디어를 빠르게 공유하고 연결하는 과정 속에서 수업이 점점 풍부해졌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팀원들은 역할을 엄격하게 나누기보다 유연하게 협업했다. 정 교사가 새벽 시간 떠오른 아이디어를 메시지로 공유하면, 임보라 교사와 이익재 교사가 이를 이어받아 활동지와 평가 자료, 발표 자료 등을 구체화하는 방식이었다.


그는 “완벽한 결과를 혼자 만드는 것보다 초안을 빠르게 공유하며 서로 수정해가는 과정이 더 중요했다”며 “팀원들과의 협업 덕분에 혼자서는 떠올리기 어려운 관점들을 수업 안에 담을 수 있었다”고 한다. 아울러 이번 수상은 단순히 영어로 잘 정리된 문서가 아니라, 학생들이 현실 문제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인정받은 결과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별을 사랑한 교사, 빛 공해를 수업으로 풀어내다


이번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정 교사의 오랜 취미인 천체사진 촬영이었다. 그는 밤하늘을 촬영하기 위해 도시 외곽을 찾을 때마다 빛 공해로 인해 별이 사라지는 현실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예전에는 집 앞에서도 별자리를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밤하늘에서 별 몇 개조차 찾기 어려운 환경이 돼서 안타깝다는 정 교사. 그는 빛 공해를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자연과 연결되는 감각을 잃어가는 문제로 바라봤다. 도시의 불빛이 편리함과 안전을 제공하는 동시에, 아이들이 밤하늘과 우주를 경험할 기회를 줄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그는 평소에도 학생들과 별자리 이야기나 우주 탐사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하지만 실제로 별을 본 경험이 거의 없는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은 늘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


마침 대회의 주제였던 ‘STEM as Culture’는 이러한 고민을 수업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정 교사는 팀원들과 함께 빛 공해를 단순한 과학 개념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문화, 환경이 함께 얽혀 있는 문제로 접근했다.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생물학자, 천문학자, 에너지 효율 전문가, 심리학자, 관광 전문가 등의 역할을 맡아 빛 공해 문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탐구하도록 구성했다.


학생들은 조도 센서를 활용해 지역별 밝기를 측정하고, 곤충과 식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다. 또 도시 축제와 야간 관광, 안전 문제 등을 함께 분석하며 인간의 편의와 생태계 보존 사이에서 어떤 균형이 필요한지 토론하게 된다. 특히 단순히 “불을 줄이자”는 결론에 머무르지 않고, 필요한 빛과 줄여야 할 빛을 구분하며 지속가능한 밤 환경을 고민하도록 설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정 교사는 “현실 문제는 하나의 정답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학생들이 다양한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 속에서 스스로 균형점을 고민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다.”


교실을 넘어 지역사회로 이어지는 STEAM 수업


이번 수업설계안은 학생들이 단순히 개념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하도록 구성됐다. 프로젝트는 총 8차시로 운영된다. 초반에는 빛 공해의 개념과 세계 여러 나라의 밤 문화 사례를 탐색하고, 이후 역할 기반 탐구 활동과 데이터 수집 활동으로 이어진다. 학생들은 학교와 가정 주변의 밝기를 측정하고 시간대별 변화를 기록한다. 이후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마트 가로등, 차광 장치, 친환경 조명 디자인 등 다양한 해결책을 구상한다. 일부 활동은 가정과 연계해 진행하도록 설계됐다. 빛 공해가 밤 시간과 밀접하게 연결된 주제인 만큼, 학생들이 가족과 함께 지역의 밤 환경을 관찰하고 데이터를 기록하도록 한 것이다.


정 교사는 “STEAM 수업은 교실 안 활동만으로 완성되기 어렵고, 학생들이 실제 생활 공간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탐구하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결과물을 캠페인과 전시 활동으로 확장하도록 설계했다.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지역사회와 연결하며 실제 행동으로 이어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은 빛 공해를 줄이는 미래 도시를 웹툰, 그림, 레고 모델, 메타버스 공간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도록 구성됐다. 과학적 탐구 결과를 창의적 표현 활동과 연결해 보도록 하기 위한 의도다. 정 교사는 “학생들이 ‘나도 사회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감각을 경험하길 바랐다”며 “교실에서 배운 것이 삶과 연결될 때 배움의 의미가 깊어진다.”고 말한다.


AI 시대, 교사의 역할을 다시 묻다


대회 준비 과정에서는 GPT, Gamma, Canva, Gemini 등 다양한 AI 기반 도구도 적극 활용됐다. AI가 영어 초안과 자료 구성을 돕고, 교사들이 이를 교육적 맥락에 맞게 수정·보완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이번 대회는 모든 제출 자료를 영어 기반 문서 형식으로 작성해야 했기 때문에 예상보다 실무적인 어려움도 컸다. 제한된 분량 안에 수업 목표와 평가 계획, 활동 흐름, 자료 링크까지 모두 정리해야 했고, 문서 서식이 깨지지 않도록 반복적으로 수정 작업을 진행해야 했다.


정 교사는 “평소 한글(HWP) 기반 작업에는 익숙했지만, 긴 영어 문서를 Word 형식으로 정리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훨씬 까다로웠다”고 웃음짓는다. 그는 AI 시대일수록 교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예전에는 교사가 모든 자료를 직접 만들었다면, 이제는 AI가 상당 부분을 도와줄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대신 교사는 학생들에게 어떤 질문과 경험이 필요한지 더 깊게 고민해야 합니다.”
정 교사는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STEM 교육에 대한 시각도 달라졌다고 한다. 예전에는 STEM 수업이라고 하면 실험이나 코딩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이 사회와 문화 속에서 문제를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교과 개념을 AI·바이브 코딩과 연결하는 STEAM 클럽 ‘우리는 AI 꼬마 개발자’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수학·과학 개념을 활용해 게임과 웹사이트 등 디지털 결과물을 직접 제작한다. 학생들은 단순히 코딩 문법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생각한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본다. 수학 개념을 활용한 게임을 만들거나 과학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웹페이지를 제작하는 식이다.


삶과 연결되는 STEAM 교육을 향해


“학생들이 실제 삶의 문제를 교과 지식과 연결해 탐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과학과 기술도 결국 사람의 삶과 연결될 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 교사는 STEAM 교육이 특별한 행사나 보여주기식 프로젝트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초등학교 현장에서 과학이 교과전담 중심으로 운영되는 현실 속에서, 담임 수업 안에서도 과학과 기술을 자연스럽게 연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별 관측, 오로라 탐구, 발명 프로젝트, AI 기반 문제 해결 활동 등을 하나의 융합 프로젝트로 연결하는 수업도 구상하고 있다. 학생들이 센서와 데이터를 배우고, 아이디어를 설계하고, AI를 활용해 실제 디지털 도구로 구현하는 경험을 통해 배운 지식이 현실 속에서 작동할 수 있다는 감각을 갖게 하고 싶다는 설명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한 임보라 교사, 이익재 교사와의 협업이 새로운 수업 가능성을 발견하는 과정이었다. 따라서 정 교사는 본 프로젝트가 완성된 결과물이라기보다 앞으로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갈 가능성에 가까워서 더 의미 있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빛 공해라는 하나의 주제를 통해 과학과 문화, 환경, AI, 지역사회를 연결한 이번 프로젝트는 오늘날 STEAM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학생들이 교실 안의 배움을 삶의 문제와 연결하고, 스스로 질문하며 해결 방향을 탐구하도록 만드는 것. 정용석 교사의 이번 도전은, 협업을 통해 만들어가는 미래형 STEAM 교육의 가능성을 국제무대에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