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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선 작가 설치미술가,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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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에 대한 근원적 질문 작품 통해 사유
예술과 과학, ‘왜’라는 물음에서 만나다


서울특별시교육청융합과학교육원 중앙광장에 기하학적인 곡선과 신비로운 빛을 머금은 조각 작품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2025년 12월에 탄생했음을 알리는 고유한 숫자를 품은 작품, ‘MYSTIC ECLIPSE 2512’다. 이 작품을 기증하며 미래 세대에게 과학적 탐구 정신과 예술적 영감을 건넨 이는 장용선 작가다. “생명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품고 우주와 생명, 미시와 거시의 세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온 그를 만나보았다.


가장 작은 ‘나’는 거대한 우주의 형상


우주물리학 용어들은 장용선 작가의 작업 전반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일식과 월식은 물론 미립자와 암흑물질, 블랙홀, 초신성까지. 그러나 그는 이 개념을 그저 멋스러운 장식으로 끌어오지 않는다. 모든 과학적 개념은 생명의 본질을 향한 깊은 사유와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 그 사유의 출발점은 “나는 어디서 왔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작가는 자신을 알고, 자신이 속한 세계를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우주와 생명의 문제에 다가간다.


“작가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란 물음으로부터 출발해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평소 다큐멘터리를 즐겨보는 편인데, 언젠가 우주 관련 다큐멘터리에서 ‘초신성이 폭발할 때 흩뿌려진 물질이 우리 몸속 철분의 기원이 되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어요. 별의 죽음이 곧 인간의 생명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이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


이러한 사유가 처음 또렷한 형태를 얻은 시기가 2010년 첫 개인전 였다. 전시명 그대로 ‘Particle’은 행성이나 세포의 원형질 형상을 조형적 재해석을 통해 이미지화했고, ‘Dark matter’는 빛조차 빨아들이는 블랙홀의 이미지로 풀어냈다.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 기법도 이때 모습을 드러냈다. 스테인리스 스틸 파이프를 일정한 길이로 자른 뒤 하나하나 이어 붙이는 방식이다. 세포의 형체는 절단된 파이프의 투과된 구조를 통해 보여지는데, 이들이 서로 맞물려 군집을 이루고 마침내 행성이나 우주를 떠올리게 하는 거대한 형태로 자라난다. 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이 되는 그 과정은, 촘촘한 틈을 비집고 서로를 받쳐 주는 모습 그대로 인간이 관계를 맺고 사회를 이루는 방식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내면의 사유에서 사회를 향한 시선으로


금속을 이용해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던 장용선 작가의 시선은, 어느 순간 자신을 둘러싼 사회로 확장된다. 그 계기는 2014년 세월호 참사였다. 작업실과 집만 오가던 고립된 나날 속에서, 거대한 사회적 비극 앞에 자신의 작업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깊은 회의가 밀려왔다. 자기 작업에만 몰두하던 그가 비로소 바깥 세계와 사회, 자연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시선이 가장 먼저 닿은 곳은 양화대교 인근에서 우연히 마주한 제초작업 현장이었다. 완충녹지에 무덤처럼 쌓여 있던 강아지풀 더미는 사실 ‘미관불량 녹지정비 사업’ 과정에서 제거된 식생들이었고, 그 장면에서 생명의 본질에 대한 강렬한 감각적 충격을 받았다. ‘만약 강아지풀이 아니라 장미였다면 과연 미관불량이라는 이름으로 제거되었을까’하는 의문은 자연을 대하는 인간 중심적인 시각에 대한 비판적 사유로 이어졌다.

작업실로 옮겨온 풀 더미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던 메뚜기와 개미, 애벌레들을 보며 그는 자연을 일방적인 기준으로 판단해 온 우리의 태도를 반성했고, 이 경험은 2017년 개인전 로 이어졌다. 버려진 강아지풀을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며, 자연과 인간의 공존 가능성,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가치 기준을 세상에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질문은 식재료가 되고 남은 가축의 뼈를 가마에 구워 조형물로 빚어내는 <먼지가 되어> 시리즈로 이어지면서, 그의 시선은 인간 문명과 소비 구조로 넓어졌다. ‘더 많이’, ‘더 크게’를 좇는 문명의 욕망이 불러오는 희생과 상실을, 그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태도로 묻는다.


예술과 과학, 세계 이해하는 각각의 방식


이처럼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고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해 온 장용선 작가가 서울시교육청융합과학교육원에 작품을 기증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비롯됐다. 그가 기증한 ‘MYSTIC ECLIPSE 2512’는 교육원이라는 공간에 맞춰 새로 빚어낸 신작이다. 그는 기증식에서 “과학과 예술이 서로 다른 언어로 세계를 탐구하지만 인간의 이해를 확장한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며 “학생과 시민에게 창의적 사고와 새로운 시각을 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과학과 예술은 서로 다른 언어를 쓸 뿐, 결국 같은 자리를 향한다. 과학이 세계의 원리를 밝혀 설명한다면, 예술은 그 세계를 감각의 언어로 옮겨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둘은 결국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는 두 가지 방식인 셈이다.


장용선 작가가 관객에게 자신의 작품을 먼저 설명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관객이 작품 앞에서 의문을 품고 스스로 탐구해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결국, 과학과 예술은 모두 ‘왜?’라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그 물음을 스스로 붙들고 탐구해갈 때, 우리는 세계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