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 장난감 연구소 .
페이지 정보
본문
무료로 아이들 장난감 수리합니다
뚝딱 장난감 연구소
장난감 고치는 뚝딱 박사들
은퇴한 전문가들 일자리 창출 그리고 세대 공존
뚝딱이란 단어는 ‘일을 거침없이 손쉽게 해치우는 모양’을 뜻한다. 고장 난 장난감을 주름진 손으로 뚝딱뚝딱 고치는 할아버지들이 있다. 가느다란 전선들이 연결된 작은 부속품에 온 신경을 집중해 몰두하고 있는 모습에 전문가의 느낌이 뚝뚝 묻어난다. 이곳에서 이들은 할아버지가 아니라 '박사'로 통한다. 대부분 과학고등학교 교사, 공무원 등 해당 분야에서 40년 이상 일하다가 은퇴한 전문가들이다. 9년 전 재능 기부 형태로 아이들의 장난감을 고쳐주기 위해 모인 그들은 ‘뚝딱! 장난감 수리 연구소’를 만들었고, 그렇게 고장 난 장난감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장난감 박사’가 됐다. 무료 장난감 수리를 통해 노인과 아이 세대의 공존을 꾀하는 ‘뚝딱! 장난감 수리 연구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이들의 하루는 장난감으로 가득 차 있다. 아침에 일어나 잠들 때까지 늘 장난감을 쥐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은 비교적 고장이 잦은 편이다. 얼마 가지고 놀지 못한 장난감, 혹은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이 고장 나면 퍽 난처할 수밖에 없다. AS를 받으려고 해도 품질보증 기간이 턱없이 짧거나, 수리 비용이 너무 비싸서 장난감을 고치는 것을 포기하는 때도 있다. 아예 AS가 불가능한 장난감도 상당수다. 이럴 때 장난감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영웅들이 있다. 사회적기업 ‘뚝딱! 장난감 수리 연구소(이하 뚝딱장난감 연구소)’가 그 주인공이다. 뚝딱장난감 연구소의 할아버지 연구원들은 9년째 아이들을 위한 재능 기부를 하고 있다.
인생 2막을 여는 사회적기업 ‘뚝딱장난감 수리연구소’
뚝딱장난감 연구소가 문을 연 것은 지난 2015년이다. 아이들의 장난감을 무료로 고쳐주는 사업을 처음 구상한 이는 뚝딱장난감 연구소의 하국환 사무국장이다.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하다 은퇴한 그는 퇴직 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퇴직하고 손주들이 장난감 가지고 노는 걸 보게 되잖아요. 그런데 장난감이 고장나면 고칠 데가 없더라고요. 은퇴한 사람들이 모여서 무료로 장난감을 고쳐주는 재능 기부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시중에서 판매하는 장난감이 비싼 가격에 비해 보증 기간이 너무 짧았다. 게다가 간단한 고장인 데도 수리하지 못해 버려지는 장난감들이 많았다. 장난감을 고쳐 아이들에게 다시 돌려준다면, 부모의 경제적 비용과 사회적 환경문제에 도움이 될 것이었다. 하국환 사무국장은 봉사 활동하며 인연을 맺었던 지인들에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자 모두 흔쾌히 응했다. “뚝딱 장난감 연구소에 계시는 분들은 대부분 학교 선생님 출신이 많습니다.
특히 초기에는 항공과학고등학교에서 항공기 정비·수리 이론과 실습을 가르친 선생님이 많았어요. 당연히 기초적인 전기·전자 지식이 있었기에, 초창기 장난감을 수리할 때 정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현재 뚝딱장난감 연구소에는 다섯 명의 장난감 박사가 근무하고 있다. 창립 멤버인 장희철 씨는 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고, 장희철 씨 추천으로 합류한 이강렬 씨 역시 정석항공고 항공정비과에서 항공기 정비·수리 이론과 실습을 가르친 선생님이었다. 올해로 77세인 맏형 김성수 씨는 해군 원사로 정년 퇴임해 9년째 뚝딱장난감 연구소와 함께하고 있으며, 건설사 대표를 지냈던 이욱상 씨가 최근에 합류했다. 하국환 사무국장은 오랜 공직생활의 경험을 살려 각종 사무업무부터 수리용 부품 구매 등 연구소의 크고 작은 살림을 도맡고 있다.
수리 실력 ‘자부’…아이와 부모의 응원이 원동력
다섯 명의 장난감 박사들은 깨진 장난감이나 컴퓨터 장난감, 방수 처리가 된 물놀이용 장난감, 인형처럼 바느질이 필요한 장난감을 빼고는 못 고치는 게 없다고 자부한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수리 접수를 받고 택배로 도착한 장난감을 고친 뒤 다시 아이들 품으로 돌려보내는데, 전국에서 몰려드는 고장 난 장난감의 수가 하루 30~40여 개에 이른다. 수리하는 장난감을 보면 유아용 장난감이 가장 많은데, 그중에서도 가장 수리 요청이 많은 것은 국민 장난감으로 불리는 ‘타이니러브 모빌’이다. 신생아 필수 육아템으로 불리는 모빌 장난감 수리를 맡긴 부모들은 모두 ‘이 장난감이 없으면 아이들이 울음을 그치지 않아 다른 일을 못 한다’며 하소연한다고. 이런 이유로 뚝딱장난감 연구소엔 특별한 예외가 있다.
연구소로 도착한 장난감들은 의뢰 순서대로 고치는 것이 기본이지만, 해당 장난감은 우선 수리하려고 노력한단다. 장난감 수리는 상태에 따라 30분에서 3시간까지 천차만별이다. 하루 평균 20~30여 개의 장난감이 이들의 손을 거쳐 다시 태어난다. 수리율은 95% 수준이다. 하국환 사무국장은 장난감 수리는 숙련을 요구하는 작업인 만큼, 초반엔 시행착오도 있었다고 전했다. “같은 제품들을 반복해서 고치다 보니, 수리 방법을 자연스럽게 외울 수밖에 없어서 이제는 손쉽게 수리하죠. 일이 익숙하지 않은 초반엔 시행착오도 있었습니다. 수리하려고 장난감을 분해하다가 다 부서져 버려서 새로운 장난감으로 교체하기도 했어요.” 요즘에도 간혹 수리 중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연구원들 모두 머리를 맞댄다. 모르는 부분을 함께 상의하고 합심해서 연구한다. 고장의 원인을 파악하고 수리를 완성했을 때는 형용하기 어려운 성취감을 얻는다.
한평생 고생했으니 은퇴 후 쉬어도 될 텐데 왜 굳이, 그것도 돈이 안 되는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요즘엔 60~70대가 많은 나이가 아니에요. 몸도 건강한데 집에만 있으면 뭐해. 이렇게 나와서 장난감도 고쳐주면 애들이 얼마나 좋아해요. 그리고 고장났다고 그냥 버리면 환경이 오염되는데 고쳐 쓰면 환경에도 좋으니 일석이조 아니겠어요.” 9년 노하우를 지닌 장난감 박사님들의 현답이다. 무엇보다 연구원들은 꾸준히 활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아이와 부모의 적극적인 응원’을 꼽는다. 카페 후기 게시판에는 감사 인사를 전한 글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아이들의 추억을 지킬 수 있게 장난감을 고쳐줘 고맙다’는 인사가 많다.
아이들 추억 유지하며 감사 인사 들을 때 보람
은퇴 이후의 삶을 의미 있는 활동으로 보내고 있는 이들이지만, 고민이나 숙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건 역시 비용 문제다. 장난감 수리 의뢰 물량이 늘어나면서 애초 자비로 충당했던 부품 등의 비용 부담이 커졌다. “가장 크게 드는 비용은 사무실 임대료에요. 장난감을 수리할 수 있는 작업 공간이 필수인데, 임대료는 한 번에 큰 목돈이 나가니까 많이 부담되죠. 다행히 인천 미추홀구에서 사회적기업을 위한 임대료를 지원해 줘서 한시름 덜었습니다.”
하국환 사무국장은 재정 부담을 자체적으로 덜기 위해 일부 수익사업도 병행하고 있다고 전한다. 육아지원종합센터와 지자체, 수리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장난감 수입업체 등으로부터 의뢰받아 유상 수리하거나 출장 수리 행사를 진행한다. 또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무료 수리에 감사하는 마음이 담긴 소정의 후원금도 뚝딱장난감 연구소 식구들에게 큰 힘이 된다. 어느덧 뚝딱장난감 연구원들의 평균 나이는 72세. 뚝딱장난감 연구소는 오랫동안 아이들의 꿈과 행복을 지켜주고자 한다.
지금의 연구원들이 은퇴할 시기가 되면, 또 다른 이들이 그 자리를 채우며 은퇴 이후의 삶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선순환을 꿈꾼다. 아직은 여력이 되지 않아 규모를 늘리지 못하고 있지만, 연구원으로 합류하고자 하는 이들이 기다리고 있다. 인터뷰 중에도 틈틈이 장난감을 수리하던 뚝딱 박사님들께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이 무엇인지 물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일을 계속할 거예요. 아이들이 장난감이 고장 날까 봐 보물단지 다루듯 놀면 신나겠어요? 아이들이 신나게 갖고 놀 수 있도록 장난감은 우리가 쭉 고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