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림 과학교사 서울 증산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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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에서 과학교사로
우주라는 관심사가 만들어준 색다른 길
교과교육 벗어나 또 다른 세상 맛보길 바래!
글 | 편집부
첨단 디지털 문화콘텐츠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게임이다. 이제는 세대를 아우르는 콘텐츠가 되어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인기는 온 지구를 뒤흔들며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추세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새로운 스포츠 영역의 탄생. 우리는 이것을 E스포츠라고 부른다. 조혜림 교사는 프로게이머 출신의 교사로서, 공교육과 E스포츠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찾아보고자 했다. 게이머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과학교사가 되고 싶다는 조 교사는 아울러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의 새로운 미래 비전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최근 e스포츠의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인 만큼 일부 마니아층의 놀이에서 게임 콘텐츠 산업의 한 장르로, 스포츠 산업의 한 영역으로 부지런히 외연 확장을 거듭해 온 결과 기술과 산업의 측면에서 e스포츠는 문화기술의 정점을 향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프로게이머라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어서 관심을 받게 된 것 같은데 많은 유능한 과학교사들 사이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을 때 사실 많이 부담스러웠습니다.”
과학교사로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하는 조혜림 교사는 현재 과학 수업으로 기기들을 활용하라고 많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게임처럼 재미있고 즐기면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앱이 사실 많지 않다고 말하며 아이들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내용적으로 만드는데 한 번 참여를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프로게이머에서 과학교사가 되기까지
e스포츠의 ‘e’는 일렉트로닉의 약어로 기술과의 관계는 필연적이다. e스포츠의 태동기인 1990년대 말에서 온라인 PC게임으로 통용되며 그래픽, 사운드, 동영상출력 피직스 프로그램, 스크립트 등이 기반 기술이 필요했다. 현재는 e스포츠 실감형 중계를 위한 AR, VR스트리밍, 게임엔진, 하드웨어, 플랫폼 기술 등 이른바 미래기술에 초점을 두고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가상현실 및 메타버스에서 즐기는 e스포츠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프로그래밍에 산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스타크래프트는 과거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던 게임이었고 임요환이나 홍진호 같은 스타를 만들어내기도 했죠. 저 같은 경우는 과학을 좋아했고 특히 우주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던 중 우주와 관련된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를 접하게 되었죠. 자연스럽게 게임을 좋아하게 되었고 즐기고 있었을 때쯤이었어요. 한 학년 높은 선배가 찾아와서 갑자기 1:1 신청을 했는데 제가 승리를 하면서 학교에 소문이 났어요. 그렇게 하나 둘 승리를 맛보다 보니 스스로 게임에 재능이 있다고 느꼈어요. 보통 사람들은 잘하는 것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게 되잖아요. 저 역시 스스로 더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실력이 자연스럽게 늘었고 대학교 들어가자마자 프로게이머라는 기회가 생겼죠.”
조혜림 교사는 KOR팀 여성 프로게이머가 되었고 그때 당시 e스포츠의 전망도 밝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뭐가 되었던 게임과 관련된 직업을 갖고 싶은 마음에 게임 방송작가, BJ에도 도전해보았지만 잘되지 않았고 결국 스물일곱에 다시 임용고시를 준비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의 원래 꿈은 과학교사였어요. 그래서 사범대를 진학 했는데 진학을 하자마자 운 좋게 프로게이머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죠. 그래서 말 그대로 중간에 잠시 꿈을 바꾸었던 거죠. 저는 사실 그 길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제 또래의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는 잘한다고 말 할 수 있었지만 그 세계에서 어느 정도 했을 때쯤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한계를 스스로 느끼면서 내려놓게 되었어요.”
조혜림 교사는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잠깐만 해도 잘하는 사람이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한계를 느끼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e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 그 길을 걸어보았던 경험자인 만큼 아이들 역시 조혜림 교사의 말을 귀 기울여 들을 수밖에 없다.
게임을 바라보는 공교육의 시선
“세상은 계속 변화하고 있지만 학교의 시선은 여전히 보수적이에요. 교육 현장에서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도 아직은 곱지 않아요.”
과거 1년 동안 운영할 동아리를 만들라는 지침이 조혜림 교사에게 내려왔었다. 경험을 살려 ‘PC방 동아리’를 맡아서 하려고 했으나 처음부터 반대에 부딪혔다고 한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네일아트 동아리를 자그마치 3년 동안이나 운영해야만 했다. 네일아트는 되고 PC방은 안 되는 이유를 납득할 수는 없었던 조혜림 교사는 게임을 바라보는 공교육의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이 정말 쉽지 않아 보였다며 그때를 회상하며 말한다.
그러다 새로 부임한 교장 선생님께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신 덕분에 어렵게 교사생활 4년차에 들어서야 허가가 떨어졌다고 한다. 거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붙었는데 ‘e스포츠동아리’로 이름을 바꾸고 동아리에 지원한 모든 학생의 부모에게 직접 동의를 받아야만 했다. 그리고 차후 학부모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세워 활동을 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동아리 하나를 만드는데 이렇게까지 구체적인 조건이 붙어야 하는 것이 한편으로 부담스러웠지만 게임을 한 단계씩 깬다는 마음으로 하나씩 클리어 했고 다행히 아이들이 잘 따라와 준 덕분에 용기가 샘솟았다고 조혜림 교사는 말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학생들의 취미 활동 동아리를 운영하는 것 정도였어요. 하지만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e스포츠 교육의 가치도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조혜림 교사는 실제 대학교에서도 e-스포츠 전공이 따로 있을 뿐만 아니라 게임 학원까지 있을 정도로 현재 e스포츠의 전망에 밝다고 말한다.
게임을 잘 아는 교사의 역할
“프로게이머가 될 것이라며 밤새 게임만 하는 학생이 걱정이라고 찾아온 학부모가 있었어요. 아울러 정말 프로게이머의 자질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싶은데 게임에 대해 잘 알지 못해 가능성을 직접 판단해 달라며 부탁을 받았어요.”
조혜림 교사는 실제로 또래 친구들과 실력을 견줄 기회를 제공하고 e스포츠 동아리로 데려와 1년을 지켜본 뒤 학생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줬다고 말했다. 간혹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은 의지가 매우 강하고 실력도 꽤 괜찮은 학생들에게는 게임 코칭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주기도 한다고 말한다.
“학생들의 게임 생활을 지도하는 것은 내 몫이에요.”라며 말하는 조혜림 교사는 보통 일상생활에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할 일이 그리 많지 않지만 게임 세계에서는 게임 한판에 욕을 하거나 욱하는 상황들이 허다하게 발생한다고 말한다. 실수한 친구를 무시하거나 자신의 실수지만 남을 탓하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나중에 학생을 따로 불러서 상담을 진행하고 해결책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원하는 e스포츠 진로탐색
“단순하게 프로게이머를 동경하거나 꿈을 꾸는 아이들이 정말 많아요. 저도 한때 프로게이머였기 때문에 아이들이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충분히 공감해요. 물론 실력이 너무 부족해서 꼭 말리고 싶은 학생도 솔직히 있지만 학생들은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사실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에 재능에 관계없이 진로를 선택하기도 해요.”
조혜림 교사는 e스포츠 쪽으로 관심이 많고 그쪽 일을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실제로 정말 많지만 교육계는 여전히 학업에 방해가 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학교에서 학생들의 욕구를 충분히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학교의 인식이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해서 게이머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과학 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우주라는 관심사가 프로게이머에서 과학교사의 꿈으로 연결되는 것처럼 아이들도 조혜림 교사를 통해 교과 교육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맛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