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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진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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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는 선진국에서도 민감한 이슈

감정싸움보다 과학적 해결책 찾아야


코로나19 이전, 우리는 미세먼지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야 했다. 아침마다 미세먼지농도를 체크해야 했고, 중국에 항의하지 못하는 정부에 분노할 때도 있었다. 과학적 분석과 합리적 대안을 찾기보다 정치논리에 휘둘리는 오류도 많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박록진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대기화학모델링을 통해 미세먼지의 성분·유입경로·기후변화와의 연관성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대기화학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박록진 교수는 국내 최고의 대기환경 전문가이며, 대기 화학 분야 선도자다.
2019년 5월부터‘서울시 미세먼지 통합연구소’초대소장을 맡아 서울시 미세먼지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경제성장이라는 명분하에 환경을 무분별하게 사용해 부와 재화를 늘 리는 방향으로 발전해왔어요. 하지만 인간의 활동이 오염물질을 많이 내뿜으면서 인간에게 불편한 환경이 만들어졌어요.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이 심각해진거죠. 지금 산업계나 에너지 분야에서는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패러다임 체인지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올바른 방향이지만, 기후변화 측면에서는 상당 부분 늦은 감이 있어요. 고통이 수반되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에요.”

 박록진 교수는 과학자답게 논리정연하고 담백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서울대학교 대기과학 학사, 메릴랜드대학교 대학원 대기과학 박사 과정을 거쳐 하버드대학 연구원으로 활동하다 2007년 모교에 복귀해 14년째 대기화학 분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모바일 랩’ 이용해 대기오염물질 실시간 정밀 측정

 그는 2019년 5월부터‘서울시 미세먼지통합연구소’초대소장을 맡아 서울시 미세먼지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연구소는 서울시 산하에 있는 보건환경연구원, 서울기 술연구원, 서울연구원 등에서 개별적으로 수행해온 미세먼지 연구의 협력체계를 구축해 과학적으로 미세먼지를 측정 분석하고, 과학적 결과에 기반한 미세먼지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연구소는 국내 처음으로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시행했으며, 올해 11월에는 ‘모바일 랩’을 선보일 예정이다.

 “모바일 랩은 전기트럭을 이용해 서울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을 일으 키는 전구물질을 실시간 정밀 측정할 수 있도록 만든 디바이스입니다. 흔히 서울, 부산, 인천 등 광범위한 지역을 대상으로 미세먼지농도를 측정해 발표하잖아요. 하지만 같은 지역이 라도 구별, 동별마다 농도가 다 달라요.



서울대 대기화학모델링 홈페이지(http://webzine-ssei.kr:// airchem.snu.ac.kr/acmg/)에서는 날짜 별 미세먼지농도와 오존농도를 예보한다.

주변 오염물질과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흘러가는지 한눈에 볼 수 있어 흥미롭다.


모바일 랩을 이용하면 작은 단위까지 쪼개서 주된 미세먼지 원인이 무엇인지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는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연구소는 2029년까지 10년간의 중장기 연구과제 로드맵도 수립 중이다. 서울시 미 세먼지 배출자료 데이터베이스(가칭‘서울 캡스’)를 만들어 지역별로 얼마나 미세먼지 배출원이 나오는지 정밀 조사하며, 미세먼지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취약계층이 많은 자치구를 파악해 미세먼지 저감 노력을 집중할 수 있는 정책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대기화학모델링으로 전 세계 환경변화 예측

 박록진 교수는 국내 최고의 대기환경 전 문가이며, 대기화학 분야 선도자다. 그는 1994년 대학교 3학년 때 탐독했던 IPCC 기 후변화 보고서에서“대기 중의 화학현상이 오염물질을 만들고 기후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문구를 접한 후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그때를 계기로 대기화학의 길을 걸었다. 해외 유학 시절 컨퍼런스에 가면 동 양인이 거의 없을 정도로 아시아권에서 조 차 낯선 학문이었지만, 새로운 길을 개척한 다는 즐거움이 컸다.

 “대기화학의 여러 연구 가운데 모델링을 전공했어요. 과학적 결과들을 컴퓨터 언어로 계산해 수십 만 라인의 컴퓨터 코드로 만 드는 것을 모델링이라고 하는데, 모델링을 통해 질소산화물(NOx)이 배출되면 주변 오염물질과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흘러 갈 것인가 시뮬레이션해서 예측하고 원인 분석을 할 수 있죠. 측정은 지역적 제한이 있는데 반해, 모델링은 전 지구를 커버해서 계산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요.”

 2016년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국립환경과학원(NIER), 환경부에서 공동으로 실시한 한미 대기질 합동연구(KORUSAQ) 에 참여했으며, 한반도의 여러 오염물 질 현황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데 기여했다. 2019년 8월에 열린 제1차 한·중 대기질 공개토론회(SKAF)에서“한국과 베이징, 산둥성, 상하이로 나눠 시기별 오염원을 따져보면 고농도 시기에는 중국의 영향이 70%에 이르고, 대기상태에 따라 22∼57% 로 중국 요인이 달라진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국에서 우리나라 미세먼지농도에 영 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계절마 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달라져요. 서풍이 불면 영향을 받지만 동풍이나 남풍일 때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죠. 항상 똑같은 미세 먼지 양이 영향을 준다면 국제적으로 이슈 화할 수 있겠지만, 그때그때 달라지기 때문에 외교적 방법은 쉽지가 않아요. 우리가 중국을 비난하면 되레 감정싸움으로 변질 돼 해결이 더 어려워져요. 이럴수록 합리적 방법을 찾아야 하고, 그중 과학적 연구결과 를 계속 생산해내는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5년, 10년 과학적 결과를 쌓아나 가서 모든 사람이 알게 되면 중국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사실 환경문제는 선진국에서도 민감한 이슈다. 1980년대 초반 미국과 캐나다도 그러했다. 산성비 문제를 해결하는 데 20 년이 걸렸다. 더디 가더라도 합리적·과학 적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

 그는 국내에서 미세먼지를 줄이는 노력 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세먼지를 많이 일으키는 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은 2000℃ 이상 고온일 때 반응한다. 용광로, 화력발전, 보일러 등에서 연료를 태울 때나 자동차 엔진이 연소할 때가 대표적이 다. 특히 디젤차는 실린더 압축을 통해 폭파시키기 때문에 가솔린차보다 더 높은 온도 와압력을 필요로한다. 미세먼지 배출이 더 많을수 밖에 없는이유다. 디젤차 사용을 줄이는 것은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임을 기억해야 한다.


질산암모늄 새로운 뇌관…

대도시·축산농가 협력 필요

 2019년 3월 고농도 미세먼지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 서울대 대기화학 모델링 실험실은 미세먼지의 유입경로를 추적해 미세먼지 성분을 처음 분석했다. 질산암 모늄 성분이 70% 이상을 차지했는데, 대도시의 디젤차 배기가스와 농업 지대의 암모니아가 결합해 생산된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질소암모늄을 만드는 암모니아가 어디에서 많이 배출되는지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 중인데, 대표적인 장소가 바로 축산농가예요. 실제로 경기 지역이 의외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나타나는 이유죠. 축사는 영세업체가 많아 관리도 어려워요. 경기도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를 컨트롤하지 않으면 수도권 미세먼지 대책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인간의 활동이 최소화되면서 국내 대기질이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 또다시 미세먼지가 우리 일상을 위협할 것이다. 아니, 이전보다 더 위험하다.

 “추가적인 노력을 하지 않으면, 고통이 수반되는 노력을 전국민이 감내하지 않으면, 기후변화 때문에 기후 정체현상이 더 많이 발생해서 똑같은 양의 오염물질을 배출 하더라도 더 오래 남아있고 오래 쌓여서 미세먼지농도가 높아질 겁니다. 정책 연구자들이나 일반시민들 모두 경각심을 가지고 과학적 해결 방법을 적극 실천 해야합니다.”

 그는 2016년 한국기상학회 월봉학술상을 받았다. 2020년 3월에는 세계기상의날을 맞아 한국기상학회 추천으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서울대 자연과학 대학 연구부학장 및 기초과학연구원 부원 장에 임명되었다. 주어진 임무가 막중하다.

 “기초연구를 계속하고 제자들 잘 키워야죠. 가장 관심 있는 분야가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의 상관성인데 동아시아, 한반도가 어떻게 될지 그 결과를 통해 어떤 길을 걸어갈지 해답을 얻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 겠습니다.”

 시종일관 과학자다운 논리정연하고 담 백한 표현에 깊은 신뢰가 갔다. 곧 시작될 미세먼지와의 고단한 싸움에서 유능한 장수가 우리 앞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나마 든든하고 위로가 되었다. 그가 설계 중인 중장기 연구과제 로드맵이 계획대로 잘 이루어지길, 그리하여 미래세대가 살아 갈 대한민국이 더 깨끗하고 건강하길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