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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종 PD 과학 영상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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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과학 유튜브 채널 ‘과학쿠키’, 과학 영상 저널리스트 이효종 PD


양자역학도 쉽고 재미있게…‘과학 대중화’ 기여

어려운 과학을 쿠키처럼 유쾌하게


과학쿠키 채널을 운영하는 이효종 PD는 과거 물리 교사였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교실 밖에서도 올바르면서도 재밌게 과학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꿈은 그를 선생님에서 '과학 크리에이터'로 이끄는 출발점이 되었다. 운동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클래식 역학’부터 시작해 전자기학, 열역학, 양자역학까지 과학사와 과학자들의 정보를 토대로 교과서처럼 기본을 이야기하지만, 교과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를 쿠키처럼 가볍게 전하고 싶었다. 2017년, 아직 과학 콘텐츠의 불모지였던 유튜브에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과감히 도전에 나섰던 1세대 과학 유튜버, 과학쿠키 이효종 PD를 만나보았다.


“이곳의 이름은 레이스트랙 플라야. 이와 같은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이곳에 존재하는 암석들이 마치 경주를 하듯 플라야 위를 살아 움직이기 때문인데요! 발견된 이래 약 99년 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살아 움직이는 돌의 비밀! 오늘은 이에 관해 알아볼 것입니다.”


광활한 사막 풍경을 웅장하게 담은 영상 위로 특유의 속사포 같은 설명이 흐른다. 흰 종이에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움직이는 돌의 비밀인 ‘세이시(Seiche) 효과’에 대해 설명한다. 그의 영상을 보고 있으면 과학과 담쌓고 지냈던 이도 어느새 귀를 쫑긋 세우게 된다. “TV에 나오는 과학 다큐멘터리보다 훨씬 재밌다!” “기획·구성·편집 모두 놀랍다!” “제가 보는 과학 유튜버 중 가장 정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분” 등의 댓글이 꼬리를 문다.


이효종 PD가 운영하는 ‘과학쿠키’ 채널 이야기다. 과학쿠키는 일반인에게 어려운 과학 지식을 재밌고 쉽게 전달하는 45만 명이 구독하는 인기 유튜브 채널이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남다른 전달력에는 이유가 있다. 일단 ‘고등학교 과학 쌤’ 출신이다. 어려서부터 자타공인 과학도였던 그는 공주사범대 물리교육과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서 물리를 가르치는 교사가 됐다.


과학쌤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그가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된 것은 학교에서 교보재로 활용하려고 만든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처음에는 단순히 자료 공유 차원이었지만, 예상 외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복잡한 개념은 ‘손그림’으로 단순화하고, 어렵지만 꼭 필요한 주제는 다양한 예시와 맥락을 통해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구성하려고 노력한 덕분이었다. 그가 콘텐츠를 만들 때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스토리텔링이다.


“대중들이 어렵게 느끼는 과학 개념을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사람의 이야기와 그 사람이 고민하고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 이로부터 나타난 과학적 개념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비유와 예시를 풍부하게 사용하되 내용의 과학적 정확성은 절대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활용하게 된 것이 ‘손그림’이었고요. 과학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잘못 전달하는 일이 없도록 늘 신중하게 자료를 검증하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콘텐츠를 제작했습니다.”


그는 비유와 스토리텔링은 과학 콘텐츠를 쉽게 만드는 열쇠지만, 과학적 정확성은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자료 수집부터 대본 작성, 촬영, 편집, 검수까지 모든 제작 과정을 직접 꼼꼼히 챙긴다. 업로드된 영상을 보면 이효종 PD가 영상 하나하나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차별화 전략은 스토리텔링과 현장 취재


2017년 첫 영상을 올린 ‘과학쿠키’는 국내 1세대 과학 유튜브 채널이다. 채널이 개설됐을 당시만 해도, 과학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그러나 유튜브가 본격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며 기업형 채널이 등장하고, 대형 방송사들이 잇따라 시장에 진입하면서 콘텐츠의 품질도 고도화됐다.


과학쿠키 역시 실제로 높아진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주 1회였던 업로드 주기를 과감히 2개월로 늘리고, 촬영과 편집을 담당하는 인력을 새롭게 꾸렸다. 단순히 정보 전달을 넘어, 과학의 실제 현장을 깊이 있게 전달하는 데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이효종 PD가 영상제작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스토리텔링’과 함께 ‘현장 취재’다. 실제로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을 묻자 망설임 없이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대형 강입자 가속기(LHC), 미국의 중력파 검출기(LIGO), NASA 존슨우주센터 등을 방문했던 취재 경험을 꼽을 정도로 현장성을 강조했다.


“나사(NASA)의 관제센터를 방문했을 때, 아폴로 11호 우주선을 실제로 관제했던 린든 B. 존슨 우주센터를 둘러보게 됐어요. 닐 암스트롱이 탑승했던 우주선과 교신을 주고받던 관제센터가 그대로 보존돼 있었는데, 그걸 눈앞에서 보니 정말 벅찼습니다. 라이트 형제가 처음 하늘을 날기 시작한 지 불과 40여 년 만에 인류가 달에 갔다는 사실이, 현장에 서 있으니 더욱 깊이 와닿더라고요.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런 감동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의 영상이 단지 ‘쉽고 재밌는 과학’에 그치지 않고, 시청자들에게 과학적 감동을 전할 수 있는 이유다. 올해는 북극의 다산과학기지 방문도 예정되어 있다.


유튜브를 넘어 OTT에 과학 콘텐츠를 선보이는 그날까지


챗GPT의 등장으로 즉각적인 정보 소비가 가능해지고, 단편적인 정보만을 전달하는 짧은 숏폼 콘텐츠가 대세가 된 상황에서 ‘과학쿠키’는 오히려 하나의 주제를 깊이 탐구하는 방식에 집중한다. 예를 들면 ‘카메라 2대로 바라보는 우주의 경이로운 비밀’ 영상은 천문학 거리 단위인 ‘파섹(pc)’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과학사적 맥락 속에서 풀어낸다. 파섹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역사와 맞닿아 있는 단위다.


“과학수업에서 이런 단위는 단순히 외우기만 합니다. 그런데 그 안에는 우리가 과학을 통해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어요. 저는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과학 개념들을 다시 들여다보려 해요. 과학의 감동은 그 구조와 맥락을 이해하는 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처럼 과학의 본질을 짚고, 숨은 이야기를 끌어내려는 노력은 ‘과학쿠키’가 수많은 과학 콘텐츠 속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지켜가는 방식이자, 과학이 지닌 본래의 매력을 시청자에게 전하는 길이다. 이효종 PD가 자신을 ‘과학 유튜버’가 아닌 ‘과학 영상 저널리스트’로 불러주길 바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궁극적으로 그는 OTT 플랫폼에 과학 다큐멘터리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일생에 한 번쯤은 ‘나의 문어 선생님’ 같은 과학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OTT에 올리면 성공한 인생이라 생각한다”며, “과학쿠키를 운영하며 스토리텔링과 제작력을 키우다보면 언젠가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겠냐”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