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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성 교수 한양대학교 신소재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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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머크 어워드상 수상     

한양대학교 신소재공학부 박진성 교수     


신공정기술인 원자층 증착기술(ALD) 연구 선구자

초고해상도, 초저전력, 자유자재 변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한 걸음 더 다가선다


지난 8월 20일 개최된 제24회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에서 한양대학교 신소재공학부 박진성 교수가 ‘제21회 머크 어워드(Merck Awards)’를 수상했다, 머크 어워드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혁신적이고 우수한 연구 및 개발을 이룬 연구자들에게 수여하는 학술상이다. 박진성 교수는 원자층 증착기술(Atomic Layer Deposition, ALD)을 활용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응용 분야에서 250편 이상의 논문 발표, 400건 이상의 특허 출원 및 등록, 스칼라 구글 검색 기준 약 2만 1,600회 인용, H index 61 수준 등의 높은 영향력을 갖는다. 2014년 ‘머크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한 이후 10년 만에 본상을 받아 더욱 그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는 박진성 교수를 만나보았다.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정보를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화면으로 구현하는 영상표시장치(패널)로 산업의 ‘눈’ 구실을 한다. 스마트폰, 태블릿 그리고 스마트워치와 같은 최신 전자 기기에서 디스플레이가 없는 제품은 더는 찾아보기 어렵다. 인간이 외부로부터 정보를 얻는 감각기관 중 시각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로 크기 때문에 디스플레이의 활용도는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것이다.


실제로 30년 전 영화 ‘백 투 더 퓨처’에 나왔던 비디오 글래스가 올해 초 애플의 비전 프로(Vision Pro)로 등장하면서 아이웨어 디스플레이의 제품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문인식 및 홍채인식 일체형 디스플레이, 벽면 디스플레이, 투명 디스플레이, 공간 볼륨 디스플레이 등 영화 속 기술들이 20~30년 후면 현실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TV, 노트북,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차량용, 게임용, 광고용, 웨어러블 등 디스플레이 적용 환경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고휘도, 초고해상도, 초절전, 대형화 및 소형화, 투명화, 자유로운 형태 구현 등의 기술을 요구받고 있다.


“최근 디스플레이 분야는 TV, IT, 자동차, AR/VR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초고해상도, 초저전력, 폼팩터 프리(form factor free) 등 기술에 대한 요구가 높습니다. 애플 비전 프로 같은 AR/VR 분야 기기는 최소 1,500~2,000ppi 정도의 해상도를 요구하고 있어요. 현재 스마트폰이 600에서 700ppi인 점을 고려하면 굉장히 높은 해상도입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인간의 눈에 더 자연스럽게 보이는 5,000~10,000ppi 이상의 초고해상도를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소재나 공정 과정의 한계를 돌파하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이처럼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핵심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 기업과 연구진들의 노력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지난 8월, 제21회 머크 어워드를 수상한 한양대학교 박진성 교수의 ALD(원자층 증착기술)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자 개발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머크 어워드는 디스플레이 부분의 과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에서 제정한 기술논문상이다.


ALD 산화물 반도체 소재 개발,
미래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집적화 소재로 기대


박진성 교수는 ALD(원자층 증착기술) 분야의 국내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2006년부터 디스플레이 기업에서 IGZO(산화물 반도체) 기반 AMOLED 패널 적용을 위한 SEED 연구를 시작한 이후, 약 15년 동안 ALD를 활용해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핵심 난제들을 해결하는 선도적인 연구를 수행해 왔다. 대표적인 연구로는 고신뢰성 자동차 OLED용 ALD 박막 봉지 소재와 공정, 초고이동도-신뢰성 한계 돌파를 위한 ALD 산화물 반도체 소재·소자,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용 다기능성 ALD 박막 소재 등을 들 수 있다.


ALD란 'Atomatic Layer Deposition'의 약자로 원자층을 한층 한층 쌓아 올려서 막을 형성하는 적층방식의 증착기술 중 하나다. 증착이란 화학반응 등을 이용해 기판이나 웨이퍼에 피복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반도체 기억소자인 커패시터(capacitor), 트랜지스터(transistor) 등의 형성 공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ALD는 나노미터 수준의 아주 얇은 박막을 형성할 수 있어 디스플레이를 얇고 가볍게 만드는 것만 아니라 휘어질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어 차세대 디스플레이 공정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박 교수 연구팀이 ALD 기술을 통해 개발한 ‘초고이동도 IGZO 소재’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다. OLED는 전류량에 비례해 밝기가 결정되므로 전하의 이동도가 중요하다. 전하 이동도가 높으면 짧은 시간 내에 원하는 전류량을 줄 수 있어 TFT 크기를 작게 만들어도 되므로 고해상도 패널 구현이 가능하다.
박 교수는 “ALD 기술을 통해 개발된 산화물 반도체 소재는 디스플레이의 전자 이동속도를 크게 향상해 픽셀 크기를 줄이고 해상도를 높여 고성능 화면 기술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IGZO 소재 특성상 매우 낮은 누설전류를 갖기에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미래 반도체 분야에서 실리콘 채널을 대체할 핵심 원천 기술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데이터 센터의 엄청난 전력 소모를 절감하는 등 에너지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며, 이는 세계적 방향성인 국가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DGs)와도 부합한다.”고 답했다.


OLED를 넘어설 초고성능 디스플레이를 위한
다기능성 ALD 박막 소재 연구 박차


한편, 정부는 지난 5월 디스플레이산업 혁신전략 발표를 통해 2027년 디스플레이 세계 1위 탈환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무기발광 디스플레이(iLED) 산업 육성 계획’을 밝힌 바 있다. LCD 시장을 삼킨 중국이 OLED 분야에서도 매서운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발 앞선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투자를 통해 초격차를 유지,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무기발광 디스플레이는 기존 LCD, OLED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마이크로 LED, 나노 LED, 퀀텀닷 LED 등 무기 소재 기반의 자발광 디스플레이를 말한다. LCD는 적층 구조로 인한 기계적 유연성에 한계가 있고 OLED는 유기 소재 사용으로 산소나 수분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무기발광 디스플레이는 초소형 LED로 구성된 프론트 플레인과 TFT 백플레인이 결합된 단순한 구조로 고신뢰성, 고휘도, 장수명 구현이 가능하다. 플렉서블 및 스트레쳐블 디스플레이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 소형화 한계와 가격, 배송·설치 등에서 어려움이 있다. 특히 마이크로 LED를 만드는 과정에서 소자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마이크로 LED는 OLED보다 밝기와 명암비, 수명이 우수한 디스플레이 소재지만,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소자를 작게 만들수록 결함 비율이 커져 발광 효율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마이크로 LED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박 교수는 현재 ‘차세대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를 위한 다기능성 ALD 박막 소재’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전략 산업,
경제안보 인식 강화해야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반도체업, 이차전지와 함께 글로벌 기술 및 시장을 선도하는 산업 중 하나로 오랜 기간 국내 경제와 수출 성장세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이미 LCD 시장 주도권을 중국에 빼앗긴 가운데, 국내 기업이 선점해온 OLED 시장마저 중국 공세 속에 점유율이 점차 하락하는 등 우려를 낳고 있다.
박 교수는 “디스플레이 공급망은 한국의 OLED, 중국의 LCD 양강 구도로 단순화됐다.”면서 “소수의 국가와 기업만 있는 시장은 왜곡을 만들 가능성이 크고 디스플레이 무기화는 반도체보다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디스플레이도 반도체나 배터리처럼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지배력이 세계적으로 독점 수준이라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을 사용하는 첨단군사 기술에서 미국의 발전이 중국에 의해 크게 좌우되고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글로벌 산업에서 꾸준하게 1위를 수상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산업을 기업의 입장이 아닌 국가 차원의 전략 산업으로 인지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글로벌 1위 자리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교수는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의 장비 국산화율이 70%로 타 산업 대비 높은 수준”이라면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경쟁국 대비 초격차 기술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 모두 디스플레이 산업이 국가 전략 산업이라는 인식 강화와 함께 디스플레이 산업을 이끌어갈 인재 양성에 힘써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