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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철 외계공작소 기획자 과학공연 전문 극단 ‘외계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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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밖 과학을 사랑한 예술가들


대중에게 더 가까이…
과학, 연극과 만나다 


어떻게 하면 과학을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을까? 과학공연 전문 극단 ‘외계공작소’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창단됐다. 양자역학을 둘러싼 논쟁을 소재로 한 연극 <양자전쟁>을 시작으로 우주개발 찬반을 다룬 <발사 6개월 전>, 두 천문학자 리비트와 허블의 이야기를 다룬 <우주에서 나를 보다> 등 벌써 5편째 과학창작극을 무대에 올렸다. 햇수로 4년 차 신생극단인 외계공작소의 작품은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과학적 깊이와 연극적 재미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연마다 토크콘서트, 관객참여형 토론극, 천체투영관을 연극 무대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며, 대중에게 더 가까이 과학을 소개하는 강신철 외계공작소 기획자를 만났다.


극단을 소개하는 홍보문구에 따르자면, 외계공작소는 “과학사, 과학이론, SF 등 과학과 인문학을 융합하여 과학기술과 함께 살아갈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담는 작품을 제작하는 과학공연 전문 극단”이라고 밝히고 있다. 약간 생소하기도 한 과학공연 전문 극단은 4년 전, 과학커뮤니케이터로서 활동해 온 강신철 기획과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은 주붐 대표가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과학 문화 확산을 위해 공식 위촉한 과학퍼포머와 과학커뮤니케이터가 만나서 교류하던 것이 출발점이었어요. 당시 저는 과학커뮤니케이터로서 과학연극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면서 ‘연극’의 가능성을 발견하던 시기였고, 과학퍼포머로 위촉된 주붐 대표가 배우로서 또 음악가로서 연극무대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왔더라고요. 서로 이야기하다 보니 둘 다 과학을 연극으로 표현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고, 과학연극을 전문으로 하는 극단을 만들어보자고 뜻을 모으게 됐습니다.”


기획과 과학 관련 자문을 맡은 강 기획과 음악과 연기를 맡은 주 대표는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쌓아온 내공을 십분 발휘해 2021년 그들의 첫 작품 <양자전쟁>을 무대에 올렸다.


‘과학’ 연극이 아닌 과학 ‘연극’을 만들다


외계공작소의 첫 작품 <양자전쟁>이다. <양자전쟁>은 1927년 벨기에에서 열린 제5차 솔베이 회의를 무대로 아인슈타인과 보어,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의 갈등을 담았다. 강 기획은 “과학이 현시대에 갖는 권위와 그로 인한 문제를 꼬집고 싶었다”면서 “양자역학의 부상과 동시에 아인슈타인이라는 천재가 몰락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과학이 절대적이지 않고, 변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전공자도 어렵다는 ‘양자역학’을 다루는 연극을 관객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런 물음에 강 기획은 과학연극이라고 해서 꼭 배경 지식을 이해하려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공연 중간에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나가려는데, 아이가 나가기 싫다고 버틴 일도 있었다. 아이의 부모는 연극에서 이야기하는 양자역학이 어렵다 보니 아이도 어려우리라 생각하고 자리를 뜨려 한 것인데, 아이는 과학이론 보다 등장인물의 갈등에 집중하며 재밌게 본 것이다.


“저희는 과학이 배우는 대상이 아니라 즐기는 대상이 되길 원해요. 연극은 배우와 관객이 한 공간에 동시에 모여서 진행하는 공연예술로서, 배우의 감정은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됩니다. 과학을 책에 쓰인 결과물로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과학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 공학자의 모습을 전하는 거죠. 연극의 이런 특성 때문에 관객도 자연스럽게 재미를 느끼며, 우리 사회와 자신의 삶에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됩니다. 저희가 과학연극을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그렇기에 대본을 쓸 때도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과학적 깊이와 연극의 재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대본 초안이 나오고 공연에 올리기까지 대본을 14차례나 바꿨다. 어려운 과학 용어는 쉽게 풀어 쓰고, 직관적으로 이해시키기 위해 다양한 조명과 음향, 소품 등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 과정을 통해 관객들이 ‘과학’을 배우는 연극이 아닌 과학을 소재로 한 온전한 ‘연극’으로서 즐길 수 있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토크콘서트, 참여형 토론극 등으로
관객과 다양한 소통 시도


외계공작소는 <양자전쟁>을 시작으로 한국 최초의 유인 달탐사우주선을 소재로 한 <발사 6개월 전>과 <발사 3시간 전>, 치매환자와 AI 돌봄로봇을 소재로 한 <기억의 온도>, 두 천문학자 리비트와 허블의 이야기를 다룬 <우주에서 나를 보다> 등 벌써 5편의 과학창작극을 무대에 올렸다. 창단 4년차 신생극단인 외계공작소는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과학적 깊이와 연극적 재미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 기획은 “기존 연극 시장에서 선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갈등, 새로운 소재를 사용한 것이 신선하게 다가온 것 같다”며 “관객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토크콘서트나 이머시브 토론극 등 다양한 시도들이 좋은 반응을 이끈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외계공작소는 ‘관객과의 대화’를 많이 진행하는 편이다. 12회차 공연을 한다고 하면 최소 3~4회 정도는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기 위해 노력한다. 실제로 <기억의 온도>는 총 12회차 공연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6회나 진행했다. 뇌과학자, 문화인류학자, 치매 연구 전문가, 돌봄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스페셜 게스트를 초대해 연극에서 던진 질문을 여러 시각으로 생각해보고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관객과의 대화 외에도 관객과 무대의 격차를 없애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발사 6개월 전>은 2041년 한국 최초 유인 달탐사선이 발사되기 6개월 전에 과연 예산을 추가 편성할 만큼 의미있는 일인가에 대한 이슈를 두고 진행되는 이머시브 토론극이 관객이 연극에 참여해 토론을 벌이고, 관객의 투표 결과에 따라 그날의 결말이 정해진다. 가장 최근작인 <우주에서 나를 보다>는 천체투영관을 무대로 활용해 관객의 몰입을 최대치로 높인다. 연극이 진행됨에 따라 천체투영관은 여성 천문학자 리비트가 바라본 1904년의 페루의 밤하늘을 비추거나, 허블이 안드로메다를 관측하면 천체투영관 돔(dome)에 안드로메다 은하가 펼쳐지면서 관객들은 순식간에 우주에 떠 있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외계공작소, 국내 최초 오픈런 과학연극을 꿈꾸다


외계공작소는 올해 8월 대학로에서 <양자전쟁>을 상연한다. 2021년 대학로에서 초연을 올린 이후로 국립중앙과학관 초청 공연, 한국잡월드 기획 공연 등을 진행하는 등 2024년 현재까지 지원사업에 선정돼 꽤 여러 차례 공연을 올렸다. 강신철 기획은 “<양자전쟁>이 공연을 거듭할수록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는 대학로에 오픈런 공연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작품을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관객이 100명, 혹은 그 이상 올 수 있는 대형 극단이나 대형 제작사가 되지 않는 이상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외계공작소가 빠르게 성장했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관객이 찾는 연극 그리고 극단이 되기 위한 발걸음을 이제 뗀 셈이다. 그리고 이런 성장을 통해 외계공작소가 과학에 관심을 둔 이들, 문화에 관심을 둔 이들, 그리고 길을 가는 모든 이가 함께 만나 소통할 수 있는 광장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마지막으로 외계공작소 연극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꿀팁을 알려달라고 하자, 조금 엉뚱하게도 연극 제목에 달린 부제를 열심히 궁리할 것을 권했다.


“저희 작품은 전부 다 부제가 있어요. <양자전쟁>은 ‘무엇이 진짜인가’, <발사 6개월 전>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이런 부제들은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고, 동시에 과학계에서도 매우 중요한 질문이에요. 그래서 저희 연극을 관람하실 때 그 연극이 던지는 질문을 하나의 잣대로, 또는 이 질문을 출발점으로 삼아 관람하시면 더욱 풍부하게 즐길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