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교육 재능기부 사랑의 과학나눔터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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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우리가 해야 할 일 했을 뿐
과학을 나누며 세상과 소통하다
과학수업을 도구삼아 세상 그리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이들이 있다. ‘사랑의 과학나눔터’ 소속 과학교사들은 과학교육과 재능기부를 접목시켜 국내 소외지역은 물론, 해외를 누비며 과학교육을 봉사하고 과학교육 노하우를 재능기부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과학실험 개발 및 연구에 열정을 다하고 이를 많은 이들과 나누고 교감하는 시간을 보내며 진정한 과학교육의 의미를 실천하는 이들 덕분에 우리의 과학교육은 한층 더 따뜻하고 성숙해지고 있다.
글| 편집부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는 12월 어느 날, 늦은 시간임에도 한 고등학교 교실은 진지한 자세로 발표를 듣는 이들의 열의로 가득 차 있다. 이 날의 발표주제는 ‘도심에서 쌍안경으로 천체 관측하기’. 이론강의가 끝나자 모두들 학교 운동장에 나가 쌍안경 하나씩을 들고 별들을 관측하느라 여념이 없다. 모임에 참여한 이들은 다름 아닌 ‘사랑의 과학나눔터’ 소속 과학교사들. 월 2회 정기적으로 갖는 연구발표 세미나 및 워크숍을 통해 과학실험을 개발하고 이를 널리 보급하기 위해 함께 모인 것이다.
과학교육 도구 삼아 사회와 소통
‘사랑의 과학나눔터(Science Sharing for Sarang)’는 서울 초·중·고등학교 과학교사들이 모여 친목을 다지고 과학 나눔을 하는 모임이다. 격주에 한 번 모여 교과서 안팎의 다양한 실험과 경험에 대해 교사들이 돌아가면서 소개 또는 발표를 하고, 분기별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하여 특강도 듣는다.
사랑의 과학나눔터는 서울시 교육연구정보원에 등록된 교과교육연구회인 ‘서울초중등과학3S키트교육연구회’의 또 다른 이름으로, 3S는 ‘단순하고(Simple) 작지만(Small), 똑똑한(Smart)’을 의미한다. 초창기 모임의 성격은 과학교사의 과학실험 발전과 과학실험 대중화를 위해 3S 과학실험 도구를 사용한 실험을 개발 및 보급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과학교사의 사회적 기여와 과학교육을 통한 사회와의 소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차츰 과학교육 봉사로 무게중심이 옮겨지기 시작했다. 사랑의 과학나눔터 이선희 회장(신관중학교 교사)은 “과학수업으로 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을 모색하다 지난 2009년부터 지역아동센터에서 과학수업을 진행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서울뿐 아니라 평택, 구례 등 타지역 과학수업도 진행했고 2007년부터는 동티모르에서 ‘대한민국-티모레스테 과학교사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랑의 과학나눔터가 첫발을 내딛을 때부터 함께 해온 서인호 교사(구암고등학교)는 “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매개체로 과학교육을 시작한 모임은 우리가 처음일 것”이라며 “특히 그동안의 과학교육이 영재교육에 중심을 두었다면 우리는 소외된 아이들, 학교에서 일탈한 아이들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이는 과학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과학을, 생각의 방식이나 삶의 방식에 큰 변화를 주는 자기언어로서 수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넘나들며 활발한 교육활동
사랑의 과학나눔터는 국내외 소외지역(도시빈민가, 낙후된 농어촌 및 중소도시, 신생독립국가, 저개발국가)의 학생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구촌 학교, 사과나무 학교, 사랑터 생태학교 등이 대표적이다.
지구촌 학교(교장 서인호)는 서울지역 6개 아동센터 과학교실과 ‘과학 내가 제일 잘나가’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과학 내가 제일 잘나가’는 교사에게 배운 학생들이 센터의 저학년 동생들에게 과학수업을 진행하는 활동으로, 센터의 학생들이 학습의 대상을 넘어 지역의 주인이 되게 한다는 점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사과나무 학교(교장 김홍석)는 무럭무럭 꿈을 키우는 학교로, 회원 교사들의 회비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교육은 소외지역 과학교사의 신청을 받아 이뤄지며 그간 파주지역 5개 초등학교와 전남 구례 피아골 연곡분교 등에서 실시했고 계속해서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퇴직 이후에 함께할 수 있는 일로 발전시키기 위해 향후 5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도록 탄탄한 콘텐츠 준비와 물적-인적 네트워크 구축 등에 힘을 쏟고 있다. 또한 사랑터 생태학교(교장 이용구)는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한 체험 중심 생태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 활동은 주로 과학교사 세미나 형태로 이루어진다. 매년 7월말~8월초 전국과학교사협회 특별위원회 주관으로 실시하는 동티모르-대한민국 과학교사 세미나 위원회에는 사랑의 과학나눔터 회원 교사 10여명이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동티모르 ODA(국제개발원조) 사업에는 동티모르-대한민국 과학교사 세미나와 연계하여 참여하고 있으며 베트남 과학교사연수 ODA 사업에는 실무그룹으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 처음 동티모르-대한민국 과학교사 세미나에 참여했다는 송관호 교사(석관고등학교)는 “동티모르는 신생 독립국이기에 교육 원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참여하게 되었는데 다녀온 뒤 과학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졌고 과학교육을 통해 다른 나라와 소통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교사로서의 자존감도 높아졌다”며 “비록 경비와 시간을 투자해야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해외원조사업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만큼 지속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 밖 교육 통해 과학교육의 참의미 깨달아
과학교육은 교사들에게 익숙한 일이지만 학교 밖의 교육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닐 터. 그래도 교사들은 오히려 배운 것이 더 많다고 입을 모은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동티모르의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며 창밖으로 보였던 광경이 지금도 눈에 선해요. 의사소통은 어려웠지만 눈을 반짝이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눴던 동티모르 선생님들과의 수업은 가슴 벅찬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또한 교실에서 문제되는 학생들만 모아 놓은 듯한 지역아동센터 수업을 통해 교사의 역할에 대해 많은 부분을 배운 것도 소중한 기억입니다. 지역아동센터의 수업은 ‘교육이 교사의 위치에서가 아니라 아이들의 삶의 자리에서 출발해야한다는 점’을 알려주었고 그 방안에 대해 소중한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이선희 교사의 말이다. 서인호 교사도 “과학교육을 통해 사회와 소통하면서 오히려 과학교육의 의미를 깨달았고 새로운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맞장구쳤다.
2012년 교사생활을 시작하며 모임활동을 함께한 송관호 교사도 모임활동은 오히려 생각을 일깨워준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고백했다. “처음에는 선생님의 역할을 단지 지식전달자정도로 생각했지만 활동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학생들과의 소통, 사회와의 소통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더불어 그 도구가 과학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요. 활동을 통해 소외된 학생들의 어려움을 알았고 지속적인 수업이 학생들에게 과학의 재미와 인격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몸소 느꼈습니다. 아울러 수업준비와 업무처리로 바쁜 와중에도 자신을 희생하며 모임활동에 적극적이신 선생님들을 통해서도 배운 게 많았고요.”
사랑의 과학나눔터 교사들은 과학교육의 가능성을 믿는다. 과학교육을 통해 학생간의 소통 기회가 늘어나고 협력할 기회가 생기며 함께 의견을 모으는 즐거움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지식을 매개로 아이디어를 모으고 서로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일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더 나은 사회 위해 과학교사의 역할 다할 터
지난 2002년 출발하여 어느새 10년의 세월을 훌쩍 넘긴 사랑의 과학나눔터. 그간 크고 작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부한다. 지역아동센터 수업에 참여하는 협력교사가 늘어나면서 센터 역시 한곳에서 6곳으로 늘었다. 수업을 받던 아이들이 오히려 후배에게 수업발표를 하고 센터에 기여할 기회를 마련한 점은 수업의 의미를 크게 높인 일이었다. 아울러 2007년 8명 교사로 시작한 동티모르 세미나는 수도원 중심의 사적인 형태에서 확대되어 연수 참가자가 늘면서 연수이수증도 발급하는 등 동티모르의 공식 연구로 자리 잡았다. 특히 모임에 참여하는 교사가 늘어나면서 나이 등의 격차가 매우 커졌지만 은퇴 이후를 모색하는 그룹부터 초년생 교사그룹까지 소통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사랑의 과학나눔터의 큰 자랑거리다. 사랑의 과학나눔터는 거창한 계획은 없다. 그저 과학교사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아이들을 중심으로 하여 모임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뿐이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과학교사로서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동티모르 수업부터 지역아동센터 수업, 생태학교까지 소외지역과 교류하며 우리의 역할을 모색하고 있어요. 누군가 ‘나는 이런 일을 하고 싶어.’라고 말했을 때 ‘좋아, 난 이걸 도와줄 수 있어.’라고 말하면 일이 시작됩니다. 필요 없는 일이면 사라지고 중요한 일이면 성장하겠죠. 다행히 지금까지 우리가 했던 일들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이었고 각각의 일들은 적절한 때 한 단계씩 발전하며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고 앞으로도 우리사회의 필요에 맞게 진화해 나갈 거예요. 우리는 사업계획은 없어요. 단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입니다.”
사랑의 과학나눔터는? 사랑의 과학나눔터는 ‘서울초중등과학3S키트교육연구회’의 또 다른 이름으로, 모임의 기원은 100년 전 오스트리아에서 시작된 Microscale chemistry와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학의 Thompson 교수에 의해 1972년 시작된 SSC(Small-Scale Chemistry)이다. 우리나라에는 2002년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학으로 전공교과 국외연수를 다녀온 화학 교사들이 처음 소개했으며 모임에서 이를 보급하고 확산시키는 과정에서 화학(chemistry)을 과학(science)으로 대체하여 ‘Small Scale Science’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사랑의 과학나눔터는 지난 10년간 국내 초·중·고등학교 현장뿐 아니라 국․내외 소외지역에 적합한 과학실험을 개발하고 적용하면서 이를 반영하여 3S를 ‘단순하고(Simple) 작지만(Small), 똑똑한(Smart)’ 실험의 의미로 사용했고 지금은 모임의 영문 명칭인 ‘Science Sharing for Sarang’의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