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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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물 이용한 수소 생산 시스템 세계 최초 개발
논리와 상상력이 만드는 위대한 과학
“창조와 혁신이 과학 미래 좌우”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고갈이 가시화되면서 이를 대체할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중 가장 주목받는 미래 에너지는 단연 수소다. 물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재료가 풍부할 뿐 아니라 물 이외에 어떤 유해물질도 만들어내지 않아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세계 주요 국가들은 수소에너지 관련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우리 연구진이 빛과 물만으로 수소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친환경 인공 광합성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그의 연구결과는 재료과학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 ‘첨단 기능성 물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표지 논문에 실리는 쾌거를 얻었다.
글| 편집부
“에너지 문제는 인류에게 닥친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수소가 아주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기에 전 세계적으로 물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저렴하게 물을 분해해서 수소를 만들려면 좋은 촉매가 필요한데 가장 좋은 것은 식물에 들어있는 촉매입니다. 연구결과 광합성에서 그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남기태 교수는 식물에서 추출한 광합성 단백질을 물 분해 반도체와 결합해 수소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인공 광합성 시스템을 개발했다. 향후 상용화되어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연구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새로움 즐기는 도전정신이 결실의 원동력
남기태 교수는 창조와 도전을 즐기는 30대 젊은 과학자다. 그의 연구과제는 늘 바뀌었고 미개척 분야였다. 서울대 재료공학과 학부 및 석사과정 때 반도체 관련 분야를 연구한 남 교수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재료공학부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돌연 전기화학 소자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동안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것에 도전 해보고픈 생각에서였다. 연구는 성과를 거두어 마침내 바이러스를 소재로 사용한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냈다. 이후 미국 버클리대학교 박사후과정에 있을 때는 당시로서는 생소한 분야였던 인공단백질에 관해 호기심이 생겼다. 남 교수는 “연구를 하다보면 늘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분야,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는 분야를 개척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2010년 한국으로 돌아온 남 교수는 다시 연구과제를 물색했고 자연계만이 할 수 있는 이슈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요즘 그의 관심사는 인공적으로 효소를 만들어 이를 기반으로 한 반응성과 선택성이 뛰어난 좋은 촉매를 만드는 것이다. 이번에 세계 최초로 개발한 빛과 물만으로 수소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친환경 인공 광합성 시스템이 그 결실이다. 향후에는 이산화탄소 문제 해결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남 교수는 좋은 연구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비결로 협업을 꼽는다. “요즘의 과학은 공동연구가 중요합니다. 특히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때는 더 그렇습니다. 나의 전문성과 다른 연구그룹의 전문성이 합쳐져 시너지를 낼 수 있거든요. 연구를 하다보면 항상 어려움에 직면하는데 공동연구를 통해 조금씩 해결해나가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생각과 인내심 역시 과학자가 갖춰야할 필수 조건이라고 남 교수는 강조한다.
과학 창조하는 것은 바로 논리와 상상력
학창시절 남 교수가 가장 좋아한 과목은 과학과 수학이었다. 배움에 재미를 느끼니 잘하게 되고 잘하다보니 더욱 흥미가 생겼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아버지의 영향도 있었다. 학창시절 배움에 흥미를 느꼈다면 박사과정을 밟으면서는 무엇인가를 새롭게 만드는 것에 흥미가 생겼다.
그는 연구 프로젝트를 하나의 작품에 비유한다. “나와 연구실에 의해 세상에 없던 것이 새롭게 창조되는 것은 마치 예술가에 의해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는 것과 같습니다. 다만 과학이 예술과 다른 점은 설명방법이나 접근방법에 있어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예술가와 같은 상상력이 더해질 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 나오지 않을까요?”
상상력과 영감을 얻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생각하기와 논문읽기다. “새로운 아이디어라고 해서 그냥 툭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슈에 관해 애정을 가지고 생각을 거듭하다보면 해결책이 보이기도 하고 다양한 논문들을 보며 정보를 집대성하면 그것을 자신의 아이디어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새로운 과학의 출발입니다.”
남 교수의 연구는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현재 여러 회사와 접촉 중에 있다. 남 교수는 아직까지 대학 기술의 상업화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우리나라는 젊은 과학자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분위기는 충분히 형성되어 있지만 외국 유수 대학들처럼 좋은 기술이 바로 상업화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다”며 “앞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면 대학 기술의 상업화로 수많은 작은 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호기심 가지고 큰 질문을 하라
남 교수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학생들과 소통의 자리를 갖는다. 중·고등학생, 대학신입생 및 영재를 대상으로 한 초청강연에 꾸준히 참여해 과학과 과학자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남 교수는 “학생을 대상으로 꾸준히 강연활동을 갖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흥미를 끌어주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남 교수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과학에 대한 관심이 점점 떨어지는 추세임을 언급하며 이를 해결할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는 학생들의 관심을 끌어올릴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만드는 것이고 둘째는 교육내용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중·고등학교에서는 50년도 훨씬 더 된 오래된 과학을 배우고 있어요. 하지만 과학은 엄청나게 빨리 발전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현재의 과학에 대해 알려줄 필요가 있어요. 스마트폰의 작동 원리를 잘 몰라도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과학의 기초지식을 깊이 있게 알지 못해도 첨단 물리나 첨단 화학을 충분히 접할 수 있습니다. 기초지식과 더불어 최첨단 과학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남 교수는 과학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도 애정 어린 조언을 남겼다. 먼저 “호기심과 애정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궁금하면 자꾸 보게 되고 관심이 생기면서 좋아하게 되듯이 어떤 분야든지 관심을 가지고 궁금해 하고 생각하면서 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또한 “큰 질문을 만들 것”을 강조했다. 큰 질문을 해야 큰 대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큰 질문을 만들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먼저 작은 질문을 계속 만들다보면 나중에는 큰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여기에 이것을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간단한 질문부터 만들어보세요. 그러다보면 점점 과학자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덕목을 갖출 것입니다.”
“미래를 향해 큰 꿈을 갖고 도전하세요”
정찬용 학생 | 나중에 공학을 하고 싶은데 공학도로서 가져야할 자세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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